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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민주노총 지도부 직선 투표와 이후 투쟁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4. 12. 17.

- 한상균 후보조를 지지하며


전지윤



지난달 대법원이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 소송을 파기환송한 날 노동자들은 피눈물을 흘렸지만, 쌍용차 주가는 올라갔다. 며칠 전 쌍용차 해고 노동자 2명이 더 죽이지 말라며 굴뚝으로 올라간 날, 쌍용차 26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아빠가 씨앤앰 노동조합 조합원인 초등학교 1학년 아이는 “‘자로 시작하는 낱말을 적어내라는 숙제에 노랑색, 노조, 노숙을 적어냈다. 이 사례들은 이 나라 노동자의 현실을 보여 준다. 그래서 우리는 송경동 시인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울지 말아야지 이를 악무는 데도 뜨거운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이 눈물과, 이 복받침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들으며, 보며 살아왔던가. 왜 우리가 울어야 하는 사람들인가. 사랑한다, 창근아. 사랑한다, 김정욱. 사랑한다, 최일배, 김혜란. 사랑한다. 차광호. 사랑한다. 사랑한다 . 이 분노를. 이 복받침을. 이 치떨림을


당분간 눈물이 그치기는 힘들 것 같다. 박근혜 정부는 호봉제와 연공급 공격, 정리해고 요건 완화, 기간제 기간 연장, 파견업종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우는 사람 눈에 고춧가루를 집어넣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총 지도부 직선 투표는 먼저 그동안의 반대나 우려와 달리 의미가 있어 보인다. 기존의 대의원 간선제보다 좀 더 현장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정파에 따른 대의원 구성과 입김보다는 말이다. 그래서 1차 투표에선 다수 정파의 연합 후보를 소수파 연합 후보가 앞질렀다.


또 직선 투표와 유세는 조합원들의 관심을 높이고 쟁점을 형성하는 효과도 일부 나타냈다. 직선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도입할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상대적 좌파이며 더 강력한 투쟁을 상징하는 한상균 후보조가 1차 투표 1위를 한 것도 고무적이다.


이것은 ‘2015년 총파업주장에 적지 않은 조합원들이 공감하거나 적어도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 6년간 고군분투해 온 쌍용차 노동자들, 표적 공격에 맞서 온 전교조 노동자들에게 연대감을 보여 준 것도 반갑다.


물론 작은 차이로 1차 투표 2위를 한 전재환 후보조의 득표도 의미가 없지 않다. 전재환 후보조는 세월호 진상규명과 종북몰이 반대같은 중요한 이슈를 제기했고, 정파간 다툼을 넘어선 단결의 열망을 반영한 측면도 있다. 지금의 사분오열 속에서 진보의 단결은 분명 중요한 과제이다. 학교비정규직노조 등에서 앞장서 투쟁해 온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재환 후보조는 그동안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의 주도권을 쥐어 온 것이 약점이기도 하다. 지난 몇 년간의 분열과 위기에 주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혁신이 없다면 어떻게 진보의 단결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힘

 

반면 세력 교체 열망을 반영한 한상균 후보조는 그동안 진보운동의 약점으로 작용해 온 묻지마 야권연대나 투쟁 회피적 자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조의 독립성과 평조합원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공약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한상균 후보조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상균 후보 자신이 쌍용차 77일 점거파업의 주역이었고 그후 온갖 역경을 딛고 달려 온 투사이다. 박근혜뿐 아니라, 자신들이 속한 좁은 울타리만 보며 타협하려는 상층 지도자들에 뚝심있게 맞서리라는 기대가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번 결선 투표에서 한상균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좀 더 의미있다고 본다.


물론 한상균 후보조가 정치적 쟁점과 진보의 단결 등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 등은 아쉽지만 말이다. 더불어, 원칙있는 투쟁을 말해 온 좌파조직들이 힘을 모아 뒷받침하는 것은 한상균 후보조의 장점이지만 우려도 있다.


왜냐하면 이런 좌파 지도부 세우기는 이미 몇 차례나 한계를 보여 줬기 때문이다. 현대차, 기아차에서 이런 좌파 지도부가 비정규직 투쟁을 외면하거나 무쟁의로 나간 것은 진지한 평가와 교훈이 필요한 부분이다. 당장 현 금속노조 좌파 지도부도 현대차 이경훈 지도부의 불법파견 묵인 8.18 합의를 추인했던 게 사실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좌파 지도부 세우기를 넘어서, 현장 노동자들 속에서 투쟁의 자신감과 연대와 단결의 의지, 폭넓은 정치적 관점을 퍼뜨려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총파업을 가능케할 진정한 힘일 것이다. 얼마 전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좌파 지도부의 8.18합의 추인을 뒤집은 것도 정파를 넘어선 현장 활동가들의 반발과 의지였다.


따라서 활동가들은 선거에서 누굴 지지했던지를 넘어, 이후에 함께 힘을 모아서 이런 과제를 실천하며 그 속에서 토론해야 한다. 선거 막판에 가열된 정파적 갈등은 해소됐으면 한다.

어떻게 단결하고 투쟁해서 승리할 것이냐가 아니라, 이 쟁점과 투쟁의 성패가 어느 정파에게 이득이 될 것이냐를 먼저 계산해서는 절대 안 된다.


우리는 결국 박근혜라는 공동의 적에 맞서는 동지이며, 지도부가 상대적 좌파냐 아니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기층 노동자들의 투지와 목소리를 높여서 지도부를 움직이거나 뒷받침하느냐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세월호의 진실이 파묻혀가지 않도록, 더 이상 진보운동이 종북몰이에 난도질당하지 않도록, 더 이상 벼랑 끝에 몰린 동지들이 고공으로, 단식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이런 단결과 투쟁을 건설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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