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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 대선/여가부 해체/멸공 챌린지/돈룩업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2. 1. 18.

전지윤

 

● 진보좌파에게는 역대 가장 우울한 대선

이번이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프레임은 선정적, 편파적 보도에 매달려온 족벌언론들의 자가발전적 성격이 크다. 예컨대 족벌언론들만 보면 이재명은 대장동 비리의 몸통이자 의심스러운 죽음들의 배후조정자가 돼 있다. 그러다가 김건희 녹취록이 문제가 되자 태도를 180도 바꿔서 ‘정책은 사라지고 말초적 논란만 판치고 있다’고 나무란다. 기막힐 일이다.

이를 통한 정치혐오의 득세는 결국 가장 부패한 기득권 세력들에게 득이 될 것이다. 다만 이번 대선이 진보좌파에게는 최악인 측면이 있는 건 맞다. 진보좌파 후보들의 존재감이 이처럼 희미한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임을 불리한 언론 구도와 기득권 양당구조에게만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촛불 이후 5년에 대한 성적표이기도 하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최근 심상정 후보와 정의당의 위기에 대해서 쓰라린 마음이 들고 말을 얹기도 조심스럽다. 더구나 정의당만의 위기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것은 진보좌파 모두가 처한 난관과 위기의 상징이다. 얼마 전 민주노총이 추진하던 진보 대선후보 단일화도 무산됐다.

이에 대해 또 서로를 탓하며 더 갈라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상대에게는 엄격하면서 자신에는 너그럽고, 작은 차이도 용납하지 않으면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고, 계속 불신과 갈등을 확대해 온 것이 진보좌파 위기의 중요한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스스로부터 돌아보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 또 어떤 금기나 성역도 없다는 열린 자세로 모든 의견과 방향 제시에 귀를 열어야 한다. 답을 정해놓고 그것을 관철하기 위한 토론이 아니라, 토론 속에서 지혜를 모으고 같이 더 나은 길을 찾았으면 한다.

사실, 진보좌파의 위기는 국제적 현상으로도 보인다. 대선이 다가오는 프랑스에서도 진보좌파 후보들은 상위 4위 안에서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지율 10%를 넘는 후보가 잘 안보이고, 진보좌파 후보 8명을 다 합쳐도 합계가 25% 이하라고 한다.

그래서 단일화가 제안되고 있지만 연금, 유럽연합, 무슬림 문제들에 대한 서로 다른 정책 방향 때문에 무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극우 르펜과 마크롱의 양자택일 구도로 가거나, 심지어 르펜보다 더 극우인 제무르가 결선이 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영국에서도 제레미 코빈을 밀어내고 대표가 된 스타머 지도부가 ‘반유대주의’라는 낙인을 찍어서 좌파를 숙청하면서 15만 명이나 탈당했다고 한다. 좌파적 날개가 제거된 노동당은 보리스 존슨 정부의 실정에 재대로 맞서거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켄 로치를 중심으로 노동당 안팎의 좌파를 묶어내는 새로운 정치연합이 제안되기도 하지만, 40만 당원과 노동계급 기반을 가진 노동당을 벗어난 정치세력화가 과연 가능할 것이고 바람직할 것인가는 여전한 논쟁거리로 남아있다.

미국에서는 상황이 보다 복잡하다. 한국의 일부 사람들은 샌더스, 코르테즈, 민주적사회주의자들(DSA)를 자꾸 이상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그들은 민주당이라는 기성 주류정당에 들어가 있다. 코르테즈는 민주당이 ‘중도(우파)정당’이라고 솔직히 인정한 바 있다.

독재시절에 야당으로 탄압받아 온 한국 민주당과 달리 미국 민주당은 훨씬 더 주류적이다. 더구나 바이든 정부가 벌써 한계를 드러내면서 DSA는 더욱 곤란한 처지가 되고 있다. DSA가 매우 원칙있게 활동하고 있다는 일부에서의 이상화도 부정확하기는 마찬가지다.

코르테즈는 얼마 전 이스라엘 군사지원 법안에 반대 투표하지 않은 것 때문에 비판받고 눈물을 흘리며 사과해야 했다. 코르테즈보다 더 심각한 것은 또 다른 DSA 소속의 하원의원인 자말 보우만이었다. 보우만은 두 번이나 이스라엘 지원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나아가 시온주의 단체가 주관한 이스라엘 방문 행사에도 함께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안팎에서 좌파들의 날카로운 비판을 받았고, DSA 소속의 수많은 지부들에서 보우만을 징계하고 제명해야 한다는 요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것은 곧 치열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보우만 징계를 요구하는 쪽은 ‘이것은 계급전쟁에서 적의 편에 선 것과 마찬가지’이며, 의원은 DSA의 강력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을 허용하면 선거와 득표를 위해 지역구 유권자와 로비단체의 압력에 넘어가는 좌파 의원들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였다.

반면 제명같은 중징계보다는 비판과 권고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었다. 친이스라엘은 미국에서 워낙 뿌리깊은 문제고, DSA 소속의 다른 하원의원들도 처음부터 이 문제에서 단호했던 게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보우만을 당장 쫓아내기보다는, 비판과 설득을 통해 잘못을 교정하면서 팔레스타인 연대의 기반을 더욱 넓히자고 했다.

실제로 보우만은 분명히 잘못했지만, 동시에 이스라엘의 점령을 비판하며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연대 단체들도 보우만의 즉각 축출이나 비판적 경고냐에서 입장이 갈렸다. 결과적으로 보우만은 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DSA가 민주당에 계속 머물 것인지, 즉각 독자정당 건설로 나갈 것인지, 선거와 투쟁의 관계, 좌파 의원과 좌파 조직의 관계에 대한 더 많은 논쟁으로 연결되고 있다. 미국에서 제3의 좌파정당을 양당구조 밖에서 건설할 것인지, 민주당 내부에서 갈라져 나오게 할 것인지는 이미 오랜 논쟁거리였다.

이런 문제들에서 무엇이 정답인지는 쉽게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로를 향해 ‘원칙도 없는 기회주의자’, ‘전술도 모르는 교조주의자’라고 욕하며 등을 돌리는 게 대안도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 상황에서 진보좌파 정치의 기반을 넓히기 위해 무엇이 가장 적절한 판단일지 열어 놓고 판단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분열하기보다 힘을 모으는 것이다.

최근에 버니 샌더스는 ‘민주당이 노동계급에게서 등을 돌린 것’이 바이든 위기의 핵심 원인이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업과 부자들의 이익을 가져와야 한다’며 민주당 우파와 공개적 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런 투쟁이 성공해서, 바이든의 위기가 트럼프와 공화당의 부활이 아니라 새로운 좌파적 대안의 등장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 #멸공 챌린지 - 진정한 표적은 국외가 아니라 국내에 있다

지난 몇 년간 한국사회에서 주로 우파들에 의해서 가장 많이 제기된 단어들은 ‘공정’, ‘내로남불’이었다. 그런데 표현은 좀 달랐지만 지난 몇 년간 북한 정부가 남한과 미국을 향해 가장 많이 제기한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최근 북한이 두 번에 걸쳐 미사일 시험을 한 것에 대해서 족벌언론들과 국민의힘, 우파 지지자들의 반응을 보면서도 이것이 생각났다. ‘이런 북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하고 멸공이라는 표현의 자유만 가로막는 세력들이 어쩌고 저쩌고...’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만들고 있다고? 그런데 어쩌랴. 남한은 이미 10년 전부터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하고 개발해 왔고 지난해 국방과학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거의 완성 단계에 도달해 있다. 전문가들은 이 분야에서 남한이 북한은 물론 일본보다 앞서 있다고 한다.

그럼 북한은 새해 초부터 왜 이럴까? 이럴 때는 항상 위치와 역할을 바꿔봐야 한다. 만약 지난해 북한이 중국과 손잡고 군사훈련을 벌이고, 세계에서 7번째로 잠수함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하고, 온갖 첨단무기 개발과 실험에 성공해서 그것을 여기저기 수출까지 하고, 세계 6위의 군사강국으로 성장해 김정은이 최신전투기 조종석에 앉아서 엄지척을 했다면?

이것이 바로 북한이 지켜본 지난해 남한의 모습이다. 그나마 남한은 종전선언을 하자고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가로막아서 될 것 같지도 않다. 그러니 북한도 미사일 시험에 나서게 되는데, 그때마다 미국, 일본, 한국이 모두 비난하면서 대북제재한다고 난리다.

이러니 북한이 ‘이런 불공정과 내로남불이 어디있냐’고 반발해 온 것이다. 세계 최대 군사대국 미국과 1년 국방비만 60조원인 한국이 하는 군사훈련, 군비증강, 무기 시험과 개발과 수출, 군사동맹 구축은 모두 ‘한반도 평화와 긴장 완화’를 위한 것이고, 고립된 가난한 나라가 하는 것만 ‘한반도 평화를 해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다?

위의 내용은 내가 딱히 북한 정부와 체제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그냥 상식적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사실 나는 북한 정부와 체제에 매우 비판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쓰면서 불안감을 느낀다. 왜냐면 이 나라에는 국가보안법이 있고, 지난 정부 때는 ‘친북’ 낙인이 찍힌 진보정당이 강제해산된 적도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멸공’이 표현의 자유와 검열의 문제라는 윤석열, 진중권 등의 주장은 어처구니가 없다. 이 나라에서는 ‘문재인은 빨갱이, 북한의 개’라고 해도 큰 문제가 안 되고 오히려 유명한 진보 지식인들까지 나서서 그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 준다. 반면에 북한과 비슷한 주장을 하는 ‘종북’으로 찍히면?

이석기 의원은 8년 3개월을 감옥에 있다가 사면도 아니고 가석방됐다. 갤럽 조사를 보면 ‘박근혜 사면 잘했다’는 여론이 ‘이석기 가석방 잘못했다’는 여론보다 더 높다. 따라서 우리는 ‘멸공 챌린지’의 진정한 표적과 본질을 봐야 한다. 사실 ‘중국과 무역 규모가 얼마인데’, ‘군대도 안다녀와 놓고서’라는 말은 일리가 있지만, 약간 핀트가 어긋난 느낌이다.

중국과 무역 규모에 상관없이 홍콩 등에서 중국의 잘못에 침묵할 수는 없는 일이며, 아무리 군대를 다녀와도 ‘선제타격’하고 전쟁할 권리가 생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멸공 챌린지’의 진짜 표적은 중국과 북한이 아니라 국내의 정치적 반대파에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에서 매카시즘의 진정한 표적은 국내의 노동운동과 좌파였고, 한국에서 과거 ‘반공주의’의 진정한 표적도 반독재 민주화 세력이었다. 국제적 냉전 대결은 국내적 좌파 탄압과 동전의 양면이었다.

오늘날 미국에서 트럼프도 툭하면 ‘콤’(코뮤니스트)을 들먹이면서 민주당, 좌파, 소수자들을 공격해 왔다. 이 나라에서도 조중동과 우파는 문재인 정부, 민주노총, 전교조를 ‘친중, 친북, 종북, 주사파’라고 공격해 왔다. 윤석열의 ‘멸공 챌린지’ 이후 국민의힘 청년대변인은 ‘이재명과 충북간첩단의 연결성’을 주장했다.

여기서 문재인, 이재명, 민주노총, 전교조 등이 실제로 중국이나 북한체제, 주체사상을 지지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반민주적 세습독재를 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는 스탈린주의 체제의 하수인으로 낙인찍어서 마녀사냥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구도가 되면 일부 자유주의, 진보 지식인들도 거기에 편승하기 쉽다. “미국시민자유연맹조차도... 공산당 지도자들을 공개적으로 옹호하기를 꺼려했으며, 로젠버그 사건 때에는 시민자유 문제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하면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하워드 진 <미국민중사2>) 자유주의자들이 자유를 부정하는 이런 현상은 후발 자본주의로 갈수록 심하다.

오늘날 한국에서 일부 좌파까지도 문재인 정부를 친중, 친북이라고 낙인찍으며 윤석열을 지지하자고 하는 것에서도 이런 메카니즘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가장 전형적인 것은 진중권이다. 종북몰이 마녀사냥에 언제나 적극 동참해 왔던 진중권은 이번에도 ‘멸공 챌린지’를 ‘표현의 자유’로 규정하며 옹호하고 나섰다.

심지어 ‘멸공 챌린지’를 비판하는 쪽을 향해 “돌머리”, “발광”, “병이야 병”이라며 혐오성 막말을 내뱉고 있다. 이번 대선의 결과와 상관없이 극우 검찰주의자 윤석열, 일베재벌 정용진, 반페미 청년극우 이준석, 반공‘진보’ 진중권의 이종교배 속에서 등장할 새로운 우파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나날이 커지게 된다. 

 

 

● ‘여가부 해체’와 ‘#멸공 챌린지’ - 윤석열이 돌아왔다?

멸치와 콩을 들고서 ‘#멸공’을 올리는 챌린지에 정용진, 윤석열, 나경원, 최재형, 김진태 등이 줄줄이 동참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혐오, 낙인, 폭력의 챌린지이다. 상대방에게 ‘공산주의’라는 혐오의 낙인을 찍고, ‘멸(제거하다, 없애다)하자’고 선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유대인을 멸하자, 장애인을 멸하자, 동성애자를 멸하자... 고 주장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혐오와 폭력의 선동인지는 즉각 명확해진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멸공’은 약간 익숙하게 들린다. 그리고 이것이 더욱 섬뜩한 것이다.

한국은 유럽과 달리 역사적으로 특정한 인종과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와 낙인, 폭력보다는 특정한 이념집단에 대한 혐오, 낙인, 폭력이 더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누군가를 잡아가고, 가두고, 고문하고, 죽이고, 집단학살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왜냐하면 ‘공산주의자’나 ‘친북’, ‘종북’이라고 낙인찍히면 그 사람은 인권이 없고 괴물, 벌레와도 같은 ‘박멸’해야 하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도 태극기 부대 집회에는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는 팻말이 등장하고, 이석기 의원이 8년만에 가석방돼도, 그것을 환영하거나 사면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주요 대선후보 중 하나인 안철수는 ‘이석기는 감옥으로 가거나 북한으로 가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그런 낙인찍기와 혐오 선동 속에서 그의 지지율은 오히려 올라갔다. 그리고 이제 가까스로 내부 혼란을 봉합한 윤석열도 더 본격적인 낙인찍기와 혐오 선동에 나서고 있다. 밑도 끝도 없이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해체”, “무고죄 처벌 강화”를 올리고, ‘#멸공’ 릴레이 챌린지에도 동참했다.

정용진이 얼마 전 올린 #공산당이싫어요 #멸공 #승공통일 #반공방첩에 호응한 것이다. 이것은 윤석열이 얼마 전 “좌익 혁명이념과 북한의 주사이론을 배워서 마치 민주화 투사인 것처럼 지금까지 자기들끼리 끼리끼리 서로 도와가면서 살아온 그 집단들”이 “이 나라를 사회주의로 끌고 가려고” 한다는 발언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사실, 이준석과 윤석열의 갈등이 봉합된 과정은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 그날 오전만 해도 우파 유튜버들은 ‘섹스톤’이라고 이준석을 비난했고, 가세연은 이준석의 ‘성상납 의혹’을 검찰에 고발했고, 국민의힘 의원 총회에서는 “사이코패스”, “양아치”라는 비난 속에 이준석 사퇴 결의안이 올라왔다.

그러다 갑자기 두 사람이 포옹하고, 이어서 검사 시절부터 국정원에 파견됐었고 국정원 댓글조작과 NLL 대화록 유출 등의 배후로서 공작정치의 전문가라는 권영세가 중심이 된 검사, 정보경찰 출신들이 전진 배치된 ‘윤석열 유일체제’의 선대본 개편이 이뤄졌다.

약점이 잡힌 이준석이 윤석열에 굴복했다는 소문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윤석열과 대립하던 경쟁자들은 대부분 자신이나 가족과 관련한 비위가 검찰과 언론에서 흘러나오면서 서서히 입을 닫고 사라지는 패턴이 이어진다는 분석들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아무튼 뭔가 어색하고 억지스럽게 다시 손을 잡은 윤석열과 이준석은 차별과 혐오를 선동해서 집토끼(우파 지지층)들을 결집시키자는 방향에 의기투합한 것 같다. 일단 ‘멸공과 종북혐오’ 선동으로 전통적 우파 지지층을 불러오고, ‘반페미 여성혐오’ 선동으로 청년우파를 불러모은 다음에, 그것을 기반으로 이어서 중도층 확장에 나선다는 계산일 것이다.

이들은 이것이 지난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 승리의 비결이었다고 보는 것 같은데, 과연 이것이 정확한 평가와 올바른 교훈인지도 매우 의심스럽고, 더구나 조건과 맥락이 바뀐 상황에서 같은 방법이 또다시 먹힐 것이라고 본다면 그처럼 단편적 시각도 없을 것이다. 내부적 불협화음도 계속 들리지만, 무엇보다 여기에는 오로지 선거공학적 유불리에 대한 판단만이 존재한다.

물론 이런 방법이 혐오, 낙인, 폭력에 의존하는 극우 집단과 그 지지자들의 자신감을 고무하고 왜곡된 열정을 불러일으켜서 적극적인 활동을 유도하는 효과는 분명하다. 당장 일베 등 극우 사이트와 유튜브에서는 '윤석열이 돌아왔다‘, ’이제 형님만 믿겠다'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윤석열 등의 이런 선동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정치적 관심과 논의가 매우 활성화되는 대선 공간에서 유력 대선후보와 정치인들, 대기업 총수가 낙인을 찍으며 혐오, 폭력을 선동하는 것은 결코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그것은 혐오와 낙인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고통을 가하는 정치적 폭력일 뿐이다. 따라서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려는 모든 사람들은 힘을 모아서 이런 흐름을 막아서야 한다.

● 돈 룩 업 – 현 체제와 지배자들에 대한 처절한 ‘똥침’

애덤 맥케이 감독은 영화 <빅쇼트>와 <바이스>에서 당대의 중요한 사건과 인물에 대해서 날카로운 시선과 풍자로 재미와 웃음을 준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솔직히 <빅쇼트>는 좀 별로였고 <바이스>는 흥미로웠는데, 이번 <돈 룩 업>은 애덤 맥케이가 그동안 갈고닦은 재능이 팡팡 터져나오는 느낌이었다.

초반에 내용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시간을 잠깐 지나면, 보는 내내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어려울 정도로 유쾌한 시간이었다. 근래에 본 헐리우드 영화 중에서는 <듄>과 함께 결코 시간이 아깝지 않고 아주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히 요약하자면 과학의 경고를 무시하고 우리 모두를 재앙으로 몰고가는 어리석고 탐욕스러운 오늘날 체제의 지배자들과 정치집단과 국가기구와 언론과 자본가들에 대한 처절한 ‘똥침’이라고 할 수 있다.

6개월 뒤면 지구와 충돌하는 혜성에 대한 이 영화를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나 코로나에 대한 풍자로 해석하는 의견이 많은데, 더 나아가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는 폭력과 혐오를 선동하는 극우정치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고 생각된다.

알고보니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에는 데이비드 시로타David Sirota가 같이 했다고 한다. 시로타는 버니 샌더스의 연설문을 작성했던 사람이고, 미국의 유명한 좌파 언론 <자코뱅>의 주요 필자로서 트럼프와 그의 혐오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계속해 온 사람이기도 하다.

감독과 작가도 그렇지만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티모시 살라메 등 쟁쟁한 배우들도 좋은 연기를 보여 준다. 특히 케이트 블란쳇은 처음에는 누군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해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K방역과 문화’ 덕분인지 영화의 대사와 화면에서 계속 한국이 등장하는 것도 재미있는데, 영화를 보면서 한국의 언론과 정치가 계속 떠오르는 것도 분명하다.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조회수만을 위해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표적을 정해서 마녀사냥하고, 연예인 사생활과 가십에만 매달리는 언론? 바로 한국의 족벌언론들이다.

명문대 출신이 아니면 무시하고, 상대방을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낙인찍고, 혐오와 폭력을 선동하며,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속이 뻔히 보이는 온갖 쇼를 마다하지 않고, 대기업과 부자들의 이해관계만을 대변하는 정치집단, 바로 한국의 기득권 우파 정치세력들이다.

영화에서 정치적 위기에 처한 우파 집권세력이 마초적인 퇴역장성을 등장시켜서 그를 영웅으로 만들어서 지지를 결집하는 장면과, 온갖 무식한 망언들을 쏟아내던 그가 위기 탈출 프로젝트와 함께 파산하는 장면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이 지금 처한 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제프 베조스, 일론 머스크 등을 섞어놓은 듯한 대기업 총수 피터 이셔웰은 휴대폰을 팔아서 주식을 뛰우는 데만 관심이 있고,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에 140조원 어치 희귀광물이 있어서, 그것을 통해서 ‘혜성 일자리’를 만들고 중국을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이재용을 석방해야만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고 난리치던 삼성과 언론의 모습이다.

주인공이 ‘소시오패스 파시스트’라고 규정하는 대통령(메릴 스트립)이 바로 트럼프에 대한 풍자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 대통령의 아들이며 비서관은 정치 연설을 통해서 극우 포퓰리즘의 전형을 보여 준다. ‘우리’와 ‘노동계급’이 힘을 합쳐서 중국과 불법이민자 등의 ‘그들’과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윤석열, 이준석, 정용진, 나경원 등이 ‘여가부 해체’와 ‘멸공’을 내걸고 있는 의도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혐오, 낙인, 폭력 선동의 정치가 어떤 재앙과 비극을 낳을지는 영화의 결말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들’에 맞서서 ‘우리’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던 기득권 집단은 그 재앙 속에서도 미리 마련해 둔 ‘탈출우주선’이 있었다.

반백신 선동을 하더니 뒤로는 3차 부스터샷까지 챙겨서 맞고 있던 트럼프처럼 말이다. 지금 한국에서 툭하면 백신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고, 방역이 실패하기만을 기원하는 듯한 족벌언론의 사주와 경영자들을 조사해 봐도 아마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너무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장면이 많았던 이 영화에서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자면 돈룩업(위를 보지 말자)파와 룩업(위를 보자)파가 서로 대항해서 집회를 하던 장면이다. 이런 장면은 한국 정치에서도 많이 목격했던 것이다. 우리가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하려는 기득권 카르텔 집단은 항상 다른 곳으로 우리의 시선을 돌린다.

‘북한핵의 위협을 보라’고 말하고, ‘종북세력의 준동’을 보자고 하고, ‘중국인의 입국을 막자’고 하고,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때문에 경제가 망한다’고 하고, ‘이러다 베네수엘라가 된다’고 하고, ‘극성페미와 동성애자들의 위험’을 말하고, ‘진보 인사들의 위선을 보라’고 말하고...

여기서 과연 나는 돈룩업파와 룩업파 중에 어디에 서 있었던가? 아니면 ‘돈룩업도 룩업도 아니다’면서 중립지대에 있었던가? 그러나 진실은 송곳과도 같아서 아무리 주머니 깊은 곳에 집어넣어도 언제나 그것을 뚫고 나오는 법이다. 영화에서 ‘돈룩업! 돈룩업!’을 다같이 외치던 시위대의 머리 위 밤하늘 속에 밝게 빛나며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이 보인다.

돈룩업 시위대 속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저들이 우리를 속였다’고 하면서 연단에 물병 등을 던지면서 화를 내고 욕을 하면서 흩어져 버린다. 우리의 현실에서도 늦지 않게 그런 일이 벌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아니 이미 벌어지기 시작한 것일까? 아래는 룩업파 집회에서 이리아나 그란데가 부르는 노래이다. ‘숨을 곳은 없다. 외면할 수 없다. 위를 올려다 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86lSiv3W2pM&t=119s     

 

(기사 등록 202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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