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D.P가 보여주는 한국 군대의 실상

- 가해와 피해의 끊임 없는 PTSD

 

박철균

 

(*드라마의 스포일러가 살짝 있을 겁니다.)

 

1.

한국드라마 D.P가 8월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래 계속해서 한국 사회에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현재까지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군대를 경험한 남성들이 예전 군대 생활을 떠오르며 PTSD가 온다는 반응이 많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고질적인 문제였던 군 폭력, 병영비리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그 동안 “진짜 사나이”, “가짜 사나이”로 군에 대한 프로파간다 혹은 미화가 진행되고, “위아래”, “롤린”의 역주행을 통해 여성 아이돌에 대한 군에서의 성적 대상화마저 ‘군통령’이란 이름으로 미화되던 현 시기에 D.P는 한국의 군대는 낭만적이지도, 의리가 넘치지도 않는 폭력이 얼룩진 현실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 주고 있다.

 

2.

당장 이 D.P의 흥행에 가장 많이 불편함을 보이고 있는 곳은 국방부이다. 문홍식 국방부 대변인은 "일과 이후 휴대전화 사용 등으로 악성 사고가 은폐될 수 없는 병영 환경으로 현재 바뀌어 가고 있다"고 브리핑했고, 한 국군 간부는 조선일보를 통해 “2014년 일선 부대에서 있었던 부조리라고 보기에는 좀 심하며 2000년대 중반 정도 일을 극화한 것 같다”고 불편한 내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작품의 배경이 되는 2014년은 ‘윤일병 폭행 사망 사건’, ‘임병장 총기 난사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고 군 가혹행위 관련 보도가 3787건이나 이루어질 정도로 군에서 일어나는 폭력행위가 집중되어 보도되던 시기였다. 불행히도 군에서 일어나는 폭력 사례는 2021년에도 계속 진행 중이다. 5월엔 공군 성폭력 피해자가 사망했고, 공군 제18전투비행단에선 신병이 전입 온 후 4개월 동안 가스창고에 감금 후 불을 붙이고 집단 폭행했으며, 해군 강감찬호에 속한 일병은 구타, 폭언, 집단따돌림에 시달리다 휴가 도중 극단적 선택을 하였다. 여전히 누군가 원하지 않는 군대에 징병돼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심지어 죽음의 순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방부 대변인과 국군 간부는 드라마 내용에 불편해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끔찍한 현실을 더 먼저 불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우리는 이제 D.P란 드라마를 매개로 단지 문제가 있다고 성토하는 것이 아니라 군대란 왜 존재하며, 도대체 우리에게 군대는 무엇이고 나에겐 어떤 존재인지 스스로 물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군대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적(주되게 북한)에 맞서 나라, 국민, 가족을 지키는 것이 목표이자 자긍심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419 혁명이든, 박정희 시대의 숱한 계엄령이든,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든 정작 ‘지켜야 한다’는 국민들이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인 체제에 맞서 저항할 때 한국 군대는 가장 먼저 총부리를 들이대고 제압하고 심지어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심지어 한국 군대는 2018년 탄핵 정국에선 군사 쿠테타 및 계염령을 시도해서 수백만의 탄핵 목소리를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압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한국 군대는 그 체제가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일지언정 그 체제의 높은 곳에 있는 지배자, 권력자, 위정자의 이익을 위해 얼마든지 시민의 권리는 희생하거나 제압해 왔던 것이다.

 

4.

이런 체제의 수호자인 군대가 그 수호자로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군대 그 자체가 체제의 시스템을 극단적으로 구성되어야 했다. 적나라한 계급 시스템과 억압적 상명하복체제는 군에 징집되는 기간 내내 일상을 옥죄고 통제하게 만든다. 아무리 부당하고 정당하지 않은 임무라도 상관 혹은 선임의 말에 따라야 하고, 그렇지 못할 시에는 가혹한 폭력과 인권 침해가 뒤따른다. 또한 이러한 통제 시스템이 유지되어야 군대가 작동할 수 있다고 믿기에 해당 폭력과 인권 침해를 당한 피해자에게도 암암리에 학습시키며 그 피해자가 또한 가해자가 되어 다른 후임에게 똑같은 폭력과 인권 침해가 이어지게 된다. 바로 이것이 한국 군대에서 군 폭력이 멈추지 않는 근본적 원인이 된다.

 

드라마 D.P에서 흥미롭게 본 것은 황장수의 끔찍한 군 폭력 뒤에 내무반 ‘왕고’인 이정수가 보인다는 점이었다. 로션이 없어졌다고 황장수를 통해 단체 기합을 내무반에서 진행시키고, 황장수와 한호열이 신경전을 벌일 때 “나 드라마 볼 테니까 다들 조용히 있어.” 란 한마디에 황장수와 한호열을 비롯한 모두가 상황 종료가 되는 장면이 그것이다. 드라마에선 황장수의 끔찍한 군 폭력행위가 두드러지게 보였지만, 사실은 그 황장수마저도 이정수를 비롯한 선임에게 군 폭력을 당해 왔던 피해자였다는 것을 상징한다. 드라마에서 조석봉과 안준호에게 후임에게 기합을 주고 폭력을 휘두를 것을 강요하는 황장수도 자신이 계급이 낮은 시절 그렇게 선임들에게 폭력을 학습 받은 바를 그대로 전승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5.

그렇게 한국 군대는 전역을 한 후에도 군복무를 마친 한국 남성이 한국이란 사회 체제에 ‘길들여 지도록’ 사회화 한다. 드라마에서는 온갖 나쁜 짓을 다하던 황장수가 정작 전역하고 나선 편의점 점장이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다시 진열하라는 부당한 요구를 감내하고 온갖 갑질 및 막말을 묵묵히 듣는 을로 회귀하는 것으로 “폭력이란 사회화에 길들여진 전역한 사람”을 보여 준다. 이런 끔찍한 시스템은 계속 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대하고 억압하는 구조가 되고, 그 구조는 아래에서 계속 폭력을 당하던 사람들이 승진을 하거나 입장이 반대가 되면 얼마든지 아래 사람들을 억압하는 구조로 거리낌없이 변하게 만든다.

 

따라서 나는 드라마 D.P를 보고 사람들이 느끼는 PTSD가 단지 본인들이 겪었던 피해의 서사가 다시 떠올라서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인들은 전혀 기억하지 않거나 아니면 기억하더라도 애써 피하고 싶은 다른 현실, 즉 당사자인 내가 상병, 병장이 되었을 당시 다른 후임들에게 했던 가해의 PTSD가 똑같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PTSD가 군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전역 후 예비역이 되든 민방위가 되든 군대에서 겪거나 하고 있는 피해와 가해의 스펙트럼이 실제로 사회 생활에서 지금도 진행되고 있기에 이 현실을 노골적으로 들춰내는 D.P란 드라마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군 복무와는 관련이 없는 여성도 SNS에서 “내 직장 모습과 똑같다.”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군대는 군대만으로 끝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트로츠키는 “군대는 사회가 앓고 있는 온갖 질병을 훨씬 고열로 앓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6.

원작 웹툰 작가이자 드라마 시나리오를 담당한 김보통은 인스타그램에 한 군유족의 사례를 올리면서 “디피는 ‘이제는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만들었다.” 고 적었다. D.P를 보고 국방부나 군 관계자들은 ‘이제는 좋아졌다.’고 여전히 얘기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망각의 유령이 가려 놓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이 ‘망각의 유령’이 극적인 처절함으로 묘사된다. 코고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방독면이 씌어지고 안에 물을 들어붓는 괴롭힘을 당하다 탈영을 한 병사 에피소드의 경우 관련 가해자는 단지 근무지가 바뀌는 것으로 끝나거나, 조석봉 탈영 이후 헌병대장이 자신의 진급에 불리해질까 봐 헌병특임대를 무리하게 투입하며 일을 크게 키우는 극단적인 상황이 묘사되고 애써 내무반에서 일어나는 일에 엮이지 말라고 한호열이 안준호에게 신신당부하는 모습에서처럼 당장 눈앞에 폭력 상황이 발생해도 모른척 하거나 최대한 엮이지 않으려는 모습이 묘사된다. 이 두 사례 모두 드라마의 최대 피해자인 조석봉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조석봉이 자살 시도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만든다. 또한 사건이 끝나고 군에서는 조석봉이 부대 적응을 하지 못했다는 개인의 탓인 것처럼 왜곡, 축소한 발표를 한다.

 

더 끔찍한 것은 현실도 이 “망각의 유령”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오히려 더 끔찍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5월 스스로 세상을 떠난 공군 성폭력 피해자는 남성 상관에게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했음에도 지속적인 신고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고 피해자-가해자 분리는 제대로 되지 않은채 오히려 가해자가 피해자를 자해 압박을 하고, 피해자를 전출시키고 전출지에서도 관심 병사 취급하는 2차 가해에 시달렸다. 공군 제18전투비행단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에 대해선 가해자 조사는 하지 않고 피해자에게만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요구했고, 가해행위 때 사용했던 불에 탄 태극기까지 제출했음에도 가해자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피해자 변호사에게 제대로 통보하지 않아 피해자의 법률적 조력의 기회마저 박탈시켰다.

 

휴가 기간 중 스스로 세상을 떠난 강감찬호 소속 일병은 수차례 함장에게 SOS를 보냈음에도 피해자를 방치하고 가해자와 분리도 하지 않은 채 20일이나 배에 방치하였다. 이렇게 군에서는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해당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려는 것은 고사하고 적당히 묻어 두거나 은폐하려고 하기 일쑤였고, 오히려 피해자를 몰아 세우며 극한으로 떠미는 일이 2021년에도 벌어지고 있다. 국방부도 이 문제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5월 공군 성폭력 피해자의 죽음 이후 군의 인권상황 개선 및 낡은 제도를 바로잡기 위해 구성된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회는 국방부가 군의 사법체계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위원회에서 제안한 “평시 군사법원 폐지”를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군인권보호관에 대한 위원회의 권고를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고,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에 대해 질문을 회피하며 여전히 폐쇄적이고 방어적인 모습을 보임에 따라 위원 6명이 8월 25일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헌병대장 같은 모습이 사실은 우리의 현실에서 더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끔찍한 야만의 현장은 군을 넘어 사회에서도 똑같이 전승된다.

 

7.

이제 우리는 마지막으로 D.P를 통해 확인한 군대와 이어지는 한국의 현실을 변화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해야 한다. 국방부와 군대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만 나오면 도망치거나 숨기거나 왜곡하거나 하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현재의 군사법원은 폐지되어야 하고, 실효성 있는 군인권보호관 설치로 군에 대해 민주적인 통제가 필요하다. 또한 지속적으로 군 문제 발생시 외부에서 감시와 견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군대란 곳에 여성도 징병이 되어 똑같이 고통받아야 한다는 퇴행적인 주장 대신 모병제 전환, 내무반 폐지 등 강제로 군대에 징집되어 폭력을 학습받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국방부에서 “심사”하거나, 현역 복무 기간의 2배 이상을 복무해야 하는 대체복무제도도 현행 시스템도 개혁되어야 한다. 유엔인권위원회가 권장하는 것처럼 양심적 병역거부를 국가가 증명하지 않고 신청시 거의 인정될 수 있어야 하고, 대체복무제 기간도 현역 복무 기간과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군대가 체제 내에서 기능하는 그 고유성 때문에 이런 요구들은 지금도 제대로 관철되지 않는다. 반공주의 등 온갖 체제 이데올로기를 동원하여 해당 주장을 하면 한국이란 나라의 존립을 위협하는 존재처럼 낙인을 씌우고 공격받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꾸준히 이 부당하고도 폭력적인 군대란 조직을 변화하기 위해 계속 투쟁해야 한다. 그것은 군대란 뿌리로 계속해서 부당하고도 폭력적인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는 사회를 변혁하는 투쟁이기도 하다. 우리가 방관자가 되거나 사실상 그 폭력에 우리 또한 휩쓸리게 되는 군대와 사회의 체제를 함께 바꿔 나가자. 드라마의 마지막 대사처럼 "뭐라도 해야지."

 

P.S 1 : 보는 내내 조석봉에게 최대한 이입이 됐었다. 조석봉은 가혹행위, 내무부조리, 폭력, 심지어는 성폭력 등등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온갖 끔찍한 상황을 감내했던 상황, 그 속에서 운동부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빗대어 사람 때리는 것이 싫다며 유도부를 그만 둔 조석봉이 어떻게 광기와 폭력에 휩싸이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줘서 안타까웠다. 그 와중에 아무도 조석봉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이 슬펐다. 한호열이 눈물을 흘리며 “돌아가서 같이 군대를 바꾸자.”는 말에 조석봉은 6.25 때 수통 이야기로 어떻게 바뀌냐고 반박했지만, 동시에 한호열은 조석봉의 힘든 상황에 애써 외면했던 방관자이기에 더더욱 그 말이 와닿기 힘들었을 것이다. 부디 시즌 2에선 생존하길 바란다. 다시 미술학원에서 학생들과 함께 즐겁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고, 그 시스템 속에서 상처 받았던 몸과 마음이 시즌 2에선 제대로 사과 받고 치유 되었으면 좋겠다.

 

P.S 2 : 이번 드라마에서 군대 내 가혹행위에 대해 신고하는 소위 ‘소원수리’와 관련하여 해당 소원수리가 보내지면 그걸 통해 선임이 발본색원하여 관련 신고를 한 후임을 기어코 찾아내 응징하고 괴롭히고 후임이 잘못했기에 선임이 폭력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가스라이팅 하는 사례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시즌 2가 나온다면 그런 이야기도 함께 담아 보면 좋겠다. 참고로 영화 “폭력의 씨앗”에서 소원수리 이후 선임이 후임에게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폭력을 저지르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니 관심 있는 분들의 관람을 권한다. 

 

(기사 등록 202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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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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