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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안산이 쏘아 올린 작은 공과 차별금지법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1. 8. 1.

- 공정사회의 탈을 쓴 집단 괴롭힘에 균열을 내고,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박철균  

 

 

7월 30일 양궁선수 안산이 도쿄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이것이 화제가 되었던 것은 한참 온라인에서 페미니스트니 남성혐오니 하며 금메달을 박탈시켜야 한다느니 등등 온갖 사이버 상 "남성"들의 온라인 폭력이 이루어지는 상황에도 이뤄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사실 안산이 아니더라도 그 이전부터 여성에게 온갖 혐오를 뒤집어씌워서 매장하고 마녀사냥하는 성향은 존재했었다. GS25의 손가락 홍보물이든, 행여나 여성 연예인이 "오조오억"이나 "웅앵웅" 같은 단어를 쓰면 페미니스트니 메갈이니 하며 매타작을 하는 광경은 이미 2021년 상반기에 나타났던 상황이다.

 

해당 손가락 표현은 그 이전부터 쓰이던 관용구이든,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오조오억", "웅앵웅"은 사실은 남성이 다수인 커뮤니티에서 많이 쓰던 표현이든 그 사실은 간과되었다. 관련되어선 모조리 여성이 남성을 혐오하는 것이고, 해당 표현을 썼으니 얘는 메갈리안, 페미니스트이니 처단해야 한다는 집단 폭력으로 이어졌다.

 

이런 성향은 소위 "공정"이란 단어까지 끼워져서 그럴듯한 정의인양 포장되었다. 그러면서 여성이 남성을 역차별한다는 논리, 군가산점 부활이니 여성도 징병제에 포함되어야 한다느니 하는 별의별 이야기가 공정이란 단어로 포장되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이 진정으로 간과되었던 것은 그 "실력"과 "능력"마저도 사실은 남성 중심성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여성의 급여가 남성보다 적은 점, 결혼 및 임신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점, 신체적,언어적,정신적 성폭력에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이 노출된 점은 깔끔하게 제거되었다.

 

그러다 보니 여성이 사회에서 겪는 불이익이 인터넷에 나오면 그 사람은 "과한 사람", "오버하는 사람", "사회생활을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혀서 아무 말도 못하게 하고, 정작 남성에게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말이 나오면 "세상 나쁜 여자", "역차별주의자", "남성혐오주의자"라는 온갖 프레임을 씌워서 집단 폭력을 하기 일쑤였다.

 

안산에 대한 사이버 폭력은 사실은 온라인에서 남성들이 그렇게도 주장하던 "능력주의", "실력주의", "공정사회"라는 것이 얼마나 신기류에 불과했는지 낱낱이 드러났다. 안산은 정작 그네들이 말하는 "공정한 경쟁 및 실력 그리고 능력"으로 좋은 성적을 만들어 냈는데, 공정의 기준이라면 누구보다 환영해야 할 남성들이 능력과 공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페미니스트란 낙인을 씌우며 "능력으로 얻어낸" 메달을 박탈시켜야 한다며 온라인 괴롭힘을 하고 양궁협회에 항의를 하는 등 스스로 불공정한 행동을 일삼았다.

 

그 ‘공정사회’를 이용하여 인터넷에서 지지를 얻으려 했고 정당 대표까지 했던 이준석도 마찬가지다. 한창 GS25의 손가락 홍보 논란 때는 바로 응답해서 기업에서는 뭐 하냐고 힐난하던 이준석은 정작 안산의 부당한 논란에 장혜영 의원이 왜 아무 말도 안 하냐며 질문했을 때 "내가 왜 인터넷 여론에 일일히 응답해야 하냐?"며 비열하게 물타기하며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인터넷에서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커뮤니티와 이준석이 보여준 "공정 사회"는 반년만에 밑천을 드러내고 실체를 드러냈다. 여전히 세상은 남성 중심적이고, 아무리 여성이 그 능력을 발휘하려 해도 남성의 뜻에 거스르면 언제든지 짓밟혀 버린다는 것을 낱낱이 보여 줬다.

 

그러나 "안산이 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금메달을 땄다"로 마무리 되서는 안 된다. 사실 안산이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였기에 광범위한 방어와 연대가 가능했던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안산과 같은 유사한 사례가 있더라도 제대로 방어받지 못하고 연대받지 못했던 사례를 너무 많이 보고 있다.

 

여성 연예인은 부당하게 남성들에게 악플을 받고 욕설을 받아도 머리 조아리며 사과를 하고, 당장 GS25에서 남성들이 매타작을 가했던 그 웹자보의 디자이너는 직장을 잃었다. 언제나 기업이나 주류 정당은 그 주장이 얼마나 차별적이고 비합리적이라도 인터넷의 남성의 이야기만 들으려 했다. 비단 이준석 뿐만 아니라 김남국, 박창진 등 보수 자유 진보를 가리지 않고 안티페미니스트에 합세해서 "남성만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처럼 말하는 경우를 보았다.

 

또한 성소수자는 온오프라인상에서 여성이 당하는 폭력 이상으로 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제대로 된 방어 및 연대가 어려웠다. 특히 트랜스젠더는 남성뿐만 아니라 소위 레디컬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도 부당한 낙인찍기 및 공격을 받았고, 그것이 현실화된 사례가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거부 사건이었다.

 

안산 선수가 폭력을 당하자 너나할 것 없이 부당한 공격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정치인들은 정작 다양한 소수자의 차별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성별,외모,나이,종교 등 우리 사회 모든 차별과 혐오를 거부한다는 이재명은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법 제정에 혐오세력의 눈치를 보고 있고, "우리 모두가 서로를 응원하고 용납하자"며 안산을 응원하던 이낙연은 그 며칠 전에 동성혼은 시기상조라는 자기부정적 발언을 한 바 있다.

 

물론 일관되게 "차별적 공정주의자"였던 이준석은 차별금지법 논의 자체가 두렵다면서 신중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안산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여전히 차별이 만연하고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이 일상처럼 돼있다는 것을 낱낱이 보여 주고 있다.

 

그 공을 우리가 제대로 받아야 한다. 여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가 일상을 "죽고 싶은 맘이 들지 않도록"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함부로 차별하는 말이 권리인양 받아들여지고 그로 인해 차별이 전염병처럼 만연화되는 사회를 고쳐야 한다.

 

그래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 정치인들 당신들이 그렇게 피하고 싶어하는 차별금지법이 왜 필요한지 안산의 사례에서 톡톡히 보았다. 더 이상 말로만 평등을 찾고 공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성별이 어떻든, 직업이 어떻든, 종교가 어떻든, 주거 형태가 어떻든, 장애가 있든 그 이유로 혐오 받는 것이 아니라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실천하라. 그 시작이 차별금지법이다.

 

P.S : 참고로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은 이준석같은 수사도 거부한 채, 외국인이 이번 안산 괴롭힘의 실체며, 안산이 남혐 단어를 써서 그렇다는 등의 말을 꺼내며 최소한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폭력의 편에 합세했다. 마치 여성이 성폭력을 당할 짓을 해서 성폭력을 당한 거라며 2차가해하는 형국과 똑같아서 소름이 끼친다. 거기에 또 다른 소수자인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에서 환멸을 느낀다. 이런 사람들이 주류가 되어서 대변인을 하고 대표를 하며 공정을 읆조리는 국민의 힘은 역시나 답이 없다는 경멸감까지 느껴진다. 

 

(기사 등록 202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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