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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과 보고

그런 "인정" 원하지 않습니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1. 3. 29.

박철균

 

1.

3월 26일 세종에서 한바탕 장애인운동이 투쟁을 벌이고 나서 자정이 다 되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면서 유튜브 댓글이 달렸다는 메일이 달려서 확인을 해 봤다. 장문의 글로 광역버스를 막았다는 것에 대한 악플이었는데, 니들이 이렇게 시민의 발을 볼모로 막았느니, 그런 식으로 투쟁을 하면 인정을 할 수 없느니 하는 글부터 그런 식으로 버스 밑에 들어가 투쟁하니 과격하고 인정할 수 없느니 이러고 있다. 공사에서는 장애인을 고소하겠다는 소문도 들리더라.

 

2.

시민의 발을 볼모로 막았다고 하기 전에 묻고 싶은 말이 있다. 도대체 일상적으로 볼모로 막혀 있는 장애인 이동권은 언제 제대로 보장되는 건데? 어떻게 20년 전에 지하철 선로 내려가서 투쟁하던 때랑 바로 20년 후 현재 도대체 한 치도 변하지 않냐?

 

어떻게 오송역~정부청사~세종시청~대전 주요 거점들은 다 가는 버스노선이 저상버스가 한대도 없어서 장애인은 무조건 환승해야 하는 것이 정당한 사회라고 생각함? 본인들에게 그렇게 가라고 하면 게거품을 물거면서 왜 장애인은 그걸 모두 감수해야 하는 거지?

 

님들에겐 하루의 멈춤이었을지 몰라도, 장애인에겐 1년 아니 10년 아니 평생을 그렇게 이동의 보장 없이 멈춘 시간들이다. 그 멈춤은 단지 님들에게 하루 재수 없는 푸념을 넘어서 매우 고통스럽고 비통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아 줬으면 좋겠다.

 

3.

그렇게 과격하게 투쟁하니 인정할 수 없다는 또 반복되는 이야기에도 기가 찬다. 더 솔직하게 얘기해서 그렇게 말하는 님이 언제는 제대로 장애인에 대해 인정해 본 적 있나요? 그렇게 장애인이 버스 밑에 들어가고 계단에 앉아 쇠사슬을 칭칭 감을 때까지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해서 관심은 1도 있었나요? 자기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오면 비난과 불인정을 새삼 새롭게 하는 척 하면서 사실 실상은 원래 일상에서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를 무시해 왔던 자신의 모습들은 부정하는 것 너무 위선적인 것 아니냐고 되물어 보고 싶다.

 

그렇게 비난하기 전에 그 장애인은 공문으로 요청을 보내도, 얼마나 그 공문이 휴지조각처럼 무시 받고 책임 회피식으로 제대로 들어 주지 않는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솔직히 우리가 왜 우리의 권리를 얘기하는데, 님의 그 알량한 차별과 우월함 가득한 인정을 받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4.

세종교통공사가 고소를 하니 마니 하는 얘기가 들리는 것도 우습다. 그 노선이 관광버스만 다니고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공문을 보내니 세종시는 그 노선은 대전 소속 버스라고 책임 없다고 얘기하고, 대전시에서는 현행법이 저상버스를 운영할 수 없게 하는 구간이 있느니 하면서 남탓만 하고 자기들 책임은 전혀 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뒷짐만 지고 나는 모르오 로 하다가 막상 버스를 막으며 우리의 절규를 나타내니 고소 드립을 하신다고요? 이제 와서 우리 시스템을 하루 막았으니 고소하시겠다고요?

 

부디 그 얘기가 내 귀에 잘못 들리는 루머이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정말 고소한다면 당신들은 대중교통을 운영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5.

장애인의 여전히 계속되는 이동권 투쟁에 손가락질 하고 비난하기 전에 생각했으면 좋겠다. 서울시 곳곳에 계속 생기고 있는 지하철 앨리베이터, 저상버스는 산타처럼 누가 던저 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앨베, 저상버스 하나하나가 그것을 얻기 위해 장애인 당사자가 바닥에 눕고 쇠사슬을 차고 휠체어로 막고 때로는 그로 인해 벌금 폭탄을 맞더라도 이를 감수하며 절규했던 산물이라는 것을....

 

그리고 장애인의 투쟁 속에서 만들어진 그 앨베, 그 저상버스... 당신이 몸이 않 좋을 때 함께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아직도 답이 없는 지역의 이동권을 향해 투쟁하는 장애인에게 함부로 손가락을 놀리며 비난하지 말길 바란다. 우리 모두 차별과 배제 없는 세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장애인 운동에 모두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

 

6.

다시 바닥에 눕고 쇠사슬을 찼던 동지들의 사진에 오늘 밤은 잠이 잘 오지 않을 것 같다.

 

(기사 등록 202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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