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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과 보고

삼성은 강남역 철탑 위의 김용희를 죽일 셈인가?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9. 7. 27.

전지윤

 

  

노동탄압과 인권유린에서 아베와 다를 바 없는 삼성 이재용

 

김용희 동지 단식 46일차, 고공농성 39일차인 날에도 많은 분들이 강남사거리에 모여서 김용희 동지를 응원하며 촛불을 들었다. 특히 하루가 아니라 한시간이라도 빨리 내려와서 단식을 끝내지 않으면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가해질 꺼라는 인의협 활동가의 발언에 모두가 안타까움과 아픔을 함께 했다.

 

그런데 끝나고 애니카화재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제 삼성은 애니카화재 노조의 뒤통수를 치며 배째라로 나왔다고 한다. 요구를 다 들어주겠단 약속에 컨테이너 농성장을 치웠던 노동자들에게 아무것도 들어줄 수 없다는 태도로 나왔다. 그리고 구청은 농성장을 다시 치지 못하게 그 자리에 대형화분을 갖다놓았다.

 

이렇게 뒤통수를 치고 김용희 동지에 대해서도 죽든말든 나몰라라하는 태도는 최근에 이재용의 일본 방문 이후 강화됐다는 게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언론은 지금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이재용이 구원투수로 나섰다며 심지어 이순신운운 한다. 정부는 화학물질 규제완화 카드까지 꺼내 삼성을 돕겠다니, 이재용이 비판과 처벌 걱정을 내려놓을만하다.

 

일제식민통치와 대동아전쟁을 시초축적의 발판으로 삼았던 삼성이 이제 반일감정을 이용해 이득을 얻고있다는 역설은 고약하다. 그래서 지금 일본에 맞서, 국익을 위해, 국민적 단결이 필요하고 한 목소리를 내자는 식은 불편하다. 섬세하지 않으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여기서도 타당하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극단적 노동착취와 인권유린을 당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정부가 사과, 반성, 보상하지 않으려는 것에 있다. 그 오랜세월의 절절한 외침을 외면하는데 있다. 이미 오래 지난 일이고 사과도 했었다? 잘못한 것은 없지만 힘들었으면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냐? 언제까지 지나간 일로 발목을 잡을 것이냐? 전형적인 가해자들의 논리이고 마인드이다.

 

사과와 반성은 언제까지만 요구할 수 있다는 시효가 있을 수 없다. 사과했는데 왜 또 그러냐면서 피해자를 공격하는 것은 반성한 적이 없다는 증거다. 시효, 절차, 외교, 국제사법재판소까지 복잡하게 따질 것 없다. 일제식민통치와 전쟁의 피해자들은 진정성있는 사과와 반성,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고 그것이 정의다. 또 그래야 앞으로 다시 같은 역사적 비극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이 빠진 1965년 한일수교는 첨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

 

가해와 피해는 교차하고 복잡하다는 말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는 말이 아니다. 가해자는 일본제국주의고 그것을 계승해서 재무장으로 나가는 아베 정권과 일본의 권력자들이고 피해자는 조선과 일본의 민중들이었다. 일제시대를 통해 자본축적에 성공하고, 한미일 동맹 속에 권력을 유지해 온 삼성과 한국의 권력자들은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

 

강대국들의 각축 속에 동아시아가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 민족주의를 완전히 기각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필요한 것은 반제국주의적이고 계급과 젠더를 포괄하며 국제연대를 추구하는 열린 저항적 민족주의다. 제국주의와 전쟁에 대한 거부감에서 평화와 인권, 정의를 바라는 정서는 강제징용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아베정권만이 아니라, 노동탄압과 인권유린을 지속하는 삼성과 이재용에게도 향해야 한다.

 

김용희 동지는 더 이상 날개없는 인간새가 아니다

 

아베와 일본제국주의가 70년 전에 저지른 노동착취, 인권유린, 전쟁범죄에 대해서 사과하고 배상해야 한다면, 일제시대에 시초축적을 시작한 삼성도 지금까지도 계속 저지르고 있는 온갖 노동착취, 인권유린, 범죄행위 들에 대해서 사과하고 배상해야 한다.

 

지금 이 나라에서 친일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심각하고 큰 문제는 친삼성이다. 언론, 정부, 사법부, 정당, 정치인 모두가 삼성의 눈치를 보고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다. ‘친일에는 그나마 정치권에서 차이라도 있다면 친삼성은 별로 차이도 없다.

 

해고노동자 김용희 동지가 지금 50일이 넘게 단식고공농성을 하고 있는데, 정말 오늘 당장 비극적 소식이 전해져 와도 놀랄 것이 없는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 아직까지 그 농성장에 찾아와 보는 주류 정당이나 정치인 하나도 없다는 게 무엇을 말하는가?

 

삼성과 이재용이 모든 사람들이 뻔히 지켜보는 와중에 심지어 살인을 저질러도 감히 나서서 말리거나 쓴소리를 하지 못할 정도의 지경으로 이 나라의 기성체제가 작동해 가고 있다는 뜻이다. 생명, 인권, 노동권보다 반도체, 경제, 성장이 위에 놓여 있다.

 

그래도 며칠전 청와대 앞 기자회견과 저녁 촛불집회에 참가하면서, 모인 사람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김용희 동지의 투쟁은 이미 이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용희 동지의 그 오랜 외롭고 끈질긴 투쟁은 이 삼성공화국에서 이재용이 꽁꽁 숨겨놓고 입을 막아놓았던 진실들이 마침내 세상에 나오고 알려지게 만들었다.

 

그 진실이 차마 믿기 힘들 정도로 끔찍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그것을 믿고 바다 건너 해외까지도 퍼나르고 있다. 올해 초에 김용희 동지가 청와대게시판에 글을 올렸을 때만 해도 연명한 사람은 10명이 채 안됐는데, 이제는 그 수천 수만 배의 사람들이 김용희 동지를 지지해 이름을 올리고 지지금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김용희 동지의 목소리는 이제 더 이상 고립된 혼자만의 외침이 아니게 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외치는 커다란 함성이 됐다. 이제 언론도 삼성도 정치권도 더 이상 못 들은 척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김용희 동지가 오른 20미터 철탑이 그 옆에 우뚝 솟은 저 화려한 삼성본관보다 더 멋지고 힘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김용희 동지는 더 이상 날개없는 인간새가 아니다. 김용희 동지를 믿고 지지하고 함께하겠다고 약속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김용희 동지와, 철탑 밑에서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삼성중공업 해고자 이재용 동지의 스피커가 되고 발이 되고 날개가 될 것이다. 삼성과 이재용을 향한 더욱 더 절실하고 중요한 투쟁을 함께 만들어 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용희 동지가 반드시 우리 곁에 있어야 한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 덕분에 지난 50일이 가장 행복했다는 김용희 동지가 이제 하루빨리 우리 곁으로 내려와서, 든든히 밥을 챙겨먹고 다시 기운을 차려서 그 투쟁에 앞장서줄 것이라고 절실하고 간곡하게 믿고 기다린다.



 


● 더 이상 외롭게 외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줘야

 

얼마전 김용희 동지가 52일째 단식고공농성 중이고, 물과 소금과 진료도 거부중인 곳에 사다리차로 올라갔다 왔다. 올라가서 보니 정말 비좁고 열악하고 높고 어지럽고 김용희 동지의 상태는 처참했다. 그럼에도 김용희 동지는 놀라운 정신력과 투지를 유지하고 있었다. 같이 올라간 소방관에게 나 때문에 고생한다. 고맙다고도 했다.

 

삼성과 이재용에 대한 분노는 더 강해져 있었다. 이 지경에도 꿈적않는 삼성에 모든 걸 던져 싸우기 위해 물과 소금, 진료도 거부하는 거라고 했다. 내려오니까 바로 사복경찰이 와서 어떠냐, 생각의 변화는 없냐고 물었다. 그건 삼성과 이재용에게 가서 물어야 한다.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생각이 없냐고 말이다. 여전히 김용희를 죽일 생각이냐고 말이다. 문정부에도 옆에서 방관할 거냐고 물어야 한다

 

김용희 동지의 투쟁은 이미 많은 사람을 변화시켰다. 순식간에 2천여명과 300여개 단체가 연서명해서 어제 지지선언을 발표했고, 대책위도 만들어졌다. 작가회의 분들이 매일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고 향린교회 분들이 매일 기도회를 열고 있다. 과천철대위, 삼성중공업 해고자 이재용, 기아차판매 해고자 박미희 동지가 하루 종일 철탑 밑을 지키고 있다.

 

이제 이런 지지와 연대를 기반으로 김용희 동지의 투쟁은 새롭고 더 강력한 투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국제적인 문제이기도 한 삼성의 노동탄압과 인권유린의 진상을 밝히고 처벌하는 정말 중요한 투쟁으로 말이다. 김용희 동지는 생생한 진실을 고발하고 사람들을 조직, 선동하는 필수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삼성이 가장 우려하는 방향일 것이다.

 

김용희 동지가 그런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곳으로 와야 한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와야 하고, 진보정당의 대표와 의원들이 와야 한다. 그리고 철탑 밑의 연대 농성과 집회로 모여야 한다. 앞으로 우리가 같이 싸울 것이라고, 더 이상 외롭게 혼자 외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줘야 한다



(기사 등록 2019.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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