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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코로나 시대의 낮은 목소리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0. 10. 24.

주윤아(성평등 민주주의를 꿈꾸는 교육노동자)

 

[<인권연대>(http://hrights.or.kr/gasi/?uid=12768&mod=document&pageid=1)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Post-COVID19)를 말하기보다는, 위드 코로나(With COVID19)로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들 말한다. 어디를 가도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마스크가 마치 일상복처럼 되어 버린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의 약 열 달을 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우울(corona blue)과 분노(corona red) 등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처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모두의 안타까움을 받고 있는 이들이 있는 반면, 고충을 호소하는 다수의 요구에 파묻혀 작은 목소리조차 내기 어려워 세심히 살피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이들도 너무 많다.

 

환자를 돌보다 1주일에 3명꼴로 감염되는 간호사들

 

지난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9개월간 코로나에 감염된 의료인력 159명의 감염자 중 간호사가 101명으로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감염 경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연히 오랜 시간 환자 곁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업무가 다른 의료 직종에 비해 감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그 중 확진자를 치료하는 음압병동 등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가장 취약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장기 근무는 기본이고, 충분한 휴식 시간도 보장받지 못하는 등 간호사들의 노동 여건과 안전 문제는 개선될 기미가 없다.

 

우리는 병원에 보이는 영웅인 의사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간호사를 비롯해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약사, 행정사무연구직, 시설관리, 영양사, 조리, 청소, 정신보건전문요원, 기술 기능직 등 60여 개의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와중에 여전히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하는 내용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YG 엔터테인먼트는 그간의 관행을 반성하고, 전 세계의 대중문화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으로서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스크 장벽으로 세상이 사라진 청각 장애인들

 

카페에서 어느 청각 장애인이 종이와 펜을 이용해 주문을 하려는데 전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자 점원이 짜증을 부려 결국 커피를 사지 못하고 돌아갔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사람들의 입모양을 읽거나 표정을 관찰하여 의사소통을 하는 청각 장애인들은 올해 마스크라는 새 장벽으로 인해 그나마 세상과 소통하던 방법이 차단되어 버린 것이다. 난청이 있는 사람들도 마스크를 귀에 걸쳐 쓰거나 벗다 보면 보청기가 빠져 곤란을 겪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비장애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며 느낀 불편과 답답함을 토로하는 동안[각주:1] 청각 장애인들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며 세상이 180도 달라졌다고, 아니 세상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당사자인 청각 장애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으로 그들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움직여야 한다. 문제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이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도구(종이와 펜, 스마트폰의 노트 패드 기능 등)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이용할 인내심을 모두가 발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중앙부의 입이 보이는 투명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청각 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모두가 이를 사용하기도 어렵다. 비단 마스크를 쓰는 기간만이 아니라 언젠가 마스크를 벗게 된 이후에도 청각 장애인에게 입모양을 정확히 발음해 주고, 눈을 맞추며 손짓이나 몸짓 등 비언어적인 표현 방법을 동원하여 그들과 의사소통을 하려는 열린 태도가 가장 필요한 것이다.

 

어제보다 늦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한 택배노동자 아들

 

대통령이 배달 노동자를 비롯한 필수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약속한 지난 8, 40대 택배 노동자가 배송 중 갑자기 쓰러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0년 경력의 택배기사인 그는 매일 오전 630분에 출근해 밤 910시에 퇴근하며 하루 평균 400여 개의 택배를 배송했다고 택배연대노조는 설명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업무 관련해 (과로사로 추정)사망한 택배 노동자는 현재까지 8명이고, 배달이 늘어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에 과속하게 되니 이륜차 교통사고도 전년 대비 1.0% 증가했으며, 특히 사망사고도 6.3% 증가했다고 한다. 게다가 확진자가 많이 나온 지역에서 배송을 하기도 하고, 자가격리하는 이들에게도 배송을 완료해야 하므로 안전을 위협받는 것은 물론이고, 대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집 앞에 택배를 두고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실 관련해서도 기사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는 택배 노동자들의 생필품 택배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며 코로나19 예방의 숨은 영웅이라는 칭송을 늘어놓고 있지만 정작 감염병이 일상이 된 시대에 발생하는 다양한 사고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 실질적 대책은 여전히 마련하지 않고 있다




 

평균 연령이 점점 높아지는 고령 여성 요양 보호사들[각주:2]

 

보건복지부 등의 자료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숫자는 꾸준히 증가했고, 요양보호사의 평균 연령도 올해 59.6세까지 높아졌으며 성별로 살펴보면, 여성이 94.9%를 차지해 여성 편중 현상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코로나 시대에도 돌봄의 공백은 역시 엄마나 딸의 무급 노동이나 또 다른 여성들의 저임금 노동으로 촘촘히 메워지고 있다. 그러나 돌봄노동은 사랑과 희생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포장되어 실상은 보이지 않는 그림자노동으로 평가절하되어 왔고, 설상가상 돌봄대상자에게 언어와 신체적 폭력 및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본 경우도 적지 않다.

 

돌봄요양노동자 권리선언문에 따르면 4대 보험과 노동에 따른 적절한 임금 및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경력을 통한 임금상승효과도 미비하다. 또한 돌봄대상자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이들은 당연히 감염에 취약할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방역 물품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돌봄을 복지정책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그 업무와 역할을 장애인활동도우미, 요양보호사, 학교의 돌봄전담사 등이, 그 중에서도 특히 중·노년층 여성들이 주로 담당해왔지만 응원과 감사만 전할 뿐 이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관계부처의 정책적 노력은 부족하다. 이 세상어느 누구도 돌봄의 수혜없이 자라날 수 없기에, 돌봄의 위기는 감염의 위험 이상의 국가적 재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돌봄이 중심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돌봄노동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힘들게 살았던 이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한편, 코로나19 이전부터 열악했던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비춰보고, 그 안의 또 다른 사각지대까지 찾아내어, 늘 약자로 살고 있는 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는 전환의 시기로 만들어 가야 한다


(기사 등록 2020.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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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코로나 시대에 청각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https://blog.naver.com/hanjm97/222067033777 [본문으로]
  2. ‘고령 여성’이 돌보는 대한민국…요양보호사 평균 59.6세(2020.10.06. 참세상)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5399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