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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개정 동물원수족관법이 동물원을 온전하게 만들까?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0. 10. 15.

개정되는 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원을 온전하게 만들 수 있을까?

 

최태규

 

[네이버 포스트 최태규의 동심보감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온라인상의 무분별한 야생동물 판매 
- 출처: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https://www.facebook.com/projectmoonbear

 


동물원에서 기르던 동물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동물원을 즐겨 찾는 사람들은 동물원에 살고 있는 동물들과 사적으로 아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동물들이 어느 순간 사라지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고 동물이 살던 곳에서 없어진다. 섭섭하고 불안한 경험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속하지 않는 동물이라면 사라진 동물을 찾아볼 길은 없다. 동물원에서 어떤 동물을 어떻게 기르고 있는지 아무도 규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수많은 야생동물이 수입되고 길러지다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죽는다.

 

21대 국회에서는 모처럼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동물원과 관련한 입법에 관해서는 그렇다. 국회의원 간 경쟁이 붙은 듯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개정안을 속속 내고 있다. 발의된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동물원·수족관을 현행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체험 행사를 제한하자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의 내용이 충분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등록만 하면 누구나 동물원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던 시대가 끝나간다는 기대가 생긴다. 동물원 허가제를 위해 애써온 활동가들의 공이 가장 크다.

 

2016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하 동물원수족관법)이 통과될 때에 이 법은 누더기가 되다 못해 껍데기만 남았었다. 개설 허가심사, 동물쇼 금지, 동물 폐사 및 질병 보고 등 핵심 내용이 모조리 사라져버렸다. 한국 동물원 역사 100년이 넘도록 동물원에 관한 법이 없어서 야생에 잘 살고 있는 동물들을 붙잡아 오고, 붙잡는 과정에서 숱하게 죽고, 동물을 기르다 죽으면 잡아먹기도 하는 야만적인 세월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동물원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법이 생겼다는 위안만 억지로 해야 했다. 동물보호단체들과 몇몇 국회의원이 수 년에 걸쳐 마련한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이름만 남기고 내용이 날아갔다.

 

어쩌다가 응당 법이 갖추어야 할 내용이 다 사라지게 됐을까? 동물원과 수족관 업계에서 기를 쓰고 반대했기 때문이다.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이하 카자 KAZA)를 위시하여 동물원과 수족관들은 국가가 동물원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관리하는 법안에 결사항전했다. 카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원과 수족관들이 소속되어있는 단체다. 그 안에서 다시 공영기관과 민영기관으로 나뉜다.

 

공영기관은 서울동물원, 청주동물원 같은 공영동물원이 포함되고, 민영기관은 에버랜드, 한화아쿠아리움 같은 대기업 소유의 동물원과 수족관들이다. 동물원수족관법 저지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자연스럽게도 민영기관들이었다. 당장 동물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었고, 만약 엄격한 허가제가 도입된다면 문을 닫아야하는 곳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민영기관의 대표가 카자 대표까지 맡아서 로비를 했고, 동물원수족관법을 무력화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그 결과 2016년 이후 수많은 실내동물원과 이동식체험동물원, 야생동물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나 개업과 폐업을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죽은 동물의 수는 아무도 모른다. 그 동물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죽어갔을지는 더욱 기록에 남지 않는다. 그런 시설들이 관람객들에게 미쳤을 영향까지 생각하면 아득하다. 공개적으로 야생동물을 건물에 가두어 기르고 대중에게 만지게 하고 셀카의 도구로 사용하도록 했다. 아이들이 배운 것은 멸종위기야생동물의 서식지보호나 동물의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인형을 집 앞 상가건물 지하에 가면 실컷 즐기다 올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동물보호단체만 애가 닳아 동분서주하는 시간이 4년 지났고,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카자에서는 동물원 허가제나 검사관제도 등 동물원수족관법의 개정을 인정하고 따르자는 분위기다. 결사항전하던 수족관들은 카자와 무관하게 따로 수족관발전협회를 만들었다. 이들은 수생 생물의 특수성을 언급하며 동물원과 수족관의 관리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은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와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계과가 함께 소관하고 있는데, 육상동물에 초점을 맞춘 동물원 가이드라인을 수족관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족관에는 수생생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온갖 육상 동물도 함께 전시한다는 점에서 이는 솔직하지 못한 이야기다. 어떻게든 동물을 이용한 이윤창출에 손실을 입지 않겠다는 의지다. 물에 사는 동물을 생태계의 일원이라기보다는 자원으로만 보는 해양수산부의 관리를 받으며 동물을 위해 지출해야할 비용을 줄이겠다는 심산이다. 해양수산부도 동물복지에 대한 감각이 없고 수족관 업계의 민원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거스르는 자들은 늘 존재한다.

 

안타까운 소식은 또 있다. 동물원과 수족관이 허가제로 바뀌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동물원들(아마도 실내동물원 일부)은 문을 닫아야 하고 그 곳에서 기르던 동물도 어디론가 가야한다. 환경부에서는 공영동물원 몇 개를 지정해서 그런 동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그런데 기획재정부에서 환경부가 올린 동물보호시설 예산을 삭감해버렸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야생동물검역 체계의 허술함이 드러났고, 그에 대한 대비도 거점동물원을 정해 하려고 했으나 역시 예산이 통과되지 않았다. 모처럼 환경부가 앞으로 나아가려는데, 기획재정부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일단 생소하니 예산을 삭감한 것 같다.

 

다양한 의견이 들린다. 상식적인 수준에도 못 미치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에 입법의견이 수두룩하게 달리는데 읽어보면 가관이다. 야생동물을 기르고 싶은데 국가가 못 기르게 할 권리가 있냐는 투정이 다수다. 야생동물을 수입하고 번식시켜 판매하는 사람들, 혹은 그와 관련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다시 동물원 역사의 진전을 막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야생동물을 기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애완용 양서류, 파충류 시장이 꽤 커져버렸지만 지금이라도 야생동물로 장사하는 산업을 기르겠다는 생각을 말려야 한다. 장난감 팔 듯 팔려나간 그 많던 이구아나는 다 어디로 갔을까? 50년씩 사는 거북을 50살까지 길렀다는 사람을 자주 보기는 어렵다.

 

동물원이나 수족관도 마찬가지다.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산업은 결코 야생동물의 보전이나 대중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없다. 적어도 비영리단체는 되어야 온전히 동물을 보호하고 전시하며 생태계 보호까지 역할을 할 수 있다. 올해 동물원수족관법은 어떻게든 개정이 될 것이고, 이 개정안으로 실내동물원들이 망할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오히려 코로나19가 야생동물전시산업을 망하게 해서 동물들을 죽음에서, 혹은 죽음으로 구하고 있다. 정부가 할 일은 이렇게 낮은 수준에서라도 야생동물 전시 산업을 규제하고 그에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조달하는 것이다.  


(기사 등록 202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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