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코로나19 이후 - 회귀가 아닌 새로운 삶 상상하기

주윤아(성평등 민주주의를 꿈꾸는 교육노동자)

 



 

[<인권연대>(http://hrights.or.kr/gasi/?uid=12418&mod=document&pageid=1)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코로나19가 그 어느 시기보다 빠르게 세상을 바꾸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신규확진자와 집단 및 지역감염이 줄지 않고 예측 불가능하여 공포와 불안이 일상을 잠식하였다.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고 있지만 온전히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탄력적으로 근무 시간을 조정하거나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을 하다 보니 새로운 일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실천으로 모임과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노동과 소비 패턴이 달라졌다. 출근이나 불가피한 외출 시 늘 마스크를 착용하니 꾸밈 노동에서 온전히 해방되는 자유로움도 맛보게 되고, 모임을 하지 않으니 친목에 들어가는 비용 대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식료품비나 생필품 비용이 늘어난다. 집 안의 쌀이 날로 푹푹 줄어드는 드문 경험을 했다고도 이야기하기도 한다.

 

TV가 없는 우리 집은 저녁 식사 이후 핸드폰 사용을 자제하려고 수년 만에 온 가족이 카드 게임에 끝말잇기도 하는 등 낯선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임노동이 줄어든 자리에 가사와 돌봄 노동이 늘어나 새삼 그 고됨과 귀함을 깨닫기도 한다. 지인들에게서 이전에 외출과 모임이 잦고 불필요한 소비 생활도 적잖았다는 말도 들려온다. 그러나 여유 속에서나 가능한 이런 반추와 성찰은 일부에게만 주어지는 여유와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에도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이전과 다름없이 생활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 생계유지조차 곤란해진 사람들이 있다. 학원 강사를 하는 친한 선배는 1달 이상의 휴원으로 수입이 정확히 ‘0이라고 전했다.

 

매출 감소와 휴업 등으로 폐업과 실업의 위기에 직면한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 집단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들, 가장 위험한 곳에서 마스크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던 간병인들, 폭주하는 물량에 과로와 죽음에 내몰린 배송노동자들, 가가호호 방문하며 일하는 학습지 교사, 안전의 사각지대에서 희생만을 강요받는 긴급돌봄전담사 등 경제적 취약 계층과 특수 고용직 노동자들의 생존 기반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마스크 대란으로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시행하는 공적 마스크 판매, 일명 마스크 5부제도 다른 경로로 마스크 구매가 어려운 고령층이 줄 서 있는 경우가 많고, 건강보험가입 조건이 안 되는 이주민은 공적 마스크 구입과 의료 서비스를 받기도 어렵다. 얼마 전 일본 사이타마시의 조선학교 유치원 마스크 배급 제외소식에 일제히 차별철폐의 목소리를 높였던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또 초기부터 최근까지 대량 확진자가 나왔던 집단감염지인 폐쇄병동과 요양병원의 경우다. 폐쇄병동의 경우 외부와는 철저하게 격리되어 있지만 병동 내의 열악한 집단생활 및 위생관리 등으로 감염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요양병원 역시 면역력이 약한 고령의 환자들이 밀집된 위험한 공간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돌봄이 중단된 장애인들의 요즘 삶은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도 않고 있다. 직접 감염되지 않아도 바이러스의 여파만으로도 생존을 위협받는 이들의 삶을 직시하고 우선으로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근간이 무너져 회복이 어려울 것이다. 최근 긴급재난지원금이나 재난기본소득 지원이 결정된 것은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운 일이다.

 

백신 개발이 요원한 지금 코로나19가 언제 극복될 것인지, 과연 극복되기는 할지 아무도 모른다. 극복의 방법은 불확실하지만, 전 세계에 닥친 이 재난의 배경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있다는 것은 익히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의 삶의 형태로 똑같이 돌아갈 것이 아니라 국가와 정부는 무분별한 개발과 성장을 지양하고, 무한한 소비 욕망을 경쟁하듯 키워온 개인들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방향으로 삶의 발걸음을 돌려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 방향에 대한 논의를 나중이 아닌 지금 당장 해야 한다. 지금이 아니면 어쩌면 내일은 없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10년 전 개봉했던, 코로나19를 판박이처럼 예견한 영화 <컨테이젼>을 찾아보았다.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 똑같이 재생되는 영화 장면에 가슴이 옥죄어 오고, 다 보고 나서는 경각심과 두려움이 더 커졌다. 영화의 스토리가 끝난 후 마지막에 바이러스 발생 배경으로 보이는 장면들이 부연 설명 하나 없이 물 흐르듯 나오는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코로나19 뿐만이 아니라 또 다른 악성 바이러스의 탄생과 창궐을 막을 수 있는 예방백신은 바로 지금 우리 인간의 선택에 달렸다.

 

(기사 등록 20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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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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