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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공무원연금 개악말고 공적연금 확대하라”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4. 9. 24.

정기혁

 

[아래 글은  내가 9월 22일 오전 한국연금학회가 주최한 공무원연금 토론회를 무산시키는 행동에 참가하고 나서 오후에 돌아와서 동료 공무원들에게 보낸 글을 일부 수정·보완한 글이다. 이 글을 읽고 몇몇 직원들은 고생했다고 격려해주기도 하고, 오는 111일 공무원총궐기 참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분노의 정서를 공유하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글이라 논리적이기 보다는 다소 글이 산만하고, 중언부언하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22일 한국연금학회(이하 학회)가 주최한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오전 10시로 예정되어 있던 토론회 장소에 시작하기 1시간 전에 도착하였음에도 이미 600석의 좌석이 전국에서 온 공무원조합원들로 가득 찼습니다.


처음으로 구체적인 개악안이 나온 것인데다 더 이상 개악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최악의 안이 나온 것이어서 참석자들은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야유와 함성으로 토론회 패널들을 맞이하였습니다.


행사가 시작하려 하자 공노총(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의 상층 간부는 토론회를 듣고 나서 대응하자고 주장하며 토론회장을 조용하게 만들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 조합원 등은 그러한 움직임에 고함과 야유를 퍼부으며, 단상을 점거하진 않았으나 구호와 함성 등으로 도저히 토론회가 진행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결국 토론회는 무산되었고, 이는 정부에게 공무원들의 분노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서 나왔다시피, 학회가 제시한 안은 공무원연금의 공적연금의 기능을 상실케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학회가 제시한 안에 따르면 연금 부담은 43% 늘지만 연금 급여는 34% 줄어듭니다. 이렇게 되면 수익비가 기존 2.4에서 1정도로 떨어집니다.


다시 말해 1만원 내면 기존에는 24천원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1만원 밖에 못 받는다는 얘기입니다. 용돈연금 수준으로 떨어진 국민연금 수준조차 수익비가 평균적으로 1.7가량 됩니다.(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성격이 있어 소득수준에 따라 수익비가 다릅니다.)


사적연금의 수익비는 대략 0.8정도입니다. 이번 연금안에 따르면 국민연금보다도 훨씬 낮은 수익비일 뿐아니라, 사적 연금처럼 낸만큼만 돌려받는 구조로 바뀌게 됩니다. 이뿐만 아니라 수급연령도 2010년 이전 임용자의 수급개시연령을 2025년 퇴직시부터 단계적으로 연장하여 2033년 이후부터는 65세로 조정됩니다.


곧 은퇴하실 분이나 퇴직하신 분들의 연금도 사실상 삭감됩니다. 현재 물가인상률만큼 수급액이 매년 인상되어 왔는데 이번 안에 따르면 물가인상률-α 만큼 인상이 되기 때문에 실질연금 인상률은 마이너스가 되어 매년 연금이 깎이는 셈이 됩니다. 여기에 재정안정화 기여금까지 납부하면 수급액은 더 줄어들 것입니다.


이 밖에도 이번 안에는 무수히 많은 장치들을 제시하여 공무원연금의 재정건전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하향평준화

 

공무원연금은 낮은 임금과 각종 권리로부터의 배제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강합니다. 안행부의 통계에 따르면 민간 대비 공무원의 임금이 84.5%에 불과합니다. 노동을 하면 노동에 대한 대가, 즉 임금에 대한 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처럼 연금 역시 우리 공무원들의 임금의 일부이고 청구할 정당한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현재 공무원연금 적자는 정부의 낮은 부담률과 아이엠에프 당시 구조조정에 따른 연금 수급권자의 조기 퇴직 등에 따른 것이므로 정부에서 책임져야 할 문제이지 공무원들이 감내해야 할 것이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티끌만한 권리도 허투루 얻어졌던 적은 없었습니다. 공무원의 경우만 보더라도 공무원의 단결권과 제한적인 단체협상권은 수만 명의 공무원 노동자의 파업과 집회, 그리고 수많은 활동가들의 구속과 해직으로 얻어낸 권리였습니다. 이렇게 권리를 쟁취하는 것도 어렵지만, 가지고 있는 권리 역시 힘을 모아 쥐고 있지 않으면 강탈합니다. 이는 최근 박근혜 정부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무원연금을 개악하려는 움직임에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권리를 송두리째 뺏길 것입니다. 95년 이래 공무원 연금은 세 차례 개악되어 왔습니다. 그렇게 개악되어서 빼앗길 것도 별로 없는데도 더 내놓으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는 참아서는 안 됩니다.


더 이상 개악안 자체가 언급되는 일이 없도록 이번에 쐐기를 박아야 합니다. 더군다나 이번 개악은 친보험회사 단체가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은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연금제도 전반을 손대어 공적연금을 약화시키려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노인빈곤율이 50%에 달하여 OECD국가 중 가장 높습니다.(OECD 평균 13%)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공무원연금 축소가 아닌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확대가 필요합니다. 지금 개악안처럼 공무원연금의 수익비가 국민연금보다 못하게 되면, 다음은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의 기준에 맞춰 하향평준화 시킬 것입니다.


오는 111일 서울에서 100만 공무원 총궐기가 있습니다. 이 집회에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인과 가족도 참여하시면 좋습니다. 물론 이 행동만으로는 공무원연금 개악을 막을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이 그토록 반대하는 철도와 의료 분야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을 보면 이번 공무원연금 개악 역시 공무원들의 반발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추진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럴 경우 집회보다 더 높은 수위의 투쟁방안도 제시될 수 있습니다.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위해 향후 투쟁 일정에 관심과 동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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