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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의 혁신

사회변혁의 전략 논쟁3 - 사회주의로 가는 어떤 길인가?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9. 10. 27.

[근래 미국 좌파진영에서는 사회변혁의 전략에 대한 매우 흥미롭고도 중요한 논쟁들이 벌어지고 있다. 여성차별, 인종차별, 환경파괴 등에 맞서는 다양한 운동들의 성장, 노동자 파업 물결의 부활, 버니 샌더스와 민주적사회주의자들(DSA)의 급부상 등이 이런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치열한 논쟁 속에서 러시아 혁명에 대한 재평가, ‘레닌주의적 사회변혁 전략의 타당성 등도 중요한 논점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와 관련된 글들을 계속 번역, 소개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에는 올해 미국에서 열린 역사유물론’(Historical Materialism) 컨퍼런스에 벌어진 논의를 지면으로 옮긴 글을 번역해 소개한다. 발표자 중에 한 명인 에릭 블랑(Eric Blanc)DSA 소속의 사회주의 이론가이자 활동가이고, 찰리 포스트(Charlie Post)는 미국의 극좌파 단체인 연대’(Solidarity)에서 오래동안 활동해온 사회주의자이며 학자이다. 이것은 이 기사의 후반부이다. 전반부에서 이어진다.(번역 - 두견)]

 

 

출처:

https://www.jacobinmag.com/2019/07/socialism-revolution-electoral-politics-mass-action

 

 1917년 러시아 혁명 


에릭 블랑:

 

솔직히 말해서 지금 찰리가 레닌주의자들을 상대로 한 나의 주요한 정치적 도전에 대해 응답한 것 같지는 않다. , 어떤 식으로든 민주적으로 선출된 노동자 정부가 없는 상황에서 혁명적 파열의 지점에 이를 수 있는 대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사실, 당신의 모든 시나리오는 자본주의와 결별에서 선거의 중심성에 대한 나의 주장에 기초했다. 그러니까 내 주장에 동의하든지 아니면 여기에 혼란이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반자본주의적 단절에 대한 당신의 모든 묘사는 자본주의 국가 내에서 노동자 정당이 정부에 선출되는 상황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반혁명 및 반민주적 국가기구들을 물리치기 위해 대중행동과 아래로부터 권력 기관이 필요하다고 당신이 설명한 많은 것들에 동의 못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묘사한 모든 것은, 이 나라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현재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권위로 간주하고 있는 정부 기구에 노동자 정당이 선출되는 맥락 속에서 정치적 정당성과 구조적인 힘이 생기고 있다. 그래서 지금 당신이 내놓은 주장은 그 자체로 반란 전략이 아니다. 191710월 모델과는 확실히 매우 다르다. 반란이란 당신이 현존 국가 전체에 맞서 무장 반란을 일으킨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당신이 제시한 시나리오와는 다른 것이다.

 

전통적으로 레닌주의자들이 상상했던 이중권력과 소수의 자본가, 정부 관료, 그리고 군부 지도자들과 싸우고 있는 (보편적 참정권의 선거를 통해 표현된 대중적 권한에 의거한) 좌파 정부 사이에는 엄청난 정치적 차이가 있다. 그건 완전히 다르다. 나는 당신이 어떻게 기존의 선출된 정부를 옹호하는 형식을 취하는 무장 투쟁을 "반란"이라고 이치에 맞게 부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분명히 다른 현상이다.

 

나는 이 논의의 모호함 중 일부는 우리가 자본주의 국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레닌주의자들은, 적어도 레닌의 <국가와 혁명>을 확고히 지지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모든 국가 기구들이 본질적으로 매우 구조적인 성격에 의해 친자본주의적이라고 믿고 있다. 이것은 특히 가장 경직된 종류의 레닌주의 전통에서, 정말로 가장 깊은 한계 중의 하나이다.

 

이것의 기본적인 문제는 그것이 보편적인 참정권과 의회 제도를 자본주의적 통치와 적절하게 조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분석적, 정치적 오류다. 실제로 민주적 의회와 보편적 참정권은 자본가들을 이겨낸 노동운동의 전리품으로서 지금도 남아 있다. 그것들은 아래로부터 투쟁을 통해 방어되고 확장되어야 하는 이득이다. 그리고 왜 이 문제에서 우리가 공립학교, 사회보장기구, 의료복지기구, 또는 국가의 다른 주요 기존 기구들을 "분쇄"해야 하는가? 그러나 만약 당신이 현존하는 국가의 일부 핵심 기구들을 유지하면서 변화시킬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 찰리는 이 문제에서 기껏해야 애매모호하다 - 당신은 스스로 인정하는 것보다 민주적 사회주의에 훨씬 더 가깝다.

 

사회주의로 가는 민주적 길이라는 마르크스주의적 비전의 핵심 통찰은 우리가 기존의 정치적 민주주의의 형식과 반민주적인 구조적 제도들과 대개 그러한 민주적 기관(및 공공 서비스)을 대기업에 복종시키는 관계 사이의 그 모순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적 돌파구를 열기 위해 그 모순에 기댈 수 없다면, 우리는 사회주의를 쟁취할 힘과 정당성을 얻지 못할 것이다.

 

만약 권력을 가진 노동자 정부를 선출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다른 대안이 있다면, 아마도 당신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실제로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이상, 그것은 우리가 좋든 싫든 간에 사회민주주의와 민주적 사회주의 사이의 모순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숨겨진 해결책은 없다. 그리고 찰리가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선거 정치와 대중행동 중에서 어디에 더 무게를 둘 것인지에 대한 보편적인 공식은 없다. 이것들을 어떻게 결합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느냐는 구체적인 맥락과 시점에 달려 있다.

 

1917년 이후 거의 100년 동안 좌파는 대중행동에 우선순위를 놓고 선거정치를 평가절하하는 다소 경직된 입장을 추구해 왔다. 실제로 이것이 일반적으로 나타난 결과는 주변화였다. 이것은 파열의 가능성이 나타났을 때 기존의 혁명적 좌파가 너무 취약해서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논쟁은 추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즉각적인 정치적 파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지금 당장 좌파로서 미국에서 대중적 사회주의 운동을 재건하기 위해 버니 샌더스 운동에 깊숙히 개입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는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드는 정치를 긍정하면서 - 왜냐하면 그것은 종이상으로는 매우 혁명적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 실제로는 우리를 주변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노조 관료사회에있는 우리의 반대파들에게 가장 많은 자유로운 공간을 창출해 줄 것인가?

 

나는 우리의 책임이 기회를 포착하고, 강력한 노동계급 운동에 뿌리를 둔 급진적 정치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주의로의 민주적 길에 대한 헌신을 의미한다.

 

찰리 포스터:

 

좋다. 먼저 내가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자면, 191710월 혁명에 대한 당신의 이야기는 약간 희화화이다. 노동자 평의회는 위기 속에서 통일된 국가기구에 직면했는가? 글쎄, 현실은 매우 달랐다.

 

191710월까지 혁명가들은 병사들의 평의회를 건설했고 군 기강은 무너졌는데, 이는 임시정부와 짜르 장군들 모두에게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러시아 혁명가들은 병사, 수병들의 자기 활동을 촉진하고 조직함으로써 사병들에 대한 장교들의 합법성/ 적법함과 규율을 훼손할 필요성을 분명히 이해했다. 그래서 19171025일 비교적 작은 유혈 속에 볼셰비키들이 권력을 잡을 무렵에는 이중권력의 기관들에 의해 야기된 그 내부의 깊은 분열의 결과로 기존 국가는 붕괴되어 있었다.

 

, 이것은 자본주의 국가에 대한 개념의 문제입니다. 나는 보편적인 참정권이 노동계급의 전리품이었다는 에릭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해서는 절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의회 형태은 그렇지 않다. 의회 형태는 본질적으로 자본과 그것에 가장 가까운 계급들, 특히 20세기와 21세기 초의 전문경영인 중간계급, 19세기와 20세기 초의 소소유자들이 그들의 정치적 차이를 정리하고 단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현실에서 보편적 참정권의 성장은 역사적으로 자본주의 국가 내부에서 의회와 선출된 기관들의 의미 훼손이나 종속화와 함께 진행되어 왔다. 이것은 레닌이 <국가와 혁명>에서 제기한 요점 중 하나이지만, 19세기 미국이나 영국에서 보편적인 참정권이 있다면 사회주의로의 평화로운 길이 가능하다고 마르크스가 전망했을 때 그런 생각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기본적으로 권력이 선출된 입법부에서 일반적 행정부로, 특히 선출되지 않은 관료체제로 이동하기 전의 일이다. 결과적으로, 주로 의회를 통해 권력을 잡는 것은 점점 더 빈 껍데기 속에서 취임하는 것을 의미하게 됐다.

 

분명히 하자면, 나는 선거 정치 등에서 사회주의적 기권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어느 것이 우선적인 것인지, 즉 진정한 사회적 힘의 근원은 무엇인가에 대해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대중적 정당성이 자본주의 역사상 어느 시점보다 오늘날 더 강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이것은 실제 계급 투쟁적 정부의 선출이 자본주의와의 혁명적 결렬을 향한 한 발걸음이 될 수 있고 가능성을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정부의 당선으로 서민들이 구조적 힘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자본이 축적 과정을 계속 통제하고 투자 파업에 돌입하여 선출된 정부를 인질로 잡을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시 자본주의 국가 권력의 중심, 즉 노동에 대한 자본주의적 지배가 결정화되고 제도화되는 곳은, 의회처럼 선출되는 기관에서 선출되지 않은 기관인 공무원, 관료, 군부로 옮아가 있다. 그리고 우리가 당선함으로써 권력을 가지게 된다는 생각은, 내 생각에, 환상이다.

 

나는 또한 당신이 선거에서 당선하기 위한 선거 정치보다 대중적 타격 투쟁의 우선순위를 이해하는 정치적 프로젝트를 가지지 않는 한, 당신은 노동계급의 자기 조직화를 촉진하기 위한 단속적 투쟁들과 혁명적인 위기 모두에 개입할 수 있는 조직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준비에는 평조합원들과 사병 등이 주도하는 공공부문의 전투적 노조가 필요할 것이다. 단순히 선거에서의 승리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권력의 마디를 우선시하는 사회주의 정당을 갖지 않는 한 그러한 단체를 건설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맞다. 나는 여기에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민주당에서 사회민주주의의 부활에 우리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버니가 민주당 후보지명(경선)에서 패배한 뒤에 무소속으로 출마하자고 선동하고 싶지만, 나는 버니가 2020년에 독립적 좌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2000년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훨씬 작다는 것을 인정한다.

 

내가 몇 달 전에 <사회주의 노동자>에 실린 기사에서 주장했듯이, 결과적으로 누가 민주당 후보로 지명되든지와 상관없이, 버니를 지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라는] 압박은 어떤 점에서 4년 전 보다 훨씬 더 크다. 버니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은 2016년보다 오늘이 훨씬 적다고 생각한다. 2020년에 샌더스는 카말라 해리스, 코리 부커와 같은 비슷한 모든 급진적 요구를 내세우는 온갖 신자유주의적 떨거지들과 마주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 대학 무상 등록금 등이 그것이다. 샌더스가 최근에 인정했듯이, 그의 아이디어는 더 이상 급진적이지 않다; 그것들은 주류가 됐다.

 

사회주의 사상에 관심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2020년 샌더스의 캠페인에 끌릴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어떤 급진적 잠재력이 있든 간에 그 반란이 민주당 내에 남아 있는 한 그것은 소멸될 것이다.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좌파가 민주당을 이용해 우리의 움직임을 구축하거나 심지어 '더러운 단절'(dirty break: 민주당 내부에 개입해서 세력을 확장한 다음에 분리하는 전술)을 준비하려 했던 지난 100년 동안 매번 그랬듯이 중장기적으로 우리의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은 엄청나게 저하될 것이다.


 

(기사 등록 2019.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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