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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밀양의 할매 할배는 우리모두의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4. 6. 18.

박조은미

 

[편집자 주] 이 글은 6월 17일 "홍익발언대"에서 발언한 내용을 발언자가 직접 정리한 것이다. "홍익발언대"는 홍익 학생들의 전시회인 환경조각전에 제출된 작품의 하나이자 행사로, 지난 며칠 동안 "우리 안에 존재하지만 흔히 들을 수 없는 작고 연약한 목소리들"에게 마이크를 제공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왔다. 안타깝게도 홍익대학교 당국은 이 행사의 정치성을 문제삼으며, 행사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학생들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 학생 자치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홍익대 당국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홍익대 학생들의 행사가 끝까지 무사히 진행되기를 바란다. 행사에 심을 가질만한 분들을 위해 "홍익발언대"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링크한다.

 

안녕하십니까, 회화과 학생 박조은미입니다. 6월 11일. 검찰이 유병언을 잡기위해 금수원을 치겠다고 한 날, 모든 언론과 카메라는 금수원에서 전쟁이라도 날 듯 보도했습니다. 속보로 금수원의 뉴스를 타전할 때, 정작 들려나간 것은 9년동안 송전탑건설을 반대하며 싸워왔던 밀양의 할매, 할배였고 행정대집행 소식에 그들을 돕겠다고 달려간 수녀님들이었습니다.

밀양에 대해 스쳐지나가며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저역시 밀양의 할매 할배이야기를 지나다니며 들었지만 드문드문 들었을 뿐 총체적으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금수원의 지도까지 상세히 보도하는 언론이 밀양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밀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송전탑 설치가 가져올 끔찍한 결과

 

첫 번째 쟁점은 잘 알려져 있듯 송전탑입니다. 송전탑은 이미 국토 여러곳에 세워져 있고 전기를 쓰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반대를 하는 것일까요? 정말 지역이기주의, 님비현상에 불과한 것일까요?
밀양에 지나가게 되는 송전탑은 일반적인 송전탑이 아닙니다. 76만 5천 볼트의 고압 송전탑입니다. 일반송전탑의 다섯배의 크기이며 이것은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또한 밀양땅에만 총 69개가 들어서게 된다고 합니다.

송전탑에서 내뿜는 전자파는 송전탑 밑에 폐 형광등을 꽃아두면 자체 발광할 정도로 강력합니다. 그러나 한전에서는 송전탑의 유해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송전탑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수치를 보여주는 여러 결과들이 있는 데요 이미 1979년에 미국에서는 송전탑 지역 아이들의 소아암 발병률이 2.25배 높다는 보고서가 나온 바 있습니다. 92년 스웨덴 페이칭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송전선 인근의 17세 이하 어린이 백혈병 발병률이 3.8배 더 높다는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페이칭 보고서는 노벨상 심사기관인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공식논문으로 발표된 것으로 상당한 공신력을 지닌 것 이였고 당시 스웨덴 정부가 주택단지 인근의 고압송전선을 대대적으로 철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부는 증명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미 이 피해는 삶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521개의 송전탑이 들어서 있는 충남 당진 교로 2리, 주민이 400여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에 암으로 죽은 주민은 모두 13명이고 11명은 지금 투병중이라고 합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인구 100만명당 암 발병은 329명이고 이것을 퍼센테이지로 환산하면 약 0.3프로 정도가 됩니다. 당진 교로2리의 암 발병률은 6프로입니다. 국가평균의 스무배가 된다는 것이지요. 뿐만 아닙니다. 흉물스러운 철탑, 떨어지는 땅값, 밤마다 습기로 인한 누전으로 들려오는 공포스러운 소리에 주민들의 삶은 서서히 파괴됩니다.

아시다시피 암은 여러 가지 생활 습관에서도 발병할 수 있지요. 이렇게 역학조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체르노빌의 피해도 당시에 1차적인 피폭으로 사망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발생한 지속적인 내부 피폭들은 철저하게 은폐되었습니다. 송전탑의 피해가 없다는 한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또한 밀양송전탑은 주거지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대부분 거주지와 전답을 가로지르게 됩니다. 이렇게 주민의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임에도 경로 선정에서 공사까지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미 추진되는 일에 주민은 보상금만 받고 합의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지요. 평생 일구어온 삶의 터전이 죽은 땅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할매, 할배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며 목숨까지 내놓게 됩니다.

 

사진 출처 : "홍익발언대" 페이스북 페이지

 

전력수급이 정말 그렇게 다급한 상황인가요

 

지난해 10월 1일,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며 한전 조환익 사장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습니다. 2014년 여름의 전력 수급을 위해 신고리 핵발전소 3호기를 조속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전력수급 때문에 송전탑 건설이 시급한 걸까요? 두 번째로 밀양송전탑과 연결되는 발전소인 신고리원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난해 5월 당시 한전 부사장이었던 변준연은 “아랍 에미리트 원전을 수주할 때 신고리 3호기가 참고 모델이 됐기 때문에 밀양 송전탑 문제는 꼭 해결되어야 한다. 2015년까지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되지 않으면 패널티를 물도록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문제의 발언 이후 변준연은 자진 사퇴했지요. 얼마 전 박근혜대통령도 이명박대통령의 치적중 하나인 원전수출건을 성사시키기 위해 아랍에미레이트를 방문했었죠. 세월호사건 바로 직후였습니다. 문제는 간단합니다, 밀양 할매 할배들도 엄연한 국민인데도 이들이 목에건 쇠사슬을 위험천만하게 절단기로 자르면서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는 바로 원전수출 때문입니다.

원전수출과 관련한 계약서에 신고리 3호기의 준공 시한은 2015년 9월까지로 되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속히 공사를 마무리 하고 밀양을 지나는 송전탑으로 전기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것입니다.

사실 지금의 고리 1-4호기, 신고리 1,2호기 총 6개 원전의 전기는 3개의 34만5만볼트 송전선을 통해 잘 송전하고 있습니다. 신고리 3호기까지는 기존 선로를 통해 송전 가능하고 기존 선로의 선을 교체하여 용량을 늘리면 더 많은 송전도 가능합니다. 이미 30년의 수명이 끝났지만 무리하게 추가가동중인 고리 1호기를 폐쇄하면 신고리 4호까지 송전도 가능하고 노후한 고리 2,3,4호기를 폐쇄할 것을 염두에 두면 고리-신고리 원전과 연결되는 송전선은 오히려 남아돌게 됩니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원전수출이라는 국가 치적을 빠르게 마무리하려는 욕심과 위약금을 물지 않으려는 경제적 이유, 그리고 이후 신고리 5,6호기까지 추가증설하고 노후한 원전도 폐쇄하지 않으려는 위험천만한 계획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밀양 주민들이 물러서더라도 신 고리 3,4기 계획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고리 3호기는 당초 지난해 가을쯤 준공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5월 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면 중단되었습니다. 당국은 케이블 성능시험을 거쳐 기준을 충족할 경우 공사를 강행하려고 했으나 시험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케이블 전량 교체해야하는 상황에 이르렀지요. 최근 검찰은 취수구 배관공사 품질서류 위조 혐의로 한국수자원공사 협력사 직원을 긴급체포했습니다.

원전을 둘러싼 비리와 공사강행으로 인한 갖가지 잡음은 안 그래도 불안한 원전을 더 무섭게 만들고 있습니다. 원전수출을 위해 졸속으로 서둘러 만드는 신고리원전, 과연 안전할까요? 밀양 할매 할배의 싸움이 단순한 보상금싸움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할매 할배는 우리모두의 미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이윤만 바라보는 위험천만한 핵발전, 더이상 안됩니다

 

세 번째로 우리나라 전체를 거대한 세월호로 만들 수 있는 원전, 핵발전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체르노빌에 대해서는 모두 들어보셨겠지요. 가동된 지 2년 만에 사고가 난 체르노빌, 사고현장에서 무슨일인지도 모르고 맨몸으로 달려간 수십명은 원자력에 피폭되어 즉사했습니다. 진화작업에 투입된 약 80만 여의 군인이나 광산 노동자 중 2만 5천명 이상 사망했습니다. 인구 4만 5천이 살던 프리야티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바뀌었고 아직도 피폭지역의 사람들은 방사능을 물려줄 까봐 결혼하지도 아이를 갖지도 못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우리가 잘 기억하는 후쿠시마의 피폭범위는 체르노빌을 뛰어넘는 최악의 수준입니다. 후쿠시마의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원전사고가 일어났을 때 국민이 어떻게 내몰릴지를 충분히 예상하게 합니다. 도쿄전력은 사건을 은폐하기 급급했고 지진발생후 20km반경의 주민은 강제피난했으나 20-30km 사이의 주민은 알아서 피하라는 말 뿐 국가는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습니다. 실상은 240km떨어진 도쿄 시민까지도 피폭되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후쿠시마의 피해를 대입해 사고위험성이 높은 고리원전이 폭발했을 때의 피폭범위를 시뮬레이션해보면 한국 제2의 도시인 부산은 물론이고 대전과 광주 가까이까지 그 범위가 미칩니다. 핵은 보이지 않지만, 바람을 타고 바다를 타고 어디든 이동합니다. 한국정부도 안전하다는 말 뿐이었고 일본정부도, 체르노빌 당시 소련정부, 세월호 까지도 같았습니다. 안전하니 가만히 있으라.

OECD의 30개 회원국 가운데 원전 이용하지 않은 국가 11개국을 제외한 독일 등의 8개국은 원전의 단계적 폐기를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박근혜정부는 정부는 ‘저탄소녹색성장’이라는 미명하에 2035년까지 원전을 현재 23기에서 최소한 39기로 증설할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시대를 거꾸로 가고있는 에너지 정책, 핵발전은 단지 폭발의 위험성 때문에 위험한 것이 아닙니다. 핵발전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핵에너지가 싸다는 이유를 듭니다. 그러나 절대 경제적이지 않습니다. 원자력 발전이 일단 시작되고 나면 핵 폐기물이 발생합니다. 어떤 화학처리를 통해서도 무해하게 할 수 없는 핵물질은 스스로 독성이 사라질때까지 기다려야합니다. 폐연료가 식을때까지 적어도 30-50년은 냉각수조에 보관해야 하고 반감기가 최소한 10만년 이상, 길게는 100만년까지 가는 물질을 땅 속에 파묻어야 합니다.

여러분, 10만년이라는 시간이 상상이 가십니까? 현대 인지과학자들에게는 지금의 언어가 사라진 이후 후손들에게 이것은 절대 열어보지 말아야하는 위험물질이라는 표시를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가 중요한 연구과제라고 합니다. 우리가 400년전 장희빈시대에 땅 속에 뭘 묻어놓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원전은 폐쇄되는 순간부터 어마어마한 돈덩어리입니다. 위험한 고리원전을 폐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원전은 안전할까요? 잘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미 월성 1호기와 2호기에서는 멜트다운에 이를 수 있는 사고가 발생했었다고 합니다. 이밖에 크고작은 사고들이 많았지요. 원전은 에너지 구조또한 기형적으로 만듭니다. 지금 밀양과같은 고압 송전탑이 필요한것도 위험해서 한촌에 세워져야만 하는 원자력의 특징 때문에 발생합니다.

에너지 정책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에너지 자립도 1프로인 전기괴물인 서울을 위해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희생되는 방식이 아닌 지역분산형의 신재생 에너지 개발로 지역사회가 안전한 에너지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선진 국가들이 보여주고있습니다. 정부는 더 이상 인간이 감당할수 없는 핵이 아닌 신재생에너지를 연구하고 발전하는데 돈을 투자해야합니다.

이 모든 일들, 단기적인 이익만 바라보고 사람의 안전쯤은 부차화시키는 이윤중심 사고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밀양 할매 할배들의 싸움은 단순히 송전탑에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대로 위험한 핵발전을 계속할 것인지, 탈핵을 택할것인지 기로에 놓여있는 것이 밀양의 투쟁입니다. 우리가 이 모든 일들을 바라보기만 할 때, 언젠가 이 이윤논리, 개발중심주의는 우리 스스로의 삶 앞으로 와서 우리의 삶을 파괴할지모릅니다. 여러분, 진실을 들여다 봅시다. 그리고 행동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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