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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 한반도/ 소득주도경제/ 이스라엘/ 니카라과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8. 5. 26.

전지윤

 

트럼프의 기막힌 속임수와 야비한 뒤통수 치기

 

악랄한 마피아의 위협과 괴롭힘에 시달리던 상대가 화해를 구하자 마피아는 제안한다. ‘너가 먼저 주먹을 펴고, 스스로 팔다리를 자르고, 그 다음에 장기를 적출해주고, 그러면 우리가 안전을 보장하고 보상도 해줄게.’ 그러면서 자기들은 계속 사람들을 죽이러 다니고, 사격 연습과 암살 훈련을 한다.

 

상대는 기가 막히지만, 옆동네 사람도 권하고, 너무 지치고 힘들기도해 긴가민가하면서 먼저 팔다리를 잘랐다. 그러자 마피아가 말한다. ‘아니다. 아직 때가 아닌 거 같아.’ 이게 지금 상황이다. 과하다고? 판문점 선언 이후 지난 한달간 무슨 일이 있었는가.

 

북한은 핵, 미사일 시험을 중단했고, 인질을 석방했고, 핵시험장도 폭파시켰다. 미국은? 올해 3번째 대륙간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고, 차세대 핵무기 개발을 발표했고, 핵폭격기와 100대의 전투기를 동원해 맥스선더 훈련을 했다.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고 이스라엘을 앞세워 팔레스타인에서 학살을 저질렀다. 한미전쟁연습은 연례적이고 방어적이었다고? 결국 북한이 무장해제해도 한미일간의 연례적, 통상적, 방어적(?)’ 북침전쟁연습은 영원히 계속될 거란 말이다.

 

지금 자제력을 평가받아야 할 것은 북한이다. 미국처럼 ‘60명 밖에 안죽였다이스라엘의 놀라운 자제력을 칭찬할 게 아니다. 그동안 미국과 우파는 북한이 비이성적, 비합리적 불량국가라고 비난해 왔다.

 

하지만 솔직히,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면 안전을 보장한다는 트럼프를 믿고 따라가는 것보다 더 비이성적 선택이 있을까. 신자유주의와 개발독재가 결합된 내부식민지로의 길에서 번영을 기대하는 것보다 더 비합리적 선택이 있을까.

 

문정부도 이번에 트럼프에게 뒷통수를 아주 세게 맞았다. 하지만, 미국의 이런 짓거리에 문정부가 뭐 하나 제대로 막아섰나? 며칠전 트럼프 만나서 그렇게 헤헤 웃으며 추겨세워줄 때였나? 거의 유일하게 상식적 사고와 발언을 하던 문정인 특보에게만 거듭 경고를 날리며 냉전우파 눈치를 봤지, 평화를 위협하는 자들에게 말한마디 못하지 않았나?

 

트럼프의 이번 깽판은 전형적인 마피아식 속임수이자 중국 압박용과 북중 이간질용일 것이다. 최근 두 번이나 중국을 갔다온 북한에게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말고 확실하게 우리 뒤로 붙어라는 신호를 보내며 중국의 입김도 차단하려는 듯하다.

 

이 때문에 한반도에 다시 불어온 냉풍과 전쟁의 그림자를 생각하면 열불이 터지지만, 트럼프가 다시 유턴할 가능성도 꽤 있다고 본다. 그동안의 과정을 통해 미국의 세계패권 전략에서 우선순위와 중심축은 여전히 중동이라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시리아에서 러시아-이란에 밀려난 것에 이어, 이제 이라크에서마저 반미강경파가 최대 실권자로 등장한 상황은 미국에게 뼈아플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조지 부시와 정권교체 매파들은 이라크에서 재앙을 일으켰다가 수렁에 빠졌다. 그 뒤처리를 맡았던 오바마는 중동에서 문제들을 봉합하며 아시아 회귀를 통해 연착륙을 시도했다.

 

트럼프의 등장은 제국주의적 공수교체였고, ‘정권교체 매파의 귀환이었다. 더구나 트럼프 내각은 네오콘과 대안우파가 결합한 더욱 위험한 하이브리드 매파이다. ‘중동에서 악의 중심은 바그다드가 아니라 테헤란이라는 이들의 신앙은 확고해 보인다.

 

이들 내에서 다툼이 있다지만, 그것은 당장 전쟁을 할 것인가, 좀 더 준비하고 기획해서 전쟁을 할 것인가의 대립이라는 분석은 타당해 보인다. 볼턴이 잠시 뒤로 물러선 것도 안심할 것이 못된다. 스티브 배넌이 짤렸다고 트럼프가 뭐가 달라졌던가? 더구나 볼턴같은 자는 미국만이 아니라 남한 야당에서도 많이 발견된다.

 

따라서 슬프게도 당분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안전한 곳이 되기 어려울 것 같다. 북미회담이 어찌 다시 열릴지 몰라도, 미중 갈등과 충돌 가능성은 계속 될 것이고, 당장은 중동에서 전쟁의 위험, 특히 미국의 이란 폭격 위험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평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이 이 자들을 결코 믿지말아야 하고, 다같이 막아서야 한다.

 


소득주도경제한다더니 최저임금 인상 뒤집기인가?

 

기본적으로 문정부의 소득주도경제는 타당한 방향이라고 본다. 이것이 신자유주의 경제학보다 더 낫다는 것은 명백하다. 노동자들의 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가능하고, 소비가 늘어야 경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건 케인즈도 지적한 바지만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서 더 먼저 지적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재벌우파는 소득주도경제 때문에 모든 경제지표가 추락하고 있고 세계경제 호황 속에 한국경제만 후퇴한다며 문정부를 맹공격 중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때문에 기업 수익이 줄고, 투자가 줄고, 결국 고용이 줄면서 청년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논리다.

 

이것은 저임금과 노동착취로 자본만 살찌우자는 말이지만, 사실로 뒷받침되지도 않는다. 기업 수익에 타격이 갈 정도로 실질임금과 실질소득이 증가했다는 증거가 하나도 없고, 문정부는 자본소득과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거의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도 거품을 키우진 않지만, 거품을 빼려는 적극적 의지는 안 보인다.

 

세계경제 호조건 속에서도 한국경제 지표가 안좋은 진짜 이유는 재벌대기업들이 의도적으로 투자를 늘리지 않고 (한국지엠처럼) 자본 철수를 위협하는 자본 파업때문이라 보인다. 실제 김대중, 노무현 정부 모두 집권초에 재벌들의 설비투자가 줄었다. “재벌개혁을 표방한 정부의 집권 초기에 설비투자를 줄여 놓다가 재벌 정책의 완화를 지켜보면서 설비투자를 늘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사회학자 이종보)

 

그런데도 문정부는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려 한다. 상여금 구경도 못하는 밑바닥 노동자들 핑계되지만, 정말 그게 문제라면 낮은 기본급을 유지하며 상여금을 이용한 기형적 임금제도를 손봐야 하고, 숙식비는 건들지 말아야 한다. ‘소득주도경제가 실패했으니 속도조절을 하자는 재벌우파들의 압력에 타협하는 맥락인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제대로된 소득주도경제는 해본 적도 없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찔끔 인상이나 알맹이 부족한 정규직화로는 정말로 실질적 노동소득이 증가해서 소비와 내수가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가 없고, 그 성과를 평가할 근거도 없다.

 

문정부가 정말로 소득주도경제를 실행하고, 그 성과를 보려면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산업현장에서 사보타주하고, 무력화하고, ‘자본파업을 하는 대기업들에 대한 강한 규제와 통제로 나아가야 한다. 재벌, 부자에 대한 과감한 과세로 실질적 소득분배를 추진해야 한다.

 

수요진작을 주장하던 케인즈마저 나중엔 자본통제의 필요성을 제기했던 이유기도 하다. 물론 그것은 문정부만의 힘이나 의지로만 돼진 않을 것이다. 어제 우리 곁으로 돌아온 한상균 위원장이 말했듯이 무엇보다 노동운동이 우리의 실력을 가지고 만들어나가야 할 과제이기도 할 것이다.

 


미국이 부추긴 이스라엘의 학살극

 

얼마전 이스라엘군을 향해 돌팔매를 하는 아래 사진을 보고 폭격이 그의 두 다리를 빼앗아갔지만 그의 용기와 투지는 가져가지 못했다고, 자유와 해방을 향한 인간의 의지는 너무 놀랍고 멋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Saber Alashqar, 29)가 이번에 이스라엘의 거대한 폭력 속에 사망했다고 한다. 수십명의 사망자, 수천명의 부상자와 함께.

 

이스라엘은 중동 평화를 위협하고 아랍 민중의 삶을 파괴하는 테러국가다. 얼마전 트럼프의 이란 핵합의 폐기 직후에도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이란 기지를 향해 선제폭격을 가했다.

 

그 뒤에 트럼프와 미국이 있다. 트럼프의 미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이 지금의 학살을 낳았고, 그는 지금 중동을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란의 있지도 않는 핵, 북한의 몇 개 안되는 핵에는 난리치는 트럼프지만 이스라엘이 가진 200기의 핵무기는 아무 문제도 안 된다.

 

중동이 피로 물드는데 한반도에만 평화가 올리 없다. 지금의 해빙 국면은 트럼프에게 구걸해서 온 것도 아니며, 그렇게 유지될 수도 없다. 트럼프에게 우리가 줄 것은 비난과 저주뿐이다.

이스라엘군에 맞서던 그의 용기와 투지는 평화를 바라는 모든 이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 freepalestine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타락의 교훈

 

요즘 국제뉴스에서 간헐적으로 전해지는 니카라과의 소식은 참 씁쓸하다. 긴축정책과 더 내고 덜 받는연금개악에 맞서 거대한 투쟁이 벌어지고 경찰 폭력진압 속에 60여명이 죽었지만, 결국은 연금 개악을 막아내고 이제 정권 퇴진 투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니카라과 민중의 용기와 전진에 기뻐해야 하지만, 착잡한 것은 퇴진 요구에 직면한 것이 바로 다니엘 오르테가가 이끄는 산디니스타 정권이기 때문이다. 오르테가와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90년대까지만 해도 잔혹한 친미독재 정권에 맞서서 무장 투쟁을 벌이는 제3세계와 남미의 대표적 좌파였다.

 

미군은 니카라과에 오래동안 주둔하면서 독재정권들을 후원해 왔다. 79년에 마침내 산디니스타가 소모사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국유화 등 사회주의적 변혁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큰 영감을 얻었었다.

 

하지만 미제국주의는 당연히 이것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고 우익 콘트라 반군을 지원하면서 내전을 일으켜 좌파 정권을 무너뜨리려 했다. 이것이 레이건 정부 때 이란-콘트라 게이트의 배경이었다. 강력한 경제봉쇄와 재제도 가했고, 결국 산디니스타가 1990년에 우파에게 정권을 빼앗겼을 때 많은 국제좌파들이 그걸 안타깝게 생각하며 미국을 비난했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칼라송>에도 그런 내용과 정서가 잘 반영돼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좌파 혁명가로서 오르테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의 입양 딸이 오랫동안 성폭력을 당해왔다는 것이 폭로된 90년대말부터였던 거 같다. 소수의 중앙 지도부에게 권한이 집중된 경직성 속에 민주주의는 질식돼 있었다. 2006년에 그와 산디니스타가 재집권에 성공했을 때 반응과 기대는 예전같지 않았다.

 

그들의 정책은 계속 후퇴했고, 그는 혁명가에서 새로운 억압자로 변신해 갔다. 사유화와 긴축정책을 도입하고, 부인을 부통령으로 임명하는 독재적 조치와 부패가 이어졌다고 한다. 이번에 오르테가 정권의 연금 개악도 IMF의 권고에 따른 것이었다.

 

혁명과 좌파 정권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의해 밖으로부터 무너진 게 아니라 안에서부터 붕괴한 것이다. 물론 지금의 반정부 시위에 좌파정권을 마땅치않아 한 기업가단체나 일부 우파들의 목소리도 섞여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르테가의 비극과 타락은 제국주의와 우파 독재에 반대하며 좌파적 대안을 추구하는 것,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걸 보여 준다. 모든 억압과 차별에 일관되게 반대하는 것, 언제든지 잘못을 인정하고 비판을 수용할 줄 아는 것, 가장 일관되고 철저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것 등이 중요한 것 같다.



(기사 등록 2018.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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