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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 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 진보의 정치대안/ 장애인권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8. 4. 28.

 

전지윤

 

남북정상회담의 감격 속에서 잊지말아야 할 것

 

김정은의 요청을 받은 문재인이 서로 손을 잡고 잠깐 북한 땅을 밟는 그 역사적 장면을 보고 많은 사람이 벅찬 감정이었을 것이다.(국가보안법에 따르면 그것은 '반국가 단체 수괴'의 '지령'을 받은 '잠입'이 된다.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법인가) ‘이 땅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는 말에 감격했을 것이다.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대리전 속에 서로 죽고 죽이다가 강제로 갈라져, 서로 증오하며 전쟁을 준비해 온 이 땅에 봄이 오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날을 위해 으깨지고 사라졌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꿈꾸고 싸우고 갇히고 몸던져 왔던가.

 

남북이 만나서 말싸움이나 주먹다짐이 아니라 마음의 벽과 응어리를 풀고 따뜻하게 미소짓는 장면, 분명 그것은 머리 속의 금기와 마음 속의 빗장이 풀리는 장면이었다. 반공과 대결, 친미밖에 모르던 세력들로서는 둑이 무너지는 느낌일 것이다. 이미 보수언론과 정치세력들은 내전이 시작됐다. 자유인들은 결단해야 한다고 악이 바쳐 선동하고 있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고, 무엇이 더 중요하단 위계는 정해진 게 아니니, 이 문제로 다른 것들이 덮히진 않을 수 있다고 본다. 미투가 MB를 가리지 않았듯이 말이다. 오히려 평화가 온다는데 사드가 왠 말이냐고, 김정은도 만나는데 장애인은 못만나냐고, 분단의 벽만 아니라 소수자 차별의 벽도 허물자고 따져 물을 수 있다.

 

이것은 북한 민중도 마찬가지다. 남한의 문화와 자본만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사회운동의 경험과 교훈이 건너가면서 권위적 정치체제에 대한 의문이 싹틀지 모른다. 따라서 이 흐름은 결코 되돌려져선 안 된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주로 북한의 일방적 양보로 가능해지고 있다. 한미전쟁연습과 대북제재도 거의 그대로지만 북한은 핵, 미사일 시험을 중단했고 핵시험장 폐기를 선언했다. 오바마는 핵없는 세상으로 가자고 말만 했지, 북한은 실천하고 있다.

 

이것은 압박하고 위협하니까 마침내 굴복한 것이 전혀 아니다. 문정권의 대화와 화해 시도가 중요했고, 더 나아가 북한의 변화와 필요를 반영한다. 북한은 이미 시장화로 나가왔다. 나선특구 등은 자본주의 실험장이 돼 왔고, 이윤 추구나 금융 거래도 발전해 왔다.

 

북한 가구소득의 70% 이상이 시장에서 나오고, 무역의존도도 50%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시장개혁을 이제 시장개방으로 연결시켜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계산 속에 북한 정권은 재제 해제, 평화 보장, 북미수교 등을 기대할 것이다.

 

반면 제국주의 강대국인 미국이 과연 북한의 손을 잡아줄 것인지, 뒤통수를 치지 않을 것인지 알 수 없다. 미국은 핵실험금지조약 비준을 거부하며, 1조달러를 퍼붓는 핵무기 고도화를 추진중이다. 그동안처럼, 언제 또 무슨 꼬투리를 잡아 이 흐름을 산산조각낼지 모른다.

 

다만 미국의 변화가 느껴지는 대목도 있다. 원래 미국은 이라크, 북한 등 불량국가의 위협를 겨냥해 첨단공군력과 소규모 지상군, 특수부대 중심의 군사전략을 채택해 왔다. 하지만 갈수록 냉전시대처럼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겨냥하며 대규모 군비증강에 나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해 신국가안보전략, 핵태세검토보고서 등에 그게 담겼었다.

 

30년 넘게 고도성장해 온 중국이 제기하는 경제, 군사적 도전이 이런 변화를 낳았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위협이라는 핑계는 꼭 필요한 게 아니고, 오히려 평양에 대사관을 세워 중국을 감시하고 싶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북한 위협이라는 핑계가 사라지는데도 사드는 배치되고 있고, 대만과 남중국해, 중동, 무역전쟁 등에서 미중러 갈등은 더욱 더 격화하고 있다. 북한이라는 뇌관은 해제될지 몰라도, 다른 뇌관들은 여전하고 폭발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물론 북한도 단지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이 아니고, 얼마전 북중회담을 통해 전통적 혈맹 관계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얼마든지 미국과 타협할 수 있고 이익이 되면 미국의 항공모함이 원산이나 흥남항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김연철)는 지적도 존재한다.

 

결국, 이제 갈수록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진짜 원인이 아니었다는 것이 분명해질 것이다. 누가 동아시아의 평화를 바라지 않고 대결을 부추기는지 확실해질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중동의 평화가 연결돼 있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안도감과 벅찬 감정을 시리아의 민중들은 지난 8년간 매일 매시간 매초마다 간절히 꿈꾸고 있다는 것을 결코 잊지말아야 한다. 한반도뿐 아니라 시리아, 중동,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 갈 길과 할 일이 여전히 많다.


 



 

드루킹, 김기식, 그리고 새로운 정치적 대안

 

요즘 김기식, 드루킹 문제에서 자한당과 적폐언론들이 신이 나서 거품물고 난리치는 모습은 정말 보기 짜증난다. 이들의 뻥튀기를 보노라면 문재인 정권이 박근혜-최순실-이재용 게이트를 능가하는 어마어마한 범죄를 저질러 더는 용서받기 어려운 것처럼 보일 정도다.

 

문제는 이 문제들에서 여권의 흠집과 잘못도 없는 게 아니란 점이다. 이들은 개혁을 말하지만 권력에 다가가면서 기성체제의 악습에 발을 담가 왔다. 항상 어려운 게 이런 문제와 구도다. 이런 문제에서 항목을 채우면 바로 정답이 나오는 만능공식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브라질 상황을 떠올려보면, ‘세차작전으로 수백명의 정치인이 수사, 구속되다가 최근에 룰라까지 구속됐다. 룰라는 브라질 노동운동이 배출한 투사로서, 노동자당의 집권까지 성공시켰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득권 일부와 동맹을 맺었고, 집권 이후에는 에너지 국영기업의 비자금으로 야당 의원들을 매수하기도 했다. 소수파로서 집권, 입법과 정책추진을 위해 불가피하다며 스스로를 정당화했을 것이다.

 

그것은 노동자당이 기성체제의 일부로 들어가는 과정이자, 급진노선이 계속 후퇴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결국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득권세력은 노동자당 정부에게 남은 약간의 급진성도 참기 싫어졌고, 탄핵과 반동의 연성쿠데타를 시도하고 있다.

 

노동자당과 룰라가 부패 관행에 손을 더럽혀 온 것이 반동우파에게 좋은 무기가 됐다. 기득권 우파야말로 브라질에서 가장 부패에 찌든 세력이라는 역설에도 말이다. 지금 자한당이 뇌물외유’, ‘댓글공작’, ‘국정농단이라며 신나서 떠드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면서 저들은 사회주의 개헌 저지를 말하고 있다. 우리가 보기엔 직접민주주의, 소수자 권리, 자유시장 규제 등이 너무 부족해서 문제인데 말이다. 상위 1%55%의 토지를 독점하고 매년 300조의 불로소득을 올리는 나라에서 토지공개념은 입도 뻥끗말란다. “민주노총·참여연대·주사파 연합정권의 사회주의 체제 변형 시도에 맞서 인천상륙작전에 나선다는 게 자한당의 지방선거 출사표였다.

 

이런 상황에서 적폐우파의 반대편에 서는 건 당연한데, 그것은 곧 문정권 편이 되기가 쉽다. 반공화당이 곧 친민주당이 되는 미국 상황과도 비슷한데, 다만 미국은 요즘 좀 새로운 조짐이 있다고 한다.

 

최근 2년 사이에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DSA)의 회원수가 6배로 증가하고 평균연령도 60대에서 30대로 바뀌었다. 50년대 공산당의 붕괴 이후 가장 큰 변화라는데, 이것이 민주당을 벗어난 새로운 제3정당의 등장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흑인생명운동, 여성행진, 미투운동, 총기규제운동, 노동자 파업의 부활과도 연결된 것처럼 보인다. 파업 물결을 이끄는 교사노조의 주축도 여성들이다. 이 나라의 진보정당과 노동운동도 여기서 뭔가 느끼고 배울게 있어 보인다.

 

4.20 장애차별철폐의 날과 평등의 과제

 

지난 420 장애차별철폐행진 속에서 차별금지법 재정을 위한 평등의 행진에 함께했다. 장애인 동지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우리도 같은 인간이고, 따라서 남들과 똑같이 같이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고 문화생활하고 함께 살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 요구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당장은 돈이 없다고 하며 만나주지 않고 있다. 돈줄을 쥔 기획재정부 등의 눈치를 본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 없는 게 아니다. 여전히 장애인을 동등한 인간에서 제외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대체 왜 더 많은 돈이 필요한 걸까요? 실제 일반인이 장애인과 함께 지내려면 돈이 더 필요해요. 왜냐하면 이 사회는 장애가 없는 사람들만을 위해 디자인됐으니까요... 단순합니다. 바로 이 사람들을 애초부터 제외시켰다는 겁니다. 나중에 함께하려니 비싼 거죠.”(마사 누스바움)

 

지난 424장애벽허물기의 고마운 제안으로 참가한 기자회견에서도, 장애인들은 심지어 문재인과 정부를 지지하고 박수치고 싶어도 그럴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청와대 홈페이지 들어가도 아무 정보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때도 기자들을 위해 9개 국어 통역서비스를 제공한다는데, 정작 장애인들을 위한 통역 서비스는 왜 없냐고 하셨다. 댓글부대니, 드루킹이니만 신경쓰고 떠들게 아니라 당장 장애인들이 정보에 접근하는 걸 돕는 매크로나 만들었으면 좋겠다.

 

육아에 필요한 정보와 지원을 얻기위해 관련 홈피에 들어가서 계속 헤매기만 하다 포기했다는 한 시각장애인 동지의 발언을 듣고 그 답답함이 느껴져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촛불정부라면서 지난 촛불집회 때 무대에서 크게 수어통역을 제공하던 것을 기억이나 하는건가.

 

성명]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청와대, 국내 장애인들도 챙겨라.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간 정상회담에 관심들이 뜨겁다. 정상회담에 3,000명 정도의 국내외의 취재진도 몰릴 예정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전세계에서 참여하는 취재진을 위하여 통합 브리핑룸이나 사진영상 편집실, 국제방송센터 등을 준비해 불편을 최소화 할 계획이라고 한다. 27일 촬영 영상도 주관방송사를 통하여 중계를 하고, 관련 자료도 현장에서 취재진에 제공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회담장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대형 스크린도 설치한다고 한다. 외국에서 온 취재진을 위하여 영문통역은 물론 화담 관련 자료를 9개 국어로 요역, 번역하여 제공한다고 한다. 빅 이슈에 걸맞은 빅 서비스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하여 남북정상 회담과 함께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러한 뉴스를 접하면서 장애인단체로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동영상에 국내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 자막, 화면해설이 부실하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수어통역이나 자막, 화면해설 서비스도 제대로 제공을 안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수어의 경우 한국수어언어법에 의하여 한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 청와대가 외국 기자들의 정보권을 챙기는 만큼 국내 청각장애인의 정보권가 언어권도 챙겨야한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지금까지 기자회견장에 수어통역사 배치는 생각도 안하고 있다.

 

이에 우리 단체는 남북간 정상회담의 중계서비스 준비상황을 보면서 다시금 요청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수석 등이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이나 브리핑을 할 때 수어통역사를 배치하도록 하라. 또한 청와대 홈페이지 동영상에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수어통역은 물론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라.

 

더 나아가 남북 정상회담 관련 내용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릴 경우 한국수어로 접근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수어번역 영상도 올릴 것을 요구한다.

 

2018424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기사 등록 2018.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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