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균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고, 집중호우에 낮엔 덥고 밤엔 쌀쌀해 목감기가 살짝 올까 말까 불안한 환절기의 시기에 이 영화를 보았다.
계절이 바뀌는 이 시기에 혹독한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영화에 나오는 주요 세 사람도 혹독한 변화와 외로움에 맞서야 했다. 집에서 먹고 자던 아들 수현의 절친 용준이 사실은 아들의 연인이었음을 알게 된 엄마는 처음에는 이 사실을 부정하며 병원을 옮기고 집을 뺀다.
마치 자식이 성소수자임을 알았을 때 처음엔 부정하고 거부하던 그 마음을 식물인간이 된 수현 대신 옆에 있던 용준을 향해 쏟아 낸다. 그러면서도 끝내 병원을 찾아낸 용준에 대해 서서히 연민을 느끼게 된다. “갈 곳이 없다”는 용준의 말에 “나도 그렇다”라고 말하는 엄마는 이 모든 복잡한 감정을 누구에게 얘기하지 못하고 혹독하게 견디고 있었다.
마침내 수현은 눈을 뜨고, 재활중인 수현과 용준이 다시 재회하게 되면서 영화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되는 줄 싶었지만, 가장 마지막 6개월 후의 세 사람의 모습에서 그들의 환절기는 생각보다 혹독하고 오래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용준 역시 수현이 식물인간이 되어 있는 동안 혹독한 환절기를 겪고 있었던 것이다. 수현의 장소를 찾아내기 위한 흥신소 의뢰비를 내기 위해 몸을 팔아야 했고, 제대로 살라고 잔소리만 하는 유일한 혈육인 형의 얘기를 쓴 소리를 들으며 감내해야 했고, 결국 어렵게 수현을 찾은 다음 돌아가는 길에 목을 매달려다 실패하고 전화기를 대고 수현 엄마를 향해 오열한다. 수현이 있는 요양병원에 일하게 되었지만 트라우마가 된 차운전도 강요받는다.
그 속에서 용준은 수현에 대한 감정이 사고 전과는 달라졌음을 느낀다. 그 6개월 동안 용준과 수현이 헤어졌을 수도 있고 아니면 헤어지기 직전의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든 용준의 감정은 마지막 이 한마디로 다 표현되었다.
“아니, 하나도 안 괜찮아. 혼자는 익숙해서 괜찮은데 둘은 왜 이렇게 힘드냐...” 혼자서 그동안의 외로움과 괴로움,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용준은 엄마 만큼이나 혹독한 시절을 보냈고 오히려 연인이 눈을 뜨면서 혼자와는 다른 이 상황, 그렇지만 그 환절기 속에서 견뎌가며 달라진 자기 감정을 웅켜 잡으며 계속 환절기가 계속됨을 말했던 것이다.
거기에 수현은 아무런 위로도 말도 하지 못한다. 제일 마지막 셋이 나란히 누웠을 때 수현이 엄마와 용준 사이에서 뒤적거리는 모습에서 수현 역시 눈을 뜬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환절기가 시작되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사실 수현 엄마가 술에 잔뜩 취해 “두 아들”이라고 얘기하는 모습에서 영화는 흔히 마지막엔 엄마가 둘 사이를 인정하는 구도가 아니라 여전히 엄마의 마음 속엔 두사람의 관계를 아들로 치환하며 넘기려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이 영화는 퀴어 영화면서 동시에 사람의 외로움을 나타낸다. 그 외로움에 어떻게 세 주요 캐릭터가 몸부림치고 조금씩 조금씩 그 외로움에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 끝나기 몇 분 전에 흔한 전개를 갑작스럽게 뒤집는 구성도 어떻게 보면 그 주제에 잘 부합되는 구성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삶도 그렇게 다변화되기에 고정된 사람의 마음도 변화되고 그 속에서 외로움은 다시 새롭게 정의되고, 그것을 견디거나 혹은 맞서가면서 조금씩 커지는 것이 우리이니까.
이 영화 이후의 세 사람의 삶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해피엔딩이 되든 혹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베드엔딩이 되든 세 사람에게 이 환절기가 꼭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은 그렇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 등록 2018.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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