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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 문재인 초기/ 성폭력과 피해자 관점/ 국가보안법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7. 5. 26.

전지윤


문재인 열성 지지자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문재인 정부의 지난 2주간 솔직히 실망보다 안도의 순간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이런 개혁의 동력이 아래로부터 촛불에서 나왔기에 반갑다. 이것들을 깍아내리거나 흠만 보려 한다면 균형있는 태도가 아니며 이점도 놓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열성 문재인 지지자들의 행태는 분명 문제다. 어떤 비판도 막아서며 입진보’, ‘기레기같은 날선 언어와 집단 괴롭힘까지 저지른다. 이견을 존중하며 우호적으로 대화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또 쉽지 않은지 다시 느낀다.

 

모니터 뒤에 있는 게,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따라서 이들을 문빠’, ‘달레반’. ‘문슬람으로 비하하거나 박사모와 똑같다’, ‘파쇼라고 보는 것도 맞지 않다. 공감할줄 모르던 극우정치인의 지지자들과 5.18 피해자를 껴안고 눈물흘릴 줄 아는 개혁정치인의 지지자들은 다르다.

 

과도한 행태의 바탕에 오래 쌓여 온 상처가 있다는 것도 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경오는 친민주당이었는데 왜 저러냐고 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언론이 항상 재벌, 우파, 기득권에 올곧이 맞섰냐고 묻는다면 확답하기 어렵다.

 

기득권 우파는 참여정부를 친노=종북=좌파프레임에 가두었고, 고졸 대통령과 이대도 안나온 영부인에 대한 멸시가 넘쳐났다. 민주당의 일부도 초기에 우파와 손잡고 노무현 탄핵을 추진했던 게 사실이다.

 

2009MB검찰의 노무현 수사에서 일부 언론의 태도도 적절치 않았다. 그것은 2008 촛불에 대한 우파의 보복이자 마녀사냥의 성격이 짙었는데 말이다. 나아가 이명박근혜 시대의 종북몰이 광풍 속에 희생자들에게 돌을 던진 건 단지 조중동만이 아니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더 크고 잊히지 않는 법이다. 여기에 서울명문대 출신들로 구성된 언론이 나를 무시하고 가르치려든다는 반발감, 참여정부의 실패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는 조바심, 언제든 새정부를 뒤흔들 우파에 대한 두려움, 기존노조가 자신들을 대변하지 않았다는 서운함, ‘종북몰이와 여성혐오의 10간 형성된 위험한 편견이 결합돼서 모순된 현상을 낳는 것 같다.

 

그래서 조중동과 우파에 대한 적개심, 민주노총과 급진좌파에 대한 불신, 정의당은 메갈당이라는 공격 등이 어지럽게 섞여 있다. 청년(남성)층을 중심으로 팟캐스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고받으며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이들의 모순은 새정부의 개혁을 막아설 위로부터 압력과 더 강력한 개혁을 요구하는 아래로부터 압력을 섞어버리는 데 있다. 그러니 민주노총의 6월 총파업에 대한 이들의 비난에 우파가 반갑게 맞장구치는 장면이 나타난다.

 

무엇보다 참여정부를 실패로 몰아간 요인은 단지 밖에서 온 것이 아니라, 안에서도 왔고 개혁언론들의 한계는 그것의 반영이었다는 점을 못 본다. 즉 자신들의 논리와 떠받드는 세력이 오히려 새정부의 개혁을 실패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놓치고 있다.

 

예컨대 참여정부는 좌우협공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이라크 파병, 비정규직 확대, 평택미군기지, FTA 추진 등에 는 반발했지만, ‘는 정부를 적극 지지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의 지지기반은 해체됐고, 그러자 우파는 더 손쉽게 참여정부를 무릎 꿇렸다.

 

새정부가 계속 올곧게 개혁을 추진한다면, 기득권 우파들의 반격은 본격화할 것이고, 열성 지지자들의 분노와 공격도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 반면 새정부가 위로부터 압력에 타협하고, 아래로부터 압력을 억누르려 한다면 모순과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고, 열성 지지자들은 좌우로 갈라져갈 것이다.

 

지금 댓글폭탄을 퍼붓는 사람들이 문재인 지지자들을 대표할 순 없다. 촛불 때도 온라인에서 DOC 공연 취소, 이석기 석방 구호에 다신 광화문 안간다는 댓글이 넘쳤지만 광장의 촛불은 갈수록 커지기만 했다. 함께 촛불을 들고 사드 반대, 최저임금 1만원, 이석기 석방 등에 서명해주던 문재인 지지자들을 기억한다.

 

그 분들이 문재인 시대를 지나며 어떤 길로 나갈지는 정해지지 않았고, 협력과 토론은 계속돼야 한다. 군사법원은 A대위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고, 자유당은 벌써 통진당 옹호한 김이수 자진사퇴를 들고 나섰다.


 


성폭력과 피해자 중심주의 논쟁

 

5월 셋째주는 여러 일정이 바빴고, 특히 여성혐오 살인사건 1년 간담회, 성폭력과 피해자 중심주의 토론회, 국제성소수자 혐오반대의 날, 여성혐오 살인사건 1년 추모집회 등이 이어졌다. 그 집회에 가면서 1년전 강남역에서 목격했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다양하고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여성들이 둑이 터진 듯이 자신들의 겪은 혐오, 폭력의 기억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강남역 대로의 한복판에서 얼굴과 심지어 이름까지 드러내놓고 말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남성으로서는 잘 알지도 못하던 이야기들이었다. 그것은 벽이 사라진 듯한 정말 놀라운 광경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상황이 너무 싫고 왠지 불안했을 것이다. 지난 1년간 벌어진 몇몇 일들은 그 반작용이었다. 메갈리아 마녀사냥이 시작됐고, 성폭력 무죄를 받아준다는 로펌 광고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거짓’(?)고발을 했다고 명예훼손으로 벌금내고 구속된 여성들의 기사들도 자주 보였다.

 

진보적이라던 온라인 커뮤니티와 정당 게시판에서도 이상한 바람이 불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여가부 폐지를 말한 유승민의 20(특히 남성) 지지율이 심상정을 앞섰다. 네이버에서 심상정을 치면 메갈이 같이 떴다.

 

피해자중심주의‘2차 가,피해에 대한 재검토 문제의식에 복잡한 생각이 든 것은 이 때문이다. 분명 시간은 많이 흘렀고, 피해자 주체성과 투쟁의 무기로서 등장한 개념들이 잘못 해석 적용돼서 엉뚱한 상처와 효과를 낸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을 거꾸로도 흘렀고, 무기는 충분히 날카롭게 벼려지지 않아도 상처를 낸다. 강남역 사건은 여혐이 아니라며, 법원 판결이 새로 나올 때마다 거 봐라는 기사를 내던 분들이 피해자 중심주의를 폐기하자며 낸 소책자를 보면서 생각은 더 굳어진다.

 

연애하다 차여서 복수심을 품은 여성이 성폭력을 거짓 고발했다는 것이다. 좌파 단체들이 이런 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계급투쟁에 방해가 됐다는 것이다. 가해자에게 무죄가 난 명예훼손 소송 법원판결이 근거다. 법적 소송은 가해지목인의 권리라고도 한다.

 

노동계급 중심성만 옳고 피해자 중심주의는 틀렸다는 것일까? ‘국민 화합주장이 국가권력에 대한 옹호이듯이, ‘남녀의 단결만 앞세우는 게 남성 권력에 대한 옹호로 보인다는 걸 왜 모를까?

 

어릴 적에 착취받는 노동계급의 관점은 주관적이고 편협하긴커녕, 오히려 가장 총체적이고 과학적이라고 배웠다. 피지배자의 관점이 오히려 진실을 보이게 한단 것이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관점도 마찬가지다. 억압받는 여성의 눈이 억압의 진실을 더 잘 보게 한다.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비난하는 기사와 책이 심각한 2차피해를 낳는다는 것도 보이게 만든다.

 

착취당하는 비정규직, 억압받는 여성, 차별받는 성소수자의 눈으로 세상 보기와 말하기는 오히려 더 많아져야 한다. 피해자 중심주의는 폐기가 아니라 더 날카롭게 혁신 재구성돼야 한다.

 

국가보안법이 기가 막혀

 

518<노동자의 책> 이진영 대표의 국가보안법 위반 4차 공판에 갔다 왔다. 지난 4개월 동안 재판이 지지부진한 핵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갈 수 없다는 검찰의 똥고집이었다. 518일도 마찬가지였다. 참여재판은 안된다는 검사의 논리는 이런 것이었다.

 

보안법 재판의 핵심은 이적표현물의 내용이다. 따라서 이진영이 배포한 이적도서, 이메일, 게시글 등을 모두 직접 읽어봐야 한다. 부분만 읽거나 대충 읽지말고 전체를 샅샅이 주의깊게 읽어야 한다. 그래야 이 사람의 전체 인생을 통해서 어떤 사건들에 어떤 영향을 받아 이런 사상을 형성했는지 깊은 뿌리를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적성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참여재판으로 가면 직업 법률가도 아닌 배심원들이 3일만에 수천권의 책과 몇만장의 증거들을 그렇게 읽어볼 수 있겠는가. 결국 잘 읽어보지도 않고 판단할 것이다.’

 

이에 변호사는 기가 막혀 했다. ‘<노동자의 책> 사이트에 올라가 있는 수천권의 책과 수 만장의 글은 변호사인 나도 다 못 봤고, 심지어 이진영 대표도 다 안 봤다.’ 재판장마저 이런 의문을 던졌다. ‘같은 책이라도 읽고 각자 다 다르게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보안법 재판 때마다 정신이 아득해지며 과연 21세기가 맞나 의심하게 된다. 예컨대 페미니즘 책들을 이적표현물로 삼는다고 상상해 보자. ‘이 책은 남성중심 사회질서 위태롭게 하고 가부장체제의 변란을 선전선동해 적을 이롭게 한다며 누군가를 구속한다면 얼마나 기가 막히겠는가?

 

검찰의 헛소리에도 보안법의 논리가 그 억지를 뒷받침하니, 결국 참여재판 신청은 기각됐고, 이진영 동지는 아직 5개월째 갇혀 있다. 핵심적폐를 청산하는 게, 문재인 시대 우리의 핵심과제중 하나다


 (기사 등록 2017.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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