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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알레포와 함께 인류애도 무너지고 있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6. 12. 15.


마크 부쓰로이드(Mark Boothroyd)

번역: 오목눈이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폭격, 침공 속에 시리아 저항세력의 근거지였던 알레포가 함락당했다. 동시에 수많은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 12월 초에 쓰여진 이 글은 이 비극 속에서 반전운동과 좌파는 무엇을 했는가라고 침통하고 신랄하게 물으며 우리를 부끄럽게하고 있다. 이 글의 필자인 마크 부쓰로이드(Mark Boothroyd)는 영국 ‘시리아 연대 운동’(Syria Solidarity Movement UK) 설립 멤버이다.]  

 

출처: 

http://wildcatdispatches.org/2016/12/02/mark-boothroyd-aleppo-falls-and-humanity-falls-with-it/


인형을 가지고 놀던 아이는 이름없는 묘비로 남았다 



시리아 민주혁명의 마지막 아성이던 알레포 동부가 함락되고 있다. 러시아 전투기로부터 계속되는 폭격으로 엄호받으며, 아사드 정권에게 고용된 외국인 민병대 파벌들이 반군의 전선을 돌파하였다. 무자비한 공습에 의해 반군 치하의 도시 대부분은 돌더미가 되어 무너졌다. 


모든 병원과 함께 급수 시설, 빵가게, 식량 창고, 시의회, 살육을 보도하는 신문사와 방송사까지 삶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5만 명의 민간인이 알레포 서부 및 쿠르드족 민병대 YPG(쿠르드인민방위대) 점령지인 시크 마크수드로 도망쳤다. 알레포에 남은 사람들은 아사드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이거나, 알레포에 근무하거나 알레포에서 전투하고 있는 가족과 친구를 두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항복을 선택할 수 없는 처지이다. 


이미 마사칸 하나노 지구의 점령에 따라 아사드 정권이 체포한 사람 5백 명이 실종 상태이다. 아사드 지지 측의 민병대가 피란하려는 민간인들을 살해한 사실이 알려져 있다.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는 경로로 알레포 동부를 탈출하려던 사람들을 아사드 정권이 습격하여 45명이 사망하였다. 


살육의 참혹함만큼이나 극심한 것이 전세계 진보 진영의 무관심인 듯하다. 민간인 살해에 반대하는 행렬이나 집회는 전혀 벌어지지 않았다. 아무도 폭격 중지를 요구하며 러시아 대사관 앞에 모이지 않는다. 반전 운동가, 노동조합, 그리고 온갖 급진 좌파 단체들은 침묵하고 있다.


어떻게 팔레스타인 폭격에 반대하기 위해 수십만 명이 움직였고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수백만 명이 움직였는데도 진보 단체들은 알레포를 모두 불태우는 러시아를 비판하기 위한 성명서조차 발표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이 참혹한 배신의 원인은 잠재된 오리엔탈리즘과 인종주의, 반제국주의에 대한 정교하지 못하며 발달하지 못한 인식, 그리고 기본적인 민주주의 및 국제주의적 원칙을 지키는 것에 대한 실패이다. 


자본주의가 여러 방향으로부터 작동하는 21세기 국제 사회에서 모든 제국주의 세력은 야만적이며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악독한 만행을 저지를 수 있다. 모든 국가는 억압과 착취로 고통받는 민중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인식하고 시리아 혁명을 위한 투쟁에 연대하도록 노력하는 대신에 많은 사람들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소름끼치는 서사를 택했다. 시리아에서 평화로운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과 자유 시리아군 소속의 민족주의자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의 지원을 받아 ‘세속주의적’인 아사드 정권에 맞서는 ‘이슬람주의 테러리스트’가 되었다. 


서로 상반되는 입장을 가진 수백만 명으로 구성된 반란군 가운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영향력은 실제 비율보다 지나치게 과장되어 왔다.


서아시아 지역의 제국주의적 전쟁과 독재 정권을 반대하는 데에 헌신해 왔던 [서구의] 반전 단체들은 갑작스럽게 자국의 정부에 대해서만 대응할 것이며, 자국의 정부가 개입하지 않은 전쟁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사드 정권에 대한 러시아의 무기 지원과 이란의 자금 지원을 적극적으로 무시하면서 이 단체들은 아사드 정권의 폭격, 고문, 성폭력 및 민간인에 대한 화학 무기 사용 대신, 반군에 대한 서구의 소규모 지원을 내전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진정한 테러 행위는 민간인에 대한 공군의 폭격이며 저항운동 혹은 민중항쟁의 폭력보다 국가 폭력이 더욱 심각한 문제임을 오랜 시간에 걸쳐 지적해 왔던 진보적 운동가들은 느닷없이 신보수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수염 난 이슬람 교도들의 무장에 대한 두려움에 빠졌으며, 최악의 사태는 반군에 의한 아사드 정권의 붕괴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자국에서의 민중항쟁을 주장하던 진보 진영은 고문과 대량 학살에도 불구하고 시리아에서 ‘안정’과 ‘질서’가 필요함을 가장 강하게 주장하게 되었다. 


시리아 투쟁에 대한 연대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진보 진영의 입장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었다. 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빈 말로만 옹호받으면서 민주주의 혹은 민족주의를 지지하는 세력들은 무기와 자금이 더 풍족한 이슬람주의 세력에 의해 밀려났다. 


‘이슬람국가’는 혼란을 틈타 이라크로부터 시리아로 침공해 오면서 아사드 정권과 ‘테러와의 전쟁’ 지지자들의 선전에 힘을 실었다. 시리아 민중 수백만 명이 아사드 정권의 무차별적 폭격과 전 지역에 대한 파괴 행위로부터 도망쳐 레바논, 터키, 요르단의 난민 수용소에 머무르고 있다.


혁명적 투쟁을 하다가 망명의 길에 오른 난민들은 수용소에서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귀국을 기다리기를 거부했다. 난민들은 서방 세계의 약속을 믿으며 육로와 해로를 통해 머무를 곳과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찾아 유럽연합에 입국했다. 억압과 내전에 의한 혼돈을 틈타 이슬람국가는 만행으로 서방 세계를 자극하였으며 이슬람 교도에 대한 인종주의와 억압을 촉발시켰다. 


서구의 극우 및 파시스트 세력은 아사드 정권에 의해 퍼져 나간 혼란으로부터 이익을 얻었다. 이슬람국가의 만행과 난민의 유입 하나하나가 이 단체들의 서사를 정당화시키는 것처럼 보였다. 


아사드 정권의 주장과 섬뜩하게 유사한 방식으로, 극우 단체는 이슬람주의의 행렬로부터 서구 문명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 유일한 집단임을 천명했다. 극우 단체들은 아사드와 푸틴을 지지했으며, 시리아 민중에 대한 아사드와 러시아의 공격을 지지했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치면서도 알레포는 견뎌 왔다. 민주적 선거에 의해 선출된 시의회는 식량을 배분했고 지역 행정을 담당했으며 여성들을 조직하고 세력화하기 위해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교사들은 다음 세대를 아사드 정권의 폭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학교와 탁아소와 지하 놀이터를 설치했다. 


예술가들은 혁명과 자유,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 대한 연극을 공연했다. 기자들은 투쟁과 반군 일부 세력의 부패 및 폭력을 보도할 자유를 지키기 위해 조합을 설립했다. 주민들은 언젠가 아사드 정권에 맞서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이 모든 것들이 무너졌다. 알레포의 함락과 함께 아랍의 봄에 대한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알레포와 함께 세계도 붕괴하고 있다. 아사드의 억압이 초래한 혼란은 호퍼, 트럼프, 르 펜, 오르반, 시시와 같은 새로운 세계 각국의 권위주의자들에게 힘을 주었다. 이것은 아랍의 봄에서 비롯된 저항에 대한 세계적 차원의 반혁명이다. 


그리고 자유와 민주주의와 사회정의를 지지해야 할 진영은 세계 전체에 걸쳐 침묵하고 있다. 이 침묵은 곧 동조이며, 우리 모두에게 책임을 지운다. 세계 전체는 시리아 민중을 배신하고 저버린 이 행위에 의해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기사 등록 2016.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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