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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박근혜와 삼성, 주범 혹은 공모자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6. 10. 31.

이상수(반올림 농성장 지킴이)



삼성과 재벌들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커녕 주범이고 공모자들이다 

 

기가 막힌 날들이다. 가장 기가 막히는 것은 박근혜도 피해자라는 프레임으로 해결해보겠다는 저들의 대응이다. 청와대가 나서고 언론이 받아서 재생산하고 있다.

 

최순실만 들어내는 것으로 막아볼 태세다. 둘 다 쫒겨 나는 것보다는 하나라도 살아서 시간을 번 후에 구출해주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나 보다. 여기저기서 최순실이 아니라 박근혜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들린다. 사람들의 경계심에 공감이 간다.

 

박근혜도 피해자라는 말만큼이나 어이 없는 말이 또 있다. 최순실에게 돈을 준 전경련의 기업들, 삼성과 현대, LGSK 같은 기업들이 피해자라는 말이다. ‘기업의 팔을 비틀어서 재단을 만들었다는 식의 주장들이 넘쳐난다. 특히 기업주가 구속되었던 SK가 많은 돈을 낸 것이 이런 주장의 근거로 거론된다.

 

그러나, 진실은 이들이 돈을 내고 사면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돈은 불법적으로 조성된 비자금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불법행위의 죄를 면하려고 불법적으로 돈을 마련해 불법적으로 매수한 것. 피해자가 아니라 주범이다. 최소한 공모자라 불러야 한다.

 

기업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모아 준 돈이 800억이란다. 그 중에서도 역시 삼성이 가장 많은 돈을 냈다. 200억이 넘는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사준 말 값만 10억이 넘는다. 그리고, 아예 삼성의 핵심인력들을 파견해서 체계적이고 꼼꼼하게 정유라를 지원해 왔다. 2014년 갑자기 삼성전자의 상무가 승마협회 부회장으로 들어섰고, 삼성전자의 대외협력 사장은 지금 승마협회의 회장이 되어 있다.

 

이런 노력이 최순실의 일가족에게만 그친 것도 아니다. 최순실의 조카 장유진에게 거액을 지원한 사실이 뉴스타파의 최근 보도로 알려졌다. 최순실 일가를 넘어 친인척까지 밀착 관리해 왔고, 그 일부가 드러난 것이다. 언론과 정치인, 검찰과 사법부까지 돈으로 관리해서 마음껏 부려온 삼성의 능력은 최순실에게도 아낌없이 사용됐다.

 

그리고, 이런 지극 정성은 삼성이 원하는 세상으로 고스란히 돌려받았다.

 

며칠 전, 1027일에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권력을 이어받는 주주총회가 있었다. 국민들의 돈을 맡아서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삼성전자의 대주주인데, 이 국민연금이 찬성해준 덕분에 이재용은 순조롭게 권력승계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지난 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이재용을 지지한 것 때문에 배임과 주가조작 혐의로 고발당한 상황도, 갤럭시 사태로 이재용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이 최고조인 상황도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수 백 명이 죽고 병든 삼성의 직업병 문제에서도 정부는 삼성의 하수인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재해를 입증할 책임이 병에 걸린 개별노동자에게 지워져 있다. 이를 입증할 모든 증거자료들은 영업비밀이라는 핑계로 삼성이 내놓지 않는다


이런 잘못을 감독해서 바로잡아야 할 정부는 손을 놓고 삼성의 편만 들어왔다. 이 불합리한 제도를 수정하고 삼성 직업병 문제에 정부가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UN의 권고는 역시 쉽게 무시됐다.

 

무노조 삼성은 결코 삼성의 노력만으로 가능했던 것이 아니다. 노조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저질러졌던 감시와 도청, 미행, 납치 같은 온갖 종류의 불법행위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방조아래에서 가능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무너져도, 기업의 곳간은 넘쳐나는 시대이다. 전기세 때문에 찜통 더위를 에어컨 없이 견디고, 연말정산 보너스가 세금으로 바뀌고 시름을 달래줄 담배값은 오르는데, 기업들은 상상도 안되는 규모의 세금감면과 온갖 특혜를 받고 있다.

 

이 모든 불의가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사회를 유지하는데, 불의한 권력보다 더 절실한 것이 있을까? 삼성은 결코 최순실에게 삥을 뜯긴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권력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매수해서 자신의 이익을 지켜온 것이다. 권력과 자본의 이 끔찍한 공모를 기억해야 한다.

 

어쩌면 올 겨울은 뜨거운 겨울이 될 지도 모르겠다. 분노와 서글픔이 가득한 거리가 만들어낼 변화에 기대가 생긴다. 그 열기가 곳곳에 있는 겨울 농성장의 추위까지 녹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강남역 8번 출구 삼성본관 앞에는 작고 예쁜 반올림 농성장이 있다.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이 농성이 겨울, , 여름, 가을을 보내고 이제 다시 겨울 채비에 들어갔다. 거대한 불의에 맞서는 이 작은 농성에도 관심과 연대가 늘어나기를 바래본다.  


농성 1년을 넘은 삼성 본관 앞 반올림 농성장 



(기사 등록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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