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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성과주의’라는 좀비 바이러스에 맞서 싸울 때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6. 7. 26.

성지훈(공무원노조 조합원)


한 은행 경영진이 성과연봉제 찬성을 강요하며 직원들을 괴롭히는 장면 


좀비를 소재로 한 부산행이란 영화가 최근에 개봉하였다. 이 영화에서는 개미투자자, 노동자들의 고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익에 따라 움직이는 통제되지 않는 자본, 시위대에 폭력적이면서도 정작 공공의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좀비에 대해서는 무기력한 정부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좀비의 공포 속에서 타인의 고통을 무시하고서라도 살아남으려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려는 사람들이 카메라에 나란히 비춰진다. 좀비는 지능이 없고, 다른 욕구는 제거된 체 오로지 사람을 물어뜯고자 하는 한 가지 욕구만을 가지고 산 사람들에게 돌진한다.

 

영화 밖 현실에서는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좀비 바이러스를 퍼뜨릴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의 이기심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사회에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신자유주의의 잘못된 가정에 따라 노동자들을 서로 싸우게 만들고, 눈앞의 이익만 보는 좀비로 만들고자 한다.

 

작년 공무원연금 개악과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일단락되자마자 정부는 전체 노동자들에게 성과주의를 도입하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개정등으로,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은 공정인사 지침취업규칙 지침등으로 성과주의 인사체계를 도입하려 한다.

 

혹자는 노동자들이 성과만큼 보수를 받고, 성과가 낮은 사람을 퇴출시키는 게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한 노동자의 성과가 낮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그 집단에 속한 모든 노동자들의 업무성과를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상호간 비교평가가 가능하여야할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개별 업무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성과평가가 불가능하다.

 

공무원의 경우를 보면 같은 부서라 할지라도 업무의 성격과 형태가 전부 달라 동일한 기준으로 성과평가 할 수 없다. 동주민센터에서 민원서류 발급업무처럼 유사한 업무를 여러 명이 맡는 경우조차도 등초본 발급 건수에 따라 성과를 측정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된다면 민원발급을 맡은 공무원들은 민원인에게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민원상담시간을 줄이고, 불필요한 서류발급을 유도해 양적 성과만을 내기 위해 노력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공무원에게 성과급제를 도입한지 올해로 20년 가까이 되지만, 정부는 제대로 된 성과평가지표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평가자인 관리자들에 의해서 주먹구구식 성과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객관적인 성과평가가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성과주의 인사가 부분적으로만 도입된 지금도, 공무원 사회에서는 기관장과 관리자들의 줄세우기가 만연해 있다. 만약 보수, 승진, 고용 등 인사에 완전히 성과주의가 도입되면 노동자들은 동료들을 짓밟고서라도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사는 좀비가 될 지도 모른다.

 

보수 등 노동조건이 노사협상이 아닌 개인의 성과에 따라 결정된다면 노동조합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는 노동조합의 힘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하여 노동자들은 쥐어짜기 쉬운 상태에 놓일 것이다


성과평가를 하는 사측이 노조에 비해 협상력도 약한 개인들을 상대로 연봉 협상을 하면 사측은 낮은 임금을 주기에도 용이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성과평가를 빌미로 사용자가 탐탁지 않아하는 노동자, 특히 노동조합 간부들을 예전보다 쉽게 해고할 수 있으며 상시적인 정리해고가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좀비가 된다면, 주민들의 이해와 욕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관리자들의 이해와 욕구에 따라 일하게 될 것이고 사회의 자원 역시 불필요하게 낭비될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동료들을 자신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만 파악하여 조직내 반목과 갈등이 빈번해지고 협업을 가로막아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려 공공서비스의 질은 하락하게 될 것이다.

 

최근 이런 성과주의라는 좀비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위한 정부와, 감염되지 않으려는 노동자들 간 일대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614일 채용에서부터 퇴출에 이르기까지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다. 같은 날 박근혜가 직접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주재하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챙기자, 워크숍 이전에 공공기관장들은 120개 공공기관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을 확정지었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과반수 동의 등을 받지 못하는 불법까지 동원됐지만 노동부는 이를 묵인했다. 한편 721일 민간은행부문에서도 금융노조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같은 직급이어도 연봉 차등 폭이 최대 40%까지 벌어지는 내용을 담은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이에 대항해 618일 공공·금융부문 전국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여 10만여 명이 집결하였다. 공공운수노조는 7월달 지역별 순환파업을 진행하였고, 특히 720일에는 총궐기-총파업 수도권 집회에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1만여 명이 참여하였다.

 

719일 금융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개최하여 전체조합원 95,168명 중 82,633(87%)이 참여하여 절대다수인 79,068(95.7%)이 찬성하여 총파업을 가결시켰다. 이로써 923일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곧이어 927일에는 철도, 서울·부산지하철 등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동자 6만여 명이 성과퇴출제와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를 위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게 된다.


은행·공공부문 노동자들처럼 공무원 노동자들도 함께 파업의 대열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의 경우 타 부문 노동자들에 비해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지침에 근거하여 취업규칙이 개정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훨씬 더 강제성이 강하고, 한번 개정되면 원상태로 돌리기 어려운 에 근거하여 성과연봉제와 성과퇴출제 등이 도입되려 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공무원노동자의 문제가 아닌 것이 노동부 지침상으로만 머물렀던 성과연봉제와 성과퇴출제 등 성과주의 인사체계가 국가공무원법에 들어오면 최초로 성과주의에 관한 법적 근거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국가공무원법이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한 법일지라도, 이를 법적 근거로 하여 다시 민간부문에 성과주의를 확산하는데 일조할 것이다.

 

일부 공무원노조 활동가들은 20대 총선 이후 변화된 여소야대 지형을 이용해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통과를 내년도 대선까지 지연시키고 정권교체를 통해 막아내고자 하는 듯하다. 하지만 더민주당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이 여당이던 시절에 성과급제가 도입되었다


최근 더민주당의 대표 우상호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성과연봉제에 원칙적으로 찬성함을 밝힌바 있다. 이들은 성과주의의 도입 그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 등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측면만 주목하고 있다.

 

성과주의는 단지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는 주류보수만의 정치적 요구가 아니다. 따라서 더민주당에 대한 일정 정도의 신뢰를 전제로 한 대국회 전술을 주되게 놓는 것은 공무원노조 활동가들에게 헛된 기대만 심어주고 공무원노동자들의 주체적 역량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설사 국회에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처리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공무원 임용령>이나 <공무원 보수규정>등 대통령령 수준의 개정을 통해서 성과연봉제와 성과퇴출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 예컨대 이미 5급 이상 공무원에게는 대통령령인 <공무원 보수규정>에 근거하여 성과연봉제가 운용되고 있다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 역시 국회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서 충분히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다. 물론 모법인 국가공무원법에 성과연봉제에 관한 명시적 근거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국회만 바라보면 투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투쟁에 임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기존의 CMS 이체 등을 통한 성과급 반납 투쟁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가야 한다. 정부가 탄압한다고 하더라도 공무원노조 간부들이 성과급 반납 투쟁을 철회하거나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함께 하고자 하는 조합원들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다. 이는 향후 투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2002년 공무원노동자들은 공무원에게 노동조합조차 인정되지 않을 때 연가파업을 벌였다. 당시 김대중 정부가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노동3권을 보장하지 않는 공무원조합법제정을 추진하는 것에 반발한 파업이었다. 결국 김대중 정부는 공무원조합법제정을 철회해야만 했다.

 

이번에도 연가파업 수준 이상의 투쟁을 통해 공무원노조의 요구를 정부에 알려야 한다. 지금은 2002년 파업보다 더 좋은 조건에서 투쟁을 할 수 있다. 당시는 공무원에게 노동조합조차 인정되지 않는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최소한 법적으로는 공무원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을 만큼 환경이 변화하였다.

 

더군다나 성과연봉제등에 반발하는 은행과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이 9월 말에 예정되어 있으므로 2002년과 달리 성과주의에 맞서 함께 싸울 은행·공공부문 동지들이 있다. 또한 작년에 2차례의 연가파업을 벌인 경험을 갖고 있고, 공무원노조와 같은 쟁점으로 같은 대상과 싸우고 있는 전교조와 공동 연가파업을 포함한 지속적인 공동투쟁을 하게 된다면 더 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공무원 노동자들의 의식과 자신감이 성장하고, 노동자 민중의 사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 11월 민중총궐기 등 더 광범위한 투쟁을 벌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함께 싸워서 함께 이겨야 한다. 정부, 공공기관, 은행, 언론 등은 똘똘 뭉쳐 불법도 기꺼이 마다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역시 더 단단한 연대의 끈으로 우리 스스로 묶어야 할 것이다. 적당히 우회하거나 피할 수 있는 길은 없다. 노동자들을 좀비로 만들게 될 성과주의를 상대로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 '다른세상을향한연대’와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해 봅시다http://anotherworld.kr/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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