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윤
“너를 보려고 밥을 안 남기고 다 먹는다. 그러니 너도 나온 밥이라도 남기지 말고 건강하게 먹고 잘 있다 온나. 그런데 저거 아들 속 가슴 아프게 눈물이 나 찍찍하고 가슴 아픈 소리 하면 쓰겄어?”
“마음이 말도 못해. 가슴이 틀어 올라오기 시작하면 어디 갈라면 물 작은 거 한 병 가져가야 돼(가슴을 가리키며). 여기서 일어나기 시작하면 콕콕콕콕콕 숨이 빨딱 넘어가게 아파...편지 오면 잘 읽어 보제. 저 참에 거시기할 때는 편지를 보듬고 잤당께여.”
(한상균 위원장의 어머니인 임선복 님)
7월 4일 재판정에서 징역 5년이란 말을 듣는 순간, 가장 먼저 연말 석방콘서트에서 봤던 어머님의 영상이 떠올랐다. 한상균 위원장을 “애기”라고 부르던 어머님은 이제 얼마나 더 많은 밤을 편지를 보듬고 주무셔야 할까 가늠이 안 된다.
뿐만 아니다. “한상균 위원장이 하루빨리 감옥에서 나오고 아버지도 어서 일어나서 두 분이 함께 손잡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제가 두 분께 막걸리 한 잔씩 따를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백남기 어르신의 딸인 백도라지 님의 소망도 무참히 짓밟혔다.
더 나아가 “한상균은 우리의 형제다. 보고 싶으니 당장 내보내라”던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도 외면당했다. 세월호 유가족 최경덕 님은 한상균 위원장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가족들은 혼자 싸우고 있는 줄 알았고 옆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 그래서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우리가 말하는 것을 믿고 지지하고 더 큰 목소리로 얘기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 느꼈다.”
검찰은 한상균 위원장의 투쟁을 폭력이라고 매도했고, 이것을 “노동계의 일탈”이라고 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검사의 논리와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 노동자들이 광장에 나서서 저항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일탈”이고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자 진보정당 의원(이석기)은 징역 10년, 노동자 대중조직 위원장은 징역 5년, 이것이 박근혜 정부가 만든 헬조선이다. 하지만 운동사회가 사분오열하던 ‘내란음모’ 때와 지금은 좀 다르다. 정부는 처음에 다그치던 것과 달리 한상균 위원장에게 ‘소요’죄까진 덮어씌우지 못했고, 지금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은 모두 한 목소리로 한상균 석방을 외치고 있다.
감옥 안에서도 한상균 위원장의 투쟁과 연대 정신은 전혀 꺾이지 않고 있다.
“묘수는 없습니다. 나의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우리의 문제입니다. 함께 싸우면 이길 수 있습니다. 단단히 준비합시다. … 여소야대를 만들었지만 정권 교체를 하지 않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대선 타령하는 나약함은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슬퍼만 하고 분노를 조직하지 못한다면 이 땅의 노동자는 노예라 불릴 것이다. … 동지들이 승리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다면 5년의 감옥이 힘들지 않을 것이다. … 5년 뒤 … 어머님은 연세 구십을 넘기실 텐데 오랜만에 찾아온 불효막심한 자식을 알아보실까. … 해고자의 아내로, 투쟁하는 노동자의 아내로 살아온 세월에 동지가 되어준 아내의 손은 얼마나 거칠어질까. …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노동자, 사회적 약자와 한편이 되기 위한 헌신과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총궐기로 운동사회를 묶어세우고, 세월호 투쟁에 앞장서고, 비정규직 요구를 가장 앞세우며,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진보의 단결을 추구한 한상균 위원장의 그 정신은 가둘 수 없다. 그 정신을 이어서 모두 손잡고서 한상균을 석방하고 헬조선을 뒤엎기 위한 투쟁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 ‘맞춤형 보육’ - 재생산 노동에 대한 강탈과 착취
‘맞춤형 보육’의 문제는 사실 일부 관련 단체나 여성단체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쟁점일 것이다. 이것은 노동력과 우리의 삶의 재쟁산의 문제이니까 말이다. 핵심은 맞벌이가 아닌 전업주부의 경우에는 하루 6시간만 보육 지원을 하고 지원금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상보육에 대한 약속과 지원에서 명백한 후퇴와 삭감이다.
이에 따라 당장 많은 가정과 여성들이 재정적 타격과 육아 부담을 더 많이 지게 될 것이다. 나아가 보육노동자들에 대한 해고와 임금 삭감 등이 이어질 것이다. 어린이집 등이 대거 문을 닫으면서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곳을 찾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안 그래도 공공보육시설이 전체의 6%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말이다.
정부는 전업맘과 직장맘을 이간질하면서 이런 후퇴와 공격을 추진하고 있다. ‘집에서 쉬고 있는 전업맘들까지 아이를 맡겨서 직장맘들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집에서 쉬고있다’니!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이란 유투브 동영상을 찾아서 보면 가정주부라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육체노동이자 정신노동이자 감정노동이면서 무급, 장시간, 극단적 노동유연성을 강요받는지 아주 잘 알 수 있다.
정부의 이런 시도는 이 나라 지배자들이 ‘저출산이 문제’라면서도 그 문제를 가사와 육아에 대한 지원을 늘려서, 가정과 여성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서 해결할 뜻이 별로 없음을 보여 준다. 그보다는 이미 본국에서 재생산돼 온 이주민을 더 늘리거나, 출산과 육아를 강제조건으로 들어오는 결혼이주민들을 이용하려는 계산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자신들은 비용과 지원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고, 이주민과 2세에 대한 온갖 차별을 통해 비용을 거듭 절감할 수 있고, 인종주의를 통해 노동자들을 이간질할 수도 있다는 다목적 포석과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상품 생산과 노동력 재생산을 연결할 뿐 아니라, 이주민을 환영하고 연대하는 정치와 관점, 실천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 세월호 인양 작업인가 증거 인멸 작업인가?
얼마 전 세월호 선수 들기를 하다가 실패해서 선체 앞부분이 파손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선수를 들려고 와이어를 걸어두었는데 파도에 힘을 못 이겨 와이어가 선체를 파고들면서 7미터 정도의 커다란 찢겨짐이 2군데 생겼다는 거였다.
인양이 계속 실패하면서 뒤로 미뤄질 뿐 아니라, 인양한다고 선체 곳곳에 구멍을 뚫는 것도 모자라, 이제 선체를 절단내고 있나 하는 한탄이 많았다. 그런데 몇주 전 <파파이스> 방송에서 김지영 감독은 새로운 점을 지적했다.
와이어가 훼손했다는 선체 앞부분이 하필 바로 김지영 감독이 지적하고 추적해 온 ‘알 수 없는 난관 절단과 선체 파손’ 부분과 일치한다는 거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인양하고 나서도 ‘저 부분은 인양하다가 생긴 파손’이라고 둘러댈 수 있게 된 거란 말이다. 더구나 해수부는 인양을 위해선 찢겨진 부분을 보강해야 한다며 다시 손을 댄다고 한다.
닻과 도르래 등 김지영 감독이 침몰에 관해 의혹을 제기한 부분들이 모두 이처럼 인양 준비 작업이라는 핑계로 제거되거나 사라졌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더불어 세월호 인양 준비한다며 배에 뚫은 92개의 천공(구멍) 조각들이 유실됐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쯤되면 인양 준비 작업인지 증거물 훼손과 증거 인멸 작업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제주해군기지로 가려던 철강 400톤과 더불어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늘어나는데, 정부가 특조위를 강제 해산시키면서까지 저 난리치는 이유는 정말 너무나 충격적인 죄악을 숨기고 싶어서일까. 이제 그동안 ‘음모론’으로 치부되면 무시당하던 ‘정부와 국정원이 이 참사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는 의문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정도로 명백해지고 있다.
얼마 전 정부청사 앞 집회에서, 경찰과 몸싸움하다가 하루 경찰서에 구금됐다 온 예은 아버님은 이렇게 말했다. ‘다른 건 다 참아도 어머니들이 본드 묻히며 손이 퉁퉁 붓도록 만든 노란 리본을 바닥에 팽개치는 것을 보고 참지 못했다. 앞으로도 리본은 절대 건들지 마라.’
정부는 리본만이 아니라 세월호의 진실을 알려 줄 어떤 증거도 건들지 말아야 한다. 2년전 4월 16일 그 참극의 몸통들은 바다가 아니라 육지에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이 몸통을 제대로 밝혀내고 처벌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분노는 새누리만이 아니라 야3당에게도 향할 것이다.
* '다른세상을향한연대’와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해 봅시다. http://anotherworld.kr/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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