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5월 10일 안산 세월호 집회 참가기

조경은

 

나로써는 너무 늦은 방문이었다. 생중계와 뉴스를 챙겨보면서도 막상 옷을 챙겨 입고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은 큰 결심이 필요했다. 아이가 있어서 움직이기 힘들다, 감기 몸살 때문에 아팠다는 말은 이제와 보면 핑계였던 것 같다.


입구에서 나눠주는 근조(謹弔)리본을 달고 합동 분향소에 들어섰을 때, 나는 그 거대한 규모와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나를 안내해주던 아주머니는 얼굴이 벌겋게 부어있었고 꽃을 나눠주는 사람들은 지쳐보였다. 방명록을 쓰고 국화를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사실 내가 합동 분향소를 방문했던 건 그곳에서 나를 짓누르는 슬픔을 정면을 마주하고, 시원하게 울고 털어버리자는 계산속이었는데 막상 그곳에서 나는 울 수조차 없었다. 애초에 나를 내려다보는 이백여 개 영정 사진들 속의 눈, 이백여 개의 삶과 꿈과 거기에 얽혀 있는 사람들과 기쁨과 슬픔 같은 감정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그 앞에서 울겠다는 생각이 잘못이었다.


헌화를 하면서 사진 속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이름을 되뇌어 보았다. 잊지 않고 기억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얼굴도,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다. 이백여 명의 사람들이란 그런 무리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분향소에서 집회가 열리는 문화공원으로 이동했다. 집회는 애도의 분위기로 이어졌다. 진행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울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우는 소리가 나한테는 위로가 됐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연대감을 느끼는 게 세월호로 인한 집단 우울증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후에 문화공원에서 중앙역까지 행진이 있었는데 정리집회 없이 인파가 흩어지면서 집회는 흐지부지 끝났다.


 

해야 할 일을 했다는 개운함은 있었지만 이번 안산 집회는 물론 세월호와 관련된 운동에는 아쉬움이 많다. 그동안 연이어 실패한 여러 운동들에 대한 여파 때문인지 몰라도 이번 세월호 관련된 집회는 굉장히 소극적이다. 세월호 유족들한테 쏟아지는 종북, 빨갱이 딱지와 세월호 사건을 좌파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선동한다는 말도 안되는 적들의 비방에 우리 스스로 갇혀 있는 느낌이다.


또한 구심점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를 심판하고 대한민국 시스템을 크게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 뜻을 모아주는 곳도, 모을 수 있는 곳도 현재로써는 없다. 이번 세월호에 가장 중심에 있는 유족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으며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집회가 정권에 대한 분노보다 애도에 집중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한 심정으로 유족들이 들고 일어서주면 좋겠다 싶지만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보니, 지난번 KBS와 청와대 방문이 유족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움직임이었던 것 같다.


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세월호 유족들의 눈치를 보며 전면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세월호 사건은 유족들과 실종자들만의 사건이 아니다. 지칠 대로 지친 유족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힘 있게 앞으로 나아가야한다.

 

이렇게 썼지만 정작 이번 주 청계천 집회는 남편 친구 아들 돌잔치 때문에 참석을 하지 못한다. 결국 나도 남한테 일을 떠넘기는 꼴인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

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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