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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7월 셋째주 세상읽기 - 노동개악으로 결집하는 우파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5. 7. 23.

전지윤



7월 중순까지 세계 지배자들은 중국 증시 폭락과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라는 두 가지 악재에 시달렸다. 경제적으로 더 큰 위협은 중국 증시 폭락이었다. 3주 동안에 그리스 GDP의 열 배에 달하는 3700조 원이 넘는 돈이 허공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중국 증시 폭락은 중국 정부가 수십 건의 부양책을 쏟아내고 거래를 일시 정지시키고, 공안기관까지 동원하면서 가까스로 저지될 수 있었다. 이번 사태는 중국 증시에 거품이 잔뜩 부풀어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이런 거품의 뿌리는 멀게는 2008년 세계경제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시장에 풀었던 4조 위안에서 찾을 수 있다. 덕분에 중국은 세계적 경제 위기의 타격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고 한국 등은 중국 수출을 통해 상대적으로 빨리 경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고성장은 몇 년 전부터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성장률이 떨어지자 중국 정부는 주식시장 부양을 통해 거품을 더욱 키웠다지난 1년 동안 중국의 종합주가지수는 2배 넘게 올랐는데, 특히 여기에는 정부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를 부추긴 것이 큰 구실을 했다. 개미들이 지난 1년간 주식 투자에서 차지한 비중은 80%에 달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교육, 의료, 복지 등이 취약한 상황에서 저소득자들은 주가가 치솟으면서 재산이 늘었다는 착각에 빠져왔다. 그래서 이번 주가 폭락 과정에서 절망에 빠진 개미들의 자살이 속출했다. 중국 정부는 자살하지 말고 주가 반등을 기다리라는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어야 했다.


이것은 자본주의가 어디서든 보여주는 전형적 패턴이다. 어느 지역에서든 자본주의는 경쟁과 축적의 열기 속에 경제성장을 가져온다. 그러나 성장 속에서 이뤄지는 과잉투자와 생산은 곧 이윤율 하락을 낳는다. 그러면 자본가들은 생산적 투자보다 부동산과 주식 투기로 뛰어들게 된다. 이것은 경제의 취약성을 가리며 위기를 연기시킨다.


하지만 거품은 언젠가 터지게 마련이다. 그러면 위기는 더욱 심각한 규모로 폭발할 수 있다. 이번에도 거품을 서서히 가라앉히기 위해 정부가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하자 폭락이 시작됐다. 문제는 중국 경제의 추락은 세계적 파장을 낳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며 최대의 교역국, 원자재 수입국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한 나라들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다. 이번에 증시 폭락을 가까스로 막아낸 수단들이 다음에도 효과적이리라는 보장은 없다.


계급투쟁이라는 관점에서 정치적으로 더 중요했던 것은 그리스 사태였다. 그리스는 구조조정과 긴축, 고통전가 밖에 대안이 없다는 지배적 논리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세계 지배자들은 이런 도전이 더 확대될까봐 노심초사했다. 메르켈과 쇼이블레는 무엇보다 독일 노동자들도 그리스처럼 ‘NO’라고 말하기 시작할까봐 걱정했을 것이다.


시리자 지도부가 굴복하면서 이 도전은 일단 차단된 상태다. ‘유로존 내에서 긴축을 중단시키며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건설할 있다던 치프라스의 노선은 파산했다. 유로존은 냉혹한 채권자들이 민중을 가둬놓고 서서히 죽음으로 이끄는 감옥이라는 게 드러났다. 여기서 민주적 의견수렴과 투표 결과 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제, 치프라스의 굴복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유럽 좌파는 새롭게 재편될 것이다. 반갑게도 시리자 중앙위원 201명중에 109명이 굴욕적 합의안에 반대 서명했고, 시리자 의원 149명중 거의 40여 명이 의회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특히 앞으로 중요한 것은 좌파플렛폼같은 시리자 좌파의 선택이다. 이들은 시리자를 지지하는 민중들과 함께 웃고 울면서 이 경험을 같이 했다. 이제 시리자의 굴복을 보고 혼란에 빠진 민중들과 함께 무엇을 배우고 어디로 나갈 것인지 선택해야 할 상황이다. 부디 시리자와 함께 주저앉는 길이 아니라, 시리자의 한계를 넘어서 나아가야 한다. 그리스 민중의 ‘NO'가 보여 준 용기와 가능성을 더욱 확대하는 길로 말이다.


세계 곳곳의 지배자들이 시리자의 굴복을 이용해 대안은 없다는 냉소를 부추기며 반동적 공격을 강화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이것은 더욱 중요하다. ‘30년만에 가장 강력하다는 반노동 법안과 긴축안을 내놓은 영국 총리 캐머런이 대표적이다.



한국 언론들도 그리스와 영국을 대조하며, 강력한 경제 구조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박근혜 정권은 당정청이 힘을 모아서 노동개악을 강행하겠다며 화답하고 있다. 유승민 사태 속에 나타난 우파의 심각한 분열상은 공동의 과제 속에 봉합된 듯하다.


박근혜와 친박은 어떻게 다시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었을까? 유승민의 동료인 이혜훈은 사정기관에 약점이 잡힌 의원들이 결국 박근혜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유승민 사태가 한참일 때 신원그룹 로비 사건 등이 불거지며 여야 정치권에 간 돈을 추적하고 있다는 기사가 언론에 등장했다가 사라진 바 있다.


이회창의 측근이었던 유승민은, 김영삼에게 대들면서 대권주자로 부상했던 이회창 사례를 벤치마킹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회창은 97년 노동자 총파업 속에 김영삼이 레임덕에 빠지는 상황을 이용할 수 있었다


반면 박근혜는 위기에 빠졌다가도 지리멸렬한 야당과 진보의 분열과 무기력 속에 쉽게 그것을 벗어나곤 해 왔다. 이번에도 박근혜 정부는 다시 우파 결집을 이루면서 박래군 구속 등을 강행하고 있다.


진보진영이 얼마나 취약한 상황인지는, ‘2세대 진보의 상징이라는 조성주 정의당 대표 후보가 우리는 모두 유승민이다라며 사퇴한 유승민을 추켜세운 것에서도 드러났다. 교활한 우파인 유승민은 박근혜를 용기있게 정면공격했고 민주공화국을 지키려 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다카키 마사오를 말하며 박근혜를 바로 눈 앞에서 가장 통쾌하게 정면공격했던 사람은 다름아닌 이정희 전 진보당 대표였다. 진보당 해산이야말로 민주공화국에 대한 치명적 공격이었고 우리 모두가 진보당이라는 구호는 그때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종북몰이 광풍 속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지금도 진보 재결집을 주도하는 지도자들은 진보당은 대북노선을 수정해야 함께 할 수 있다고 자기검열하고 있다. 이같은 종북 제외 진보 재결집을 주도하는 정의당에서는 투쟁보다 타협을 고뇌하자’, ‘약자는 이기는 싸움만 해야 한다’, ‘환상을 버리고 체제 안에서 변화를 만들자’, ‘야권연대와 연립정부로 가자는 주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원래부터 이기기 어려운 약자들이, 체제가 그어놓은 선 안에서 타협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의아스럽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노동운동 밖의 노동과 손 잡고, 민주주의 광장 밖의 시민에게 달려가자는 주장은 간단히 흘려버릴 주장은 아니다.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은 민중의 바다 속으로 들어가서 더 큰 파도를 만들어야 한다. 비록 첫발을 뗀 것이지만 최저임금 1만원을 위한 민주노총의 노력이 의미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반면 정의당 지도부는 노동운동이 노동운동 밖의 노동과 손잡기 위해 타협하고 양보하자는 것에 강조점이 가 있다. 박근혜 정부와 조중동이 민주노총이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자들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며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것은 이런 틈을 노리는 것이리라.


과연, 박근혜 정부는 우파를 결집하며 주도권을 회복할 뿐 아니라 노동개악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우리 편이 지금의 분열과 혼란을 얼마나 빨리 효과적으로 극복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종북몰이꾼들이 해킹 파문으로 또다시 궁지에 몰린 것을 기회삼으며


변혁재장전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해 봅시다http://rreload.tistory.com/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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