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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매드 맥스 - 희망없는 세상에 대한 분노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5. 5. 28.

전지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정말 볼만한 영화였다. 아바타 이후 이처럼 재미있으면서도 정치적으로도 의미있는 블록버스터는 오랜만이다


제목대로 분노의 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분노와 광기 속에 질주하며 때려 부수는 장면이 이어진다. 그것도 컴퓨터그래픽을 최소화했다고하니, 롤러코스트를 탄 것 같은 기분이란 말이 실감난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단순히 스트레스 해소용 액션활극에 그치지 않는다. 여주인공 퓨리오사를 연기한 샤를리즈 테론은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진실된 영화이며 여성주의 영화라고 말했다.

감독인 조지 밀러는 핵전쟁의 폐허 속에 물과 기름을 지배하는 미래사회 독재자 임모탄과 그가 통치하는 시타델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생존에만 관심이 있다. 명예도 없고 공감, 연민 같은 감정을 느낄 겨를도 없다. 계급 구조가 뚜렷해지고 권력을 가진 소수가 다수 위에 선다.”


이것은 바로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가 아니고 무엇인가. 출산의 도구로 취급당하며 젖소처럼 사육되는 여성들, 하층민들에게 물을 찔끔 나눠주며 욕심을 버리라고 설파하는 임모탄 등의 장면은 분명히 뭔가를 보여주고 있다.


남주인공 맥스는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기억에 시달리며 사는 떠돌이다. 이것은 1980년대에 만들어진 전편의 내용과 관련있지만, 세월호를 잊을 수 없는 나에게는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그는 희망을 품는 것은 실수라고 말하는 냉소적인 남자다. 이 힘겹고 막막한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녹색의 땅이라는 이상향을 꿈꾸며 임모탄에게 반기를 든 퓨리오사와 맥스가 손을 잡아가면서 영화는 뻔한 길을 갈 수도 있었다. 맥스가 임모탄에게 쫓기는 퓨리오사와 아름답고 늘씬한 여인들녹색의 땅으로 데려주는 뭐 그저그런 이야기. 난데없이 패션쇼 모델같은 조연들을 대거 등장시키는 영화의 초반을 볼 때는 정말 그럴 줄 알았고 피식 헛웃음까지 나왔다.


그러나 영화는 그런 예상을 기분좋게 벗어나고, 모계부족의 주름투성이 할머니 전사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장총을 들고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며 악당들을 하나씩 거꾸러트리는 그 멋진 모습이 가져다주는 통쾌함이란. 맥스는 묵묵히 그들을 돕는 구실을 한다. ‘알고보니 맥스는 미치지도 않았고 주인공도 아니다는 말들이 떠돌만 했다.


물론, 퓨리오사가 희망을 품고 싸우게 만들었던 유토피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찌보면 당연한 그 사실보다, 유토피아에 대한 꿈마저 사라진다는 게 더 견딜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퓨리오사가 녹색의 땅을 보고 절규하는 장면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하지만, 여기도 반전이 있다. 그것은 착취와 억압의 땅을 벗어나는 게 아니라, 그 심장부로 뛰어 들어가는 발상의 전환이다. 할머니 전사가 말하는 인간이 서로에게 총을 쏘고 죽일 필요가 없는 세상, 여전히 우리의 뒤가 아니라 앞에 있어야 한다는 게 이 영화의 메세지인 것 같다.


임모탄에게 목숨을 바치며 이름을 남기려던 일종의 일베청년(워보이)이 개과천선해서, 타인과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며 나를 기억해줘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가장 끝내주는 장면은 임모탄과 퓨리오사의 최후 대결인데, 그 장면에서 나는 일어나서 만세를 부르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 장면은 매우 찰나같이 지나가고 알고보면 좀 잔인한 장면이지만, 임모탄을 닮은 누군가를 떠올리던 상황에서 그 카타르시스는 대단했다.(임모탄이 '남긴 것'을 '공동분배'하는 하층민들의 모습도 잔인하면서도 묘하게 불쾌하지 않은 장면이었다.)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이런 핍박받는 사람들의 연대와 승리가 이뤄진다면영화 끝나고 올라오는 자막. “희망없는 세상에서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인간이 나아가야 하는 곳은 어디인가답이 그려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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