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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평해전'과 동족살상의 악순환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5. 7. 23.

 

전지윤

 

영화 연평해전을 보지는 않았지만 배급사, 멀티플렉스, 보수언론의 몰아주기, 띄워주기는 아주 잘 보인다. 덕분에 영화를 보지않고서도 거부감이 느껴질 정도다.

 

새누리당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유승민 사태로 바쁘던 김무성보다 먼저 이 영화를 보고서는 연평해전은 우리가 승리한 전투라며 안보정당마케팅에 이용하는 문재인을 보면서 참 기가찼다. 물론 김대중 정부가 더 강력대응을 못하게 막았다는 우파가 더 섬뜩하긴 했지만 말이다.

 


2013년에 연평해전 전적비를 참배한 민주당 지도부


저들 모두의 주된 관심은 ‘NLL을 지켰냐 아니냐, 우리가 이겼냐 졌냐에 있다. 보이지도 않는 바다 위에 선을 그어놓고 말이다. 그러면 20022차 서해교전은 우리 쪽에서 6명이 죽었으니 망친 것이고, 19991차 서해교전은 북한군 30여명이 죽었으니 잘한 것인가?

 

1999년 당시 박노자 교수의 한겨레 칼럼 <동족살상을 기뻐하다니>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마침 나는 감옥에 있었는데 신문을 읽다가 가슴이 먹먹해졌었다. 제목도 내용도 정말 적절한 글이었다.

 

서해교전으로 인한 북한 젊은이들 사망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 말만 다를 뿐이지 필요하면 더 죽여라는 것이었다. 군대에 끌려가서 무덤도 없는 바다 속의 원귀가 된 북녘 젊은이들의 어머니들이 밤새도록 가슴을 찢는 고통으로 울고 있으리라는 것은 관심밖이었다.”

 

2002년 당시 보복을 위해 확전을 불사하자’, ‘전쟁을 각오하자던 언론과 정치인들의 호전적 선동도 잊기 힘들다. 이때도 마침 나는 감옥에 있으면서 신문을 통해 이런 악다구니를 접하며 치를 떨었었다.

 

말에 그치진 않았다. 참여정부 때는 기존 5단계 교전수칙을 3단계로 단순화시켰고, 이명박 정부는 다시 1단계에서 경고통신을 생략했고, 박근혜 정부는 쏠까말까 묻지말고 먼저 쏘고 보고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서해는 갈수록 남북의 핵심무기들이 집결한 한반도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 다시 충돌이 벌어지면 함정간의 교전에 그치지 않고 육해공 전력이 동원되면서 양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탈북자 출신의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가 그나마 이런 이성적인 걱정을 하고 있더라.

 

서로 적개심과 복수심을 불태우며 이기고 지고를 거듭할 때마다 누군가의 귀한 자식과 남편, 형제가 가슴 허비는 아픔을 남기고 죽어간다. 언제면 한반도는 동족상잔의 이 지긋지긋한 증오와 복수의 악순환을 벗어버릴 수 있을까. ‘연평해전을 보고 나오며 든 먹먹한 생각이다.”

 

변혁재장전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해 봅시다http://rreload.tistory.com/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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