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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세월호 가족들이 갈 길을 보여주고 있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5. 4. 18.

전지윤

 

416일 세월호 1년 집회는 근래 어느 집회보다 감동적이고 힘이 있었다. 그야말로 시청광장이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이 왔다. 조직된 단체나 노조원들뿐 아니라 교복입은 학생들, 아이와 같이 온 가족들, 동네 이웃같은 분들이 정말 많이 보였고 더 많아 보였다. 사람들은 정말 세월호를 잊지않고 있었다.



다윤 아버님은 정부가 우리를 벌레 취급하고 있다. 이런 국가는 필요없다. 내가 앞장서 싸우겠다고 발언했다. 윤민 언니는 제발 우리를 살려달라. 우리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지 말고 우리 손을 잡고 같이 행동해 달라고 발언했다.


이런 발언을 들으면서 모두들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 내 주변에서도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사람들, 소리내 흐느껴 우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마지막으로 광화문까지 함께가서 헌화해달라는 예은 아버님의 호소에 모두 주먹을 불끈 쥐는 게 느껴졌다. 물론 이 정부는 광화문 일대와 종로통을 전부 차벽으로 막았다. 그러나 거기서 느껴지는 것은 여기서 물러서면 큰일이라는 두려움이었다.


차벽과 방패, 캡사이신, 전투복 등으로 무장한 엄청난 병력보다 행진하는 사람들이 손에 든 하얀 국화가 훨씬 강력한 무기처럼 보였다. 대통령은 세월호 1년을 회피하고 싶어 남미로 도망가 버렸고, ‘비타3000’ 총리는 정치적 시체가 된 상황에서, 이 국가가 당황하고 있다는 게 거리의 공기에서 느껴졌다.


어디선가 박근혜는 [남미에서] 오지마라는 구호가 터져나오면서 거리로 번져갔다. 그 구호는 곧 박근혜는 물러나라로 바뀌었다. 제발 꽃을 놓고 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달라고 여학생들이 울먹이자 의경들도 눈물을 흘렸다.



세월호 가족들은 4월 16일에도 최고의 지도부이자 투사들이었다. 더는 아이들을 뺏기지 않겠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학생들을 지키는 가족들 앞에서 경찰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 세월호 가족들의 투쟁은 파업을 준비하던 민주노총에도 큰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갑갑한 상황에서 민주노총 파업이 돌파구가 돼 줄 것이라던 일부의 예측과 달리, 세월호 투쟁이 민주노총 투쟁이 나아갈 길을 닦아주는 모양새다.


지금 3가지 요소가 두드러진다. 첫째, 세월호 1년 동안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는 분노와 가족들의 아픔에 대한 사무치는 공감이 거대한 힘이 돼서 이 나라를 흔들고 있다. 삭발까지 한 채 앞장선 가족들의 용기와 투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둘째, 부패 시한폭탄들이 연쇄폭발하면서 박근혜의 아킬레스건을 찌르고 지배계급을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 기획사정으로 반대파들의 약점을 움켜쥐며 정국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던 시도가 의도치않게 얽히고설켜있던 부패 시한폭탄의 초침을 째깍거리게 만든 것이다.


셋째, 그럼에도 새민련의 지리멸렬을 대체할 진보진영의 정치적 대안은 보이지 않고 분열과 반목이 여전하다. 선 긋기와 왕따시키기로 종북몰이에 대응하는 진보진영의 태도는 4월말 재보선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지금 박근혜는 셋째 요소를 이용해 나머지 두 가지 요소들을 뒤집어 보려는 반전을 꾀하기 시작하는 듯하다. 이완구가 목숨을 걸겠다고 했을 때, 지난번 같이 끌어안고 울던 새민련 우윤근이 걱정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이명박 말기에 터져나온 민간인 사찰 파문 때 박근혜가 나는 두 정권 모두에 사찰당한 피해자라며 물타기했던 게 떠오른다


부패 먹이사슬이 정치권 전체에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는 점, 검찰이 부패정권의 밑닦는 휴지라는 점 등이 이런 시도를 가능케하고 있다. 부패한 정치인들의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말이 면죄부 받아 오겠다로 들리는 상황이다. '북한 카드를 꺼낼 때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진보진영은 분열과 반목을 지속하기보다, 똘똘뭉쳐서 싸우는 세월호 가족들의 진정성과 투지에서 배웠으면 좋겠다. 특히 총파업을 준비하던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세월호 가족들이 만들어 준 이 기회를 받아 안아주면 정말 좋겠다.


시행령 폐기와 세월호 인양은 민주노총 파업과 집회의 핵심 요구가 돼야 하고, ‘세월호와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점이 모든 점에서 더 분명해지면 좋겠다. 지난 연금집회처럼 세월호 가족들에게 발언 기회도 안 주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날 여의도 공원의 한 구속에서 지친 몸을 끌고 왔다가 실망한 듯 울고계시던 다윤 엄마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노동계급이 이 불의과 거짓으로 가득찬 세상을 변혁하려는 주체로 나서려면 누구보다도, 고통받는 사람들의 신음소리를 잘 듣는 귀를 가져야 하며, 그들을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은 힘을 합쳐서 세월호 가족들의 앞 길을 더 크게 열어줘야 한다. 도심 곳곳을 행진하며 더 많은 사람들을 대열로 끌어들이고, 그렇게 불어난 힘으로 사람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근혜장벽을 압박해야 한다.


이것은 민주노총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파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해 줄 것이고, 박근혜는 시행령 추진와 노동개악, 연금개악 등을 계속 강행해도될지 다시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질수록 박근혜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고, 개악 추진은 마비될 것이고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의 자신감 회복은 빨라질 것이다.


최근에 본 글에서 이 말이 참 인상적이었고 자주 다시 읽게 된다.


사회체계가 연대와 협동에 의해 건설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사랑과 따뜻한 감정을 지니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프롤레타리아 이데올로기는 노동자 계급으로 하여금 같은 계급내의 동료들이 가지는 고통과 요구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과 다른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민감함 그리고 집단에서 개인간의 관계가 가지는 의식을 통찰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독려해야 한다. 이런 모든 따뜻한 감정’ - 감성, 연민, 공감 그리고 책임감 - 은 한 가지 원천에서 파생된다; 이것은...단어의 넓은 의미에서의 사랑의 양상이다.“(알렉산드라 콜론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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