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세월호 ‘쓰레기 시행령’ 폐기를 위해 모든 힘을 모으자

전지윤 



지난 주말 세월호 진실을 향한 국민행진에서 다시 한번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잊지않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거리에서 행진을 바라보면 응원하고 눈물을 훔치는 시민들을 자주 마주칠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세월호 투쟁을 불법폭력으로 몰아서 마녀사냥하려던 저들의 시도도 잘 먹히지 않는 것 같다. 되려 경찰의 파렴치함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행진 전에 가본 시청광장 공무원연금 집회 분위기도 좋았다. 많은 발언자들이 세월호를 언급하며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교총, 공노총과의 연대집회에서는 느끼기 힘들었던 활기와 급진적 발언 등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시청광장에 모인 4만여 명의 노동자중 소수만이 광화문 세월호 집회로 온 것을 확인했을 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전날 민주노총 파업에서도 비슷한 아쉬움이 있었다. 울산이 상징적이었던 것 같은데, 노동운동의 메카라는 그 곳에서 민주노총의 오른팔이라던 현대차노조나 현중노조보다 건설, 플랜트 노동자들이 집회 대오의 다수였다고 한다.


파업을 하고 참가한 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 발언을 하러 온 세월호 가족 앞에서 이경훈 지도부는 추태를 보였다. 자신은 민주노총 파업이 억지 파업이라고 공개 비난해놓고, 자신에 대한 정당한 비판에는 폭력으로 입을 막으려 한 것이다.(운동 내에서 비판과 이견을 강제로 막으려는 그 어떤 시도도 잘못이다.)


이경훈 지도부에게 민주노조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허수영 지역실천단장의 비판은 이로써 더더욱 정당했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 사태로 울산에서 행진이 취소된 것, 노동자들의 단결과 사기에 악영향이 생긴 것 모두가 이경훈 집행부의 책임이므로, 양비론은 말도 안 된다.


지금 박근혜의 계산은 뻔해 보인다. 이완구 꼬리를 자르고 이게 다 노무현 탓이란 물타기를 하면서 대선자금 문제는 덮으려 한다. 인양 발표 등 찔끔양보를 하면서 시간을 끌고 세월호 투쟁의 김이 빠지길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지금 위기가 지나가면, 세월호의 진실을 더 파묻고, 아직 동력이 부족한 노동운동을 공격, 고립시키며 노동시장구조개악을 강행할 것이다.


이번에 한상균 지도부는 좌파답게 총파업 건설을 위해 최선을 다해 헌신한 것 같다. ‘4월 총파업은 긴 투쟁의 출발로서 의미있었다. 하지만 이번 민주노총 파업이 활력적이었고, 실제 26만 명이 파업했고, 파업이 지금의 박근혜 위기를 낳았다는 일부의 주장은 쓰라린 현실을 직시한 주장같지 않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봐야 올바른 방향이 나오지 않을까.


이경훈 지도부같은 태도가 어떻게 가능하게 됐는지 돌아보자. 먼저 이번뿐 아니라 그동안 주요 산별연맹과 대형노조 지도자들이 민주노총 투쟁에서 발을 빼온 게 사실이다. 심지어 좌파 지도부일 때도 말이다. 바로 얼마 전 이경훈 지도부가 불법파견 야합을 했을 때 금속노조 좌파 지도부도 이에 타협했다. 현장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과 반대 목소리는 별로 높지 않았다. 이 속에서 이경훈이 파업 안하는 게 더 어려운 결단이라는 궤변을 펴게 된 것이다.


여기서 단지 총파업만을 외친다고 좌파 지도부답진 않을 것이다. 우파 지도부라고 해서 파업을 호소하지 않았거나, 호소해놓고 망하길 바랬던 것은 아니다. 좌파 지도부라면 더 나아가 이런 상층 지도자들과 현장 분위기에 타협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할 말을 해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노사정위에서 개악의 들러리를 서 온 한국노총 지도부를 비판했어야 한다. 연금개악 타협기구에서 나오지 않는 공무원 지도자들을 비판했어야 한다. 불법파견 투쟁을 가로막고 총파업에 찬물 끼얹은 이경훈 지도부를 공개 비판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폭력사태에 대해 엄중히 이경훈 지도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물론 그랬을 때 한국노총과의 대규모 공동집회 가능성은 사라질 수 있고, 이경훈 지도부는 더 노골적으로 사보타주와 훼방을 할 수도 있다. 4월 총파업으로 가는 길이 더 위태로워질 거라고 걱정한 것도 이해된다. 하지만 상층 지도자들과 타협하면서 당장의 동원규모를 늘리는 게 그렇게 중요할까? 부풀려진 규모와 수치 뒤에서 현장의 냉소는 더 커지지 않을까?


예컨대 공노총, 교총과의 연대집회는 분명 연금집회의 규모를 엄청나게 늘렸다. 지난 연말엔 10만 집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정부의 연금개악 추진에 핵심 걸림돌이 됐을까? 세월호 가족 발언기회도 안 준 그 집회를 통해 공무원노동자들의 시야가 넓어졌을까?


그 집회가 더 내고 덜 받는타협을 하려는 지도자들의 발목을 잡아왔는가? 오히려 최근 대선자금게이트와 세월호 투쟁이 연금개악을 주춤하게 만들고 있고,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았지만 지난 주말 연금집회가 더 활력있어 보였던 게 사실이다.


노동운동의 동력이 약화돼 온 과정의 뿌리는 깊고, 당장의 규모를 늘리고 위세를 부풀려 보여주는 것보다 끈질기고 장기적으로 여기에 도전해 나가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특히 작업장 안팎의 문제를 연결시키지 못했던 태도에 도전해야 한다. 그 점에서 세월호 시행령 철회가 4월 총파업의 공식 요구가 되지 못한 것은 참 아쉽다. 물론 세월호 문제로 총파업 한번 못한 노동운동의 상황이 1년만에, 지도부가 바뀌었다고 달라지긴 어렵다.


필요한 것은 조금씩 그 방향으로 나가려는 시도이고, 이번 51~2일 철야행동 때는 달라야 한다. 세월호 가족들은 이번에도 메이데이와 자신들의 투쟁을 연결시켰다.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민주노총이 그동안 함께 해준 것보다 100배 더 강한 투쟁으로 결정적 역할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메이데이 끝나고 썰물처럼 빠져나가지 않도록 조합원들에게 호소해야 한다. 세월호와 노동자가 하나인지 조합원들에게 설명하고 토론해야 한다. 포스터와 일정부터 5.1~2를 묶어서 하나로 홍보해야 한다. 여기에 미온적인 주장과 태도는 비판해야 한다. 물론 그런다고 당장 크게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작은 주춧돌을 하나하나 쌓아나가는 게 중요하다. 최근 비정규직, 투쟁 작업장 노동자들이 올린 진실을 침몰하지 않는다퍼포먼스 동영상들은 얼마나 뭉클했던가. 우파는 세월호 진상규명과 연금개악 반대를 결합시킨 전교조 연가투쟁를 쉽게 공격하지 못했다.


재보선 결과는 역시나 더러웠다. 종북몰이 굴복, 진보 분열, 우파 결집 구도 속에서 달라진 게 없었으니. '안보경제정당'으로 변신해서 '천안함 폭침'을 주장하는 새민련은 새누리의 상대가 될리 없었다. 하지만 박근혜의 위기는 끝난 게 아니고, 부패 시한폭탄의 연쇄폭발은 계속될 수 있다.


이미 우파 내 주도권은 김무성 등에게 넘어가고 있고 박근혜는 지는 해. 그러나 이들은 공무원연금 개악 등 공동의 과제를 잊지 않고 있다. 지배계급은, 우리 편에서 타협 시도가 계속되는 이 문제를 민주노총 대오를 흔들 약한 고리라고 볼 것이다.


따라서 더더욱 타협하려는 지도자들을 공개 비판하고, 현장에서 직접 호소하고 조직하며 세월호와 노동자를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시행령 철회와 세월호 진실규명은 현재 한국사회의 모순이 중첩된 고리다. 노동운동이 세월호 가족의 손을 잡고 쓰레기 시행령 철회를 이뤄낼 수 있다면, 그 기세와 자신감은 이후 노동시장구조개악 반대 투쟁의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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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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