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상황을 솔직하게 직시해야 한다

조나선 닐

번역: 박상우

 

안타깝게도 최근 유로그룹과의 협상에서 시리자 지도부는 많은 후퇴를 했다. 이 상황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보는 글이다. 이 글은 주로 시리자 밖의 극좌파인 안타르시아(혁명적 반자본주의 연합) 활동가들을 향해 조언하는 방식으로 쓰여진 듯 하다. 

출처: http://rs21.org.uk/2015/02/27/be-honest-about-greece/

 

시리자 지도부는 선거 기간 동안, 어떤 상황에서도 유로존을 탈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자신들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유럽의 국가들을 설득해서 긴축을 끝내고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일단 시리자가 유로존을 탈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협상을 시작하자, 다른 정부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시리자에게 굴욕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들은 실제로 그렇게 했다. 

이건 다만 “독일”의 문제가 아니다. 계급의 문제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고 나머지 다른 정부들이 독일 정부와 한통 속이고, 그리스 지배 계급도 독일을 지지한다.

사실 이것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예측했다. 극좌파인 안타르시아(혁명적 반자본주의) 연합이 그리스에서 이런 일을 예상했다. 안타르시아는 시리자가 자본을 통제하고, 은행을 인수하며,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며 유로존을 탈퇴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점에서 그들은 반은 틀렸다고 할 수 있다. 시리자가 협상에 들어가, 자신들이 자본을 통제하고, 은행을 인수하며,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고, 필요하다면 유로존을 탈퇴할 준비까지 되어있지만, 타협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을 상상해보라. 

그렇게 했으면 틀림없이 시리자는 승리(?)했을 것이다. 허풍을 떨어야 했다는 말은 아니지만, 시리자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다 써봤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안타르시아가 반은 틀렸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옳았다.

이것은 꼭 ‘개혁이냐 혁명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을 통제하고, 유로존을 탈퇴하며, 은행을 인수하고, 채무를 불이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혁명이 아니라 개혁이다. 진지한 개혁주의자라면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했다. 현 상황에서 시리자는 개혁이 아니라 그 반대로 나가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채무 불이행을 실행했었다. – 가장 최근에는 러시아와 아르헨티나가 그랬다. 사이프러스와 말레이시아 같은 많은 나라들이 자본을 통제한다. 스웨덴 같은 나라들은 은행을 국유화했다.

자본 통제는 5분 안에 시행될 수 있다.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하는 동안 은행을 폐쇄하고 거래를 금지시키는 것이다. 루즈벨트는 1933년 집권하자, 모든 미국 은행을 몇 주동안 폐쇄했다. 이란 혁명에서도, 은행 노동자들이 하루만에 국외로 빠져나가는 모든 자금의 이동을 중단시켰다. 그리스의 은행 노동자들은 급진적 노동조합에 소속되어 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시리자가 만일 유로에 남을 거라고 약속하지 않았다면 선거에서 표를 얻지못했을 거라고 말한다.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 반대의 경우를 기대하며 시리자에게 투표했을 것이다. 특히 시리자 지도부가 ‘유로존 탈퇴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대신, 몇 달을 인내심있게 사람들을 설득했다면 더 그랬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안타르시아가 종파주의자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안타르시아가 시리자에 합류하지 않고, 선거에서 시리자에 맞섰던 것은 사실이다.

당시 안타르시아는 시리자와 분리돼 있지 않으면, 자신들의 연합이 분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의 연합은 [시리자에 대한 입장이 각기 다른] 8개의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 설명은 아마 사실일 것이다.

더 중요하게는, 나는 그들이 시리자에 합류해서는 ‘치프라스의 전략이 먹히지 않을 것이며 실패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계속 이야기하기는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시리자 안에도 좌파가 있고 그들도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공개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었다. – 비록 지금은 다르지만.

치프라스의 후퇴 이후 

또한 지금 그리스에 시위와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조직된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정부 정책과 치프라스[의 후퇴]에 맞서지 않으면 존재 의미가 없을 것이다. 안타르시아는 모든 사람이 거리에 나가도록 촉구했다. 

이것은 그들이 분리된 채로, 그리고 조직된 채로 남아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는 시리자 내 좌파에게 힘을 실어 준다. 또한 이것은 시리자 내 좌파가 투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의 멤버들을 다른 사람들이 지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안타르시아가 무엇을 대변하는지에 대해 솔직하고 균형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들은 0.7% 정도의 표를 얻었다. 부분적으로 이 결과는 치열한 선거에서 시리자가 승리하길 원했던 사람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매우 적은 득표율이다. 

아마 실제 지지율은 2 내지 3퍼센트 정도일 것이다. 활동가들과 학생들, 노동조합 투사들 가운데, 안타르시아와 같이 싸울 준비가 된 사람의 비율은 더 높을 것이다.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다. 충분치는 않지만, 진정한 지지자들이다.

이는 또한 모든 시위, 저항, 파업에 대한 호소가 공동 행동에 대한 호소여야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타르시아가 시리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정신나간 소리일 것이다. 대신, 시리자 내 좌파와 공산당(KKE), 그리고 안타르시아 지지자들이 함께 움직이면서 많은 수의 시리자 지지자들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리스 좌파를 아는 사람이라면, 공식적으로 단결된 저항과 시위를 바라는 건 너무 큰 기대(희망사항)라는 걸 알 것이다. 그러나 필요한 것은, 안타르시아와 공산당, 시리자 좌파가 각각 독립적으로 호소하였더라도, 같은 날 도심에서 함께 투쟁하는 것이다. 이것이 저항의 시작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발생할 몇가지 일에 대해 명확히 해야한다. 시리자의 지도부는 [이번에 합의한] 긴축을 시행할 것이다. 시리자 국회의원의 다수는 치프라스를 지지한다. 긴축은 추상적인 정치 의제가 아니다. 그리스의 많은 사람들은 음식때문에 쓰레기통을 뒤져왔고, 수많은 병든 사람들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긴축은 계속될 것이다. 사람들은 정부가 실행하는 모든 긴축 관련 정책을 증오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곧 시리자가 다음 선거에서 대가를 치룰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시리자가 분열될 것임을 의미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분열될 것이다. 

시리자가 유럽적 차원의 연대 행동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거대한 대중적 연대는 투쟁하고, 강인하고, 자신감 있고,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에게 찾아온다. 거대 규모의 연대는 굽실거리는 자들에게는 오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그리스에서 대규모 저항이 건설된다면, 연대 운동도 일어날 것이다.

이것이 그리스에서 저항이 쉽다는 걸 의미할까? 그렇지 않다. 치프라스 전략의 패배는 많은 사람을 위축시킬 것이다. 패배가 비참하다는 사실과 치프라스가 이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의 사기를 꺾을 것이다. 

그리스 민중들은 말 그대로 탈진된 상태이며, 이는 정치적 비유가 아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유로존 탈퇴를 두려워하고 있다. 다른 한편, 사람들은 변화를 위해 투표했다. 그들은 간절히 변화를 원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결과를 알 수 없다. 유일하게 실질적인 전략이란 희망을 갖고 투쟁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결과가 패배라 하더라도, 최소한 그리스에는 함께 연대하고, 그들이 본대로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했고, 결과적으로 그들이 옳았음이 드러난 조직된 좌파의 일원들이 남게 될 것이다.

그 좌파의 일원들은 두가지 방식으로 성장할 것이다. 공식적으로, 시리자로부터 분리해 나오는 통일된 행동이 있을 것이다. 또한 거리와 작업장에서, 학교와 대학교에서 더 광범위한 공동의 투쟁이 있을 것이다.

한편, 극우적 대안이 제기될 것이다. 그리고 시리자의 좌초가 남긴 기반 위에서, 공식적 그리고 비공식적인 좌파가 남을 것이다. 존엄성을 가지고, 대안을 위해 논쟁하며, 전국적 차원에서 뚜렷하게 알아볼 수 있는 좌파 말이다.

나머지 우리에게도 살아있는 교훈이 남을 것이다. 그래야 우리가 치프라스의 실수에 다시 얽매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 ‘변혁재장전’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해 봅시다. http://rreload.tistory.com/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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