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노동운동의 전통적 조직화 전략을 평가하며 새로운 조직화 전략을 제시하는 인터뷰이다. 여기서 인터뷰한 에릭 블랑Eric Blanc은 미국 민주적 사회주의자들(DSA) 소속의 사회주의 이론가이자 활동가이다. 미국에서 교사파업 등에 연대하고 새로운 좌파적 정치대안을 건설하는 문제에도 매우 활발하게 개입하고 있다. 역사사회학자로서 <혁명적 사회 민주주의: 러시아 제국의 노동계급 정치 1882-1917> 등 러시아 혁명과 레닌주의에 대한 다양한 신화를 해체하는 논문과 저작, 글을 써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글이 길어서 두 번에 나누어서 싣는다. 이 글은 두번째이자 마지막 글이다.(번역: 두견)
출처: https://laborpolitics.substack.com/p/how-can-labor-win-at-scale
* 이 모델은 당신이 아까 말한 비등점의 순간에만 어느 정도까지 구현할 수 있는 것일까? 지금과 같이 노조 조직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순간에만 가능한 것일까?
좋은 질문이다. 새로운 모델의 큰 성과는 확장 가능성이기 때문에, 경기 침체기에는 새로운 모델을 향해 나아갈 시급성이 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새로운 모델이 우리의 특정한 순간을 충족시키기 위해 등장했다는 것도 매우 분명하다. 버니와 BLM['흑인생명도 소중하다' 운동] 이후 젊은이들이 노조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상황, 즉 노조가 엄청난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팬데믹, 타이트한 노동 시장, 괜찮은 NLRB[바이든 집권으로 노사관계위원회가 친노조적으로 변화한] 상황에서, 새로운 모델이 등장했던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에서 노동자로 노조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람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능력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나는 새로운 모델의 특수성을 과장하고 싶지 않다. 더 많은 조직화의 씨앗을 심고 더 널리 퍼뜨릴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새로운 모델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유형의 씨를 뿌리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전미자동차노조(UAW)를 보라.
UAW는 빅 3에서 위험을 무릅쓴 파업 행동을 취하고 막대한 계약 이익을 얻은 다음 “우리는 남부 전역의 비노조 자동차 공장의 모든 노동자에게 조직화를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함으로써 추진력을 창출하고 남부 전역에 새로운 수준의 기운을 불러일으켰다. 수천 명의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연락을 취한 것이 아니라 UAW 지도부가 이러한 자체 조직화의 씨앗을 뿌린 다음 새로운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 구조를 구축해야 했다.
'소금 스며들게 하기'salting도 마찬가지인데, 이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노조를 결성하도록 돕기 위해 (종종 젊은 사회주의자들이) 전략적인 직장에 취직하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추진력을 심어주는 '노동자에서 노동자로 노조주의'의 또 다른 기제가 될 수도 있다. 소금 스며들게 하기는 스타벅스와 아마존의 JKF8에서 초반에 승리를 거두었던 핵심 요소였는데, 다행히도 새로운 '내부 조직가 학교'가 이 전략을 이제 더 널리 퍼뜨리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적극적 파종을 위한 또 하나의 핵심 도구는, '비상 작업장 조직위원회'가 실시하고 있는 것이나, 제인 맥클래비Jane McAlevey의 '힘을 위한 조직화'가 실시하고 있는 것과 같이 대규모 온라인 조직화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모델에는, 추진력이 저하되더라도 관련성이 있는 메커니즘이 존재하고, 이러한 메커니즘은 맥락에 관계없이 보다 많은 추진력을 이끌어 낼 수 있고, 보다 민주적인 노조주의를 구축할 수 있다.
* 이런 식으로 틀을 짜면, 이 모델은 노조들이 시행하기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내가 궁금한 것은, 왜 대부분의 노조들은 이 모델을 시행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문제는 대부분의 노조들이 조직화를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노조들은 이러한 질문들이나 폭넓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최적의 모델에 대해 별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대부분의 노조들은 지난 10년 동안 재정 비축량이 급격히 치솟았지만 새로운 조직화에는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현행 노동법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럴듯한 가정을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에서는 노동법이 너무 약하고 고용주들이 너무 적대적이기 때문에 노조를 결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자에서 노동자로 노조주의가 일종의 마법 탄환이 되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조직 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맥락에서 노조는 제도적 관성, 관료화, 위험 회피에 갇혀 있으며, 대부분의 변화에 대한 희망은 선거에서 민주당 주류를 선출하는 신기루에 매달려 있고, 이를 강제하는 대중운동 없이 그들이 노동법 개혁을 시행하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을 아래로부터 변화시키는 것은 노동자들의 몫이다.
자동차 노동자들이 급진화된 일부 대학원생 노동자들의 지원을 받아 구 지도부를 쫓아내고 기독교 사회주의자인 선동가 숀 페인을 노조 위원장으로 선출한 새로운 전미자동차노조(UAW)가 그 좋은 사례이다. 최근의 빅 3 파업과 그에 따른 노조 조직화 캠페인은 노동자들이 구 지도부를 설득하여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노조 민주화를 위한 힘을 키웠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조직이 기존 노조들로 하여금 더 많은 일을 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사례가 스타벅스 캠페인인데, 이 캠페인은 버팔로에 있는 소수의 ‘소금’ 그룹들이 작은 노조의 지부인 '로체스터 지역 노동자연합 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시작했다. 이러한 조직의 성공으로 인해, 새로운 조직에는 그다지 많이 참여하지 않았던 전국 ‘노동자연합’은 이러한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돈을 쏟아 붓게 됐다.
그리고 스타벅스 운동이 전국적으로 계속 확산되면서, 여전히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평조합원 집중 조직화를 지향하지 않았던 SEIU(노동자연합의 모체 노조)에 엄청난 압박이 가해졌다. 옳게도, 많은 내부 토론을 거친 끝에 SEIU는 결국 스타벅스 캠페인에 막대한 금액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는데, 이 캠페인은 여러 면에서 많은 SEIU 지도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정책 우선 변화‘의 이론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스타벅스 노동자연합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기존의 거대 노조가 다른 유형의 캠페인을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아래로부터의 주도성이다. 따라서 노동운동을 개혁하는 데는 여러 가지 경로가 있으나, 노동자에서 노동자로 노조주의는 이 모든 경로에 필수적이다.
* 노동운동 활성화를 위한 제안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측을 할 때 조금은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수십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노동운동이 X, Y, Z를 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노조 조직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분석에 어느 정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럼에도 노동운동이 이 새로운 조직화 모델을 채택한다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나는 “노동운동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해왔지만 잘 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대해 조금 반박하고 싶다. 사실 노동운동이 새로운 조직화에 올인했지만 이러한 시도가 실패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1990년대나 2000년대 노동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마지막 시기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몇몇 노조가 새로운 조직화로 전환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들과 AFL-CIO 지도자들은 새로운 조직화에 진지하게 자금을 지원하도록 다른 모든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했고, 심지어 지부들도 설득하지 못했다.
따라서 노조가 올인했다가 패배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실제로 대규모로 시도한 적이 없었다. 오늘날 우리는 노조 조직에 대한 지지 수준이 매우 높고 풀뿌리 활동의 수준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노조가 올인할 때 노조가 승리하는 것을 보고 있다. 회의론자들의 우려와는 달리, 버거빌Burgerville, 콜렉티보Colectivo, 뉴스길드NewsGuild 또는 고등 교육기관의 사례만 봐도 이러한 새로운 운동이 첫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그리고 스타벅스 노동자들이 첫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길에 들어섰다는 것은 정말 정말 큰 일이다. 1930년대 이후 처음으로 미국 경제의 중심부에 있는 비노조 대기업을 조직한 것은 엄청난 일이다. 지금 자동차도 마찬가지이다. 1년 전만 해도 채터누가에 있는 폭스바겐에서 최초의 비노조 자동차 공장이 노조를 결성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그뿐만 아니라 이제는 메르세데스를 비롯한 수십 개의 다른 공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물론 다른 모든 것이 동등하다고 가정했을 때, 자본가들의 힘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노동운동이 큰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항상 위험하고 우리가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큰 승리를 거두는 유일한 방법은 시도하는 것밖에 없고, 그러지 않으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이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노동자들이 몇 가지 중요한 전투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없었던 새로운 조직화에 노조 운동이 올인할 수 있는 뚜렷한 경로가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는 위험을 싫어하는 간부들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설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리고 오늘날, 내가 설명한 바와 같은 이유로, 노동자들은 기존의 기성 노조의 지원 없이도 자주 자기 조직화를 시작하고 있으며, 종종 대규모 노조를 끌어들여 그들을 지원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기느냐가 달라지기 때문에 추측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이 팟캐스트를 듣는 이들이 자신의 직장을 조직하려는 모든 사람을 지원하는 비상 직장 조직화 위원회와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직장을 조직할지 여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아니면 이 팟캐스트를 듣는 당신이 노조 지도자라면, 여러분은 지역 노조와 국제 노조가 새로운 조직화에 올인할 수 있도록 대규모 자원을 사용하기 위해 진짜 싸움을 벌일 것인가? 5년 후가 아니라 지금 당장.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예측 게임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려면 어느 정도의 정당한 희망과 승리할 수 있는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나는 이것이 조직화에 더 가깝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 자기 충족적 예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역학 관계는 매장을 조직할 때나 노동운동의 현재 순간이 사라지기 전에 수천만 명을 조직하려고 할 때나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사 등록 202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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