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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의 혁신

낸시 프레이저와 식인 자본주의: 확장된 토론 – 1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4. 5. 16.

국내에도 <좌파의 길 -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는 제목으로 출판된 낸시 프레이저Nancy Fraser 의 책을 서평하면서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비판적 논평과 토론을 제기하는 글이다. 낸시 프레이저는 저명한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이자 비판이론가이고 좌파 활동가이며, 이 서평을 함께 쓴 이리나 허브Irina Herb, 다나 압델-파타Dana Abdel-Fatah, 데보르시 차크라보르티Deborshi Chakraborty, 조지 에드워즈George Edwards는 사회재생산 이론과 사회주의 페미니즘 등을 연구해 온 소장 연구자들이다. 두 번에 나누어 연재한다. 이 글은 첫 번째이다.(번역: 두견)

출처https://www.historicalmaterialism.org/book-review/nancy-frasers-cannibal-capitalism-extended-discussion

낸시 프레이저Nancy Fraser는 가장 최근 저서인 <식인 자본주의>에서 '현재 자본주의에 대한 논의의 열기는 대부분 수사학적인 것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며 책을 시작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 책은 '이 모든 끔찍한 현실'을 분석할 수 있는 접근 가능한 이론적 틀을 더 많은 청중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그녀는 자신의 이전 저작을 재활성화하고 종합하여, 자본이 자신의 필수적 배경 조건을 훼손하는 것을 식인풍습의 은유로 상징하며 함께 엮어냈다.

프레이저는 이전 연구에 이어 마르크스에 대한 '정통적' 설명의 기본에 대한 짧은 소개로 이 책을 시작한다. 마르크스는 생산 영역을 연구하면서 자본이 시장에서 등가물을 교환하는 과정을 통해 확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히려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팔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생산 과정('착취')에서 자본은 확장된다.

그녀가 말하듯이, 마르크스에게 자본주의 생산 방식의 전제 조건은 '인클로저'와 공식적인 식민주의('원시적' 또는 '시초적 축적') 기간 동안 사람들의 생계 수단과 생산 수단을 빼앗거나 수탈하는 폭력적인 과정이었다. 그 결과 생산 수단의 사적 소유, '이중으로 자유로운' 노동자, '자기 증식적 가치', 시장의 고유한 역할이 탄생했다.

피에로 스라파Piero Sraffa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녀는 자본주의를 '상품에 의한 상품 생산'을 위한 시스템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논의의 출발점으로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자본주의는 또한 비상품적 배경에도 의존한다'는 것을 덧붙인다. 이 시점부터 프레이저는 독자들을 마르크스와 생산의 '숨겨진 거처'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넘어선 곳으로 안내한다.

프레이저는 독자들을 '아직 더 숨겨진 거처''아직 개념화가 필요한 거처'로 안내한다. 이런 의미에서 프레이저의 작업은 착취를 위한 가능성의 배경 조건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으로 '<자본>의 새로운 부분'을 채우려는 야심찬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은 단순히 '경제의 밖'에서 발생할 뿐만 아니라 경제와는 다른 논리로 작동한다. 착취를 중심 서사가 되고 강탈이 배경 서사로 뒤를 따르는 경제는 마르크스 자신이 주장한 대로 자본 축적의 논리를 따른다:

시장에서 잉여가치로 판매할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힘과 자원이 투자된다. 반면, 무급의 사회적 재생산의 영역에서는 가족과 공동체의 젠더화된 '가정의 천사'들이 보수를 받지 않고 '돌봄', '상호 책임', '연대'라는 이상에 따라 노동자를 재생산한다.

정치 영역은 '재산권을 보장하고, 계약을 집행하고, 분쟁을 판결하고, 반자본주의 반란을 진압하고, 화폐 공급을 유지하기 위한 공권력'을 제공한다. 비인간적 생태 영역은 생산에 필요한 자원과 그 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을 제공한다. 결정적으로, '사회적 실천과 규범적 이상에 대한 독특한 존재론'에 따라 작동하는 경제와 다른 '비상품화 영역' 사이의 기능적 차이와 구축된 경계는 자본주의 이전의 유물이 아니라 사실 자본주의의 근본이다.

프레이저는 이러한 '확장된 자본주의 개념'을 바탕으로 위기와 ()상품화 과정을 명쾌하게 조명한다: 경제 영역 내부의 모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자본주의 사회 특유의 경제와 비상품화 영역 사이의 경계 구성을 통해 지배, 파괴, 위기를 설명한다. 인종적 수탈뿐만 아니라 각 영역은 경제와 모순되지만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 서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네 가지 모순'은 각각 '식인화의 한 장르에 해당하며 위기로의 경향을 구현한다'고 설명한다: 자본가들은 비상품화 영역에 의존하지만 구조적으로 비상품화 영역을 고갈시키도록 강요받는다. 예를 들어, 자본가들은 낮은 수준의 노동 보호와 합법적인 조세 회피 수단을 제공하는 등 사회적 재생산 비용을 가능한 최대한 낮게 유지하라는 동기를 부여받으면서, 동시에 노동자들이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해야 한다는 압박도 함께 받는다.

프레이저는 월러스타인Wallerstein의 말을 빌려 이러한 모순은 '자본주의는 만연한 상품화와 화폐화를 특징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상품화는 보편적이지 않고, 상품화가 존재하는 곳은 비상품화 영역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프레이저는 자본주의를 경제뿐만 아니라 그 배경 조건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개념화하는 확장된 자본주의 개념을 개괄한 후 강탈, 무급 사회적 재생산, 자연, 정치에 각각 한 장을 할애한다.

프레이저에게 강탈은 체제 초기의 자본 비축(소위 '원시적 축적')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녀는 강탈의 개념이 두 가지 현상을 조명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이중으로 자유로운' 노동자가 자신이 생산한 가치의 일부만 임금을 받는 착취와 달리 강탈 개념은 토지와 노동력이 계속 도난당하는 방식을 포착한다는 사실이다.

이 절도의 대상은 무작위가 아니다: 그녀에 따르면, '착취와 강탈' 사이의 경계는 인종적 선을 따라 이어진다. '인종적 억압을 뒷받침하는 것은 두 개의 다른 집단에 대한 그들의 할당'이다: 백인 노동자는 착취당하는 반면, 인종적으로 '종속된' 대상은 가치를 강탈당한다.

둘째, 정치적 질서는 '동산 노예, 계약직 하인, 식민지 인민, 국내 종속 국가의 원주민, 날품팔이 채무자, 불법체류자, 중범죄자'와 같은 구도를 정당화하고 강제함으로써 인종화된 집단으로부터 이러한 도둑질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의미에서 '착취와 강탈의 구별은 축적의 함수일 뿐만 아니라 지배의 함수'이다.

프레이저는 인종주의를 매개로 한 강탈의 개념화를 통해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흑인 마르크스주의로 알려진 심오하지만 과소평가된 비판적 이론화의 흐름'을 포착한다. 그것은 C.L.R. 제임스, W.E.B. 뒤부아, 스튜어트 홀, 월터 로드니, 안젤라 데이비스, 매닝 매러블, 바바라 필즈, 마이클 도슨 C.L.R. James, W.E.B. Du Bois, Stuart Hall, Walter Rodney, Angela Davis, Manning Marable, Barbara Fields and Michael Dawson과 같은 인물을 중심으로 번성했으며, 루스 윌슨 길모어, 세드릭 존슨, 바바라 랜스비, 키앙가-야마타 테일러Ruth Wilson Gilmore, Cedric Johnson, Barbara Ransby and Keeanga-Yamahtta Taylor 등의 학자에 의해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프레이저는 인종주의가 자본주의에 필수적이거나, 아니면 우발적인 것이라고 간주하기보다는 자본주의가 인종주의와 인종적 억압을 구조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프레이저는 인종화된 축적의 다양한 역사적 체제에서 강탈이 착취와 관련되는 양상을 제시한 후, 사적인 부채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현재의 금융화된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이 두 가지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졌다고 결론지었다.

이제 우리는 '강탈당하고 착취당하는 시민-노동자'라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양식을 목격하고 있다. 더 이상 주변부 인구와 소수 인종에 국한되지 않고 이 새로운 형태가 일반화되고 있다. 프레이저는 경제의 배경 조건으로서 무급 재생산에 관한 장에서 자본 축적과 사회적 재생산 사이에 뿌리 깊은 모순 또는 위기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다.

경제의 주기적인 위기와 유사하게, 우리는 주기적으로 '단순히 돌봄의 위기가 아니라 가장 넓은 의미의 사회적 재생산에 대한 주요한 위기'를 목격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적 재생산과 상품 생산의 구분은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분업이 형성되는 것과 병행하여서 생산 노동과 재생산 노동이 분리되었고, 후자는 별도의 사적, 가정적 영역으로 강등되어 사회적 중요성이 모호해지고 현금 형태의 보수가 박탈되었다.

여성과 여성화 된 그룹은 그것과의 연관성을 통해 구조적으로 종속되었다. 이 모순은 자본주의의 여러 단계에서 다르게 해결되어 왔는데, 상업 자본주의 시대에는 중심부의 재생산이 주로 가정과 교회 내에서 이루어졌고, '주변부'에서는 약탈, 노예화, 원주민 박탈을 통해 사회적 유대가 폭력적으로 뒤흔들려졌다.

자유주의-식민지 시대에 여성(과 어린이)이 공장으로 몰려들면서 사회적 재생산과 성 역할에 위기가 찾아왔고, 이 현상에 대해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유명하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논평을 남겼다. 이러한 위기는 현대의 제한된 형태의 '가족'을 창출함으로써 관리되었다. 프레이저는 마리아 미즈Maria Mies를 인용하여 '가정주부화'라는 개념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가난하고 인종화된 노동계급 여성은 결코 가정주부라는 이상에 부응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프레이저가 지적했듯이, '사회적 재생산의 완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투쟁은 남성 지배의 방어와 얽히게 되었다'. 국가가 관리하는 자본주의에서 핵심은 복지와 가족 임금의 형태로 국가 권력을 동원하여 모순을 해결했지만, 그런 경우에도 사회적 재생산은 주로 주변부에서 정부의 권한 밖의 영역에 머물렀다.

오늘날의 금융화된 자본주의에서는 사회복지에 대한 투자 철회, 여성의 유급 노동력으로 유입, 그리고 그 결과 사회 재생산의 이중적 조직화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품화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민영화되며, 가계 부채와 글로벌 돌봄 체인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프레이저는 자연을 자본주의 경제의 또 다른 비경제적 배경 조건으로 이해한다. 프레이저는 '자본은 노동과의 관계를 넘어 자연과의 관계'라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경제는 가치를 축적하기 위해 자연의 생물물리학적 부에 의존하지만, 대기를 가득 채우는 이산화탄소,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플라스틱 섬, 치명적인 전염병을 일으키는 삼림 벌채 등 생태학적 피해에 대한 책임은 '피해는 이윤의 뒷면'이라는 식으로 주기적으로 부정된다.

자본의 관점에서 자연은 인류의 존재론적 타자이자 '가치[를 지불할 필요가] 없는 무한한 물질의 영역'이지만, 현실에서 자연은 무한히 스스로 보충될 수 없다. 따라서 자연에 대한 이러한 약탈적이고 추출적인 관계는 결국 자원의 고갈과 생태계의 불안정성을 초래하며, 이는 자본주의 사회 자체의 생태적 가능성의 조건을 훼손하는 역학 관계로 이어진다. 프레이저는 이를 '자본주의의 생태적 모순'이라고 부르며, 이는 경제 구조 속에 철칙처럼 프로그래밍되어 있다고 말한다.

앞서서 1988년에 제임스 오코너James O’Connor는 이 일반적인 도식을 '자본의 두 번째 모순'으로 설명했고, 2020년 봄에 안드레아스 말름Andreas Malm은 이 이론이 위기 상황에서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노동자들이 치명적인 병원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제의 많은 부분이 멈춰 섰다. 그러나 프레이저의 독창성은 자본주의의 생태학적 모순이 '시스템의 다른 구성적 불합리성이나 불공정성'과 분리될 수 없다는 주장에 있다.

이 시스템은 생명을 유지하는 생태계를 파괴함으로써 사회적 재생산을 부정한다. 정치 권력이 자원을 추출할 수 있도록 허용할 때 강탈을 위해 인종적으로 분리된 인구를 만들어낸다. 프레이저는 자본주의 사회가 경제, 국가, 돌봄, 자연의 영역을 구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영역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의 모순이 다른 영역의 모순들과 필연적으로 상호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핵심 요점은 자본주의 사회를 구성하는 상호 작용하는 모순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자본주의의 생태적 위기를 완전히 해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프레이저는 경계 이동과 투쟁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위의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하고자 한다. 프레이저는 황소를 이용한 제분소에서 석탄을 때우는 산업화, 석유를 연료로 하는 자동차에서 탄소를 거래하는 '녹색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 발전의 각 단계가 자연과의 관계를 조직하고 모순을 관리하는 뚜렷한 방식을 보여준다.

프레이저는 각각의 '사회생태적 체제'가 어떻게 에너지를 생산하고 자원을 추출했는지뿐만 아니라 각 체제가 자연에 부여한 구체적인 의미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뒤의 논점을 더 정교하게 하기 위해서 프레이저는 '자연'이라는 '미끄러운' 용어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생태 마르크스주의의 특정 노선을 둘러싼 논쟁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독자에게 세 가지 자연들을 제시한다: 자연 I - 객관적 힘으로서의 자연에 대한 과학적-현실주의적 개념, 자연 II - 자본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구조적 분석, 자연 III - 역사적 유물론이 연구하는 대상, 구체적이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대상이다.

생태적 서비스, 탄소 거래 제도, 환경 파생상품이 자본주의의 상상을 어지럽히고 있는 지금, 자본가 계급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상호주관적 신념에는 녹색 장식물이 깔려 있다(자연 II). 그러나 이들의 행동이 리튬 광산을 개발하거나 탄소 배출권을 얻기 위해 토지를 매입할 수는 있지만(자연 III), 지구 온난화의 생물물리학적 현실을 길들이기 위한 노력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자연 I).

자연에 대한 이 세 가지 도식은 우리에게 녹색 환상과 기술적 해결책을 경계하도록 상기시켜 주지만, 이데올로기와 같은 개념이 제공하지 못하는 자연에 대한 믿음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이 시점에서 이 다소 투박한 용어가 어떤 도움을 주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프레이저는 배경 조건으로서의 정치에 관한 장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가 재산권을 보장하고, 계약을 집행하고, 분쟁을 판결하고, 반자본주의 반란을 진압하고, 화폐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공권력에 어떻게 결정적으로 의존하는지를 설명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녀는 민주주의의 위기의 원인과 그 해결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녀는 위기가 정치적 에토스(기질)과 헌법 체제의 힘이 쇠퇴한 결과라는 자유주의적 생각, 즉 그녀가 '정치주의'라고 부르는 것에 정면으로 반대한다.

이러한 서사에서 해결책은 정치적 영역에 있는 것으로 보이며, 프레이저는 '초정치적 사회'를 간과한다고 비판한다. 정치 위기에 대한 이러한 자유주의적 해석을 피하면서 프레이저는 또한 과거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경제주의'를 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노선에서 프레이저의 근본적인 공헌은 정치 위기를 사회, 생태, 경제 위기와 연결시키려는 노력이다

두 번째 글로 이어짐 

(기사 등록 202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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