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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 임태훈/종북몰이/윤미향/조국혁신당/조선일보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4. 3. 20.

전지윤

임태훈 컷오프가 보여준 후퇴

이번 임태훈 컷오프 사태의 핵심은 보수기독교 눈치보며 성소수자를 배제한 것이 핵심이라고 보인다. 양심적 병역 거부를 '병역기피'라고 하는 것은 민주당의 전력을 봐도 이해가 안 가고 스스로 모순된 것이기 때문이다.

채상병의 정의를 위해 싸워온 임태훈 소장은 군인권센터를 통해 군인권뿐 아니라 군대내 성폭력에 맞서왔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고 변희수 하사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사람이다. 그 자신이 진작에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하고 활동해 온 성소수자 당사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보수기독교 진영은 절대로 반대하는 것이고 결국 민주당을 압박해 굴복시켰다. 바로 이런 구조와 방식이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성평등의 진전과 성소수자의 인권, 차별금지법을 거듭 막아온 것이고 앞으로도 또 막을 것이다.

언론이 맨날 떠드는 비명횡사는 실체가 없었지만 '소수자 횡사'는 한국정치에 언제나 존재해 왔다. 따라서 여기서 절대 후퇴하지 말아야 한다. '왜 시민사회 활동가가 민주당 비례정당으로 가냐'고 돌던지며 결국 이 후퇴가 가능하도록 방조하는 이들은 크게 실수하는 것이다.

결국, 연합정치시민회의와 진보당과 민주당 안팎에서 수많은 이들이 임태훈 컷오프 철회와 후보 재추천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것이 이번 총선에서 소수자의 목소리와 사회 진보를 위한 핵심 고리가 되면서 여기서 모두 힘을 모아서 후퇴를 막아내고 1보 전진을 이루었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반미종북이라는 낙인찍기와 민주당의 굴복

그러니까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것이고 전두환은 별 잘못이 없다'고 한 인간은 국힘에서 후보 자격 유지하고 '한미 전쟁연습 반대, 사드배치 반대'한 사람은 비례정당의 후보가 됐다가도 민주당이 후보에서 쫓아내고 있는 게 지금 이 나라의 현실인 것 같다.

민주당은 '선제공격과 전쟁불사를 말하는 윤석열과 싸우겠다'면서 한미연합훈련 반대, 사드배치 반대한 사람들은 반미종북이라고 족벌언론이 공격하니 바로 꼬리내리고 사퇴시키고 있다. 더 나아가 민주당에서는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도 후보에서 쫓아내려는 것 같다. 성소수자이자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것이 거슬리는가 보다.

국민 눈높이운운하며 알아서 자기 검열하는 민주당의 한계야 원래 알던 것이지만, 진보좌파 진영은 이런 후퇴를 막는 게 아니라 '민주당의 비례정당을 통해서라도 국회로 진출하려는 시민사회 활동가나 진보당 등은 모두 손절하고 민주노총 지지정당에서 배제하자'고 하는 있는 중이다.

그러니 한동훈과 조중동이 신나게 종북몰이 마녀사냥을 매일같이 하고 있어도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에서는 그것을 비판하며 진보당 등을 방어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다. 결국 '2' 말실수는 바로 온 언론의 비판을 받고 사과해야 하지만 '종북혐오 마녀사냥'을 수년간 실시간 반복해도 사과는커녕 아무 문제도 되지 않고 언론이 오히려 함께 돌을 던지는 이 엿같은 사회는 바뀔 기미가 없다.

최근 트위터에서 직장갑질119에 있었고 노란봉투법에도 앞장섰던 이용우 변호사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것을 봤다. 솔직히 놀라긴 했지만, 이용우 변호사가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들을 위해서 많은 기여를 한 것을 기억하기에, 당선되길 기대하게 된다. 그것은 노동운동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작은 비빌 언덕이 될 것이므로.

노동운동에서 많은 기여를 하다가 제도적 해결을 위해 국회로 나가려는 이들이 진보정당이 아니라 민주당으로 가는 현실, 여기서 진보정당의 위기와 분열이 낳은 결과를 돌아보고, 진보좌파의 힘을 더 키울 과제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민주당 근처만 가거나 손만 잡아도 다 축출하고 배제해 버리자는 지금의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

민주당 공천에서 정말 비판할 문제

이번 민주당 공천에서 정말 비판할 것은 성평등과 인권의 상징과 같은 권인숙 의원같은 분이 경선에서 떨어지게 됐고, 윤미향 의원같은 분은 재출마를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 데 있다. 아래 인터뷰를 읽어보면 피를 토하듯이 말하고 있는 기막히고 절절한 억울함이 느껴진다.

“나는 검찰과 언론이 지난 3년 동안 저를 공격했듯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이용해서 사리사욕을 채우려 했던 사람이 절대 아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정부에게 사죄와 배상을 받아 낼 수 있을까, 그 하나의 꿈을 가지고 30년을 살아왔다.”

따라서 한겨레경향은 비명횡사합창하며 조중동과 함께 민주당 까는 것은 이제 그만 좀 하고 5년간의 마녀사냥이 어떻게 윤미향의 의회 활동과 결국 이번 총선 재출마까지 막았는지 인터뷰와 보도 좀 해줬으면 정말 좋겠다.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가 자신들의 권력과 질서를 위협하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여성을 온갖 꼬투리를 잡아내서 낙인찍고 마녀사냥해서 제거하는 것은 수천년의 계급사회 동안 반복됐던 일이다.

마녀가 자신들이 정해놓은 기준에서 마음에 안든다고, 이런 저런 잘못과 오류가 있었다고 핑계를 대면서 외면하는 것은 비겁한 일일뿐이다. 이런 마녀사냥에 침묵하고 동참하면서 여성의날만 기념한다고 성평등에 진지한 언론과 지식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https://www.newspeak.kr/news/articleView.html?idxno=600349

조국혁신당의 돌풍이 보여주는 것

유튜브에서 조국 대표가 조선일보를 비판하는걸 봤는데, 이렇게 속시원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십년 동안 막혀 있던 뭔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조선일보와 보수언론들은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이 들어서는데 어떤 아부와 찬양과 온갖 범죄행위를 했는지, 각종 범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 군사정권과 결탁해서 어떠한 수사도 기소도 유죄 판결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런 이들이 윤석열 정권과 싸우다가 수사와 기소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처럼 족벌언론을 향해서 거침없이 직격탄을 날리는 것은 진보정당 정치인들이 진작에 가장 앞장서서 했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진보정당의 청년진보정치인들은 오히려 툭하면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했고, 그들이 좋아할 이야기들을 했다. 그것은 진보정당과 정치인들에게 큰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이것은 최근 전태일재단과 조선일보의 공동기획으로 이어졌다.

진보정당과 정치인들이 원래 이렇지는 않았다. 조국 대표의 일갈을 보면서 2012년 대선 때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바로 눈 앞에서 "다까기 마사오"라고 박정희의 일본 이름을 일갈하며 당신을 떨어트리려고 출마했다고 말하던 통쾌한 순간이 기억난다. 그때 별 생각없이 대선 후보 토론을 보다가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던 기억이 난다.

많은 이들은 이정희 후보의 그 발언이 오히려 우파 결집의 역풍을 낳았다고 평가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1년간 진행된 종복물이 속에 우파는 이미 결집해 있었다. 그것은 2012년 대선에서 유일하게 역동적 바람이 불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박근혜는 당황해서 이후 토론에서도 계속 어버버했고, 문재인 후보는 중간에서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이미 심각했던 종북몰이 속에 진보정당은 분열과 위기 속에 있었고, 결국 이정희 후보는 사퇴했고, 문재인과 민주당은 지지층을 결집하며 우파에 맞설 의지와 능력도 부족했고, 박근혜는 승리했고, 대선 이후 통합진보당은 강제해산당했고, 살아남은 진보정당은 더욱 더 기성체제에 길들여졌다.

따라서 지금 조국혁신당의 돌풍은 놀랍지만, 사실 진보정당의 분열과 위기를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제 민주당처럼 눈치보며 타협하고 어영부영하지 않고 기득권 우파와 족벌언론에 맞서서 가장 강력하게 맞짱뜨며 싸울 수 있다는 기대는 진보정당이 아니라 조국혁신당을 향하고 있다. ‘한동훈 특검법을 봐도 알 수 있다.

이처럼 기막힌 사회적 불의와 부조리를 검찰과 언론이 덮고 민주당이 외면한 것은 원래 항상 그러던 일이지만, 진보정당도 가만 넘기고 있으니 조국혁신당이 나서서 내걸면서 큰 호응을 얻는 공약이 됐다. 이제 조국신당을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취급하던 조중동과 한겨레경향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물론 엄청나게 늘어난 보도의 대부분은 경계와 공격과 저주의 내용들이고, 언론 스스로의 오류를 인정하기보다 끝까지 '조국은 여전히 마녀다'를 고수하고 있지만 말이다. 2019 전사회적 광풍 속에 조국의 죽은 아버지까지 끌고나와서 무덤에도 돌을 던지던 것이 기억나서 <조국의 시간>을 다시 들쳐보니 이런 대목이 눈에 띈다.

“2019년 이후 대응하고 수습할 일이 너무 많아 아버지 성묘를 가지 못했다. 사태가 일단락되면 조용히 성묘를 할 것이다. 무덤 앞에 서면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올지 모르겠다”

전태일재단과 조선일보의 공동작업이 기막힌 이유

전태일재단이 조선일보와 공동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는 그래도 조선일보가 전태일 일기장을 특종 보도했다고 하는데, 그 진실은 이런 것이다.

과거 <>지의 보도가 지적하듯 조선일보는 전태일의 죽음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물론 그 보도는 부정확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전태일 열사의 죽음을 아주 작게 단신 보도하기는 했다. 그리고 특종욕심에 일기장을 입수해 보도하기는 했지만...

“분신 직후, 조선일보사에서 기사 작성에 참고한다며 가져갔는데, 일기의 중요한 부분들이 예리한 면도칼에 의해 잘려 나가 없어져 버린 채 되돌아왔다.”(<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머리말)

그후 조선일보의 전태일에 대한 저주와 증오의 보도는 끝이 없었다. 조선일보의 전태일 저주 끝판왕은 2016<월간조선>에 실린 전태일 분신 외부세력 사주설이었다. 그러면서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행동은...인륜을 저버리는 비도덕적 행동…. 비겁하고 손쉬운 선택... 불가피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아름답지도 않다. 다만 불행했을 뿐이다.”

지난해 양회동 열사 때도 그랬지만 노동자가 죽으면 '외부세력 사주', '유서대필'을 의심하고 떠드는 것은 조선일보의 종특이다.

조선일보가 이런 추악한 과거를 반성하고 사과했는가? 조선일보가 하위 88% 노동자를 위한 법과 제도를 가로막고 반대하길 중단했는가? 따라서 전태일 재단은 조선일보와 공동 작업을 그만해야 한다.

조선일보가 ‘12 88의 사회를 넘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 그리고 전태일재단이 조선일보와 공동 작업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방회장 족벌사주 일가의 불로소득 환수 요구이다.

(기사 등록 202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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