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윤
● 가자에서 죽은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학살 전쟁 속에서 3만명이 넘은 팔레스타인 주민이 죽었을 뿐 아니라 지금도 계속 죽어가고 있다. 더구나 가자지구는 공기중에 독성 물질이 가득해 주민들과 아이들이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화약과 백린탄 냄새가 숨을 막히게 하고, 음식과 난방을 위한 목재, 폐기물 소각으로 하늘은 하루 종일 회색 연기로 가득차 유해물질로 오염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을 비롯한 서방 정부들은 여전히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돕고 있다. 가자에서 죽은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다. 서구사회, 문명, 정부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킨다는 신화도 죽었다. 돌이킬 수 없도록.
이 상황에서 미국의 보복 폭격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예멘 민중 수백만 명이 모여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 예멘에서 후티 반군과 시가전까지 하며 적대 관계에 있던 세력들까지 지금 후티의 팔레스타인 연대를 존경하고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즉 미국의 폭격은 예멘에서 후티가 전국적 지지를 얻게 되는 전환점이 됐다. 사실 후티 반군에 비판적이던 나도 좀 생각이 바뀌었다. 이번 이스라엘의 대학살 전쟁은 예멘 민중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인권과 연대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 반대로 서방 정부들은 세계 최악의 수준이었고.
다만 우크라이나에서 침략과 학살을 저질러온 러시아 푸틴과 '좌파'라더니 독재자로 변신해 장기 집권하면서 민주화 시위대를 학살한 니카라과의 오르테가같은 이들의 이스라엘 비판과 팔레스타인 연대 립서비스에서는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 조국 2심 판결이 ‘공정의 잣대를 바로 세웠다’는 한겨레와 경향
조국 전 장관의 딸이 장학금을 받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이다. 그때 정부에 밉보이던 조국 교수가 나중에 장관 후보자가 될 것이라고 누가 알았겠는가? 그런데 권력자도 아니었던 조국 교수의 딸이 받은 장학금 600만원이 김영란법 위반으로 유죄?
반면 한덕수 총리와 권영세 전 장관이 다국적 기업인 AT&T와 엑슨모빌에게 자기들이 해외에 나간 동안 집을 ‘임대’해주고 받았다는 돈이 6억원과 1억 2천이었다! 이들은 수사도 기소도 없었다. 김건희가 받은 명품백은 말할 것도 없고.
이런데도 한겨레와 경향은 이번 판결이 ‘엄격한 공정을 가치를 확인하고 법의 잣대를 세웠다’고 칭찬하며 조국 전 장관을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우리는 윤석열 검찰독재 탄생의 출발점이 된 마녀사냥에 동참해서 희생자에게 돌을 던진 것이 아니라, 공정의 가치를 세우는데 함께한 것일뿐'이라고 여전히 비겁하게 정신승리하고 있는 것이다.
● 윤석열과 한동훈은 누구에게 매정하고 박절하고 단호한가
설날 귀경 첫발 오전 서울역에서 모든 정당과 대표들이, 심지어 장애인 혐오 앞잡이 이준석까지도 전장연의 호소를 듣고 손을 잡으며 알겠다고 답하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유일하게 매몰차게 본 척도 안하며 생까고 지나간 것은 국힘 한동훈이었다. 어제 저녁 윤석열은 '누구한테든 매정하고 박절하고 단호하게 대하기가 참 어렵다'고 했지만,
인간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요구한 장애인들에게 윤석열 정부는 ‘매정하고 박절하고 단호하게’ 행동했다.
살을 에는 강추위 속에 눈밭에서 오체투지를 하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도 윤석열 정부는 '매정하고 박절하고 단호하게‘ 행동했다.
억울하게 죽어간 해병대 채상병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는 동료들에게도 윤석열 정부는 '매정하고 박절하고 단호하게’ 행동했다.
오로지 디올백을 들고 부탁하기 위해 찾아온 목사에게만 윤석열 정부는 다정하고 부드럽고 인정 넘치게 반응했다.
● 1일 1마녀사냥 당하는 윤미향 의원
윤미향 의원은 총선이 다가오면서 요즘 그야말로 매일같이 족벌언론과 국민의힘과 극우 뉴라이트나 태극기 부대에게 스토킹과 같은 공격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1일 1 공격이다. 한동훈이 '운동권 혐오 선동'을 총선 전략으로 삼았으니 더 그렇다.
며칠 전에는 윤미향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어떤 발제자가 한 발언을 이상하게 왜곡하고 꼬투리잡아서, 어제는 ‘김건희 사과’ 말했다가 혼난 김경율이 꼬리 내리고 윤석열에게 아양떨면서 동네북처럼 윤미향과 정대협을 공격했고, 오늘은 또 베트남전 학살 진상 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는 이유로 공격받았다.
이런 지독한 공격을 당하면서도 윤미향 의원은 우직하게, 한결같이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동네북이 된 마녀'에게 또 돌이 날라와도, 민주당이든 진보정당이든, 한겨레 경향이든, '진보' 지식인이든 다들 그러려니 하고, 괜히 나섰다가 같이 돌맞고 낙인찍힐까봐 외면하고 침묵할 뿐이다. 또는 속으로 '총선이 눈 앞인데 좀 나서지 말지'라며 윤미향 의원을 욕하고나 있을 것이다.
특히 윤미향 의원이 한창 마녀사냥 당할 때 ‘반일 민족주의가 문제이고’ 어쩌고 하면서 쏟아지는 돌무더기에 숟가락얹던 그 잘난 사람들 입이 있으면 말을 해보라. 베트남전 한국군 학살을 제일 앞장서 규탄하고 해결하려는 게 누구인가? 가끔 자신의 탈민족주의적 힙함을 뽐내려고 베트남 학살 문제를 입에 올리는 당신들인가, 실제 공격받고 상처받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싸우고 있는 윤미향 의원인가?
● 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시민 저항의 3년
어제는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지 3년이 되는 날이자 시민불복종 저항 운동이 벌어진지 3년이 되는 날이어서 아침에 미얀마 무관부 앞에서 기자회견에 있었다. 거기서 한 미얀마 활동가의 발언이 모든 참가자를 눈물짓게 했다.
“죽음과 맞닿아 싸우고 있는 전선의 동지들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결코 군부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정의의 편이라 생각했던 동지들의 무관심이고 동지들의 망각일 것입니다... 외쳐야 합니다. 우리가 싸우고 있다고! 정의가 이길 수 있다고!”
이어서 점심 시간에는 몇주만에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아는 분들과 함께 1인시위를 했다. 그동안 대규모 시위와 행진을 하던 미국의 반전 활동가들은 이제 곳곳에서 시민불복종을 통한 실질적 학살 전쟁 저지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반전평화 운동도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하면서 1인시위를 했다.
저녁에는 서울역에서 미얀마의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4대 종교 교단 기도회가 있었다. 서울역 계단에 놓여진 지난 3년간 죽어간 희생자들의 얼굴을 보면서 가슴아팠지만, ‘한국 시민들이 이제 미얀마를 잊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왔는데, 이렇게 기억하고 있어서 반가웠다’는 미얀마임시정부 인권부 장관의 발언에 그나마 위로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역대급 폭정을 지속하고 있고, 미얀마의 군부는 여전히 학살을 자행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침략과 폭격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서 21세기 최대의 대량학살을 저지르고 있고, 다가오는 미국 대선에서는 트럼프의 재집권이 유력한 지금 상황에서 우리 모두 희망, 사랑,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기를.
● 하루 하루가 기가 막히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는 이유
* 김건희 사과를 말하던 한동훈, 김경율, 이수정, 태영호 모두 꼬리내리며 180도 태도 바꾸며 윤석열에게 아양떠는 중. 검찰 캐비넷에 도대체 뭐가 있길래
* 한동훈은 그냥 하던대로 다시 셀카나 찍으며 턱치켜들고 자뻑에 취해서 돌아다닐 예정. 그게 더 한동훈에게 어울리기는 한다.
* 하지만 ‘여론조사 꽃’에서 물어본 결과 '김건희는 수사받아야 한다'가 유선전화와 ARS 모두에서 과반이 훌쩍 넘었다. '사과냐 아니냐'만 따지는 어떤 언론도 물어보지 않는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 배현진이 테러를 당하니 또다른 테러 희생자 이재명을 비난하고 욕하고 조롱하는 댓글이 어마어마하게 달리고 엄청난 공감수를 기록한다. 이것은 전사회적이고 조직적인 악마화의 결과이며 이제는 모두가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 조선일보는 정의당에서 류호정처럼 검찰과 족벌언론이 이용할만한 입장을 취하면 띄어주고 인터뷰하고 하다가, 이용가치가 없어지니 모든 꼬투리를 잡아 ‘정의당은 해체하라’며 저주하고 욕하기 시작했다. 진보정당들은 조선일보가 반기는 입장을 취할 때 스스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야.
* 온세상이 나서서 모두 '예'라고 하고 같이 기둥에 묶인 마녀에게 돌을 던질 때 차범근 감독같이 나서서 조국 탄원서를 쓰면서 '아니오'라고 하며 막아서서 같이 비를 맞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그나마 이 세상은 희망이 있다.
(기사 등록 202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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