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윤
● 팔레스타인 라파 - 이것은 홀로코스트다. 명백하다
미국이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또 거부권을 행사했다. 벌써 네 번째이다. 제노사이드 조는 다시 네타냐후에게 '계속 마음껏 죽여라'고 말한다. 2인조 살인마들이다.
반면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강력 비판하며 외교 관계를 단절해 버렸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하는 일은 히틀러가 유대인에게 한 짓과 같습니다." 그리고 콜롬비아 페트로 대통령은 룰라와 전폭 연대했다.
"가자 지구에서 대량 학살이 일어나고 있고 수천 명의 어린이와 여성들이 비참하게 살해당하고 있다. 룰라는 진실을 말했을 뿐이며, 진실을 지켜내지 않으면 야만이 우리를 전멸시킬 것이다."
오늘날 세계의 도덕적 헤게모니는 서방 선진국들에서 완전히 떠나고 있다. 이것은 이스라엘 시온주의자들이 이룬 역사적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라파'는 미국의 보통 공항의 절반 크기에 불과하다. 이 곳에 140만명을 몰아넣고 그 위에 폭탄을 떨어트리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 보자.
이스라엘은 처음에 가자 북부 가자시티에 하마스가 있다고 폭격하며 가자주민들에게 ‘칸유니스가 안전하니 그리로 가라’고 했다. 그 다음에 가자 남부 칸유니스에 하마스가 있다고 폭격하며 ‘라파가 안전하니 그리로 가라’고 했다.
그래서 가자주민 140만명은 이집트로 이어지는 조그만 도시 라파로 다 몰려갔다. 그리고 이제 이스라엘은 발 디딜 틈도 없는 라파를 폭격하고 있다. 폭탄 하나로 한번에 가장 많은 이들을 죽이고 싶었던 것처럼...
라파의 가자주민들은 절규하며 묻고 있다.
"왜 우릴 폭격하는 거죠?"
"여기가 안전지대라고 했잖아요!"
"여기로 오라고 했는데 왜 폭격하는 거죠?"
전세계가 반드시 끝까지 라파를 지켜봐야 한다. 140만 명이 거주하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스라엘의 목적이 대량학살과 인종청소에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졌다. 이것은 홀로코스트다. 명백하다.
● 다시 시작된 종북몰이
“22대 국회에 반미·친북·괴담 유포 세력이 최대 10명 이상 활동할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친북파 국회 입성… 민주가 보증 섰다. 민주당 주도 야권연대 합의 파문”
“‘폭력 혁명으로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위헌 정당’이라며 해산 명령을 낸 통합진보당의 후신”
“진보당과 선거연합을 하면서 통진당 부활 도우미”
“반미·친북·괴담 유포 세력”
“유사시 우리 국가 기간 시설 타격을 모의한 통진당”
“‘최강욱·윤미향·김의겸’보다 더한 인물들이... 나라를 대표하게 된다.”
비례연합정당이 합의에 이르고 속도를 높이면서 족벌언론과 국민의힘, 기득권 우파들의 파상 공세가 시작됐다. 물론, 역시나 조선일보가 가장 앞장서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이런 것이다. ‘진보당은 종북, 좌파, 간첩, 내란 집단 -> 민주당은 진보당과도 선거연합 -> 따라서 이재명과 민주당도 종북좌파!’
바로 이러한 황당하고 역겨운 삼단논법적 종북몰이에 따라서 진보당은 그동안 모든 곳에서 왕따당해 왔다. 왜냐면 진보당과 가까이 하면 우리도 종북이 되니까. 그래서 모두들 ‘진보당 묻지’ 않으려고 거리를 두고 손절해 왔다.
진보당과 경쟁 관계에 있는 진보좌파는 은근히 그것을 이용하기도 해 왔다. 그리고 기득권 우파의 공격은 이 정도로 끝날 리가 없다. 총선을 앞두고 무슨 조작 간첩단 사건같은 것을 터트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총선이 끝나고 나서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2012년에 통합진보당에 대한 내란음모 조작과 강제해산 탄압이 본격화된 것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대거 의석을 얻고 나서 였다. 윤석열로서는 총선에서 패배하면 더더욱 이런 종북몰이를 통한 반격에 매달릴 것이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이번에 선거연합에서 진보당을 배제하지 않은 민주당의 이번 태도와 용기를 높이 평가한다. 솔직히 좀 의외다. 당연히 손절하고 선을 그을 줄 알았다. 안그래도 이재명은 ‘성남시장 때부터 경기동부연합의 하수인’이라는 공격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당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부담스러워하면서 다양한 타협과 굴복의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더더욱 진보좌파들이 이런 종북몰이에 맞서서 진보당과 손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지금 야권연대와 위성정당에 대한 이견이나 노선 차이와 다른 문제이다.
그걸 핑계로 비겁하게 또 침묵하고 외면하고 심지어 왕따시키며 같이 돌을 던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왜냐하면 종북몰이는 언제나 단지 집중 탄압받고 있는 당사자만이 아니라 모든 민주, 진보, 좌파 세력에까지 피해가 가는 핵심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 의사 파업과 노동자 파업, 이중잣대
그저께 100분토론에서 이동욱 경기도의사협회장
“국민들은 모두 서울대병원에 가고 싶어하지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의무 복무하는 지역병원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지역의사제라고 반에서 20등 30등 하는 학생들을 뽑아서 지역에 의무 근무시키면 안된다. 사회주의에서 맛없는 빵을 만들어서 배급하듯이 하면 안된다. 유럽의 사회주의 국가처럼 갈 필요가 없다.”
능력주의, 학벌주의, 반공주의에 찌든 관점과 태도가 4년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더구나 토론자리에 앉아있는 4명 중에서 누구도 이런 발언에 거부감을 보이거나 반박하지 않는다는 것에도 실망했다.
윤석열 정부가 선거가 급해서 좀 달라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지금 정부의 태도는 그동안 노동자들의 요구나 행동에 대해서 보이던 자세와는 꽤 다르다. 검사, 판사, 의사들은 서로 혼맥, 인맥으로 연결돼 있을테니...
* 노동자가 파업할 때: 불법폭력 카르텔이다, 건폭이다, 경찰력 투입, 압수수색, 소환조사, 결국 분신 사망
* 의사가 파업할 때: 의사는 노조와 다르지 않냐(조선일보), 여자 의사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보건복지부).
● 손흥민과 이강인에게 화살 돌리는 정몽규와 클린스만
정몽규와 클린스만은 윤석열과 검찰-언론 카르텔에게 너무 잘 배웠다. 징글징글하다.
윤석열: 검찰개혁 다가오자 언론에 '사모펀드와 입시비리' 흘리며 조국몰이로 국면 전환해 권력 잡았다.
정몽규와 클린스만: 책임론 커지자 언론에 '선수불화' 흘리며 손흥민과 이강인 공격하며 빠져나가려 한다.
이제 맥락도 모르고 언론만 따라가는 '진보' 지식인과 정치인들이 '손홍민과 이강인은 축구할 자격도 없다'며 같이 돌 던지고 나설 차례인 것 같은데 - - ;;;
최근 콜롬비아의 중도좌파 정부가 직면한 상황도 비슷하다. 콜롬비아 사법부, 검찰, 언론이 페트로 정부에 대한 연성쿠데타를 시작했다. 페트로 아들이 검은 돈 받았고, 교사노조가 불법자금 전달했고, 비리 의혹이 있다며.
압수수색 남발하며, 아들 수사하는 '가족인질극'도 비슷하다. 이제 콜롬비아의 '진보' 지식인과 정치인들도 ‘페트로는 내로남불이고 자격없다’며 공격할 차례다. 남미와 한국의 우파는 이렇게 서로 혼성모방한다.
가장 기막힌 것은 입시비리와 내로남불의 끝판왕은 바로 한동훈이라는 점. 한동훈 자녀의 입시비리와 스펙조작은 화려하다. 그러나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다. 검찰이 수사하지 않는다. 법원은 처벌하지 않는다. '진보' 정치인들이 나서서 정치나 출마할 자격도 없다고 욕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오로지 조국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다. 이 나라는 조국과 한동훈에게 전혀 다른 룰이 적용되는 멀티버스이니까.
● 이준석의 양두구육 시즌 2
이준석 “나한테 왜 류호정을 받았냐 묻는데 안 받을 수 있었으면 안 받았을 것이다. 이 당에 들어온 이상 어떤 전향적인 태도나 입장을 계속 내지 않는다면 그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류호정 의원이 전장연 같은 주장을 우리 당에 와서 한다면, 기분 나쁘게 표현하자면 뜻은 가상하지만 쉽게 되지 않을 것이다.”
어제 저녁에 유튜브 방송에서 이준석이 이러는 것을 보고 내가 다 굴욕적이고 치욕스러워서 참기 어려웠다. 이런데도 진보정당 출신의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던 류호정과 그 동료들은 결국 이준석의 혐오와 잡탕신당으로 갔다. 내가 두 가지에서 예측에 틀렸다.
1. 이준석의 양두구육 능력을 과소평가했다. ‘류호정은 안 된다’는 압박은 이낙연 쪽과 협상에서 더 많은 것 얻으려는 테크닉과 기술에 불과했다. 실제로 이준석은 당의 실질적 오너가 됐다.
2. ‘설마 류호정과 그 동료들이 저런 굴욕을 감수하고 전혀 가치가 다른 이준석에게 가겠냐’하고 오해했다.
몇 년전에 나는 ‘노동자연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돕는 과정에서 진보정당의 대표나 의원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대부분 도움을 주거나 적어도 공감과 위로의 인사라도 했다. 하지만 메시지를 보내도 '읽씹'하는 사람들이 ‘페미니스트’라던 신지예, 류호정 두 사람이었다. 한 사람은 윤석열 옆으로, 한 사람은 이준석 옆으로 갔다...
한편, 개혁신당은 이준석의 혐오신당이고 이낙연, 류호정, 금태섭의 잡탕신당이지만 그 자체가 비례투표를 노리는 일종의 위성정당이다. 그러니 따로 위성정당을 만들 이유도 그래서 얻을 것도 없고 잃을 것만 있다. 그런데 언론이 이것을 대단한 결단처럼 포장하고 띄워주니 기가 막힌다.
이준석의 양두구육 시즌 2는 이낙연, 금태섭, 류호정의 머리를 걸고 재시작했다. 더 기막힌 것은 이준석이 요즘 '양당의 혐오정치를 끝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의 혐오정치와 갈라치기가 어떻게 변화 발전하며 포스트 윤석열 체제의 우익 정치를 대체할 것인지 그 미래가 걱정된다.
● 나발니를 추모하고 푸틴을 규탄한다
한국 상당수 좌파들이 조국, 윤미향, 이재명을 방어하지 않듯이 서방의 일부 좌파는 ‘나발니는 좌파도 아니고, 과거에 무슬림을 경멸하는 발언을 한 적도 있고, 횡령 혐의로 감옥에 간 것이고...’ 그러면서 방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래 글이 옳다. 서방에서 편하게 망명 생활을 할 수도 있었지만, 목숨을 걸고 러시아에 돌아와 푸틴에 맞서다가 죽은 나발니에게 경의를 표하며 추모한다.
윤석열이 0.7% 차이로 이긴 이재명을 한사코 감옥에 집어넣고 정치적으로 제거하려 하듯이, 푸틴은 엄청난 권력을 쥐고 장기 독재하면서도 감옥에 30년이나 갇혀 있을 나발니를 두려워했고, 끝내 제거하고 싶어했다. 물론 러시아의 푸틴과 한국의 윤석열은 다르다. 푸틴은 비밀경찰 출신이고, 윤석열은 검찰 출신이다.
푸틴은 웃통벗기를 좋아하고, 윤석열은 노래하기를 좋아한다. 푸틴을 비판하면 감옥행이지만, 윤석열을 비판하면 입틀막이다. 푸틴은 야당 지도자를 감옥에 집어넣고 암살하는 것에도 성공했지만, 윤석열은 이재명을 감옥에 넣는 것도 실패했고, 윤석열 지지자의 이재명 살인미수 시도도 실패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직접 폭격과 학살을 하고 있지만, 윤석열은 가자에서의 폭격과 학살을 간접 지원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아무튼 강조하고 싶다. 푸틴은 야당 지도자를 암살한 독재자다. 바이든과 이스라엘이 틀렸다고 푸틴과 트럼프가 옳게 되는 게 아니다. 폭격과 학살은 가자에서도, 우크라이나에서도 전쟁범죄다.
● 이정인 동지와 <철학의 기원>
지난 주말에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갔다가 이정인 동지를 만나서 최근에 출간하신 <철학의 기원> 책을 선물받았다. 이미 온라인 구입한 상태였지만, 저자에게 직접 사인까지 한 책을 받았으니 뜻밖의 큰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다.
이정인 동지는 내가 2014년 연말부터 돕기 시작한 '노동자연대'에게 괴롭힘을 당해 온 성폭력 피해자를 이미 그 전부터 돕고 있던 분이다. 당시에 피해자 대책위에 사과 메일을 보내고 나서 이정인 동지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던 순간이 기억난다.
노동자연대의 비난과 달리 이 분들은 무슨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노동자연대를 운동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야말로 피해자의 편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었고, 무엇보다 운동사회가 이런 부조리를 그냥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동자연대가 워낙 피해자를 괴롭히며 대책위까지 공격하면서 매우 지쳐있었지만, 이 분들이 이렇게 싸워왔기 때문에 내가 뒤늦게 나마 반성하고 사과하며 피해자의 편에서 함께 그 싸움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중에 운동사회에서 노동자연대가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면서 좌파단체와 노동운동 연대체들까지 힘을 보태는 과정에서 이정인 동지가 기여를 했다. 노동자연대는 소송과 재판 과정에서도 '전지윤이 그 모든 것을 사주했다'며 황당한 억지를 부렸지만, 실제로 노동운동 연대체가 불러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이정인 동지였다.
당연히 이정인 동지는 내가 노동자연대의 역고소를 당해서 고생하는 3년 동안에 진술서도 써주고 도움을 줬다. 그래서 성폭력 사건에서 노동자연대의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는 지난 10년 넘는 운동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이정인 동지와 대책위의 수고와 기여는 빼놓을 수 없다.
그뿐아니라 <사회주의노동자신문> 등에서 활동했던 이정인 동지는 반성폭력 운동의 방향, 페미니즘, 사회주의 등에 대한 앞선 고민들에서도 나에게 영감을 주었다. 나는 당시 노동자연대를 나와서 그동안 활동, 사상, 이론 등에 대해 돌아보고 재평가하면서 국내외 활동가들의 글들을 샅샅이 찾아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생각과 고민이 같은 수는 없었지만, 그 후에도 나는 이정인 동지가 오랜 시간 육아를 하면서도 다양한 사상적, 철학적 고민들을 하고 지난 활동을 평가하는 것을 SNS를 통해 접했다. 특히 그 바쁜 와중에도 온갖 주제를 고민하고 긴 글을 쓰고 번역하는 것과 영화나 예술에 대한 관심에도 놀랐다.
그렇게 올리던 글 중에서 철학에 대한 것도 많았고 미처 따라잡기 어려웠는데, 이번 책은 아마도 그런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나는 철학을 잘 알지도 못하고, 구체적 쟁점들의 뒤로 넘겨 왔는데, '철학의 기원'을 다루는 이정인 동지의 이번 책은 그런 점에서 나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관심있는 더 많은 분들의 구입을 제안하고 싶다. 물론 노동자연대 지도부는 이정인 동지나 대책위를 했던 모든 분들의 오랜 고생을 봐서라도 하루 빨리 반성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꼭 필요한 선택을 하기를.
"철학이 어렵게 여겨지는 것은 추상적 개념들을 복잡한 논리로 전개하기 때문이다. 철학 교양서들은 이런 개념과 논리들을 설명하는 데 집중하다 오히려 길을 잃는 경우가 많다. 철학적 개념과 논리들은 당대인에게는 중요했지만 지금은 잊힌 많은 논쟁의 산물이자, 물질적 생활과 제도를 둘러싼 사회세력들의 대립과 갈등 같은 보다 폭넓은 현실의 맥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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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 202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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