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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 조선일보/검찰 캐비넷/노동운동/태국/튀르키예/칠레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3. 5. 22.

전지윤

조선일보의 극악한 마녀사냥과 4번의 눈물

오늘 <월간조선>“[단독] '분신 사망' 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유서 위조 및 대필 의혹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2의 유서대필 조작 사건이라는 비판은 이제 비유를 넘어서 가장 정확한 현실이 됐다. 그리고 이것이 단지 최훈민 기자를 넘어서, 단지 <조선일보>를 넘어서, 윤석열 정권과 검찰과 공안기관들이 긴밀한 공조와 기획 속에서 시작된 마녀사냥이라는 것은 더욱 더 분명해졌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하고 나서 모든 곳에서 다양한 운동의 성과가 파괴되고 역사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조선일보>가 이 정도로까지 악질적인 주특기를 아무 거리낌없이 공공연히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자신들이 터트리면 다른 언론들이 받아쓰고, 여론이 움직이고, 표적은 고립되며 만신창이가 되는 것에 도취된 나머지 이제 브레이크가 없이 질주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족벌언론들과 윤석열 정권과 정치검찰들의 자신감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이런 악질적인 수법까지 꺼내들 정도로 이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반영이기도 할 것이다. 1991년의 유서대필 조작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876월항쟁 이후의 변화에 대한 노태우 정부의 대대적인 반혁명 시도 속에서 등장했다.

그때도 주역은 우파 정권과 정치검찰과 족벌언론이었다. 지금 전광훈이 있듯이 당시에는 박홍 신부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 기득권 카르텔의 반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더 중요한 요인은 그 1년전에 있었던 3당합당이었다. 그것으로 반독재 운동 진영은 분열했고, 한때 민주화 운동의 일부였던 사람들이 정권과 족벌언론과 손을 잡게 됐다.

그러면서 독재와 학살의 후예들은 이제 자신들이 박정희나 전두환과는 다른 세력이 된 것처럼 행세할 수 있었다. 어제처럼 윤석열도 오월정신을 말하게된 것이다.(물론 전광훈의 눈치를 보며 헌법수록은 뒤로 미루고 있다) 그러면서 김지하 시인같은 진보적 지식인들이 죽음의 굿판을 말하면서 마녀사냥 도우미로 나서게 됐다.

자신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타는 목마름을 잃어버렸다는 진실을 숨기고 이제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낡았다고 했다. 오늘날에도 비슷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검찰이 흘리고 조선일보가 터트리면 너도 나도 나서서 같이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족벌언론에 기고하고 인터뷰하는 것이 낡은 진영논리를 넘어서는 힙한 일이 됐다.

이제 조선일보가 폭주하는 상황에서 이 모든 것에 의문이 던져지길 기대한다. 윤석열 정부와 조선일보의 악질적인 마녀사냥이 시작된 지난 3일 동안 4번의 눈물을 보았다. 하나는 언론노조 위원장의 눈물이었다. 언론노조 위원장은 누구도 사과하지 않으니 나라도 건설노동자들에게 사과하겠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또 하나는 건설노조 부위원장의 눈물이었다. 성명서를 낭독하는 부위원장의 얼굴은 참담한 슬픔과 분노로 일그러졌고 차마 쳐다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또 하나는 양회동 열사 유가족의 눈물이었다. 건설노동자들 앞에선 양회동 열사의 형님은 ‘3차례의 소환조사, 휴대폰 압수수색, 구속영장 청구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라면서 오열했다.

마지막으로는 어제 MBC 뉴스가 인터뷰한 건설노조 동료의 눈물이다. 바로 지금 조선일보에 의해서 분신방조범으로 몰린 이 노동자는 인터뷰 내내 흐느끼며 그 펑 소리에 나는 완전히 정신이 나갔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같이 타 죽었어야 하는데라고 했다. ‘내가 같이 타 죽었어야 하는데...’

어제 MBC는 저녁뉴스 첫소식으로 이것을 내보냈다. 지금 진정한 언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보여 줬다. 제발 모든 언론들은 조선일보를 받아쓰고 이어받을 것이 아니라 MBC의 인터뷰를 받아쓰고 이어받아야 한다. 그래서 모두가 이 눈물을 봐야 한다. 나중에 윤석열 정부와 조선일보가 역사의 법정에 서게 될 때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될 눈물 방물들을.

언론노조 위원장 https://www.youtube.com/watch?v=cSohYHpX8M0

건설노조 부위원장 https://www.youtube.com/watch?v=dhzRE8pMW-c

유가족 https://www.youtube.com/watch?v=bfD6CdSL428

건설노조 동료 https://www.youtube.com/watch?v=djcal_BIpj4

건설노조 죽이기 - <조선일보>주거니와 원희룡의 받거니

<조선일보>주거니하고 원희룡이 받거니했다. 역시나 어제 <조선일보>의 보도는 윤석열 정부와 국토부와 검찰과 경찰의 치밀한 공조와 기획 속에 나왔던 것이다. 어제 조선일보 기사에 나온 정보들은 검찰과 경찰이 제공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준비하고 있다가 건설노조의 12일 파업 시점에 터트린 것이다.

이것은 민주노총의 하반기 윤석열 퇴진 총파업이 다가올수록 더욱 강력한 공격으로 확대될 것이다. 원희룡이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했으니 경찰과 검찰은 수사 착수, 압수수색, 기소로 달려갈 것이고, 여론을 흔들고 내부를 갈라치려고 어떤 비인간적이고 악질적인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어제 12일 서울집중 상경파업을 3만여명의 건설노동자들은 이태원 참사 200일 추모문화제에도 함께 했다. 윤석열 정권에게 사랑하는 가족이 잃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윤석열 정권에게 사랑하는 동지를 잃은 건설노동자는 그렇게 함께 손을 잡고 서로의 아픔을 나누었다.

그런데, 어제 그렇게 건설노동자들의 상처에 칼을 집어넣고 들쑤신 조선일보는 오늘 또 비열한 공격을 이어갔다. “민노총 노숙투쟁 자리에 쓰레기산... 출근길 술냄새·지린내 진동이라는 제목의 오늘 오전 기사를 보면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혐오와 멸시의 감정이 흘러넘친다.

동시에, 어제오늘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신라호텔에서 주최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대한 찬양과 자뻑이 넘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전세계 곳곳에서 전현직 총리와 최고위급 정치인들 250명이 참가했고 대통령 윤석열이 직접 참가해 축사까지 한 이 행사는 정말 화려해 보인다. 이 행사에서는 당연히 쓰레기와 술냄새와 지린내가 남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참석한 전세계 최고위급 엘리트들은 먹지도 싸지도 않는 고상한 인간들이어서? 최고급 호텔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그들이 남기는 온갖 더러운 것들을 대신 처리해주는 돌봄과 서비스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행사를 주최하고 자랑하는 최고의 학벌과 연봉을 자랑하는 조선일보 기자들 눈에 씻지도 못하고 길바닥에서 비닐을 덮고서 잠을 자는 건설노동자가 같은 인간으로 보이기나 할까? 조선일보가 인간이길 포기한 것같은 기사들로 건설노동자들을 공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정말 더럽고 비인간적인 것은 누구이고 정말 고귀하고 인간적인 것은 누구인가?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부자와 권력자들을 초청해 융숭하게 대접하면서 악마적 수법으로 노동자들의 물어뜯는 족벌언론 구성원들인가, 사랑하는 동지의 죽음을 잊지 않고서 일당도 포기하고서 거리에서 찬이슬을 맞으며 폭압적 권력에 무릎꿇지 않는 사람들인가.

2유서대필 조작사건같은 마녀사냥을 또 시작한 조선일보

조선일보. 이 언론의 탈을 쓴 범죄집단이 제2유서대필 조작사건같은 마녀사냥을 또 시작하고 있다. 고 양회동 님이 비극적 선택을 한 것에 조선일보의 책임은 적어도 절반 이상이다. 건설노동자들과 건설노조를 파렴치한 조폭집단으로 몰아가는 기사와 칼럼과 사설들을 제일 많이 생산해 냈던 것이 바로 조선일보이기 때문이다.

고인의 죽음 이후에 조선일보의 건설노조에 대한 기사들은 약간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고인의 죽음에 대해서도 별 다른 말이 없기에, 반성과 사과는 못해도 약간은 찔려서 그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오늘 조선일보가 지난 보름 동안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는지가 분명해졌다. 이 죽음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고 그것에 대한 보도 필요성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고인이 죽어갈 때 옆에서 말리지 않았다며 건설노조 동료에게 책임을 넘기며 뭔가 음모가 있는 것처럼 몰아간다.

함께 울고 웃었던 사랑하던 동료가 자신의 눈 앞에서 끔찍하게 죽어가던 상황의 충격과 트라우마와 슬픔에서 절대 평생 벗어나지 못할 노동자에게 이 죽음의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기막힌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고인과 동료들을 두 번 세 번 죽이고 있다.

노동자 살인에 대한 윤석열 정부와 언론의 책임을 벗어던지면서, ‘건설노조 죽이기를 흔들림없이 계속하기 위한 극단적으로 잔인하고 야비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처음도 아니다. 권력과 자본과 족벌언론들의 집요한 괴롭힘에 견디지 못한 누군가가 죽어가면, 언제나 가까운 동료에 대한 기막힌 음모론을 제기하며 물타기를 하고 마녀사냥을 더 확대한다.

윤미향 의원에 대한 마녀사냥 속에 손영미 소장님이 우리 곁을 떠났을 때 바로 곽상도와 극우유튜버와 족벌언론들이 시도했던 것이 이 더러운 수법이었다. 자신들이 터트리면 다른 언론들이 다 받아쓰고, 여론이 움직이고, 시민단체가 고발하고, 검찰이 압수수색하고... 이런 것에 아주 신이난 조선일보가 또다시 선을 넘어서서 그야말로 악마적 특기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식의 마녀사냥과 가짜뉴스를 통한 몰아가기로 악명높은 조선일보, 우리 사회와 다른 언론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한 조선일보의 범죄적 행태들을 보고 넘어갈 뿐 아니라, 심지어 꽁무니를 쫓으면서 계속 힘을 실어줄 것인가...

김남국 사태가 아니라 조선일보-검찰 캐비넷 사태

결국 김남국이 탈당하니까 <조선일보>우리가 첫 보도를 한지 9일만이다라면서 기쁨과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거봐라. 우리가 민주노총은 간첩 소굴이라고 하면 국정원이 움직이고, 우리가 건폭이라고 하면 노동자가 죽는다면서 아주 만족스러워하는 <조선일보>의 자축 파티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따라서 이것을 김남국 사태라고 부르는 것은 틀렸다. 이것은 시리즈로 이어져 온 조선일보-검찰 캐비넷 사태. 그러다보니 이미 온 언론과 논자들이 나서서 김남국에게 던지는 돌을 굳이 하나 더 보태고 싶은 마음은 없어지고, 그 반대편에 돌을 던지고 싶어서 못 참겠다.

지금 온갖 가상화폐 전문가들이 나서서 욕하면 언론이 그대로 받아주는 구조인데,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지난 몇 년간 청년들에게 코인 투자하라고 부추기고 코인시장 중계하고 특정 코인 권유하면서 돈 벌던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객관적 전문가인가?

코인 투기 부추기고 코인으로 돈 벌던 사람들이 나와서 코인에 대해 말하면 그대로 받아쓰는게 언론의 역할인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NFT’, 소위 윤석열 코인발행하고 국힘 인사들이 홍보해주던 운영사는 지금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상황인데 왜 언론들은 관심도 없는가?

<한겨레>는 지난 김만배 돈거래 사건 이후 앞으로 법조보도에서 검찰이 흘린 피의사실 대서특필, 검증없는 예단과 과잉보도, 반론권 보장없는 일방적 보도 않겠다고 해서 혹시나하는 기대를 불러일으키더니 이번에 다시 도로아미타불이 된 이유가 무엇인가?

무엇보다 가장 기막힌 것은 역시 <조선일보>. 잠깐만 찾아봐도 아래와 같이 <조선일보>2018~2020년에 코인 장사꾼과 다름없었다. 마치 청년이면서 코인 투자하지 않으면 뭔가 유행에 뒤떨어지는 것 같은 분위기까지 만들었다. 정부의 코인 규제 시도를 절대악처럼 공격했다.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많은 청년들이 코인판에 뛰어들었다가 돈도 잃고 희망도 잃었다.

심지어 목숨을 끊은 이들도 여럿이었다. 코인시장도 돈넣고 돈먹기이니 돈없는 이들은 얻기보다 빼앗기는게 당연했다. 이런 상황에 책임감을 느끼고 사과해도 모자란 <조선일보>가 이번에 “[코인은] 변동성과 투기성이 심해 거래 자체가 시장에 해악을 끼친다고 쓰고있는 것을 보자니 어안이 벙벙한 것을 넘어서 우주로 탈출할 지경이다.

윤석열 정부 1년과 노동운동에 닥친 고비

학교 다닐 때 공부를 못해 농고 졸업했습니다. 먹고 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습니다.”(양회동 건설노동자가 남긴 유서 중에서) ‘학벌과 능력이 최우선인 한국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고인이 의지할 것은 몸뚱아리와 정직한 노동이었고,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것은 노동조합이었다.

그리고, 최고의 학벌과 능력을 자처하는 서울대 법대 출신이 유독 많다는 윤석열 신검부정권이 들어서면서 이 모든 것은 공격당했다. 수많은 건설노조 활동가들이 체포, 기소, 구속됐다. 건설노조의 활동은 마비됐고 현장에서 힘을 잃어갔다.

고인이 세상을 등진 그날과 그 다음날도 계속해서 건설노조 활동가들은 소환조사와 압수수색을 당했다. 눈물을 흘리며 규탄 집회에 나선 건설노동자들 앞에서 친정부 극우 단체는 반반치킨됐다며 고인을 능욕했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 집권 1년에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다.

노조를 탄압하고 파업을 불법이자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것으로 낙인찍는다. 경찰, 검찰, 국정원, 공정거래위만 동원한 것이 아니다. 전광훈 목사는 대통령실로부터 ‘[민주노총의] 반국가 행위를 목사님 외에는 막을 사람이 없다고 전화가 왔다고 했다.

윤석열이 말하는 기득권 카르텔은 보통의 상식과 달리 재벌-족벌언론-정치검찰이 아니라 민주노총-언론노조-민변을 뜻한다. 무엇보다 윤석열 1년 내내 탄압의 표적이 된 것은 비정규직, 하청, 건설일용 노동자들이었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서 노조를 때린다는 말도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힘없는 노동자들일수록 노조로 뭉쳐야 권리를 되찾고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2016년 촛불 이후에 기회가 열리면서 노조 조직률은 그후 5년간 4%가 더 높아졌다.(세계적으로 노조조직률이 하락하는 속에서 이것은 매우 예외적이었다) 이것을 추동한 것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비정규직과 청년·여성 노동자들이었다. 지난 몇 년간 민주노총의 주된 투쟁은 대부분 비정규직과 여성 노동자들이 주도했다.

이 물결이 중소기업과 민간부문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권력과 자본의 큰 우려였다. 특히 이 추세가 상대적으로 더 좌파적이고 전투적인 민주노총의 성장으로 나타나는 것을 심각하게 봤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조 탄압에 집중하는 것도, 그 중에서도 특히 비정규직, 하청, 일용직 노동자들을 더 잔인하게 탄압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것은 더 많은 노동자들이 노조로 뭉쳐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을 중단시키고 그 방향을 역전시키기 위한 의식적이고 체계적인 반격이다. 실제로 2016년 촛불 이후에 꾸준히 상승해 온 노조조직률은 지난해부터 주춤하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을 어느 정도 무력화시키고, 내년 총선에서 지금의 여소야대 국면을 어떤 식으로든 바꿔놓으면 이것은 더욱 본격적이고 전면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민주노총의 윤석열 퇴진 요구와 총파업 건설을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

어느 편에서 누구를 위해 무엇을 비판할 것인가

윤석열 정부가 정말로 야비하고 용서하기 어려운 것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바로 그 이중구조의 밑바닥에 있는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그 이중구조를 해결하려는 운동과 세력을 탄압하고, 무엇보다 이중구조 해결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무기인 노동조합과 노동3권을 짓밟고 있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밑바닥 노동자들을 위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타파하자고 말하면서 윤석열 정부를 믿고 같이 힘을 모아보자고 말하는 사람, 민주노총 탄압의 선봉대가 명백한 족벌언론들과 인터뷰하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말하는 사람들의 의도와 진정성을 조금이라도 믿어주기가 어려운 것이다.

1억이 훨씬 넘는 연봉을 받으면서 건설노동자를 조폭으로 몰고 있는 족벌언론의 기자들 앞에서 몇배의 고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있다고 말하는 지독한 모순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물론 언제든 어디서든 무조건 노조를 지지하고 정권을 반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지금 친노동 좌파 정권이 들어서서 더 열악한 하층 노동자를 위해서 개혁을 하려는데, 상층 노동자들의 노조가 그것을 가로막는다면 당연히 정권을 돕고 노조를 비판해야 한다.

지금 윤석열 정권의 성격과 족벌언론들이 응원하는 노동개혁에서 손톱 만큼이라도 그런 상황과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면, 그렇게 보는 사람의 진심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반노동 우파 정권이 들어서서 더 열악한 하층 노동자들을 위한 개혁을 파괴하면서 민주노총을 탄압하고 있는 상황이 명백하다. 따라서 민주노총에 대한 어떤 비판도 안된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민주노총이 더 열악한 밑바닥 노동자들을 위한 개혁에 대한 주장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조가 윤석열에 짓밟히고 있을 때 자기들 임투만 마무리짓고 전선을 이탈한 대기업 노조들을, 다가오는 민주노총 파업 건설에 동참하기보다 사측과 해외연수 간다는 대형노조 지도부들을 비판해야 한다. , 필요한 것은 윤석열 정권에 더 강하게 철저히 맞서 싸우기 위한 비판이다.

태국과 튀르키예 선거 결과의 의미와 교훈

어제 국제적으로도 중요하고 한국의 우리에게도 교훈을 주는 두 나라의 선거가 있었다. 하나는 태국(타이)인데 먼저 반가운 것은 군주제를 기반으로 폭압적 독재를 펼쳐온 군부 집권당이 패배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500석 중에서 고작 76석 밖에 얻지 못했다.

151석을 얻어서 제 1당이 된 것은 청년세대에 기반한 진보정당인 행동전진당이다. <조선일보>는 학벌주의에 찌든 친기업 언론답게(조선일보는 자기의 반대편을 다룰 때도 항상 학벌을 따진다) 이 당의 대표가 하버드 대학을 나온 기업경영인 출신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보다는 이 당의 진보적 공약이 태국 민중에게 호응을 얻었다고 본다.

징병지 폐지, 동성결혼 합법화도 반갑지만 가장 파격적인 것은 왕실모독죄 폐지와 군주제 개혁이다. 이것은 몇 세기나 태국을 지배해온 군주제의 신성불가침에 대한 대담한 도전이다. 이런 입장 때문에 미래전진당은 이미 한 차례 강제 해산된 바가 있다. 지금의 행동전진당은 그 당의 후신이다.

마치 한국의 통합진보당이 종북으로 몰려서 국가보안법으로 강제해산됐다가 지금 진보당으로 부활한 것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기업경영인 출신의 당대표가 보여주듯이 전진당의 사회경제 정책은 그렇게 급진적이지 않다고 한다.

한편 141석을 얻은 제 2당은 태국의 전 총리였던 탁신의 딸인 패통탄이 이끄는 프아타이당이이다. 원래 많은 이들은 프아타이당이 1당이 될 것라고 했다. 프아타이당은 비교하자면 한국의 민주당과 비슷하다. 친서민적 정책들을 강조하지만 진보적이기 보다는 타협적이고 특히 군주제에는 도전하지 않으려고 해 왔다.

그럼에도 태국의 군부와 기득권 세력은 이 정도의 개혁조차 용납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탁신 전총리를 쿠데타로 몰아냈고, 나중에 그의 여동생이 선거에서 승리하자, 또다시 쿠데타로 제거했다. 그러자 이제 그의 딸이 다시 나선 셈이다. 이처럼 아버지에서 고모에서 다시 딸로 이어지는 이 가문세습 정치는 좋게 봐주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태국의 기층 민중들이 군부에 맞서서 탁신과 프아타이당에 기대를 걸고 지지해 왔다는 것이고, 그것이 오래동안 태국 정치에 주요 변수였던 거대한 빨간셔츠운동의 배경이었다. 아마 외신에서 태국 시민들이 빨간셔츠를 입고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하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러한 태국 민중을 한심하고 어리석게 보는 엘리트적 좌파들도 있었지만, 이제 태국 민중은 탁신의 그림자를 넘어서 더 왼쪽으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진당이 프아타이당에게 연정을 제안한 상태인데, 문제는 두 당만으로는 집권 가능 의석수인 375석을 넘지 못하기에 중도정당의 합류가 필요하다.

그러나 군부와 국왕의 눈치와 압박을 받는 중도정당이 과연 합류할지는 알 수 없다. 이것은 상원 250석을 선거도 없이 군부가 가져가도록 만들어 놓은 웃기는 짬뽕같은 제도 때문이다. 설사, 중도정당의 합류로 전진당과 프아타이당이 연정을 구성해 집권해도 문제는 남는다.

이미 2006년과 2014년에 두 번이나 쿠데타로 선거 결과를 짓밟았던 군부가 이번에도 그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군부는 언제나 그렇듯이 또 프아타이당과 전진당 정치인들의 각종 개인 비리들을 핑계삼아서 자신들을 정당화할 것이다.(이 나라 검찰과 비슷)

부디, 태국 민중이 이런 걸림돌들을 넘어서 역사의 전진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바로 옆에서 군부 쿠데타와 학살로 고통받고 있는 미얀마 민중에게도 힘을 줄 수 있다. 물론 프아타이당도 전진당도 진짜 진보나 좌파가 아니다라면서 이런 힘겨운 전진들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은 항상 있겠지만.

, 태국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튀르키예(터키) 대선 결과이다. 많은 이들이 친러시아냐 친서방이냐를 주시하지만, 여기서는 21년 동안 이어진 에르도안의 권위주의적 철권통치를 끝내는 게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군부를 청산하고 개혁한다며 집권했던 에르도안과 정의개발당은 이제 일부 좌파가 이슬람파시즘이라고 분석할 정도로 변질돼 있다.

그는 ‘5개의 갱단이라 불리는 5대 대기업들과 결탁해서 군대, 사법부, 언론을 모두 자신의 직할기구로 만들어버렸다. 무엇보다 쿠르드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며 수시로 쿠르드지역을 폭격하며 분열지배와 공포 정치에 이용했다. 얼마전 대지진으로 5만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지자, 이번에는 시리아 이주민들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했다.

이처럼, 모든 집회와 시위가 금지된 억압 속에서도 최근 축구경기를 보러 온 수만명의 축구팬들이 에르도안 퇴진을 외치는 광경으로 이번 선거 결과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대선에서 에르도안에 맞선 것은 공화인민당의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였는데, 사실 공화인민당은 진보적이기 보다 온건한 개혁정당으로 역시 한국 민주당과 비슷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반에르도안 전선으로 뭉친 6개 야당 연합의 대표 후보였다는데 있다. 이 야당연합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10% 정도의 지지를 받아 온 인민민주당이다. 인민민주당은 억압받는 쿠드르족과 연대하는 좌파 정치세력이다. 이 때문에 인민민주당은 태국의 전진당과 마찬가지로 에르도안에 의해 테러조직으로 낙인찍히고 강제해산 과정에 있었다.

그래서 인민민주당은 이번에 녹색좌파당의 틀을 이용해서 선거 운동에 함께할 수밖에 없었고, 야당 연합 내에서도 다른 좌파들과 함께 노동과 자유를 위한 동맹이라는 블록을 구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야당 연합은 어제 1차 투표에서 아직 승리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양쪽 다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보름 후 결선 투표로 가게 됐다.

이 결선 투표에서 부디 에르도안을 끝장내고 야당연합이 승리하기를 기대한다. 여기서도 또 정의개발당이나 공화인민당이나 무슨 큰 차이가 있냐거나, 성격도 기반도 다른 6개 정당의 야권연합을 무원칙한 야합이라고 깎아내리는 이들이 있겠지만, 인민민주당이 악조건 속에서도 돌파구를 찾아서 시도하는 다양하고 유연한 전술들에서 우리도 배울 게 있을 것이다.

칠레에서도 촛불 개혁의 실패와 윤석열 집권같은 일이?

지난주에 있었던 칠레 제헌의회 선거에서 극우파가 급성장하고 좌파가 심각한 패배를 당한 것은 국제적으로 진보좌파 세력과 민중에게 매우 우울한 소식이다. 인종주의와 혐오를 선동하는 극우가 승리하면서 우파연합 세력이 독자 개헌도 가능한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게 됐다.

이것은 2019년의 거대한 투쟁 물결 속에 진보좌파가 다수인 제헌의회가 구성되고, 젊은 급진좌파인 보리치 대통령이 당선하고, 이제 개헌을 통해 칠레가 신자유주의의 요람에서 무덤으로 바뀔 것이라던 희망에 부풀었던 우리의 뒷통수를 강하게 내리치는 소식이다.

이제 2019년부터의 투쟁과 승리의 물결이 그 정반대인 반혁명의 물결로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물론 개헌 자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우파연합이 지명한 전문가위원회가 만들 개헌안에는 신자유주의, 권위주의, 보수우파적 가치들이 더 강화될 것이고, 그러면 진보좌파는 오히려 개헌 반대 투쟁에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됐을까? 먼저 지난 3년간의 세계적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칠레도 전염병 위기가 경제 위기, 고물가, 실업 증가로 연결됐다. 처음 집권한 좌파 정당은 우파연합의 방해와 비협조 속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한편으로, 보다 관대한 이민정책 속에서 베네수엘라 등에서 미등록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하자, 우파는 이것을 경제 위기와 사회 혼란, 실업증가의 책임을 좌파 정부의 잘못된 이민 정책 등으로 돌리는 악선동의 기회로 이용했다. 보리치 정부는 증가하는 범죄와 폭력을 경찰력 강화로 대응해야 한다는 우파들의 요구에 타협했다.

우파들의 프레임은 더 강화됐고 자신감도 더 높아졌다. 우파는 보리치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 40시간 노동제, 소수민족 권리 보장이 경제를 망치고 나라를 무너지게 한다고 공포 마케팅을 했다. 또 좌파 인사들의 개인적 흠결과 비리를 잡아내서 정부를 흔들었다.

진보좌파에서는 전통적인 임금, 일자리 등에 대한 요구를 더 중시하는 세력과 젠더, 인종 등의 문제를 더 중시하는 세력들의 갈등이 커졌다. 개혁이 너무 급진적이어서 문제라는 세력과 너무 온건하고 우파에 타협하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도 갈라졌다. 촛불 이후 5년간 한국에서 벌어진 일과 흡사하다.

거대한 투쟁을 통해 기회가 열리고 진보적 정부가 들어서도 여전히 수많은 과제가 남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문재인 정부의 실패와 윤석열 집권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을 때, 칠레와 비교하면서 저렇게 젊고 급진적 좌파가 나와야 승리할 수 있다며 단순한 평가와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던 지식인들은 너무 섣불렀던 것이다.

자본주의와 기득권 체제는 그렇게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그들은 얼마든지 진보적 개혁을 가로막고 실패하게 만들 수 있고, 실패가 낳은 실망을 이용해서 다시 권력을 되찾아간다. 투쟁과 제도화의 균형을 찾아 이것을 피해갈 단순하고 쉬운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타협하지 않는 진짜 혁명적 좌파가 집권해서 투쟁을 우선했다면 성공했을 것이라는 단순한 평가로는 안 된다. 다시 교훈을 배우고 힘과 지혜를 모아내며 칠레에서는 윤석열 집권같은 반동이 나타나지 않기를, 우리는 윤석열 시대를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기사 등록 202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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