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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과 보고

"장애해방을 꿈꾸던 준혁이 형을 기억합니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2. 11. 28.

[아래는 지난 11월 25일 있었던 김준혁 동지 9주기 추모제에서 박철균 전장연 활동가가 한 추모사이다. 고 김준혁 동지는 장애인 당사자 활동가로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활동하다가, 지난 2013년 맹장파열 복막염으로 인한 수술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하는 박철균입니다.

김준혁 동지 추모제엔 처음 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김준혁 동지가 잠들어 있는 곳에도 처음 왔네요. 오늘은 김준혁 동지, 아니 준혁이 형에 대한 제 개인적인 얘기를 다소 하고자 합니다.

추모제에서 추모발언을 하는 것은 물론, 추모제에 올 때까지 고민이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제가 20년 전 알게 됐던 준혁이 형에게 떳떳하게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을까 고민이 되었어요.

제가 준혁이 형을 만난 것은 대학 시절 어느 단체에서 활동을 했을 때였습니다. 그 당시 한창 진행됐던 반전운동, 정당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던 공간에서 항상 준혁이 형이 있었어요. 그 곳에서 활동을 하는 동안 많이 친해 졌었고, 회기역 위생병원 근처에서 둘이서 술 한 잔 했던 기억도 납니다.

형은 같이 지역에서 활동했던 분을 존경한다면서 사람에 대한 존경 및 사랑, 다른 세상에 대한 바람 및 희망을 이야기 했었어요. 그 때 나눴던 술자리 대화는 기억에서 많이 지워졌지만 형의 그 마음과 표정은 여전히 기억에 남네요.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제가 활동에서 지워지고 중단되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어렵게 2012년부터 다시 활동을 시작했고, 2015년부터 장애인 운동을 시작했어요. 처음 간 광화문 농성장에서 저는 너무나 낯익고 뜻밖의 형 영정사진을 보게 되었어요.

많은 감정이 들었습니다. 제가 숨어 들었던 그 시기에 형은 계속 활동을 했었다는 것을, 이랜드 투쟁이든, 민주노동당 마지막 선거운동이든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든 다른 세상을 꿈꾸던 형의 활동을, 이후 성동 지역에서든 정립회관 투쟁에서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장애해방의 세상을 꿈꾸던 형의 활동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숨어 있고 괴로워 하던 순간에도 형은 열심히 살아갔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부끄러웠고, 한편으론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만나 다시 활동할 수 있을 때 형은 세상을 떠났다는 사살이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웠습니다. 하늘도 무심하네요. 왜 다시 함께 활동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게 했는지요...

사실 형이 저를 기억하고 있을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제가 그 대신 형을 잘 기억해내고 잘 살아가야 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형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기 위해서 5년을 광화문 농성장에서 함께 싸웠습니다.

형이 함께 했던 장애인운동의 여러 권리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탈시설, 이동권 등 형도 함께 외쳤던 그 권리를 위해 지금도 지하철 타기를 계속하고 있고, 여의도/삼각지역에서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형이 여기저기 함께 했던 시민사회운동에 저는 최대한 연대하고 함께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전장연에서도 함께 하기 위해 고민하고 함께 하고 있습니다.

준혁이 형에게 나중에 만날 때 "살아 생전 다시 만나지 못해서 미안하다. 다만, 형의 몫까지 최선을 다해서 활동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활동은 나의 몫이 아니라 여기 계신 장애인 운동 동지들 모두와 함께 하고 싶습니다.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여기서든 투쟁의 현장에서든 함께 할 준혁이 형을 생각하며 또 그리워 하며 계속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고민하고 투쟁하고, 하지만 형이 가졌던 희망을 놓치지 않으며 살아가겠습니다. 투쟁

(기사 등록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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