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세상읽기 – 기묘해진 신종북몰이/우크라이나/퀴어퍼레이드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2. 7. 18.

전지윤 

윤석열 시대의 또 다른 특징 기묘한 어긋남

지난 이틀간 귀순어민 강제송환 논란으로 계속 헤드라인을 도배하는 신문과 방송을 보면서 참으로 기묘하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대통령실, 국민의힘, 족벌언론들이 한 목소리로 아무리 16명을 살해한 범죄자라도 인권이 있으니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북한에 보낸 것은 반인륜적, 반인도적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들의 자세는 너무나 진지하고 심각했고, 북한에 보내진 귀순어민에 대한 연민과 공감으로 당장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귀순어민 강제 북송한 살인마 문재인을 처벌하라는 현수막을 들고있는 기자회견도 보여 줬다. 그러니까 ‘16명을 죽인 살인범이라도 의사에 반해서 북한에 보냈으니 진짜 살인마는 문재인이라는 논리였다.

사실 범죄자라도 인권이 있고, 국경은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지지해 온 사람으로서 저런 논리가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머리로는 이해가 갔다.(따라서 범죄자를 무조건 악마화하고, 이주의 자유를 제약하는 논리로 반박하는 것에는 공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족벌언론들의 행태에 마음으로 거부감이 들고 헛웃음이 터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왜냐하면 저 사람들이 갑자기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라도 철저하게 인권을 보장해 줘야 하고, 자격을 따지지 말고 모든 이주민과 난민들에게 국경을 넘어서 자유롭게 이동하고 정착할 선택권을 완전히 보장해야 한다는 매우 근본주의적인 휴머니스트들로 변신한 것이 아님이 명백했기 때문이다.

정말로 저들이 그런 급진적인 인권과 이주의 정치학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입장이라면, 그동안 역대 우파 정권들이 범죄자가 아닌 생존을 위한 탈북자들조차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홀대하고, 심지어 간첩으로 조작해서 괴롭히던 것을 설명할 수 없다. 잊을 만하면 범죄자를 악마화하는 선정적 기사로 클릭장사하는 것이 족벌언론들의 특기였던 것도 말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 족벌언론들이 이러는 것의 이유와 목적은 오로지 전임정부와 야당을 종북몰이하면서 쟁점을 돌리고, 최근의 지지율 추락 위기를 벗어나는데 이용하고자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악마가 지배하는 생지옥인데 그곳에 사람을 등 떠밀어 보내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는 냉전적 편견을 잔뜩 부추기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은 사형제와 고문과 정치범을 탄압하는 법과 제도가 있는 나라라고 흥분하던데, 아마도 한국도 아직 사형제가 있고 국가보안법이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은 듯이 보였다. 탈북자를 고문해 간첩으로 조작한 사람이 대통령실 비서관이라는 것도 말이다. 무엇보다 그토록 인권을 끔찍이 중시하고 이주의 자유를 주장하는 이들이 왜 거제 대우조선에서 1미터 철제감옥에 갇혀있는 노동자의 절규를 외면하면서 경찰력 투입을 협박하고 있나?

범죄자라도 귀순어민은 인권이 있지만, 파업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인권이 없는 것인가? 자신은 탈북자가 아니며 북한으로 보내달라는 김련희 씨는 왜 잡아두고 핍박하며 국가보안법으로 또 수사를 시작한 것인가? 정치적 박해를 피해온 이집트 난민들의 법무부 앞 노숙농성과 절규는 왜 외면하고 있고 이주민과 난민의 강제추방은 왜 계속하고 있는가?

누구도 외면하고 배제하지 않는 철저하고 완전한 인권 보장의 논리가 왜 항상 모두를 배제하고 외면하고 있다가 갑자기 이런 경우에 선택적으로 등장해서, 정략적 무기로만 이용되는 것인가? 아마도 김학의 때부터였던 것 같다. ‘아무리 김학의가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어도 이런 식으로 취급하면 되는가?’라면서 분기탱천하며 인권과 정의의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

그리고 이런 저들의 행태는 그 철저한 근본주의적 인권 감수성에 대한 감탄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뭔가 앞뒤가 안 맞고 기묘하다는 거부감만 생기게 한다. 윤석열 시대가 시작되고 나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과 우파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다보면 이처럼 황당한 기분을 곳곳에서 더 자주 느끼게 된다.

예컨대 윤석열과 김건희의 친인척들이 채용된 것이 문제가 됐을 때 대통령실은 친척이라고 제척한다면 그것도 차별이라고 했다. 성비위 논란에서 이준석 측근들은 의혹이 더 많은 다른 정치인들은 놔두고, 이준석만 징계한다면 그것은 공정이 아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의 유가족들을 종북몰이에 앞장세우면서 이것을 피해자 중심주의라고 했다.

이들은 반차별, 공정, 피해자 중심주의 등을 어설프게 배워서 이상하게 써먹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윤석열 정부가 전통적 구우파와 신우파, 구세대 우파와 신세대 우파의 혼성적 융합으로 탄생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한동훈 자녀와 조카들이 반인종주의, 장애인 차별, 차별금지법 등을 주제로 대필, 표절 논문을 쓰고 전시회를 했듯이 말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그게 왜 저기서 나오지싶은 괴랄한 기분은 계속될 것 같다.

일본 총리의 비극, 우크라이나 전쟁, 위험해지는 세계

일본의 전총리 아베가 총격 테러로 사망한 것은 분명 충격적 비극이다. 이러한 증오와 폭력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를 향해서든 정당화될 수 없다. 테러범이 아베가 그토록 무장을 강화하려 한 자위대 출신이라는 것은 역설적이다. 이제 이 비극을 일본의 우익들이 군국주의적 재무장 강화의 기회로 이용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미 일본의 지배자들은 그 방향으로 계속 전진해 왔다. 그리고 최근 윤석열 집권 이후에 중요한 걸림돌이 사라지면서 한미일 지배자들의 합심 속에서 한미일 군사동맹을 아시아판 NATO로 만들려는 움직임은 급물살을 타고 있었다.

얼마전 한미 특전사는 참수작전 연합훈련실시했다. 이제 지소미아가 복원되고, 식민지배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짓밟힐 것이다. 이처럼 전세계 곳곳에서 군비증강과 전쟁 연습, 군사동맹 강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정말 우려스러운 흐름이다. 물론, 최근 그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쟁이었다.

이것은 다양한 국제적 후폭풍을 낳았다. 석유 등 에너지 비용 극적 증가가 식량난이 인플레 위기를 낳았고, 미국 연준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면서, 국제적 연쇄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 부도와 부채 위기에 직면한 가난한 나라들은 복지 삭감과 구조조정으로 대응하고 있고, 난민의 기록적 증가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한 러시아 제재는 푸틴이 전쟁을 끝내도록 압박하기보다, 에너지와 식량 위기 악화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유럽 국가들의 경제적 모순을 악화시키면서 반러시아 전선을 균열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상황을 반중국 군사안보 동맹 강화의 기회로 이용하려는 의도만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주요 강대국 지배자들도 더 많은 사회적 자원을 군사력 증강을 위해 쏟아 붓고 있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부와 의회도 전시 상황과 경제 위기를 명분으로 정치적 권리와 노동권을 후퇴시키는 법안을 추진해 비판받고 있다.

이 모든 복합적 상황이 이 전쟁에 대한 여러 혼란스러운 반응과 입장도 낳았다. 그러나 상황의 본질은 여전히 단순하고 명백하다.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했고, 약소 국가를 침공해 수백만 명의 난민을 발생시켰으며,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고 그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있다.

이것은 그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구소련의 해체 이후에 ‘KGB형 국가자본주의로 변형된 러시아는 꾸준히 이 방향으로 이동해 왔다. 이미 체첸 침공이 있었고,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독재자 아사드를 도왔고, 벨라루스 독재정부를 지원해 왔고, 올해 초에는 카자흐스탄 민중 저항을 진압하기 위해 공수부대를 투입했다.

이처럼 경제적 쇠퇴를 강력한 군사적 힘으로 상쇄하려던 푸틴은 미국의 아프간 철수와 바이든 정부의 무기력을 새로운 군사적 모험의 기회를 본 것이다. 중국 봉쇄에 집중하는 미국이 대응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도 봤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의 영토를 강제병합하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것은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략하고 강제로 영토를 빼앗던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로의 후퇴이다. 이런 푸틴의 시도를 우크라이나 민중이 순순히 받아들일 리는 없다.

키이우에 사는 아들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되고, 돈바스에 살던 어머니는 러시아 국민이 되는 이런 강제 국경 변경을 도대체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기존의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시민들조차 반발하고 있다. 폭격과 포탄으로 자신이 살던 마을과 집을 파괴하고 가족과 친구들을 죽이는 것을 환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일부 진보좌파의 분석에서 전쟁으로 죽어가면서도 저항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민중의 존재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들이 추앙하던 레닌도 억압 국가가 피억압 국가를 강제로 병합하는 것에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노동자 국제주의는 무의미한 문구로 남을 것이고, 억압 국가와 피억압 국가의 노동자들 사이의 상호 신뢰와 연대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제국주의는 곧 반미라는 관성에서 벗어나서 변화한 상황을 직시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최강 제국주의였던 것은 반세기 넘게 지속된 현실이었다. 또 지금도 미국과 나토를 반대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지젝처럼 일부 진보좌파는 여기에 혼동을 보인다) 그러나 지금,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영토를 빼앗으려는 것은 러시아다.

“딜레마는 없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은 규탄되어야 한다. 어떤 것도 도시의 파괴, 무고한 사람들의 살해, 수백만에게 가해진 공포를 정당화할 수 없다... 이미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현실이 된 영구적 전쟁 상태의 확장과 파괴적인 목적을 향한 사회적 재생산 자원의 전용 외에는 미래를 상상할 수 없게 됐다... 모든 전쟁을 종식시키기로 결심하고 거리로 나가 파업을 벌이는 대규모 페미니스트 운동이 없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실비아 페데리치)

퀴어문화축제와 퍼레이드에 다녀 와서

어제 3년 만에 다시 열린 퀴어문화축제와 퍼레이드에 함께 했다. 특히 어제는 멀리 광주에서 올라온 배영준 동지와 함께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전체 광장과 부스를 두 바퀴나 돌면서 구경했다. 나이든 나로서는 힘들고 귀찮아서 생각도 못했을 것 같은데 배영준 동지의 열정과 호기심은 대단했다. 덕분에 다양한 흥미있는 것들을 많이 구경하고 해볼 수 있었다.

퍼레이드가 시작되자 소나기가 계속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그 속에서 전장연과 행성인의 이상한 연대대열에서 펼쳐진 신나는 음악과 춤의 무아지경은 대단했다. 철균 동지 등의 갈고 닦은 춤실력과 끼는 정말... 그저 고개나 까딱거리고 발로 박자는 맞추는 나같은 몸치는 상상도 못할 부러운 재능들이었다.

특히 폭포수같은 소나기가 오히려 더 사람들의 열정과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았다. 왜 흠뻑쇼가 인기를 끄는지 알 것 같았다. (언론이 클릭장사를 위해 만만한 연예인을 억울하게 때린 것이지만) 얼마 전 욕먹은 가수 싸이도 이런 소나기를 활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영준 동지도 우산도 치우라고 하고 온 몸으로 그 비를 맞으며 대열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영준 동지가 막차 전에 광주로 내려가야 해서 명동에서 빠졌는데, 화장실을 찾으려고 30분을 헤매면서 이 나라의 현실을 다시 확인했다. 그 높고 화려한 건물과 매장들 중에서 문턱과 계단없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이 겅의 없었다. 그 점에서 광장을 두 바퀴나 돌면서도 불편함이 없었던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와 참가자들의 배려가 새삼 감사했다.

이런 거대한 축제를 준비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퀴어문화축제 조직위 분들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알 것 같고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몇 가지 아쉬움들에 대해 일리있는 비판의 목소리들을 내는 분들도 아마 그것은 인정하실 것 같다.

부스를 두 번이나 돌면서, 반가운 분들을 만나고, 도움주신 것에도 감사함을 전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는데, 다만 구석에 있던 민주노총, 전교조 등의 부스를 가서 인사드리고 갖고 싶었던 것들을 사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크다. 그쪽은 인기가 많아서인지 너무 사람들이 많아서 영준 동지와 함께 휠체어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또 같은 날이어서, ‘이석기 의원 사면복권 국민대회와 미얀마 국제연대를 위한 아시아주민연대 후원주점에 가보지 못한 것도 아쉽다. , 어제 사랑과 해방의 축제를, 혐오와 억압으로 막으려고 한 분들에게도 참 유감이다. 어제 옆에서 들어보니, 이 분들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 대사로 동성애자가 온다는 것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였다.

한미동맹을 금과옥조로 여기던 분들에게서 이것이 얼마나 충격과 대혼란을 일으킬지 짐작이 가서, 남미에서 좌파 정권 탄압하던 일을 하던 미국 대사의 전력도 잠시 잊고 싶어지는 기분이었다.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 #서울퀴어퍼레이드2022 #서울퀴어문화축제 #미워해도소용없어 #pridemonth #prideparade

(기사 등록 2022.7.18)

* 글이 흥미롭고 유익했다면, 격려와 지지 차원에서 후원해 주십시오. 저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여러분의 지지와 후원밖에 없습니다.

- 후원 계좌: 우리은행 전지윤 1002 - 452 - 402383

* 다른세상을향한연대’와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하고 행동합시다.

newactorg@gmail.com/ 010 - 8230 - 3097 / http://www.anotherworld.kr/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