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균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편의상 지금의 스파이더맨은 "MCU 스파이더맨", 샘 레이미가 만든 첫 21세기 초 스파이더맨은 "토비 스파이더맨". 앤드류 가필드가 나온 2편만 나오고 끝나 버린 스파이더맨은 제목 그대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으로 표기합니다.
1.
보고 싶었으나 이래저래 일정이 생겨서 보지 못했던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을 2022년 첫 영화로 보게 되었다. 노원 롯데시네마에서 좌석이 움직이는 2D로 봤는데... 노원 롯데시네마랑 나랑 안 맞는 건지 아니면 나이가 든 건지 왠지 멀미가 났다. ;;
2.
지금까지 봤던 MCU 스파이더맨 트릴로지 중 가장 MCU와 이질적이면서 스파이더맨 본연의 매력으로 돌아오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까지 MCU 스파이더맨은 MCU에 나오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해피 호건 등 어벤져스 캐릭터와 드디어 스파이더맨이 함께 활동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지, 내가 알고 있는 기존의 스파이더맨과는 영 거리가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기존의 스파이더맨은 밟아도 밟아도 계속 일어나는 프롤레타리아형 영웅이란 느낌이었다면 MCU의 스파이더맨은 그런 기존의 스파이더맨보다는 좋게 말하면 편하게 활동하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부르주아형 영웅이란 느낌을 많이 받았다. MCU의 스파이더맨은 토비 스파이더맨나 어매이징 스파이더맨처럼 자기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거나 부득이하게 해쳤던 경험이 없고 어쨌든 예전 스파이더맨과는 다르게 토니 스타크 같은 엄청난 부자이자 그 세계관의 전설같은 영웅의 경제적, 정신적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스파이더맨은 슈트조차 한땀한땀 만들었다면 MCU 스파이더맨은 토니가 죽은 이후에도 온갖 기술이 결합된 슈트를 입고 돌아다니는 것에서 한편으로는 온갖 고생을 다 하고 멘탈 털리는 요소가 다분함에도 이웃의 소중한 친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파이더맨이 그리웠던 것도 사실이다.
3.
그런데, "노 웨이 홈"은 그동안 편하게(?) 활동하던 MCU 스파이더맨에게 그동안 하지 못했던 온갖 시련을 퍼붓는다. 마스테리오 때문에 신상이 털려 버렸고, 마스테리오가 죽기 직전까지 스파이더맨에게 누명을 뒤집어 쓰게 만들어 놓아서 법적 책임은 벗어나도 끊임없이 여론 재판이란 미명으로 마스테리오 지지자의 페인트 뿌리기나 집에 벽돌 던지기 등의 테러를 당한다.
그 와중에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가서 "시간을 되돌려 달라"는 의뢰를 하다가 모든 사람의 기억을 지우는 주문을 걸려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옆에서 들들 볶는 통에 다중우주가 열려서 예전 토비 스파이더맨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절 빌런들이 등장한다. 거기에 이 빌런들을 치료하려고 하다 도리어 그린 고블린에 의해 메이 백모가 세상을 더나게 된다.
블립을 당한 것 빼고는 그렇게 심한 곤경에 처하지는 않았던 MCU의 피터 파커가 이 영화에서 유독 심하게 멘탈 붕괴가 되는 경험을 하는 극단적 상황이 놀라웠다. 다른 스파이더맨은 백부가 죽게 되었다면 이미 백부가 없는 MCU에서는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통한 비극이 메이 백모라는 장치를 통해 실행된 것이다. 그러면서 "모든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그 전형적인 스파이더맨의 명언이 MCU 스파이더맨에게도 적용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
4.
결국 맨 마지막에 피터 파커는 세상을 되돌리기 위해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자기를 지우는 선택을 한다. 어쩌면 MCU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는 토비 스파이더맨이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는 차원이 다른 비극적 결말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여친이자 자신의 절친과도 연이 끊어지는 것이고 스타크 인더스트리와의 연도 끊겨서 기술적 재정적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됐다.
그렇지만 가장 끝에서 비로소 MCU 스파이더맨의 시작이 다시 된다는 느낌도 받았다. 직접 슈트를 만들고 낡은 집 창문을 나와서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사람들을 구하러 나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프롤레타리아 스파이더맨"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MCU 피터 파커 개인에겐 가장 가혹한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 모든 가혹함을 넘어간 피터 파커는 10대를 넘어 한층 성장한 영웅이 완성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5.
물론 MCU와의 교집합보다는 예전 소니에서 나왔던 두개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토비 스파이더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교집합이 더 많아서 MCU 팬들보단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 팬들에게 더 공감이 많이 갈 것 같고 예전 영화를 보지 않는 사람도 가볍게 설명이 극 중에 들어가기에 어려움 없이 볼 수는 있으나 그럼에도 MCU에 이어서 예전 소니 스파이더맨까지 챙겨봐야 하나 라는 일종의 진입장벽이 생긴 것은 아쉬웠다.
그리고 빌런이 새로 나온 빌런 말고 예전에 나온 클래식한 빌런이 5명이나 등장하는 것은 분명 좋았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나오면 현재 또 구상하고 있는 새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선 어떤 빌런을 활용하는 거지 싶은 의문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MCU의 스파이더맨도 더 이상 이질감이 드는 스파이더맨이 아니라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스파이더맨으로 성장한 것 같아 좋다. 또 n차가 생각나는 새해 첫 영화였다.
(기사 등록 20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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