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천 송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번째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현장에서는 건설노동자들에게 온갖 부당한 조건들이 강요되고 있고, 이에 맞서서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경인지부는 노조 건설과 치열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아래는 지난 12월 29일 ‘삼성바이오 건설노동자 노동인권 쟁취를 위한 2021 송년문화제’에서 이상수 반올림 상임활동가가 했던 연대 발언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반올림 카페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감사드린다.]
제가 일하는 반올림은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반올림은 직업병 피해자들과 함께 오랜시간 삼성과 싸워왔습니다. 10년을 넘게 싸웠고, 마지막에는 삼성본관 앞에서 천 일 넘게 농성을 했습니다. 오늘 문화제 사회 보시는 하해성 동지와는 반올림 농성장에서 인연이 되었습니다. 주말마다 1박 2일로 농성장에서 주무시면서 정말 열심히 연대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연대해주셨던 분들의 힘으로 꿈쩍않던 삼성이 물러섰고, 사과와 보상, 예방대책에 합의하게 되었습니다.
동지들이 짓고 있는 공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이 완성되면 백신도 만들고 약도 만들어서 사람들 건강에 도움이 될 것들을 생산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른 것으로 더 유명합니다. 회계사기 사건이죠. 삼성재벌 총수 이재용이 가석방으로 풀려났지만, 그건 국정농단 뇌물범죄 재판에서 받은 징역에 대한 것이구요.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재판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이재용이 삼성을 승계받는 과정에서 4조 5천억원 규모의 삼성바이오 회계사기를 저질렀고, 그 덕분에 9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배력을 확보하게 됩니다. 회계사기 규모가 워낙 커서 감이 잘 안올 수 있지만, 미국에서 최악의 회계사기사건으로 꼽히는 엔론사태의 3배 가까이 됩니다. 엔론사는 이 회계사기로 과징금만 7조원이 넘게 물어야 했고, 회계를 담당했던 회사는 파산했습니다. 엔론사 회장은 24년 3개월을 선고받아 감옥에 갔습니다. 이재용이 삼바 회계사기로 얼마나 감옥에 있을지 두고 볼 일입니다.
이재용이 감옥에 있을 때 삼성 주가도 오르고, 노동자들의 권리도 향상됐습니다. 이재용의 위기가 삼성노동자들에게 나쁘지 않은 조건입니다. 이재용이 여론을 의식해서 노조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선언이라도 하게 됐으니까요. 물론 삼성이 노조탄압으로 악명이 높았고 불법행위가 드러나서 임직원 수십명이 유죄판결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에서는 수천명의 노동자들이 조합원이 된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측과 단협도 체결했구요. 삼성디스플레이노조는 저희 반올림하고 안전보건협약을 체결해서 직업병 문제 대응에 힘을 합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노조는 곧 협약체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삼성의 안전보건문제를 같이 해결해나가기 위해 함께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삼성에서 노조하는 것이 대세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자신의 권리와 안전을 위해 노조와 함께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반도체 공장도 위험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일 위험한 현장은 아무래도 건설현장입니다. 매년 600명의 건설노동자가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산재사망사고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지만, 올 해는 지난 해보다 사망자가 더 증가한 상황입니다. 삼성반도체 평택공장 현장에서 일하시다 오신 분들도 많다고 들었는데요. 이재용이 재벌청문회에 출석하던 2016년 12월에 그 평택공장 짓다가 며칠 사이에 두 분의 노동자가 돌아가셨던 기억이 납니다.
한 분은 추락하셨고, 한 분은 질식해서 돌아가셨습니다. 간단한 안전조치로 막을 수 있는 대표적인 재래식 사고였습니다. 그래서 꼭 부탁드리고 싶은 건, 위험하면 멈춰야한다는 것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위험작업을 중지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법조항이 알아서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지는 않습니다. 법조항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개인으로는 어렵겠지만 노조와 함께는 가능할 수 있습니다. 정말 위험하게 느껴지면 꼭 멈춰야 합니다. 건설현장의 위험은 정말 목숨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부탁드릴 건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꼭 119에 신고하셔야 합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같지만 그동안 삼성에서는 당연하지 않았습니다.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여러 번 가스누출 사고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때마다 늘 늦장신고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촌각이 다투는 사고노동자들을 곧바로 이송하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 노동자들이 죽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재해발생 신고는 부서장만 할 수 있도록 아예 매뉴얼에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것도 기흥단지 최고책임자의 승인을 얻은 후에요. 삼성의 사고대응은 목숨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알려지는 것에 대한 대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방법에는 발견한 자가 즉시 신고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화학사고 발생시 15분안에 신고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반드시 119에 신고를 먼저 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다친 동료를 살릴 수 있습니다.
지금도 춥지만, 내일부터는 다시 맹추위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 추운 날씨는 그 자체로 사고요인이 됩니다. 따뜻한 곳에서 충분히 쉬어야만 사고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따뜻하고 쾌적한 휴게공간, 충분한 휴식공간, 화장실 등이 잘 갖추어져야 합니다.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안전을 위한 권리를 포기하지 마시고, 노동조합과 함께 목소리를 내시기 바랍니다. 이 현장의 노동조건이 다음 현장의 노동조건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지금 이곳에서부터 현장을 바꾸는 일에도 함께 하시고 늘 안전하고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기사 등록 202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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