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윤
● 끝없이 악랄하게 윤미향을 괴롭히는 <조선일보>
근래 연달아 터져나온 ‘고발사주 게이트’와 ‘대장동 게이트’는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한국사회의 기득권 카르텔의 구조와 문제를 상징적이면서도 축소판처럼 담고있는 사건들이었다. 두 사건 모두에서 우리는 ‘정치검사-족벌언론-부패우파’가 긴밀한 협력과 부패한 담합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발사주 게이트’에서는 정치검사들이 정치공작을 설계하고, 그것을 국민의힘이 외주받아 고발하고, 족벌언론은 가짜뉴스들로 바람을 잡는 메카니즘을 짐작할 수 있다. ‘대장동 게이트’에서는 법조기자들이 부동산 대박을 설계하고, 전관 판검사들을 둘러세우고, 국민의힘 곽상도 등이 돈먹고 뒤를 봐준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추석 밥상에서 ‘대장동 게이트’를 앞세워 ‘고발사주 게이트’를 덮으려던 저들의 어처구니없는 시도는 곽상도 아들 50억이 들통나면서 헛된 꿈으로 그치고, 이제 저들 모두가 줄줄이 엮여서 같이 더 큰 수렁에 빠지는 듯했다. 정말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러한 의문과 요구들이 터져나올만 했다.
김만배가 법조팀장이었던 <머니투데이>는 주로 부동산 시세를 실황중계하면서, 분양광고같은 기사를 베껴써 왔다는데, 이런 언론의 한국사회에서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곽상도 아들 50억, 윤석열 부친 집 거래 등에 이어서 화천대유에 ‘50억원 약속 명단’이 있다는데 거기엔 누가 더 있는가? 유동규가 구속됐는데 김만배와 곽상도는 도대체 언제 구속되는 것인가?
이제 대장동만이 아니라 오세훈의 부동산 민간개발, 박형준의 엘시티 등 100% 민간개발로 진행되는 사업들도 다 파헤쳐봐야 하지 않는가? 앞으로 부동산 개발과 분양은 모두 공공이 진행하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지 않는가? 무엇보다 이번에 드러난 수십억의 검은돈만이 아니라 화천대유가 거둔 수천억의 초과수익을 전부 환수해 무주택 서민 주거복지에 돌려야지 않는가?
그러나 ‘정치검사-족벌언론-부패우파’의 카르텔이 이런 의문과 요구가 발전하도록 놔둘 리 없었다. 저들은 ‘고발사주 게이트’와 ‘대장동 게이트’에서 드러난 자신들의 특기와 수법을 그대로 다시 펼치면서 이 위기를 벗어나려 시도하고 있다. 그래서 며칠 전 하루종일 <조선일보> 온라인 헤드라인을 차지하던 “[단독] 윤미향, 위안부 후원금 빼내 갈비 사먹고 마사지 받고…”가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배경에는 윤미향 의원과 그 가족들의 수십 년된 계좌까지 탈탈 털어서 억지로 기소한 정치검사들이 먼저 있었고, 그 엉터리 공소장은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에게 제출됐고, <조선일보>는 그것을 받아쓰면서 낙인과 편견을 부추기도록 더 부풀리고 각색했다. 기사에 박은 사진도 윤의원이 뭔가 비열하고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을 정성들여 고른 흔적이 역력했다.
<조선일보>는 이번에도 역시 악랄했고 ‘성공’했다. 이제 네이버에서 ‘윤미향’을 치면 연관검색어로 자동으로 ‘갈비’가 뜬다. 또 이번에 두드러진 것은 <머니투데이>다. 이들은 윤의원을 공격하는 기사를 여러 개 싣고, 전여옥의 “돈미향” 발언도 특별히 강조해 인용했다. 지금 ‘대장동 게이트’의 핵심 주범인 김만배가 법조팀장이었던 그 <머니투데이> 말이다.
이 기사들은 곧 다른 주류언론들도 베껴쓰면서 순식간에 확산돼 나갔고, 거기에는 온갖 막말과 욕설까지 섞어서 윤의원을 저주하고 혐오하는 수백수천 개의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정치인과 조중동 선호 ‘논객’들이 또 윤의원을 인신공격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기 시작하고, 그 발언들은 기사거리로 다시 받아써졌다. 이제 악플러들은 윤미향 의원실 페이스북에 직접 찾아와 악플을 도배하며 ‘사퇴하라’고 집단 괴롭힘을 이어갔다.
그나마 얼마 전 국정원이 일본 극우와 손잡고 윤의원을 사찰하고 괴롭힌 것이 드러나고, 힘든 처지에도 묵묵히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헌신한 윤의원의 의정 활동들이 늦게나마 빛을 보면서 후원도 늘어나는 듯하던 상황에서 다시 마녀사냥이 재개된 것이다. 기득권 카르텔은 자신들의 위기 탈출에 희생양이 필요할 뿐 아니라 민중운동의 현장에서 배출된 의원이 그런 활동을 국회에서도 이어가는 것을 용납할 생각이 없을 것이다.
이런 마녀사냥과 불링을 주도하고 동참하는 세력에게 ‘윤의원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모금된 돈을 빼돌려 교통과태료를 내고 고깃집이나 마사지숍에서 사용했다’는 것은 정치검사들이 공소장에 적은 일방적 주장일 뿐이고, 관련돼서 진행중인 재판에서 모두 반박되면서 반대 증거들이 같이 제시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 증거와 증인들은 '정대협에 법인카드가 하나밖에 없던 초기 상황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식사대접하거나, 연로하고 수요집회로 피곤한 피해자들에게 마사지를 받게하고, 일단 윤의원의 돈으로 지불하고 나중에 돌려받은 돈 등이 십여년간 한푼 두푼 쌓여서 거액이 됐을 뿐'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상황에서도 윤의원과 정대협 활동가들이 박봉의 일부를 후원금으로 돌리면서까지 헌신했다는 것도 말이다.
그러나, 사주가 2조5천억 부동산을 보유한 <조선일보>와 사주 이름이 ‘화천대유 50억 명단’에 올라있다는 <머니투데이>는 진실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곽상도 사퇴’ 국면을 ‘윤미향 사퇴’ 프레임으로 전환하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윤의원이 10여년간 활동하면서 필요한 것을 몇천원, 몇만원씩 일단 개인 돈으로 쓰고 나중에 돌려받고 한 것 등을 ‘더러운 비리’로 몰아서 마녀사냥하는 데 올인했다.
이들은 윤의원 쪽이나 재판에 참관한 사람들을 통해 간단히 확인될 사실을 조금도 검증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들에게는 ‘마녀’의 항변은 들을 생각도 없다. 자기들이 필요할 때면 마치 목에 쇠사슬이라도 걸어놓은 노예처럼 윤의원을 불러내서 흙을 묻힌 다음 ‘여기 이 더러운 마녀에게 모두 돌을 던지자’라고 선동할 뿐이다.
동시에 이런 여론재판을 통해서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다. 막상 윤의원 쪽은 재판부에게 부정적으로 보일까봐 공개 대응을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악용해서 말이다. 결국, <조선일보>가 가짜뉴스 피해자들을 돕겠다는 취지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를 주도적으로 막아섰던 것은 ‘우리는 악의적 가짜뉴스로 계속 언론 피해자들을 괴롭힐 자유를 원한다’는 뜻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가짜뉴스와 어뷰징 기사들로 먹고사는 족벌언론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온몸으로 막은 것은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 힘을 보탠 ‘개혁언론’과 언론노조와 언론단체들의 태도는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신에 가짜뉴스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자율규제’에 힘쓰겠다고 했는데, 당장 이번에 윤미향 의원 관련해서도 족벌언론들과 별다른 차별성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다.
문제는, 정말 안타깝고 아쉽게도 진보좌파 중에 일부도 또다시 시작된 윤의원 마녀사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지난해 봄에 윤미향 의원 마녀사냥이 절정에 달했을 때 주류언론들을 도배했던 맥주집 술판, 딸 유학비, 안성쉼터 등에 대한 많은 기사들이 아주 나중에야 가짜뉴스이거나 부정확하고 부풀려진 기사들이었음이 드러난 바 있다.
그때 그런 기사들을 근거로 윤의원을 욕하며 같이 돌을 던졌던 사람들 중에 뒤늦게라도 반성하고 사과한 사람을 본 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이제 <조선일보> 등이 또다시 들고나온 또다른 가짜뉴스들을 또 믿어주면서 마녀사냥에 동참하고 다시 돌을 던진다면 정말 몰라서 속는 것인지 알면서 속아주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며칠 전 윤미향 의원의 동생 분이 올린 아래 글을 보고 가슴이 무너졌다. 윤미향 의원을 사랑하는 부모님과 그 가족들의 마음이 지난 1년 넘는 시간 동안 얼마나 지옥이었을지 생생하게 그려져서 슬픔과 울분을 참기 어렵다.
“엄마 아버지는 뉴스하나 뜰때마다 일상이 망가지시고 잠을 못 주무신다. 엄마 뉴스 보지 마세요. 댓글 읽지 마세요… 해도 자식 일이니 그게 되겠나. 스마트폰 세상이 너무 원망스럽다.
오늘도...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려 음악도 틀어야지 하며 컴퓨터를 켰는데, 인터넷 접속하자마자 포털 뉴스 첫줄에 ‘윤미향’ 이름이 보인다. 안돼, 인터넷 닫아, 라고 머리에서 경고를 울리지만 나도 모르게 클릭. 악의적인 글에 부들부들,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다.
엄마가 전화 하신다. 얘 이거는 또 뭐니? 엄마 새로운 거 아니에요. 언니 공판때 검사들이 몇천원 몇만원 이야기 했다는거, 말도 안되어서 재판정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던 그거, 그걸 검사가 흘려서 쟤들이 국면전환용으로 언론플레이 하는거니 절대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도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있나.
퇴근무렵 엄마는 걱정과 한숨과 그로인해 목이 메여 전화를 하시고, 그 곁에 계신 아버지는 엄마가 자꾸만 뉴스보고 댓글 읽으며 걱정 하시는 것에 역정을 내고 계신다. 아버지 당신도 걱정되는 마음 일부러 드러내지 않고 일부러 더 무신경한척 하려는데 엄마가 자꾸만 걱정을 늘어놓으니 역정을 내시는거겠지.
두분이 그리 서로 티격태격 하시다가도 언니걱정에는 하나가 되신다. 니네 언니는 밥이라도 먹었을까? 또 얼마나 외로울까? 속이 더 문드러졌을텐데… 잘 견뎌내야 할텐데… 하시며. 두분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셨을지 너무 눈에 선하다.
우리 언니는 지금 아마 허깨비같은 모습으로 오지 않는 잠을 청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는 거라곤 견디는것, 묵묵히 할 일을 하는 것뿐인 언니여서 앞으로 이어질 무수한 날들도 묵묵히 견디며 주어진 일 해 나가겠지. 나는 평생을 이리 살고 있는 우리 언니가 너무 바보같고 눈물난다.”
저들의 가짜뉴스는 기꺼이 그것에 속아주려는 사람들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왜 일부 진보좌파와 진보정치인까지 윤의원에 대한 족벌언론들의 가짜뉴스를 쉽게 믿어주고 가벼이 돌을 던지는 것일까? <조선일보> 등의 가짜뉴스가 며칠 만에 들통나는 것을 그렇게 겪어보고도 아직도 저들에 대한 신뢰를 버릴 수 없는 것인가?
그런 분들이 휴가나 명절같은 때 아이들,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장면을 담은 사진을 올리는 것을 볼 때면 ‘당신들이 가벼이 같이 돌을 던진 그 마녀에게도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 아이들이나 가족들과 함께하는 사진을 올릴 꿈도 꿀 수 없게 된 그 너덜너덜해진 영혼을 제발 들여다 보자’고 말하고 싶어진다.
또 ‘나중에 당신들이 족벌언론의 표적이 되고, 가짜뉴스의 피해자가 되면 얼마나 억울하고 억장이 무너질지 한번 생각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속이는 자들보다 속는 사람이 더 문제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물론이고 ‘개혁언론’에서도 ‘마녀의 항변’은 잘 실어주지도 않는 지금, 우리는 함부로 우르르 돌을 던지기 전에 직접 찾아보고 확인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해야만 한다.
* 윤미향 의원의 항변을 자세히 실어준 거의 유일한 언론인 <민중의 소리>의 기사이다.
https://www.vop.co.kr/A00001599369.html
* 여기서 윤미향 의원 재판 참관기를 보면 사건의 진실에 더 다가갈 수 있다.
https://www.ddanzi.com/free/701559958
https://www.ddanzi.com/free/701560156
https://www.ddanzi.com/free/701560366
● 대장동 게이트의 본질과 ‘오징어게임’
자신이 “말”일 뿐이라는 억지만 빼면 화천대유와 대장동 개발이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게임”이라는 곽상도 아들의 말은 틀리지 않다.(<오징어게임>에는 50억 받고 빠져나가는 ‘말’은 없고 무참하게 죽어나가는 ‘말’들만 나온다.)
일부에서는 이것을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검언정 카르텔 게이트’가 맞다. 법조기자들, 판검사 전관들, 국힘당 정치인 등이 골고루 등장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의 수많은 ‘검언정 카르텔 게이트’들과 달리 치밀한 설계가 마무리 단계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조중동이 ‘이재명의 머리카락이 보인다’며 땅을 파헤치다가 김만배, 곽상도, 원유철, 김수남, 이경재, 최태원 등이 그 밑에서 나오며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 ‘족벌언론-정치검찰-우파 정치세력’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 정보공유, 알아서 덮어주기가 실종된 것이다.
즉 이 사건은 재결집과 부활에 성공하는 듯하던 검언정 카르텔의 연결고리와 결속력이 여전히 느슨할 뿐 아니라 다시 흐트러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 점에서는 기득권 카르텔 내부에서 폭로가 시작된 ‘고발사주 게이트’와도 닮은꼴이다.
또 이 사건은 뒷심이 딸리면서 기존 질서 내의 제도적 ‘적폐청산’으로 축소된 2016년 촛불의 한계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그 속에서 칼자루를 쥐게 된 것이 ‘적폐’의 핵심적 일부였던 정치검사들이었다. 물론 정치검사들 중에서도 박영수, 윤석열 등 비주류였던 자들이 어부지리를 얻었다.
박영수, 윤석열에 대한 기득권 카르텔의 심정은 복잡하다. 읍참마속의 불가피성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손발이 잘리던 기억이 상처로 남아있다. 그래서 박영수가 ‘가짜수산업자’에게 뇌물 받은 것이 드러났을 때는 ‘정의로운 척하며 우리를 망신주더니 꼴 좋다’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박영수도 결국 그물망처럼 얽히고설킨 부패한 검언정 카르텔의 일부라는 것에 있다. 이들의 부패는 개인의 성격과 인성을 넘어선 구조적 문제이기에, 박영수는 화천대유에서도 다시 등장했고 법조기자들, 판검사 전관들, 국힘당 의원과 자녀들, 재벌총수와 가족들이 고구마줄기처럼 끌려나오고 있다.
이제는 국힘당 유력후보가 돼 있는 윤석열도 화천대유의 부패한 그물망의 일부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화천대유의 실제 돈줄은 최태원이었고, 박영수-윤석열의 최태원 불기소가 핵심고리였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커지고 있다. 이것은 목청높이 ‘화천대유는 누구겁니까’를 외치던 족벌언론과 국힘당이 예상하거나 기대했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와서 덮기도 쉽지 않다. 역사를 돌아보면 지배계급의 핵심적 치부는 <조선일보>가 최초 보도한 ‘삼성X파일’처럼 오히려 내부총질로 드러난 경우가 많았다. 저들 내부의 경쟁, 불신, 갈등 속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이번에도 2016년 촛불이 낳은 위기와 분열의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서 작동했을 것이다.
동시에 이번 사건은 마치 축소판처럼 문재인 정부 개혁의 모순과 한계도 드러냈다. 대장동에서 민간개발은 막았지만 공공개발이 아닌 민관합동 개발에 그친 것은 중도개혁 정부가 기득권 우파와 거듭 타협한 것과 비슷하다. 시장에 타협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세계경제 상황과 맞물리며 엄청난 투기붐도 막지 못했다.
그 속에서 엄청난 불로소득을 거둔 것은 기득권 카르텔이었고, 그렇게 힘을 회복한 기득권 세력은 소심한 개혁조차 못마땅해 더욱 개혁정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수익의 일부만 추가 환수한 이재명을 화천대유가 ‘공산당’이라고 비난한 것처럼 말이다.
나아가 기득권 카르텔의 핵심인 족벌언론은 대장동에서 자기 친구들이 벌인 악취나는 복마전의 책임마저 이재명에게 전부 덤터기 씌우며 민주당에 대한 공격과 우파의 권력 탈환에 이용하려고 시도하다가 자책골에 이르고 말았다. 예상을 뛰어넘은 횡재 속에 서로 더 많은 몫을 차지하려던 시기와 욕심도 팀워크를 갈라놓았다.
사실, 이런 식의 기막힌 본말전도는 기득권 카르텔이 애용하던 수법인데, 며칠 전 <뉴스타파>는 국힘당 원유철의 비리를 덮으며 민주당 평택시장에게 떠넘기려던 검찰의 시도를 고발했다. 요즘 탐사보도 중에는 이 비슷한 사례들이 너무 많이 폭로돼서 보다가 헷갈릴 지경이다.
지금 스스로 놓은 덫에 걸려서 아노미에 빠진 기득권 세력은 ‘우리가 크게 해먹을 수 있는 판을 못 막았으니 이재명과 민주당도 공범’이라는 억지 논리까지 펴고 있다. 이런 논리면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할 수 있는 구조를 아직 철폐하지 못했으니 좌파들도 착취의 공범인 셈이다. 일부 진보좌파도 이 무논리에 동조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곽상도 아들의 글에서 인상적 부분은 2가지가 더 있다. 먼저 그는 ‘주식과 코인보다 부동산에 올인해서 열심히 일한 댓가를 얻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오징어게임> 속에서 프론트맨이 ‘공정한 게임룰’을 강조하던 것을 떠오르게 하는 이 논리는 기득권 우파의 새로운 구호가 된 ‘공정’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
둘째, 곽상도 아들은 ‘암에 걸려 고생하다가 올해 5월 돌아가신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렇게 상대편의 가족까지 악랄하게 공격하던 곽상도의 가족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마음은 소중한 것이고, 그가 누구든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까지 ‘도륙’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므로 곽상도는 비리에 책임을 져야할 뿐 아니라 그동안 ‘가족인질극’을 벌이며 상대방을 괴롭히던 일들을 반성 사과해야 한다. 특히 고 손영미 님의 비극적 죽음마저 윤미향 의원 공격에 이용하던 그 잔인함은 용서할 수 없다. 무엇보다 곽상도는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의 고문수사 공범으로서 반드시 심판과 처벌을 받아야 한다.
<오징어게임>은 이명박 정부 때 쌍용차 대량해고와 살인진압을 보면서 영감을 얻은 드라마라고 한다. 드라마의 주인공도 자동차회사 해고 노동자이고, 보다보면 권력과 자본이 쌍용차에서 ‘산 자’와 ‘죽은 자’를 나누고 서로 싸우게 만들었던 ‘의자놀이’가 떠오른다.
기득권 카르텔이 설계한 ‘오징어게임’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지금, 우리는 계속 서로를 낭떠러지로 밀어내며 싸울 것인가, 투표로 게임을 중지하고 다시 힘든 일상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함께 힘을 합쳐 천장에 매달린 돈을 우리 모두의 것으로 가져올 것인가.
● [펌] 국가보안법 폐지 전국대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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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철폐 대행진을 시작하며
-김재하 국가보안법 철폐 전국대행진단 공동단장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013858.html
(기사 등록 20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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