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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 조선 사주일가와 부동산/ 라우디스트 보이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1. 9. 29.

전지윤

 

● 2조5천억 부동산 보유한 조선일보 사주일가의 내로남불

 

지난 9월 16일 국회에서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조선일보 방상훈 사주 일가의 부동산 소유 내역을 공개 했다. 대규모 토지, 호화 고가 주택 포함해서 공시지가만 4,800억 원이고, 시세로는 무려 2조 5천억 원 이상이었다. 방상훈을 비롯해 사주일가가 보유한 부동산은 여의도 면적의 45%에 달하는 40만 평에 달했다.

 

족벌언론 사주의 부동산과 재산 내역은 20년도 전인 김영삼 정부 때 공개가 시도되다가 무산된 적이 있어서, 이번이 사실상 역사상 최초의 공개였다. 더구나 요즘 부동산 문제가 워낙 심각하고 공인들의 부동산 투자와 보유가 뜨거운 이슈가 됐던 터라, 꽤나 이슈와 보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그러나 역시 너무나 순진한 기대였다.

 

일주일도 더 지난 오늘 검색해본 결과 이 소식을 보도한 기사들은 다 합쳐봐야 40여개 정도에 불과해 보인다. 조국 가족이나 윤미향 의원을 향해서 근거없는 의혹만으로도 순식간에 수천 수 만개의 기사(이 기사들은 ‘가족을 도륙하면 안돼지만 누구의 가족은 예외다’라는 엄청난 편견을 만들어냈다)가 쏟아지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도 안 된다.

 

40여개 기사들도 그 출처가 주류언론이라고 할만한 곳은 별로 없어 보인다. 조중동은 당연히 찾을 수 없고, 나아가 한겨레나 경향에서도 이 소식은 찾을 수 없다.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그토록 성토하고, 여당 정치인들의 부동산 투자와 보유를 그토록 비난하던 조선일보의 사주가 바로 어마어마한 부동산을 보유, 투자하며 엄청난 불로소득을 누리고 있다는 이 ‘내로남불’의 끝판왕을 뒤엎을 정도로 더 뜨거운 이슈와 기사거리가 있었던 것일까?

 

검찰, 언론, 국힘당이 공모해서 고발을 사주한 민주주의 유린 사건? 아니다. 이 사건은 이미 공익신고자인 '조성은이 얼마나 파렴치하고 정신나간 믿지 못할 여성인가'라는 기사들로 뒤집히기 시작하다가, 우리의 시야와 기억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럼 ‘택배노조, 화물연대, 현대제철비정규직노조가 얼마나 깡패같은 인간말종 집단이고 민주노총 지도부는 주사파들인지’에 대한 기사들? 이것은 조중동이 열심히 밀어서 의제가 되기는 했지만 다행히(?) 아직 핵심적 의제까지는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럼 지금 포털과 언론을 도배하면서 지난 추석 가족 모임도 뒤덮은 이슈와 기사거리는 무엇인가? 모두 알다시피 ‘대장동 개발과 화천대유’다. 이 문제에서 과연 족벌언론들이 제기하는 의혹들이 사실이고 근거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다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으로도 확실한 것들은 있다.

 

첫째, 언론사 법조팀장이 꾸리고 전직 대법관, 전직 검찰총장, 전직 검사장, 국힘당 국회의원과 그 자녀들을 영입해 만든 회사가 대박을 쳤다는 것이다. 검언정 카르텔은 부동산 개발사업에서도 작동했던 것이다. 둘째, 이 부동산 광풍 속에서 어떤 개발사업도 민간과 시장에 일부라도 맡겨서는 안 되고 철저히 공공이 맡아야 한다는 교훈이다.

 

그러나 물론 지금 화천대유로 가짜뉴스까지 섞어가며 모든 것을 도배하고 있는 족벌언론들의 보도에서는 이런 사실과 지적들은 거의 찾을 수 없다. 아래의 사진은 조선일보 방상훈의 흑석동 자택이다. 흑석동에 가끔 갈 때면 그 동네에서 중앙대학교보다 더 커보이는 그 집의 위세에 놀라게 된다. 이 집은 4600평에 154억 원으로 지금 한국에서 가장 비싼 집 1위다.

 

이 정도면 방상훈의 별명은 ‘흑석 방상훈’이 되는 게 당연해 보이지만, 현실은 모두 알다시피 ‘흑석 김의겸’이 돼 있고, 부동산 문제가 이슈가 될 때마다 족벌언론에 끌려나와 두들겨 맞던 김의겸은 그 한맺힘 때문에 더 이런 고발에 앞장선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그 용기는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족벌언론 사주같이 선출되지 않는 진짜 권력자들의 치부를 파헤치며 맞짱뜨는 것은 오로지 진보정당 의원들뿐일 것이라던 나의 기대와 예상은 빗나갔고, 오히려 진보정당 의원들의 목소리를 선택적으로 지면에 실으며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는 족벌언론들을 보고 있자니 참 씁쓸하다.

 

 

● 미국 <폭스뉴스>와 한국 족벌언론의 평행우주

 

미국판 <조선일보>나 <TV조선>이라고 할 수 있는 <폭스 뉴스> 설립자 로저 에일스의 일대기를 다룬 7부작 미드 <라우디스트보이스>를 뒤늦게 봤다. 언론개혁에 관심있는 사람, 개혁정부가 어떻게 기득권 우파의 공격을 받고 흔들리는지 관심있는 사람들은 볼만한 드라마였다.

 

성폭력 가해자로서 로저 에일스가 용기있는 여성들의 미투에 의해 몰락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 <밤셀>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많이 채워진다. 미투에 나선 여성들을 로저와 지원군들이 어떻게 공격했는지 더 잘 나온다. 피해여성들의 평판과 행실과 전력을 문제삼기, 배후를 문제삼고 복수극이라고 몰아가기, 외모를 헐뜯기, 그것에 앞장섰던 트럼프 등...

 

드라마는 로저가 단지 여성을 유린한 성차별주의자였을뿐 아니라, 인종주의자였고, 백인우월주의자였고, 기독교복음주의자였고, 배타적 애국주의자(제국주의자)였고, 자본주의 맹신자였으며, 이 모든 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로저와 등장인물들을 보다가 방상훈, 김대중(조선일보 고문), 윤석열 등이 떠오른다면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이다.

 

폭스뉴스의 소유자인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좀 더 실용적이라면 로저는 더 이념형이다. 이민자들을 겨냥해 ‘벽을 세우자’던 로저는 머독의 실용적 타협이 중국계 애인 때문이라고 의심하며 뒷조사를 지시하기도 한다. 아들에게 매일 아침 성조기를 게양하라고 교육하는 로저를 보면서 가족행사에서 애국가 4절까지 제창한다는 최재형도 떠오른다.

 

로저의 <폭스뉴스>가 시청율 ‘1등방송’이 된 비결은 모든 이들을 만족시키는 ‘중립적이고 건전하고 불편부당한’ 방송이 아니었다. 우파 지지층의 공포와 혐오를 자극하며, 여기에 재미와 오락과 (여성 앵커의 다리를 부각하는 등) 눈요기를 가미하는 철저히 편파적, 선동적, 선정적인 방송을 통해서였다.

 

로저는 미국이 무슬림 등과 연결된 ‘좌익 파시즘’의 위험에 놓여있다며 시청자들의 공포를 자극했는데, 실제 본인 자신도 그런 과대망상에 빠져있었다. 이것을 최근 조선일보에 실린 류근일 칼럼들과 비교해 보라.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최후의 결전이 벌어지고 있다... 오늘의 싸움은 자유민주주의냐 좌파 파시즘이냐, 대한민국이냐 반(反)대한민국이냐의 사생결단...”, “2022 대통령 선거는 자유민주주의냐 전체주의냐의 선택이다.”

 

특히 2001년 9.11테러와 그것이 낳은 ‘테러와의 전쟁’은 이런 과대망상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 된다. 드라마는 로저를 ‘테러와의 전쟁’의 핵심적 주창자이자 설계자중 하나로서 그린다. 트럼프와 ‘대안우파’의 정치적 선배로서 로저가 ‘위대한 미국의 실존과 가치’를 위협하는 주적으로 여기며 증오하고 거침없이 공격하는 것은 바로 클린턴, 오바마 등 민주당의 자유주의 정치인들이다. 그 과정과 내용은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일들과 매우 유사하며 많은 것들을 떠오르게 한다.

 

먼저 색깔론이다. 이들은 오바마를 사회주의자라고 몰아가며, 매우 부족하고 온건한 오바마케어(의료보험 개혁)조차 사회주의 정책으로 낙인찍는다. 로저는 방송 진행자들에게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며 반드시 오바마의 미들네임을 호명하라고 지침을 내린다. 이것은 오바마가 아프리카계이고 무슬림이고 심지어 반미 테러리스트와 연결돼 있다는 마녀사냥에 이용됐다.

 

로저는 클린턴 부부, 오바마와 연결된 민주당 엘리트들이 중국과 손잡고 가난한 백인(남성)들의 삶을 위협하고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포퓰리즘적 선동의 프레임을 만들어냈고, 클린턴의 성폭력 사건을 확대 재생산하며 울궈먹었고, 이것은 클린턴 부부가 아동성매매에 연루됐다는 가짜뉴스로까지 발전했다.

 

또, <폭스뉴스>는 시민운동 단체이면서 오바마의 외곽 지지단체였던 에이콘(즉각적 개혁을 위한 지역사회단체 연합)의 회계부실과 개인적 일탈 등을 엄청난 권력형 비리와 부정선거 의혹으로까지 뻥튀기해서 오바마 탄핵을 추진하는 정치세력에 힘을 보탰다. 이 모든 것은 오늘날 트럼프의 부정선거 주장이나 극우 ‘퀴어논’ 그룹의 온갖 황당무계한 음모론에도 남아있다.

 

로저와 폭스뉴스의 무기는 사실의 선택적 편집과 보도, 진실을 가리는 프레임 짜기, 근거없는 의혹제기, 가짜뉴스였다. 이런 폭스뉴스의 슬로건이 “공정하고 균형있게”라는 것은 <조선일보>의 슬로건이 “오직 펙트”라는 것과 비슷하게 참으로 우습고 씁쓸한 일이다.

 

늙고 뚱뚱한 사람으로 분장해서 로저를 놀랍게 연기해낸 배우는 러셀 크로우인데, 그는 인터뷰에서 ‘배우가 된 후 나에 대해 보도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언론을 믿지 않게 됐다’고 했다. 정말 레거시미디어의 가장 큰 피해자들중 하나가 연예인이다. <스포츠조선>과 구분도 잘 안 되는 <조선일보>를 보다보면 오늘은 또 어떤 연예인이 먹이감일지 걱정되곤 한다.

 

미국은 그나마 좀 더 자유주의적인 CNN, MSNBC와 <폭스뉴스>가 일부라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면, 한국은 <폭스뉴스> 비슷한 게 3개나 있고 이 ‘조중동’과 종편의 여론과 의제 장악력이 더 커보인다. <라우디스트보이스>는 미투로 몰락한 로저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지켜보면서 끝나는데, 내년 초에 조중동이 윤석열의 당선을 지켜보는 일만은 없었으면 싶다.

 

(기사 등록 202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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