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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과 차별

동물산업은 동물복지와 반댓말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0. 11. 18.

                                                                                최태규 

[
네이버 포스트 최태규의 동심보감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도 반려동물 시장 규모28900억원이었다고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반려동물 시장을 왜 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하는지 모르겠지만)에서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연평균 14.1%씩 성장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애완동물사료 시장만 해도 20112천억원 규모에서 202015천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10년 안에 일곱 배다.

 

엊그제, 정운천 전 농수산식품부 장관이자 농해수위 소속 국회의원은 농림수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세계의 반려동물 연관 산업 시장규모가 성장 중인데 수입산 사료의 시장 점유율이 너무 크고 그에 대한 정부 예산이 없다는 지적을 했다. 국산 애완동물 사료업체를 지원하라는 주문이다(동물을 사고 팔면서 반려동물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기만적이다). 이미 국내 축산 대기업들은 애완동물사료산업에 뛰어들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그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산업을 키운다는 논리는 특정집단에만 이익이 되곤 하지만 이토록 노골적으로 욕심을 내보인다.

 

산업을 규모화하면 모두에게 그 콩고물이 돌아갈 것이라는 해묵은 거짓말의 반복이 동물을 이용한 시장에서도 똑같이 통용되고 있다. 심지어 반려동물’, ‘동물복지같은 말을 우겨넣으면 마치 그 산업이 동물에게도 이익이 될 거라는 듯 선전한다. 개정이 코앞까지 다가온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은 사실 지난 국회에서도 개정될 수 있었다.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결국 21대 국회로 일을 미뤘는데, 이는 태업을 일삼은 국회의 잘못도 있지만 동물원, 수족관 업계의 반발이 주요했기 때문이다.

 

열악한 조건에서 동물을 학대하며 전시하고 장사하는 업체들은 동물원과 수족관이 허가제가 되면 문을 닫게 될까 걱정할 수밖에 없었고 단체를 만들어 동물원수족관법의 개정에 반발했다. 그 주요한 논리가 산업 위축이었다. 동물을 학대하는 산업이 경제적 측면 이외에도 정서적으로 교육적으로 가치가 크다는 주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린 이야기였지만, 정부도 국회의원들도 산업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물을 괴롭혀 산업을 일으킨 역사는 유구하다. 한국의 전통적인 농업에서도 농민들은 소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없을 정도로 소는 1차 산업시대부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소가 없는 농민은 소를 빌려서 소작을 부칠 정도였다. 너도나도 소를 길러야했으니 농업 때문에 소가 더 살만해졌느냐 하면 당연히 아니다. 마취 없이 코 가운데 비중격을 뚫어 코뚜레를 하고 어깨에는 멍에를 매고 등에는 등궤를 매며 등허리를 채찍으로 맞아가며 쟁기질을 해야 했다. 일하지 않는 시간에도 소꼴 먹이는 시간을 제외하면 좁고 어두운 헛간에서 느리게 가는 시간을 때워야했다. 이제는 낭만으로 여기는 소달구지를 소는 무엇으로 기억할까?

 

2차 세계대전을 지나고 축산업이 규모화되면서 동물들의 비극도 규모화되고 체계화되었다. 전 세계의 소, 돼지, 닭을 비롯해 오리, 거위, 염소, 심지어 토끼와 여우, 밍크 같은 야생동물까지 보통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공장으로 들어갔다. 산업의 측면에서 비용을 낮추고 이윤율을 높이는 것은 지당한 원칙이다. 더 좁은 곳에서 더 싼 사료를 먹이고 많이 생산할 수 있다면 경영자에게는 좋은 산업이다


그래서 한국 정부도 1990년대부터 소규모 농업은 죽이고 대규모 전업농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축산업이 나라를 들었다놨다 하는 미국처럼 축산대기업을 지금도 육성하고 있다. 좋은산업일수록 더 많은 동물들이 더 고통스럽다는 것은 이제 다들 안다. 그리고 축산업이 동물 뿐 아니라 환경파괴를 통해 인간도 끝장낼 수 있다는 공포가 세계에 보편화되고 있다.

 

그러나 축산업을 제외하면 동물을 이용한 다른 산업이 동물에게 얼마나 해가 되는지는 덜 알려진 것 같다. 최근 평창군에서 대규모 민간투자사업으로 반려동물 관광테마파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무려 브리딩 센터를 운영하며 무슨 말인지도 모를 프리미엄 우량견등록.보급하고 브리더를 양성하겠단다. 프리미엄이나 우량견 같은 단어에서 천박함이 물씬 느껴진다. 개라는 동물을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개를 번식시켜 파는 브리딩 센터는 기존의 강아지 공장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애완동물산업에서 흔히 좋은 개는 근친교배를 거듭해서 외모를 극단적으로 예쁘게 만들고 유전적으로 질병에 취약한 개를 말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순혈 품종의 개들은 잡종이라고 무시하는 개들에 비해 평생 유전병에 시달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 브리딩이라는 구시대적 산업을 2020년에 키우겠다니 어떻게 그렇게 감이 없나 싶다가도 위정자들이나 토건 마피아들이 동물을 뭐라고 생각할까 상상해보면, 사람이 사는 터전도 골프장과 호텔을 짓는다고 내쫓는 마당에 무슨 윤리를 들이댈 수 있겠나 싶다.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으니까.

 

나쁜 산업은 육성하면 안 된다. 돈이 된다고 성매매 산업이나 마약 산업 같은 걸 장려하는 나라는 망한 나라다. 동물을 이용하는 산업은 더 많은 동물을 착취할수록 융성한다. 온몸에 똥을 묻히고 살아가는 소, 돼지 뿐 아니라 하얀 털이 복슬복슬한 개, 고양이를 만들어 파는 산업도 똑같다. 이색애완동물이라고 파는 앵무새와 파충류들도 마찬가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고통받는다. 동물산업은 어느 수준에서든 동물복지에 도움이 될 수 없다.

 

동물을 죽이고 괴롭히는 산업이라도 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시대라면 가령 잉여생산물이 거의 없던 농경시대라든지 동물복지라는 말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시대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살만 하다. 지금은 동물을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 보고 윤리적으로 대해야 하는 시대다. 동물을 대하는 국가의 정책과 기조의 문제다. 약자를 대하는 우리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동물산업은 동물복지와 반댓말이다.  


(기사 등록 202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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