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리뷰 - 초속 5센티미터/ 사랑의 불시착/ 코로나19

박철균


 



초속 5센티미터

 

잠이 안 오는, 그렇다고 사무실에서 가지고 온 일손이 잡히지 않는 지금, 세상에 폭풍이 불어 오다 다시 정적에 잠긴 채 빗소리만 들리는 지금, 비로서 꺼내 보게 된 영화.

신카이 마코토가 요즘 상업적으로 성공한 "너의 이름은"이나 "날씨의 아이"에선 결국 그 서로 좋아하는 남여가 결국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났더래요로 끝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초창기 작품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별의 목소리도 결국 먼 우주 사이에서 두 사람은 기약이 없어 보이고, 초속 5센티미터도 결국 아카리와 타카키는 재회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그래서 "너의 이름은"을 보고 감동을 느꼈던 사람은 "초속 5센티미터"를 보고 당혹감과 허탈함을 많이 느낀다 .

 

그런데, 결국 감독이 말한 대로 초속 5센티미터야말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그 모습이고 우리가 그동안 겪었던 수많은 인생의 모습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아카리와 타카키 그리고 카나에처럼 우리도 몇십년 전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했고, 그것이 마치 아름답게 절정이 오기도 하지만 그 절정 후엔 사그러지고 멀어졌고, 짝사랑으로 한 사람을 바라보았지만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으니까. 그리고 계속 세월이 흐르면서 그런 인생의 로맨틱한 순간도 그저 아름다웠던 지나간 추억으로 점점 사라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객에게 위로가 되어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다 그렇게 가슴앓이를 하고 살았다는 것을, 나만 유별나게 겪는 비극이 아니라는 위로가 되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것이라는 희망도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 아주 마지막에 아카리와 타카키가 철도 건널목에서 교차되어 만나는 듯 했지만, 끝내 아카리는 보이지 않았고 그것을 통해 타카키는 오랫동안 버리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미련, 혹은 집착에서 마치 가벼워 졌다는 듯이 다시 뒤돌아 걸어가는 것처럼 항상 과거의 그리움과 미련, 그로 인한 슬픔이 언제나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메시지가 보였다.

 

어린 시절 가슴 속에 남았던 사람, 끝내 상처를 줬던 사람,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미련 때문에 내가 했던 무리수와 트라우마들이 생각났다. 그것 때문에 계속 수령에 빠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계속 살아갔음을 다시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다. 또 다시 나아갈 것이다. 다시 현실을 실감하게 하는 영화가 결국 그 현실에서 좀 더 나아가게 만들었으니까.

 

사랑의 불시착

 

1. 확실히 박지은 작가는 독특한 소재로 스탠다드한 연애드라마를 잘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계인, 인어에 이이서 남북 관계의 연애까지 정말 독특한 소재고 잘못 쓰면 유치해 질 수 있는 소재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토리텔링으로 잘 풀어 나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2. 특히 북한에 대한 고증을 정말 열심히 하려고 했구나 싶었다. 언어부터 해서, 군인 체계, 정치 체계 그리고 사택 마을을 통한 사람들의 생활상, 평양에서 살아가는 금수저의 생활상 등 할 수 있는 고증을 최대한 하려고 애쓴 것 같았다. 극우들은 북한 미화라고 고소를 하는 촌극을 벌였지만, 사실 드라마를 다 본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북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1도 들지 않을 것 같다. 숙박검열이라고 해서 개인의 사생활이 당연하게 침해되고, 암암리에 도청을 하고 평양에서조차 복장 검사 등의 엄격한 통제를 하고 기차가 갑자기 멈춰서 10시간 넘게 멈춰 서고, 평양에서조차 정전이 자주 일어나는 곳으로 드라마가 묘사하는데 거기서 친북이라는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못할 것이다.

 

3. 다만, 기존의 한국 드라마에서 보는 듯한 스탠다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특히 정혁(현빈)과 세리(손예진)의 포지션에서 그것은 더 두드러지게 보인다. 드라마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정혁은 최고위직인 총정치국장의 아들이고, 세리는 한국에서 잘 나가는 패션업체 세리스초이스의 사장이자 아버지로부터 기업을 물러 받을 예정이기도 한 사람이었다. 둘 다 권력 면에서 최상의 금수저인 사람들이기에 너무나 쉽게 위기를 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 해 북한에선 리정혁의 신분 덕분에 남한에서 윤세리의 신분 덕분에 무사히 넘어가는 부분이 많았다. 마치 적국의 왕자와 공주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듯한 모습에서 나의 삶과 남한과 북한의 시민의 삶, 그리고 저 두 주요 배역의 삶은 너무나 괴리되어 버렸다. 그런 괴리를 남북을 넘어선 사랑으로 승화하고 대리만족 하게 만들어 벼렸다. 여전히 드라마를 통해 그런 슬픈 반복은 이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4. 이것은 결말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세리와 정혁 둘은 헤어지는 것 같았지만, 이윽고 스위스에서 서로 만나고 1년에 2주씩은 함께 지내며 아예 스위스에서 살림집까지 마련하는 것으로 끝난다. 반면 세리의 집에 집안이 풍지박산이 나고 그로 인해 사기를 치다 북한으로 넘어가서 숨어 지내려 했던 "흙수저" 구승준은 평양 주요 백화점 사장 딸인 서단을 구하려다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끝난다. 어쩌면 슬픈 해피 엔딩이 되어 버린 것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이런 역경을 넘어서는 사랑은 실제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것을 각인 시켜 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5. 물론, 정말 오랜만에 본방 사수하면서 재밌게 봤던 드라마다. 주조연 뿐만 아니라 서브 캐릭터 및 까메오도 구멍이 있거나 겉도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자기 역할을 다한 점에선 매우 훌륭하다. 아직도 결말 이후 여운이 남기도 하다. 다만, 여운과 씁쓸함이 함께 남는 드라마는 더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 낯선 곳에 떨어진 슈퍼우먼이 심하게 어리숙하게 변해 남자에게 의존하는 패턴이 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꼭 상대방이 재력이나 신분이 좋아서 덕을 보는 듯한 패턴도 사랑의 불시착을 끝으로 사라지길 바란다. 그런 것을 한층 더 넘어선다면 더 재밌고 완성도 있는 드라마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코로나19와 탈시설

 

1. 정부가 생각이 있다면 각 포털사이트들의 코로나19 관련 기사들에 대한 댓글을 전면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느 사이트건 간에 중국인 혐오, 신천지 혐오, 대구경북 혐오들이 넘쳐나고 심지어는 엄한 사람 사진을 붙여 놓고 31번 환자라고 하거나, 엄한 사람 페북 스크린샷 해서 신천지라고 몰아세우는 경우까지 봤다.

 

코로나19가 이렇게까지 된 상황에 전면적으로 더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동시에 코로나19 만큼 빠르게 퍼져나가는 혐오 바이러스를 제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세시대 마녀사냥은 유럽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고, 관동대학살은 일본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자신이 지금 이 시대에 전염병의 공포를 빙자하여 현재진행형으로 하는 것이다.

 

2. 사망자와 확진자의 다수가 정신장애인 수용시설에서 발생했다. 청도대남병원은 수용시설, 요양시설에 보건소까지 밀집한 곳이었다. 이렇게 사람을 몰아넣고 보호라는 측면으로 통제하고 억압하던 곳에서는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사람들이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 곳에서 지병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죽음의 절벽으로 떠밀려질 뿐이다.

 

비단 청도대남병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여전히 전국 곳곳엔 대규모 시설이 남아 있고, 그곳의 사람들은 삶이 없고 안전도 없고 자유도 없고 인권도 없다. 그래서 탈시설이 필요하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넘어 장애인을 마냥 가둬 놓는 세상이 아니라 장애인이 함께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기사 등록 20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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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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