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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과 논쟁

‘조국 대전’과 좌파의 전술 논쟁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9. 10. 4.

[‘조국 대전이 두달 넘게 이어지고 촛불집회까지 등장하면서 다양한 입장과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감정적으로 적대하지 않으면서도, 가시 돋친 말이나 거친 언사로 상대를 아프게 하지 않으면서, 얼마든지 우호적으로 치열하면서 생산적인 열린 토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취지에서 조국 대전에 대한 다른세상을향한연대내부적 토론 과정에서 제출된 견해들을 묶어서 올린다. 앞으로도 논쟁과 반론글들을 계속 소개할 계획이다.]





 

계급적 분노와 검찰의 반동에 대한 분노 사이에서

 

김지수

 

 

조국 일가의 행동(입시, 사모펀드)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그리 크지 않을 거 같지만 계급적으로는 심각히 부적절한 행동 같습니다. 다만 그 행동들은 조국보다는 조국의 부인이 주도했던 거 같습니다.

 

검찰의 행동(먼지떨이식 수사, 피의사실 중 자기들에게 유리한건 영장치고 불리한 건 언론에 검찰발 보도 흘려가며 마녀사냥)은 더 절 화나게 합니다. 조국이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조작으로 구속당할 때 외면했던 죄악의 업보를 치룬다는 생각도 들지만요.

 

검찰이 저리 행동하며 전선 자체가 우리가 개입하기 어렵게 형성 되었습니다. 지금 상황은 마치 2002년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장 마리 르펜 vs 자크 시라크)이나 2017년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마린 르펜 vs 마크롱)이 생각나게 하는 엿같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이면 조국과 검찰 사이에서 우리가 개입을 하기도 쉽지 않아 보여요.

 

모든 분노한 대중의 행동에는 크기와 방향이 있는데 민주당, 자유한국당, 검찰 모두에게 있어서 십만 명이 법적 문제는 없는 조국에게 계급적 분노를 느껴 거리로 나오는 것보다 검찰의 행동에 분노한 백만 명이 거리로 나오는 게 더 다루기 쉬울 겁니다. 검찰이 그걸 알고 전선을 이리 흐렸나 싶어서 검찰에 더 화가 납니다. 역시 검사 95%를 이 나라에서 제거하는 방법밖에 없어 보입니다.

 

서초동에 나온 사람들 중에서도 조국의 행동에 계급적으로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조국, 검찰 모두에게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럴 겁니다. 우리는 그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 모을지 고민을 해야 합니다. 민중당과 청년전태일 등에서는 정부의 반노동 정책을 규탄하는 투쟁을 대규모로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거기에 응원을 보태는 심정입니다. 그럼에도 서초동 촛불에서 [성폭력에 책임있는] 정봉주의 등장을 보기에 역겹고 화가 납니다만 민주당이 원치않는 방향으로 상황을 비틀 수만 있다면 코 막고 거기 들어갈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습니다.


 

● 검찰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로 나갈 기회

 

권시우

 

항상 개혁은 지배계급 내부의 투쟁을 불러오고 그것이 계급투쟁과 무관해 보이기도합니다지금의 상황은 검찰개혁을 두고 싸우는 형국이고 그것이 그들이 별로 원하지 않는 방식인 대중동원으로 확대되었습니다조국과 민주당에 대한 환상은 없어야 합니다그러나 조국을 검찰과 우파의 공격으로부터는 방어하면서 검찰개혁을 더 밀어붙여서 노동자 서민들이 검찰로부터 더 자유로운 방식의 사회로 일단 한 걸음 나갔으면 합니다.



후불제 민주주의가 필요악적인 전술이다

 

민철식

 

저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비판적 방어하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매우 비판적 입장이었고 사퇴해야 한다고 보았지만 부인과 자녀들에 대한 검찰의 과도한 수사를 보고 사퇴의 입장에서 비판적 방어로 돌아서게 되었습니다.

 

검찰 개혁의 적임자가 조국 법무부 장관뿐이냐고 다른 대안도 있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운동적 계급적 관점만이 아니라 개혁적인 일반 국민들의 느끼는 감정과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계급적 배신감이 든다고 해도 조국 법무부 장관을 방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적폐인 자유한국당과 검찰 권력을 정리하고 이후의 문제는 추후에 싸움을 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저는 선불제 민주주의가 중요하지만 더 큰 싸움을 위해 후불제 민주주의전술로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비판적 방어하는 것은 검찰과 자한당이라는 거악을 정리하기 위한 위한 것입니다. 필요악적 전술이라고 봐요.

 


흙수저 좌파는 조국의 몰락을 기다려야 하는가?

 

전지윤

 

조국 대전이 끝날 줄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어떤 사안이든 다양한 모순이 중층적, 교차적이기 마련이기에 어떤 것만이 본질이라고 고집하긴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이 사안의 핵심이 조국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대 반기득권의 대립이고, 조국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계급모순과 박탈감을 주로 대변하고 있다는 분석에는 끄덕이기 어렵다.

 

조국의 반대 편에서 누가 가장 주도적인지, 그들이 어떤 내용을 펼치고 있는지, 그걸 통해 가리키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보면 그 분석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먼저 이 대열의 맨 앞쪽에 보이는 것은 보수언론과 삭발우파들이다. 바로 얼마전 폐간 요구와 시위에 시달리던 조선일보가 조국의 위선에 분노해 촛불과 죽창을 들자고 외치고 있다.

 

이들이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하길래 들어가보면 스누라이프고파스에 올라온 댓글들이다. ‘스카이대학생들만이 청년을 대표하는지도 의문이지만, 이 대학들에서만 학생증, 졸업증 검사 속에 촛불집회가 벌어졌다. 의사단체, 교수단체 등도 성명전을 벌이고 있는데 주도자들은 반동성애, 뉴라이트, 기독계열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이들도 특권과 반칙에 분노해서 정의와 공정을 말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들어보면 영 찜찜하다. ‘노력과 실력으로 들어와야 할 우수한 명문대의 위상을 조국 딸이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경쟁에서 승리한 능력있는 사람에게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적 공정과 정의론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삶의 고단함에 촛불들 여유도 없는 흙수저, 청년들의 특권구조에 대한 정당한 분노와 신음소리들은 파묻히고 있다.

 

그러니, 이번에 드러난 특권과 반칙에 맞서 자사고, 외고를 없애고 입시를 폐지하자거나, 사모펀드를 없애자거나, 사립학교들을 국공립화하자거나, 부의 세습을 막고 재분배하자거나 이런 건 전혀 볼 수가 없다. 교수성명 주도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적폐청산을 강행하고 종북, 사회주의로 나가던 문재인에 대한 비난만 가득하다. 종북몰이하던 황교안이, 난민 추방하자던 이언주가, 용산참사 주범 김석기가 정의를 말하며 삭발을 한다.

 

이들은 두 달전 이 사태 초기에 조국은 반국가단체 사노맹 출신이고 전향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대중적 반응과 호응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입시특혜, 사모펀드 등의 의혹을 제기하자 사람들의 반응이 터져나왔다. 그러자 저들은 신나서 그 구멍만 파기 시작했고, 나라 전체가 블랙홀로 빠져들었다.

 

영리하게도 보수우파는 [김진태같은 예외를 빼면] 그후 더 이상 사노맹 이야기를 강조하진 않았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조국의 난민 포용과 사형제 폐지, 보안법 폐지 입장도 굳이 부각해 욕하지 않았다. ‘사회주의적 정책의 필요성을 말한 조국의 발언에 열폭했겠지만 표정관리를 하며 오로지 표창장, 사모펀드, 웅동학원에 매달렸다. 그렇게 두달간 탈탈 털었지만 아직 심각한 수준의 부패나 권력형 비리의 분명한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2016 촛불에 대한 기득권 우파의 반동 시도란 걸 부정하긴 어렵다. 그 핵심에 검찰이 있다. 7~80년대에 군부의 위치를 오늘날 검찰이 이어받았다. 선출,통제되지 않으며, 막강한 권한을 독점한 무소불위와 상명하복의 엘리트집단. 증거조작과 인권유린으로 없는 죄도 만들고 있는 죄도 덮어버린 역사의 조직. 임은정 검사가 고발하듯이 검찰은 지금 사기, 성폭행, 위조 등에 연루된 고위검사들을 덮어주고 있기도 하다.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이들의 힘이 더 강화된 것은 사회혁명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도화로 비껴간 2016 촛불의 맹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치 2011년 이집트 혁명 이후 군부내 구세력 청산의 임무로 임명된 알시시가 나중에 쿠데타 주역이 됐듯이, 윤석열도 그러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와도 비슷하다. 브렉시트에 대한 열기에는 분명 엘리트 정치인들이 추진해 온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감, 실업과 가난에 대한 계급적 분노와 박탈감이 있었다. 동시에 그것을 포퓰리즘적으로 이용하려던 우파적 의도와 악선동도 있었다. 그래서 2016년 브렉시트 가결을 노동계급의 승리로 평가하고 기뻐할 순 없었다.

 

마찬가지로 조국 등 586엘리트들의 특권과 한계에 대한 대중적 분노와 반감은 이유있고 정당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보수우파의 조국 사퇴 요구를 지지해야 한다거나, 조국 사퇴가 곧 반기득권 기층계급의 승리일순 없는 일이다.

 

이번에 많은 사람이 언론의 대대적 검찰 받아쓰기와 몰아가기 행태에도 놀랐다. 조중동뿐 아니라 자유주의 언론도 다르지 않았다. 이것은 한국에서 권언유착의 핵심은 선출되지 않은 진정한 권력(재벌, 검찰 등)과의 유착에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나아가 언론자유자본과 시장의 자유로 뒤틀린 것의 극단적 결과다.

 

뉴스톱김준일 대표에 따르면 한국언론 시장의 돈줄은 재벌광고협찬과 클릭장사가 핵심이다. 그래서 실시간 검색어로 뜨는 어떤 이슈든 실검기사’, 어뷰징 기사들이 하루에도 몇만 건이 쏟아지고, 언론사의 외주하청 자회사에서 초착취 당하는 파견직, 알바생, 취준 인턴들이 취재가 아니라 복붙을 하면서 그런 기사를 계속 찍어낸다는 것이다.

 

기레기를 욕한다며 실시간 검색어로 '한국언론사망'을 밀어 올리면 언론들은 재빠르게 '한국언론사망'을 키워드로 기사를 쓰고 독자들은 다시 그 기사를 클릭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것이 만들어내는 흙탕물과 엉망진창 속에 진실은 사라지지만 권력, 자본, 포탈은 엄청난 수익과 정치적 이득을 건져간다.

 

거듭 말하지만, 내가 이런 것에 다시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된 것은 노무현 비극 때보단 2012~13 ‘통합진보당 경선부정과 내란음모때였다. 그때 국정원, 검찰이 쏟아내고, 언론이 받아쓰고, 정치권과 진보진영 다수까지 동조한 회오리가 몰아쳤다.

 

압수수색과 기소, ‘단독’, ‘속보가 이어지면서 진보의 일부가 겉으론 사회정의를 말하면서 뒤로 부정과 부패를 저지른 괴물집단으로 몰렸다. 조금이라도 그 사람들을 편들면 같이 돌을 맞고 경기동부라고 낙인찍혔다.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거리두고 선 긋고, 오히려 같이 돌을 던졌다. 부끄럽지만 나도 별 다르지 않았고,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의 억울함과 상처를 외면하다가. 나중에야 스스로 돌아보게 됐다.

 

지금도 비슷한 요소들이 있지만, 그때보단 덜하다.(딸과 아들까지 괴롭힌다는 건 더한 측면이다.) 그때 이석기 의원, 이정희 대표 등은 그야말로 5천만의 공적이 됐었다. 지금 조국 등은 그래도 집권여당과 강력한 지지층이 있다. 또 사회경제적 특권구조에 도전하지 않아온 업보기도 하다.

 

문정부와 조국 등이 추구하는 개혁의 방향과 내용은 많은 한계와 문제를 갖고 있고, 이에 대한 강력하고 날카로운 비판도 당연히 필요하다. 여성 노동자들이 상의 탈의까지 하며 싸우고, 삼성해고자가 100일 넘게 고공농성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차별금지법, 성소수자, 정신질환자 인권,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조국의 부족하거나 잘못된 입장도 비판하는게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의 반동공세를 지지하거나 방관할 이유도, 가족들에 대한 잔인한 인권유린적 난도질에 눈감을 이유도 될 수 없다. 오히려 저들의 총공세야말로 좌파가 맘 편히 문정부와 조국의 한계를 비판,반대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다. 그런 주장이 저들이 뱉어내는 오물더미의 일부로 뒤섞이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국 등을 비판하면 검찰,언론,우파와 같은 편처럼 내모는 일부의 과도함도 잘못이지만, 지금의 반동공세를 반대하고 비판하면 조국에 환상을 가진 문빠라는 식의 낙인과 몰아가기도 잘못이다. 문정부에 정치적으로 독립적이면서도 얼마든지 지금의 공세를 막아서며 급진적 변화를 지향하는 입장을 세울 수 있다. 2004년 노무현 탄핵 때 일부좌파들이 그렇게 했듯이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운동진영에는 그런 고민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당면한 정치쟁점과 투쟁은 회피하면서, 경제투쟁만이 진정한 계급투쟁인 것처럼 봐선 안 된다. 지금 조국 쟁투와 노동자 투쟁들은 별개가 아니다. 검찰의 마구잡이 칼춤에 분노해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은 모두 문빠가 아니며 얼마든지 노동자 투쟁의 우군이 될 수 있다. 그런 흐름이 민주당 지지로 가도록 놔둘 이유가 없다.

 

또 문정부의 실패와 몰락을 기다리며 강하게 비판과 저주를 퍼붓다보면 우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는 착각도 위험하다. 과연 금수저 강남좌파정권이 밀려나면 흙수저 급진좌파 정권이 등장할까? 반동적 우파가 기회를 낚아챌까? 물론 지금의 자한당은 조국 사태로 드러난 특권구조가 낳은 잠재적 폭발성을 담기에 너무 낡고 깨진 그릇이다. 하지만 우파의 변신과 재결집이 진행중이라는 것을 봐야 한다. 브라질에서도 룰라 구속을 주도한 기존우파는 별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지만, 그 기반 위에 정권을 잡은 것은 신생 강경우파였다.


(이 글을 좀 확대해서 <리포액트>에도 기고했다.https://bit.ly/2AHMVUU)  



(기사 등록 2019.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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