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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과 차별

1·21 국제 여성행진에서 3·8 국제 여성파업으로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7. 2. 28.


[트럼프 취임일에 있었던 국제 여성행진은 단지 트럼프가 촉발한 여성혐오에 맞서는 투쟁이었을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새로운 사회운동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러한 대성공은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서 국제 여성파업을 건설하자는 호소를 낳았다.(관련 홈페이지: www.womenstrikeus.org.) 아래 글들은 이와 관련된 글들을 번역한 것으로서 다가오는 3·8 국제 여성파업의 의미와 쟁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첫 번째 글은 안젤라 데이비스(Angela Davis), 낸시 프레이져(Nancy Fraser) 등 저명한 여성 활동가와 지식인 8명이 공동으로 작성해 국제 여성파업을 호소한 글이다. 아래 글들에서 간혹 한국 여성들의 투쟁을 언급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번역: 오목눈이



99%의 여성주의, 그리고 3월 8일 전투적 국제 파업을 향해  


안젤라 데이비스(Angela Davis)

낸시 프레이져(Nancy Fraser) 

신시아 아루자(Cinzia Arruzza)

Barbara Ransby

Keeanga-Yamahtta Taylor

Linda Martín Alcoff

Rasmea Yousef Odeh

Tithi Bhattacharya



출처: https://viewpointmag.com/2017/02/03/beyond-lean-in-for-a-feminism-of-the-99-and-a-militant-international-strike-on-march-8/


1월 21일의 대규모 여성행진은 새로운 전투적 여성주의를 위한 투쟁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확히 무엇이 이 새로운 투쟁의 핵심이 될 것인가? 우리는 트럼프 정권의 공격적인 여성혐오, 성소수자 혐오, 인종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사회보장과 노동권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공격 역시 투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1월 21일의 대규모 집회를 직접적으로 불러일으킨 것은 트럼프의 노골적인 여성혐오였지만, 여성과 모든 노동자에 대한 공격은 트럼프 정권이 수립되기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금융의 확대와 기업 주도 세계화로 인해 여성 가운데에서도 특히 노동계급과 실업 여성의 생활조건은 지난 30년간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린 인 페미니즘’(lean-in feminism: 페이스북 CEO 셰릴 샌드버그의 저서 제목 ‘린 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부와 권력을 가진 소수 여성에게만 가능한 여성주의를 이른다)과 여타 기업 친화적 여성주의는 절대 다수 여성들에게 무용지물이었다. 이들은 개인적 차원의 홍보와 자기계발에 접근할 수 없고, 오직 사회적 재생산을 방어하고 재생산권을 확보하며 노동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통해서만 삶의 조건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로운 여성운동이 이 모든 문제를 우선해서 논의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여성운동은 99%를 위한 여성주의여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여성주의는 낙태 금지에 항거하는 폴란드의 여성파업과 남성에 의한 폭력에 반대하는 라틴아메리카의 행진, 지난 11월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대규모 여성 집회에서부터 한국과 아일랜드에서 재생산권의 보장을 위해 이루어졌던 여성들의 시위와 파업 등 전세계적 여성 항쟁에서 이미 대두되고 있다. 


이 사회운동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남성의 폭력에 대한 저항과 비정규직 노동과 임금 불평등 반대, 성소수자 혐오와 외국인을 차별하는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투쟁이 함께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운동은 인종주의, 제국주의, 이성애 중심주의,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을 포괄하는 확장된 의제를 가진 새로운 국제적 여성운동의 출발점이다. 


우리는 이 새롭고 더 포괄적인 여성운동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첫 번째 단계로서 우리는 3월 8일에 남성의 폭력에 저항하고 재생산권을 방어하기 위한 국제적 파업을 조직하는 데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우리는 3월 8일 파업을 주장한 약 30개국의 여성 단체들과 함께 할 것이다. 이 파업은 성전환 여성을 포함하는 여성들과 지지자들이 국제적인 투쟁에 참여하도록 조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3월 8일 하루 동안 파업, 행진, 도로와 교량과 광장 점거, 가사노동과 돌봄노동과 성노동 거부, 불매 운동, 여성혐오적 정치인과 기업에 대한 비판, 그리고 교육기관에서 파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린 인 페미니즘’에 의해 무시되어 왔던 노동시장의 여성, 사회적 재생산과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여성, 실업상태인 여성, 불안정 노동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요구와 희망을 가시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99%의 여성주의를 외치기 위하여 우리는 아르헨티나의 ‘한 명도 잃을 수 없다’(Ni Una Menos)투쟁 연맹에서 착안점을 얻고자 한다. 이 연맹이 정의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가정폭력 뿐 아니라, 시장과 빚, 자본주의적 소유관계와 국가에 의한 폭력 역시 포함한다. 


레즈비언과 트랜스젠더와 퀴어여성을 차별하는 정책으로 인한 폭력, 이민을 범죄로 규정하는 국가의 폭력, 대규모 구금 폭력, 낙태 금지, 무상의료와 무상 임신중절에 대한 접근 차단을 통한 여성 신체에 대한 제도적 폭력 모두를 Ni Una Menos는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규정했다. 이런 시각에서부터 우리는 무슬림과 이주민 여성, 백인이 아닌 여성, 노동계급과 실업 여성, 성소수자 여성에 대한 제도적,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 공격에 반대하겠다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


1월 21일 여성행진은 미국에서도 새로운 여성운동이 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동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3월 8일에 파업, 조퇴, 행진, 집회에 참여하도록 하자. 3월 8일의 국제적 행동을 통해 ‘린 인 페미니즘’에서 벗어나 전세계의 노동계급 여성과 그들의 가족과 지지자들의 연대로 99%를 위한 기층의 반자본주의적 여성주의를 건설하자.



우리는 여성 파업을 통해 무엇을 요구하는가


Patricia Garcia(<Vogue> 필자)

 

출처: http://www.vogue.com/article/womens-strike-history-a-day-without-a-woman


1월 21일 여성행진의 성공에 이어서, 미국 전체에서 수백만 명의 참가자들이 희망과 흥분을 느끼며 다음 번에 일어날 일을 기대하게 되었다. 트럼프 취임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SNS에서는 때에 따라 "the resistance"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이 새로운 사회운동은 차별적 입국금지 행정명령을 반대하는 공항에서의 집회와 우버, 이방카 트럼프 의류와 같이 트럼프 행정부와 관련된 기업 불매 운동 등으로 이어졌다. 


2월 6일 여성행진을 계획한 인사들은 날짜 미정의 "여성 없는 하루"라는 총파업을 다음 단계의 행동으로서 제안했다. 같은 날 안젤라 데이비스(Angela Davis), 낸시 프레이져(Nancy Fraser)를 포함한 여덟 명의 여성주의 지식인과 사회운동가들 역시 국제 여성의 날인 3월 8일 여성 총파업을 주장하였다. 


"성전환 여성을 포함한 모든 여성과 여성의 권익 지지자들이 국제적으로 하루 동안 투쟁할 것이다. 3월 8일 하루 동안 파업, 행진, 도로와 교량, 광장 점거, 가사노동과 돌봄노동과 성노동 거부, 불매 운동, 여성혐오적 정치인과 기업 비판, 교육기관 파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가디언>지에 8명의 지식인들은 이 같이 기고하였다. 30개국 이상의 사회운동가들이 여기에 참여하기로 했다.


여성 총파업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여성인권운동의 역사상 가장 기억할 만한 총파업은 90% 이상의 아이슬란드 여성이 평등한 인권 보장을 위해 전국적 파업에 참여했던 1975년 여성 파업이었다. 파업 참가자들은 출근하지 않았으며 요리, 육아, 가사노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진보는 느렸지만 꾸준히 일어났다. 


그로부터 7년 후 비그디스 핀보가도티(Vigdis Finnbogadottir)는 1980년 아이슬란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세계에서 첫 번째로 민주적 선거를 통해 선출된 여성 국가원수가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성으로만 구성된 정당이 창설되어 많은 수의 여성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으며, 2000년 아이슬란드는 양성 모두에게 3개월 동안의 출산휴가를 제공하는 기념비적 정책의 통과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여성주의적 국가 중 하나로서 이름을 굳힐 수 있었다. 


물론 아직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성별 격차 지수는 아이슬란드를 수 년에 걸쳐 가장 성평등한 국가로 꼽고 있지만, 아이슬란드의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해 수천 명의 여성들이 시위에 참여했다. 이런 시위는 아이슬란드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2016년 한 해 동안 세계 여러 곳에서 여성행진이 여러 차례 있었다. 


'검은 월요일'로 알려지게 된 2016년 10월 3일, 폴란드에서는 십만 명 이상의 여성들이 국가의 임신중절 금지에 반대하여 학교와 직장을 떠나 검은 옷을 입고 집회에 참여했다. (이후 이 법안은 절대 다수의 반대로 폴란드 의회에서 폐기되었다.) 프랑스 전역의 여성들이 11월 7일 지속적인 성별 간 임금 격차에 항의하기 위해 정확히 4시 34분에 일자리를 떠나 퇴근하였다.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Mar del Plata)에서 3인의 남성이 여성 청소년을 약물을 이용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참혹한 살인 사건이 일어난 이후 이 지역의 여성들은 11월에 파업에 참여하였으며 수만 명의 여성들이 검정색 옷을 입고 시위에 나섰다.(아르헨티나는 약 30시간마다 한 명의 여성이 사망하여 세계적으로 여성 살인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몇 주 후 아르헨티나에서는 성폭력에 "여성에 대한 차별, 괴롭힘, 배제"를 포함하는 수정안이 발의되었다. 


이러한 여성 파업의 입법 상 성공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지만, 여성 파업은 다른 몇 가지 측면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다. 많은 수의 여성이 참여하는 사회운동은 언제나 세계적 주목을 일으켜 왔다. 여성의 파업은 육아, 노인 돌봄, 법적 권리의 대상에서 배제된 가사노동 같은 여성이 하는 비 지불 노동의 필수불가결함을 강하게 드러내는 효과를 냈다.


예컨대, 여성이 수행하던 노동을 하루 동안 담당해야 했던 아이슬란드의 남성들은 1975년 여성 파업을 "긴 금요일"이라고 불렀다. 그 결과 이제 아이슬란드는 자녀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가장 풍부하며 성평등한 복지 정책을 제공한다. 


이런 규모의 총파업은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이 중 어느 정도는 유럽에서 노동조합이 가진 강력한 영향력과 높은 참여율과 관련되어 있다) 미국에서 전국적 총파업은 유럽에 비해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시간을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고용주의 보복 우려가 적은 대기업과 고소득 직종 여성은 근본적으로 더 쉽게 파업에 참여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더 큰 문제를 겪으며, 육아를 멈출 수 없는 비혼모 역시 파업에 참여하기 어렵다.  


또한, 여성 파업은 응집된 메시지를 포함하여야 한다. 지나치게 광범위한 목표 설정에 대해 비판받았던 여성행진의 주최측에게 이 요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3월 8일 국제 여성파업은 이미 남성에 의한 폭력 반대와 재생산권 방어라는 핵심적 요구 사항을 제시하였다.


여성파업은 "린 인 페미니즘에 의해 무시되어 왔던 여성들의 요구와 희망을 가시화하기 위한 파업"을 목적으로 하였지만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여성들이 파업 참여에 있어서 겪을 어려움에 대해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정말로 이런 사회운동이 "99%를 위한 여성주의"를 지향하고자 한다면, 힘을 합쳐서 최대한 빨리 이런 문제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여성행진에서 국제적 여성 파업으로


신시아 아루자(Cinzia Arruzza: 미국의 여성주의 학자이자 사회주의 활동가) 



출처:http://novaramedia.com/2017/02/01/from-the-womens-march-to-the-international-womens-strike/


지난 1월 21일 국제여성행진을 조직한 인사들은 많은 사람이 시위에 참여할 것을 예상했다. 그런데 가장 낙관적인 예측보다도 더 많은 백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미국 전역과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행진에 참여해 트럼프에게 큰 부끄러움을 안겼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정치적 경험이나 시위 참여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대거 참가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행진을 촉구하는 과정과 언론이 행진을 다루는 방식에서 나타난 정치적 한계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우리가 낙관할 근거는 충분히 있으며 또한, 이 투쟁의 동력을 유지하면서 여성의 참여가 더 큰 대중운동을 일으키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할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우파 정책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와 제도화된 인종주의가 수백만 명의 여성과 노동계급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맞서 싸워야 한다.


행진 참가자들의 구성 


초기에는 가족계획협회(Planned Parenthood), 자연자원 보호회의(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 미국 자유인권협회(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시에라 클럽[미국의 환경보호 단체] 등 자유주의적 단체가 행진을 둘러싼 논의를 독점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행진을 주최하는 인사들이 모두 백인이었다. 그러나 행진에 참여한 인원은 이보다 매우 다양하였다. 시위 참여를 일으킨 복잡한 동기와 요인과 참가자들의 다양성을 고려하여야 이 행진의 규모를 설명할 수 있다.


분명히 선거 결과에 실망한 수많은 클린턴 지지자들이 여성행진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여성행진은 특히 재생산권 문제를 포함해 트럼프의 노골적인 여성혐오적이고 성차별적인 정책에 대한 분노와 공포, 더 포괄적인 반이슬람주의, 인종주의, 기후변화 부정론과 권위주의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도록 촉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또한, 여성행진에는 최저임금에서 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운동을 포괄하는 단체들이 참여하였으며, 많은 노동조합원들도 여성행진에 함께했다. 


여성행진에 대한 비판 


여성행진 이후 며칠 동안 주로 세 가지 문제에 관해 여성행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첫 번째 비판점은 여성행진의 참가자들이 여성행진을 '잘 조직된 평화 시위'로 묘사하였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은 1월 20일의 트럼프 취임 반대 시위와 달리 여성행진에서 체포된 인원이 적었던 것이 시위 참여자들의 태도가 아니라 경찰과의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은 백인 여성들이 여성행진에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었음을 놓치고 있다.


두 번째 비판점은 여성행진을 둘러싼 자유주의적 서사에 대한 것이었다. 이런 서사가 트럼프의 반동적인 정책만을 언급하면서, 특히 이주민과 비백인 여성, 노동계급과 실업 여성, 성소수자 여성을 포함해 모든 여성의 인권과 삶의 조건이 오바마 행정부 시기를 포함해 긴 시간 동안 위협받고 있었다는 점을 불분명하게 한다는 비판이었다.  


세번째 비판점은 트럼프에 대한 반대를 위해 뒤늦게 거리에 나설 의사는 있었으면서, 왜 앞서서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운동이나 지난 수 년 간 있어 왔던 비백인 인구에 대한 경찰의 폭력에 항거하는 시위에는 참여하지 않았냐는 식의 분개를 담은 주장들이었다. 


물론, 이처럼 여성행진의 약점과 모순을 고려하더라도, 이 투쟁이 ‘점거하라’ 운동, ‘최저임금 15달러’,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와 다코타 송유관 반대 운동과 같은 최근의 사회운동과 별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트럼프 당선이 사회운동 확대의 출발점이 되기는 하였으나, 최근 수 년 간 있어 왔던 이런 투쟁들은 시위의 정당성과 효력에 대한 대중의 관점이 변화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였다. 


여성행진을 위한 호소가 더욱 급진적인 인종차별 반대운동, 계급운동과 완벽하게 정치적으로 연결되지는 못했겠지만, 지난 5년 간의 전국적 규모의 사회운동에 기반하지 않고서 하루만에 거의 3백만 명이 가두행진에 나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운동의 규모가 크게 확대되면 불가피하게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이질적인 여러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하게 되며 따라서 다양한 정치적 한계가 발생한다. 그러나, 여성행진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것은 수 년 동안 형성되었던 대규모의 저항운동이 불러온 여러 가지 성과 중 하나이다.


3월 8일 여성파업을 향해


최근 몇 달 간 일어났던 국제적 여성운동 역시 여성행진이 가진 가능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폴란드,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아일랜드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여성이 주도한 파업과 집회가 이루어졌다. 우리가 새로운 여성운동의 탄생을 목도하고 있는지를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이런 사회운동은 분명히 희망적 신호이다. 


여성행진과 최근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 반대 시위 이후에, 투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는 데에 이런 맥락은 핵심적이다. 국제 여성파업 네트워크(The International Women's Strike network)는 3월 8일 파업을 호소하였다. 현재까지 아르헨티나, 호주,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코스타리카, 체코,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아일랜드, 북아일랜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멕시코, 니카라과, 페루, 폴란드, 러시아, 스코틀랜드, 한국, 스웨덴, 터키, 우루과이의 여성단체들이 여기에 응답해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파업을 준비하는 단체들은 각자의 강령과 요구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각 단체가 제시한 강령은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성차별적 폭력 반대, 최저임금과 평등임금, 노동조건과 공공복지,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포함하는 사회적 요구,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 반대와 이주민 여성 보호, 환경문제와 재생산권과 같은 요구들을 포괄한다.  


행동 방침은 국가에 따라 시위, 피켓팅, 불매 운동, 섹스 파업(sex strike), 직접행동 등을 포함한다. 이탈리아 등의 몇 개 국가에서는 여성단체와 급진적 노동조합의 협의를 통해 여성이 주도하는 파업을 기획하고 있다. 


3월 8일 국제여성파업에 참여하며 미국에서 파업을 위한 연맹을 형성하고 확장시키는 과정을 통해 여성행진이 만들어 낸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제적이고 반제국주의적인 연대를 통해 새로운 사회운동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소수 인종, 이주민, 성전환 여성의 주체성을 확장시키고 제도화된 인종주의와 이슬람 혐오에 맞서서 사회적 재생산권 보장이나 노동 조건의 후퇴에 대한 저항운동에 힘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트럼프 정권에 반대하는 운동이기도 하지만 트럼프 정권에 대한 저항을 넘어서는 운동이기도 하다.  


(기사 등록 2017.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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