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세상읽기 - 영국 노동당과 코빈/ 한상균과 민주노총/ 우파 균열

전지윤


영국 노동당 대표 선거와 코빈 현상

 

지금 영국에서는 노동당 당대표 선거가 진행중이다. 9월말에 결과가 나오겠지만 사전조사 결과 급진좌파인 제러미 코빈이 다시 당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코빈이 가는 곳마다 지지자 수천수만 명이 모여서 집회를 열며 뜨거운 열기를 보여 줬다.

 

브렉시트 이후 일시적 패닉을 이용해 코빈을 제거하려던 노동당 우파(블레어의 후예들)쿠데타시도는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당 우파는 코빈이 브렉시트 반대 운동에 소극적이었다고 욕했다. 보수당 캐머런 총리와 손잡고 부결운동을 하지 않은 걸 책잡았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캐머런과 그의 긴축정책에 고통받은 민중들이 더 많이 브렉시트를 찬성했을 것이다. 반대로 코빈은 옳게도 이민자가 아니라 캐머런이 우리의 진정한 적이라며 브렉시트를 반대했다.

 

이런 코빈이 눈엣가시였던 노동당 우파의 사주 아래, 예비내각 장관의 2/3가 자진사임하며 코빈의 당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노동당 소속 의원의 75%가 코빈을 불신임했다. 그래서 코빈은 당대표 재선거 출마조차 못할 뻔했다.

 

하지만 브렉시트 직후 2주일만에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노동당에 입당하며 코빈 지키기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입당 물결 속에 영국 노동당은 다인종적 청년들이 늘면서 유럽에서 2차대전 이후 최대규모의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됐다고 한다.

 

노동당 지도부는 지난해 대표선거 때는 3파운드를 낸 지지자 11만 명에게도 투표권을 줬다. 그런데, 이번엔 금액을 25파운드로 인상해 코빈 지지자들의 투표 열기를 식히려 했다. 그런데 오히려 18만 명이 등록해서 노동당 우파의 입맛을 쓰게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 두드러지는 것은 의원단의 보수성과 대표인 코빈의 급진성이 갈라지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코빈은 최근 의회에서 핵잠수함 폐기 투표할 것을 호소했는데, 노동당 의원단 190여명 중 140명이 정반대로 표를 던졌다.

 

이런 양극화는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심화돼 왔는데, 중요한 것은 코빈의 급진성이 기층당원들과 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10만 명 규모에 100여개 지역조직을 가졌다는 모멘텀같은 외곽그룹들이 열기를 조직해 왔다. 모멘텀은 코빈을 지지하며 전쟁, 기후변화, 인종주의에 반대하고 일자리, 복지 축소에 맞서는 운동을 건설해 왔다.

 

진정으로 대중적인 급진화가 코빈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것이다. 좌파는 최대한 이 급진화 물결 속에 들어가 그것의 일부가 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코빈의 한계와 약점부터 보며 차별성을 내세우기보다 말이다.

 

물론 코빈 운동은 모순을 품고 있다. 노동당에서 역사상 가장 급진적 지도자가 나왔지만, 노동조합 투쟁은 아직 회복중이며, 극좌파들의 취약함과 갈등도 여전하다. 노조가 코빈의 주요 버팀목중 하나란 말은, 노조 지도자들이 코빈에게 브레이크를 걸 수도 있다는 말이다.

 

특히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총선을 앞두고 집권을 위해 중도로 가라는 압력이 커질 것이다. 노동당 우파는 이번에 패배해도 사사건건 코빈의 발목을 잡을 것이고, 코빈을 엿먹이기 위해 선거 패배에 애쓸지도 모른다. 보수당 일부, 노동당 우파, 자민당 이탈파가 손잡고 정계개편을 시도할 거란 말도 있다. 무엇보다 노동당은 기본으로 사회변혁보다는 선거 집권을 추구하는 정당이다.

 

이 회오리 속에 코빈은 좌파적 원칙을 유지할 수 있을까? 설사 그런 후퇴와 실패가 이어지더라도, 밖에서 거봐라 내가 뭐랬냐고 말하며 뻐길 순간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 급진화 물결 속에 함께 웃고울며 고군분투하며 배우는 길을 택해야 할 것이다. 코빈을 지도자로 세우는 것보다, 우파들과 갈라서거나 쫓아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급진적 대중 스스로의 투쟁과 정치적 발전일테니 말이다.

 

 

한상균 위원장과 민주노총의 투쟁

 

사퇴 의사를 표명했던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결국 그것을 철회했다. 이번에 민주노총의 거의 모든 세력들이 만장일치로 한상균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만류한 것의 바탕에는 한상균의 삶이 보여 준 진정성과 투지에 대한 깊은 공감과 신뢰가 있을 것이다.

 

직선 위원장의 중도 사퇴 표명은 당황스럽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이해가는 바가 많고, 누구도 쉽게 무책임하다고 탓하기 힘들었다. 그는 임기의 대부분을 수배, 구속으로 보냈고, 이제 5년을 더 감옥에 있게 될 수도 있다.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도 반년 넘게 민주노총 안에 수배로 갇혀 있다.

 

구속수배의 고통도 상상하기 어렵지만, 현장을 돌면서 투쟁을 건설할 수 없는 갑갑함도 엄청났을 것이다. 총파업이 쉽지 않다는 걸 확인한 회의가 끝나고, 혼자 위원장실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는 한상균 위원장으로서는 견디기 힘들었을 것 같다.

 

그는 노동개악 행정지침이 강행되는데 총파업은 쉽지 않고 각개약진하는 상황에 답답해했다고 한다. 정책대대에서 실마리가 잡히길 기대했지만 내부적 불신과 앙금이 여전히 크다는 것만 드러났다. 결국 전략조직화 방향, 재정혁신 방안, 정치방침 등이 잘 풀리지 못하면서 책임감과 자책이 더 커졌을 것이다.

 

이처럼 현실과 감옥의 벽에 갇혀, 제대로 활동을 하며 문제를 풀고 투쟁을 건설하기 어려운 바에야 새지도력을 세워야 한다고 판단해 이렇게 전했던 것 같다. “위기 돌파를 위해 직선지도부를 세웠으나 혁신을 통한 희망을 만들어 내지 못해 죄송하고 그 책임을 통감합니다. 모든 것은 위원장의 무능함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한상균 위원장만큼의 진정성과 신뢰를 가지고 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앞장 설 사람을 찾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사퇴를 결심하게 만든 요인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단결과 투쟁에 대한 그의 호소가 어떻게 감옥과 현실의 벽을 넘어서게 할지. 사퇴가 철회된 상황에서 더 고민돼야 할 문제들이다.

 

그러기 위해서 자기가 속한 울타리 안이 아니라, 전체 숲을 볼 수 있는 자리에서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 무엇이 우리 정파와 세력에 좋을까보다, 전체 운동의 단결과 투쟁에 좋을까를 먼저 계산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선 자리가 다르면 풍경이 다르다지만, 사퇴 의사가 전해진 초기에 서로를 탓하며 책임을 떠넘기는 양상은 좀 과했다. 상대 세력이 투쟁을 망치려한다는 불신과 자신의 노선만이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 속에 같은 사안을 완전히 달리 보는 것 같았다. 서로 탓하기 바쁘고 스스로 돌아보는 사람은 찾기 힘든 분위기가, 왜 우리가 한상균을 지켜주지 못했는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강력한 총파업을 만들어내지 못하다가, 위원장이 조계사로 쫓겨가고 결국 끌려나가는 것을 막지 못했던 것에 대해, 각자가 스스로 무엇이 부족했는지 먼저 살펴야지 않을까. 어떡하면 불신과 갈등을 넘어서 힘 있는 투쟁을 건설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야지 않을까. 서로의 차이점과 결함보다는 공통점과 장점을 먼저 보면서 말이다. 무엇이 옳은지는 공동투쟁 속에서 실천 속에 검증하며 계속 토론할 수 있다.

 

그렇게 힘을 모았기에 그나마 지난해 민중총궐기와 파업, 노동법 개악 저지가 가능했던 것이리라. 어차피 총파업은 위원장 혼자 만드는 것도 아니고, 한국 노동운동이 직면한 난관은 단지 위원장과 지도부만의 문제도 아니다. 한상균이 현장을 돌아다닐 때도 쉽지 않던 강력한 총파업 건설을, 한상균을 감옥에 두고 하려면 이렇게 의기투합하고 힘을 모아도 쉽지 않은 상황일 것이다.

 


 

민주노총 정책대대와 정치방침 무산

 

얼마전 민주노총 정책대대에서 주요 쟁점이었던 진보대통합당 건설 방안은 결국 채택되지 못했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방안은 공감할만한 면이 있었다. 2012~13년을 거치면서 심각해진 진보좌파 진영의 사분오열과 갈등의 골은 지금도 운동의 난점중에 하나이니 말이다.

 

특히 그것은 선거 때마다 극심하게 드러나며 많은 사람에게 좌절과 냉소를 안겼다. 진보정당들의 각개약진 속에 새누리-민주양당 구도가 고착되고 안철수만 어부지리를 얻었으니, ‘개혁주의 진보정당이 표 얻든 말든 투쟁과 혁명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 아니라면 누구든 갑갑할 상황이었다.

 

이런 더러운 구도는 종북몰이와 진보당 강제해산을 통해 지배자들이 강제해 낸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선을 앞두고, 이런 상황을 벗어나 진보정치의 단결을 이뤄보자는 제안은 있을 수 있는 제안이었다. ‘민중총궐기에서 힘을 합쳐 본 경험도 자극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무리한 제안이기도 했다. 진보좌파 내부의 불신과 앙금이 여전히 큰 상황이었고 이미 각자가 걸어온 길이 갈라져 왔기 때문이다. 하나의 당으로 통합보다는 각자 차이를 인정하며, ‘정치/선거 연합을 추진하는 게 더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대안이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제시한 방안의 취지를 살리며 이런 수정이 추진된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구도는 진보대통합이냐, 지금 이대로냐가 된 것 같다. 일부 급진좌파와 (진보정치의 우향우를 주도해 온) 정의당이 손잡고 지금 이대로를 미는 기묘한 그림이 그려졌다. 특히 정의당 쪽은 다원성을 부정하며 우리를 배제하고 특정 정파가 주도권을 쥐는 통합을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종북으로 낙인찍힌 정파를 진보통합에서 배제하고, 다른 군소 진보정당들의 다원적존재를 무시하고, 진보당 강제해산으로 만들어진 원내유일 진보정당이라는 자신들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해 온 것은 바로 정의당이다.

 

결국 정의당이 원하는 지금 이대로는 유지될 듯하다. 대선 등에서 진보정치는 여전히 사분오열할 것이고, 정의당의 원내유일 진보정당기득권은 유지될 것이다. 군소 진보정당들과 손잡을 생각이 별로 없는 정의당은 민주당과 대선후보 단일화와 연립정부 등으로 나아갈 듯하다. 정책대대 결과를 듣고 기쁘지 않았던 이유다.

 

특히 진보통합 지지자들이 도로 통진당세력이라고 공격받았다는 소식은 찜찜하다. 성주에서, 이대에서 통진당딱지가 어떤 효과를 내는지 봤기에 말이다. 근래 박주민 의원은 통진당 구명 토론회를 열었다며 조선일보의 공격을 받았었다. ‘통진당은 이 나라에서 여전히 주홍글씨다. 상대방에게 통진당이라고 딱지 붙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봤으면 한다.

 

 

청와대, 조선일보의 아귀다툼 속에 힐끔 드러난 미르’ 

 

서로의 추악한 맨얼굴을 벗겨내던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아귀다툼은 분명 웃기는 일이었고 종북몰이를 축으로 한 우파 결집에 큰 균열이 가해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런데 우병우-진경준커넥션보다 더 흥미롭고 폭발성이 강한 것은 안종범 청와대 정책수석비사관이 연루된 미르재단등의 문제같아 보인다.

 

조선일보 등의 폭로에 따르면 가짜서류를 내고도 단 하루 만에 문체부 허가가 떨어지고 8일만에 삼성, 현대차 등 재벌들에게 900억 원을 끌어 모았다고 한다. 안종범이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과 직접 통화해 이 과정을 주도했고, 재단 관련자들은 수시로 청와대에 들어가 회의를 했다는 것이다.

 

정권재창출과 박근혜 퇴임 이후를 위한 정치자금 조성과 준비작업의 냄새가 진동한다. 우병우 사안이 곁가지라면 이것은 몸통으로 보일 정도다. 근데 이 문제는 조선일보가 아직 꼬리를 내리기 전인 7월말8월초에 찔금 드러나다가 그후 어느 언론에서도 보이지 않더니, 최근 조윤선 청문회 때 잠깐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다시 내려갔다.

 

이런 문제도 파내지 못하고 깨갱하며 서로 눈치보는 언론과 입조심하는 야당을 보면, 역시 9월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 등을 이루려면 우리가 단결하고 투쟁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명확해진다. 한사코 세월호의 기억과 흔적을 지우려하는 박근혜 정부만큼이나 거듭 타협하는 야당들도 미울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총선 전에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면서 다수의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당대표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했었다. 당대표가 바뀐 지금 이제 대선 승리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설사 나중에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또 무슨 핑계를 댈지 모른다. 세월호의 흔적을 지우는 과정에서 누가 무엇을 했는지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기사 등록 20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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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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