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희(TWT. @8ittertruth)
[윤석열 탄핵과 처벌을 위한 거대한 투쟁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에서 일부 사람들이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를 나타내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랜스젠더 혐오를 비판하며 가부장적 성별이분법을 분석하는 글을 싣는다. 이 글의 필자가 본래 다른 블로그에 썼던 글들을 다시 취합, 정리, 퇴고한 글이다.]
1. 과학은 혐오의 도구가 아니다.
우리의 성(Sex)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태어날 당시 겉으로 나타난 성기를 보고, 의사가 마음대로 판단하는 것일 뿐 입니다. 즉 의사가 마음대로 겉으로 보여지는 성기만을 보고 '지정'한 성별이니, 이마저도 명백한 의미에서 성염색체인 X, Y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생물학적인 성별 구분은 되지 못하지요.
트랜스젠더 혐오자들이 좋아하는 ‘생물학적 성 결정’에서, 성(Sex) 발현 시스템은 단지 성염색체로 이야기되는 X, Y만이 관여하지 않습니다. 상염색체에도 성 구분이 되는 발현 시스템 유전자가 있기도 하고요. 일단 지식으로는 SRY 유전자와 AR 유전자가 직접적으로 관여하긴 하는데 이 외에도 뭔가 많이 관여하는 것 같다, 정도입니다.
SRY 유전자가 Y염색체에 보통 있는 건 맞지만, 이 유전자의 이동이 꽤 자유로워서 XX 염색체를 가지고도 남성의 신체로 살아가는 사람도 충분히 있고, SRY 유전자가 그 어떤 이유로든 발현되지 않으면 XY더라도 여성의 신체로 발현됩니다. SRY 유전자만으로는 또 부족합니다. 쥐를 대상으로 상염색체를 조작했더니 성 발현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고, 성 결정 시스템이 단순히 성염색체 XX, XY로만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건 학계에서도 한참 전에 밝혀진 사실입니다. 다양한 유전자들이 성(Sex) 발현에 관여하고, 그 유전자들이 모든 사람에게서 전부 똑같이 발현할 순 없죠. 그 수많은 경우의 수가 각자에게 다르게 발현 합니다. 때문에 각자 차이가 생기고, 성은 자연스레 스펙트럼이 됩니다.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가 없어요.
그건 '비정상'이니 '정상'의 사람들만 이야기하자고 하기에, 과학은 '현상이 존재하면 그걸 밝히는' 학문이라 그들을 비정상이라고 배격하여 연구를 더이상 진행하지 않거나 없는 존재로 치거나 하진 않습니다. 과학은 그런 단정적인 학문이 아니니까요. 네, 성은 스펙트럼이고, 유구한 성(Sex) 이분법은 틀렸습니다. 개체 차가 있다는 뜻이지요. 그러한 차이를 느낀 사람들이 낸 대안의 단어가 바로 젠더(Gender)인 겁니다.
즉, 성 이분법에 기초한 남/녀로 나누는 성(Sex)가 오히려 사회적으로 정한 역할 구분이라는 것이죠. 젠더Gender가 오히려 과학적/생물학적인 개체구분이라고 봐야할지도요. 염색체, 유전자를 파보면 그것이 장난 아니게 복잡하고 그 범위가 아주 폭넓다는 걸 알게 됩니다. 컴퓨터처럼 0과 1 같은 게 아니지요. 우리가 알고 있으며 살고 있는 성적 특성과 역할은 유전자가 아닌 사회에서 만들어진 게 맞습니다.(*간접인용)
계속 말하지만, '성 염색체'만으로는 성(Sex)이 구분되지 못합니다. XX여도, XY여도, 다르게 발현되곤 합니다. 그것을 오류라고 치부하여 마치 없는 것처럼 말하기엔, 그건 자연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과학은 현상을 분석하는 학문이므로 적어도 과학적으로는, 성(Sex)은 XX XY로 쉽게 구분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XXY나 XXXY도 '오류'라고 쉽게 치부하지 않아요. 그것이 자연적으로 일어났다는 현상이 중요하죠.
그러한 오류의 통칭인 ‘돌연변이’는 진화론의 키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자꾸 돌연변이가 한 세대에만 나타나고 사라질 이상현상처럼 생각하면 안 돼요. 생물학에서는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마저도 생명현상의 근거로써 받아들이고 있고, 돌연변이가 뭐 신의 섭리를 벗어난 특이점 같은 게 아닙니다. 그마저도 과학은 현상으로써 돌연변이를 받아들였어요.
사실 그렇게 따지면 알비노, 적록색맹이나 색약 같은 것도 다 신의 섭리에서 어긋난 삿된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유독 성염색체에 대해서만 XX(여성), XY(남성)이라는 공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 예외가 존재함' 그 자체가 생물학에서 인정하는 것 입니다. 그마저도 내포하여 연구하는 게 생물학, 과학입니다.
과학이라는 게 마치 정상과 비정상을 선 그어주는 학문처럼 호도하시면 안 됩니다. 과학은 그저 ‘현상’을 이해하려고 드는 학문이에요. 그 현상에는 당연히 돌연변이들이 포함되죠. 정상과 비정상을 선 긋는 것은 사회의 편견입니다. 과학은 그저 현상적으로 존재하거나 현상적으로 가능하게 하기 위해 연구할 뿐인 학문입니다.
그러므로 성별은 스펙트럼 입니다. 명백하게. 트랜스젠더는 (몇 번이고 계속 말하지만) 정말 '자연스러운' 거라고요. 남성/여성을 가르는 건 과학이 아닙니다. 과학은 남성/여성을 구분짓는 학문이 아닙니다. 과학은 그렇게 단정적인 학문이 아닙니다. 과학의 이름을 빌려 당신의 혐오를 정당화하지 마세요.
2. 젠더퀴어는 그 누구보다 젠더의 해체를 바란다
우선 이야기하자면, 젠더의 해체를 바라는 건 그 누구보다도 젠더퀴어들 입니다. 마치 페미니즘이 필요 없는 세상이 오길 바라는 것이 그 누구보다도 페미니스트인 것처럼요. 성별이란 건 결국 그저 존재했던 특정 형질의 발현이 겉 표현형으로 드러난 걸 한데 묶어, '성별'이란 개념을 인간들이 덧씌우고 만든 것에 가깝습니다.
심지어 그 표현형은 성기의 외형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자요. 그 개념에서 벗어나는 존재가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개념(성이분법)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젠더라는 개념을 빌려 자기 자신을 설명하는 것이니까요. 그들에게는 성이분법에서 벗어난 나 자신을 설명하기 위한 언어가 필요하며, 그것을 우린 ‘젠더’라고 하는 겁니다.
형질의 발현은 누구에겐 없고 누구에겐 많고 누군 존재조차 안 하고 누군 존재하나 발현하지 않으며 누군 존재하면서도 발현할 것 입니다. 그것의 큰 평균치를 내고 두 갈래로 거칠게 나눈 것이 성이분법이라고 봐야합니다.
아무렴 그 평균치에 해당되는 시스젠더가 상대적으로 많을 것 입니다. 당연합니다, 평균치니까. 성별이라는 건 성염색체가 발견되기 전부터 공고화 되어있던 개념이라는 점에서 '생물학적'이란 단어는 어불성설 입니다. 과학은 단 한 번도 성별이 절대적 자연의 진리라고 말하지 않았지요.
성별이란 앞서 말했듯 단순히 성염색체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며 - 성염색체에서도 무엇이 발현되고 아니고에 따라서 (트랜스젠더를 배격하고 혐오하는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X염색체의 여성성이든 Y염색체의 남성성이든 부각되는 게 다른 것 입니다. ‘성염색체 XX, XY가 각각 여성이고 남성이다!’ 라는 전제는 결코 절대적인 자연의 진리가 아니라는 것 입니다. 그거 자체가 인간이 정한 환상입니다. 염색체는 '난 여자야!' 하고 존재한 적이 없습니다.
염색체도 유전자도 그저 존재했고 형질로 발현하거나 안하거나 했을 뿐이에요. 그 수많은 평균치의 편차를 두동강 낸 것이 ‘성Sex’입니다. 그 존재함 자체를 분류하고 의미를 부여해 '성별' 개념을 만든 게 인간입니다. 당연히, 거기에 안 맞는 사람이 존재해요. 그들이 자기 나름대로 자기 존재를 긍정하며 살겠다고 젠더퀴어 개념 만들어서 자기자신을 설명하겠다는데 왜 시스젠더가 그들에게 왈가왈부 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가부장제와 성이분법, 그에 따른 성역할을 깨부수는 것에 젠더퀴어는 연대하며 또한 그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젠더퀴어가 여혐을 한다고 젠더퀴어를 배격할 이유가 되진 않습니다. 여혐과 젠더퀴어의 상관관계는 빈약합니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다못해 나라까지 태워먹는 짓이지요. 궁극적으로 젠더는 인간이 만든 성이분법 개념으로 설명 못하는 '나'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니까 - 당연히 젠더 개념이 해체되기를 바라는 건 그 누구보다도 젠더퀴어 입니다.
더이상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나'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세상. 성이분법 개념이 무너지고 성별개념이 사라진 세상. 70억 인구의 성별이 70억개인 세상. 그래서 너무 당연한 세상. 궁극적으로 젠더가 없는 세상. 그런 세상을 가장 꿈꾸는 건 젠더퀴어 입니다. 70억 인구의 성별이 70억개로 취급되어 셀 수도 없고 분류할 수도 없으며 개념지을 수도 없는. 정말 말마따나 아무런 의미조차 부여하지 않을 정도로 당연하고 또 개념 지어지지 않는 수준으로. 그렇게 젠더가 해체되어야 합니다.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래디컬 페미니스트들, 줄여서 터프들이 간과하는 건 이것입니다. 젠더는 허상입니다. 그런데 성별(성이분법, 성Sex)도 허상입니다. 전부 인간이 멋대로 개념지은 것들 입니다. 그래서 우린 젠더도, 성별도 궁극적으로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페미니즘에 트랜스젠더는 하나도 걸림돌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은 가부장제를, 성이분법을 부수러 왔고 그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 우리의 동지입니다.
트랜스젠더 배제적인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자연에 절대적 진리가 있는 듯 전제하고 과학은 그 진리를 서술하는 불변의 학문이라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앙적 믿음은 굉장히 '위험하고' '비과학적'인 생각이라 단언할 수 있습니다. 과학은 그 무엇보다도 주관적인 학문입니다. 그저 현상으로 존재하는 것을, 과학자가 관측한 후 과학자만의 언어로 서술해야하니까요. 그건 반드시 과학자의 주관이 들어가고, 과학은 반드시 객관적일 수 없는 학문이에요.
그리고 자연에는 절대적인 진리도 방향성도 없습니다. 자연은 그저 존재하고 굴러갈 뿐 입니다. 자연스러운 것이 선이고 정의라면 우리는 어째서 밤이 오는데 그것을 거역하고 전구를 씁니까? 당연하다못해 바보같은 질문이지요.
우리는 이미 ‘자연스러운’ 것에서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인위적인 문명과 인위적인 규칙을 선봉에 둔 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실 ‘자연스럽고’, ‘인위적이고’에 대한 기준도 아주 불명확하지요. 그것을 규정짓는 건 과학이 될 수 없습니다.
3. 당사자, 연대자, 그리고 혐오자들에게
이 두서없는 글을 바치면서, 마지막으로 정리할까 합니다. 2024년 12월 3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는 큰 진보의 물결 앞에 서있습니다. 그 진보의 물결 앞에서 그 누구도 우리는 버리고 갈 수 없으며, 버리고 갈 수 있는 권리도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동지입니다.
‘한남’도 없고, ‘흉자’도 없으며, ‘젠신병자’도 없고, ‘창녀’도 없이 모두가 "깨끗"하고 "무결"한 세계를 만들자고 하는 사람들은 진짜 이상주의 그 이상의 어떤 광신을 가지는 것 입니다. 당연한 것이, 소위 말하는 ‘더러운’ 인간들을 싹 다 가스실에 처넣어서 죽일 게 아닌 이상 우린 같이 살아가야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간과하고 있는 겁니다. 싫더라도 그들도 인간이고 사람이고 인권을 가지고 있고 우리와 똑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인민이며 시민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들을 전부 간단하게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지요. 물론 그걸 하려고 했던 사람이 있긴 합니다. ‘히틀러’라고….
자신들이 그 가스실에 처넣어져서 제노사이드 당할 대상이 아니라고 맹신하는 자들은 이제 깨달아야 합니다. 권력은 얼마든지 가스실로 ‘당신’을 끌어갈 명분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깨어나십시오. 우리는 모두 동등한 인권을 가지고 있는 이 지구의 구성원 입니다.
당사자들도, 연대자들도, 혐오자들도. 당신의 인권이 침해당하는 일이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연대할 것 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존재를 지우려고 든다면, 우리를 없는 존재로 만든다면 당연히 우리의 연대는 힘을 잃을 것 입니다. 연대는 아주 강하고, 선이라는 것은 아주 강합니다. 존재함을 인정한다면요.
우리 연대합시다. 서로가 존재함을 인정합시다. 그것에서부터 출발합시다.
(기사 등록 20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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