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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기

상처를 들여다보며 고통을 어루만져야 할 때입니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4. 11. 19.

- 반성과 사과의 뜻을 전하며



다함께 시절에 시작됐던 성추문 사건이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다가 2년만에 판결이 나왔다. 우리 모임의 준비위원회는 소송 취하를 주장했지만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제 판결이 나오자 관련된 개인과 단체들이 모두 공개적인 입장을 내고 있다. 이 글은 판결 결과가 나온 이후인 지난 8일 전지윤이 발표한 입장이다.



2014.11.8. 전지윤


‘00대 교지 성폭력 사건’의 1심 재판 결과가 10월 29일 나왔습니다. 재판이 시작된 것이 2013년 초였으니 거의 2년만에 나온 결과입니다. 먼저 재판이 진행되는 지난 2년 동안 상상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을 이 사건의 피해자와, 관련된 동지들에게 위로와 연대의 인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통렬한 자기반성의 뜻을 담아서 진심어린 사과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 사건이 벌어진 당시에 다함께(현 노동자연대) 지도부의 일원이었기에 공동의 책임이 있습니다. 저는 다함께 지도부가 완전히 잘못된 대처를 해나가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아무런 제기 없이 침묵했고, 결과적으로 그 결정에 함께 했습니다. 저는 골치 아픈 일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한심한 태도로 고통의 목소리를 외면했습니다.

 

또 저는 다함께에서 나오고 나서도 이 문제를 재판이 아니라 진보운동 내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노력과 진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사건은 해결되지 못한 채 계속 곪아 왔고 마침내 재판 결과까지 나오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핵심 사안들은 재판에서 별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고, 또한 재판으로 해결될 수도 없는 문제들입니다. 이 사건의 출발점은 2011년 여름에 00대 교지 MT에서 벌어진 성희롱입니다.

 

당시 00대 교지편집장이 이 사건의 피해자에게 야동을 보여주며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었습니다.(나중에 양쪽을 불러서 진술을 듣고 이 사건을 조사한 00대 양성평등센터도 이렇게 판단하고 징계를 내렸습니다. 이번 법원 판결문조차 이 판단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함께 지도부는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다함께 탈퇴 이후 이것을 공개 폭로하게 됩니다. 이때라도 다함께 지도부는 진상을 밝히며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이 사건은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커지고 오래 이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직의 위신 실추만 걱정한 다함께 지도부는 완전히 부적절한 대응을 했습니다. 피해자를 ‘평소에 문제가 많았던 성격 이상자이자, 다함께를 음해하는 거짓말쟁이’로 몰아간 것입니다. 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제안하는 피해자를 외면했습니다. ‘우리와 무관한 문제이고 법적 소송이 진행중이니 당사자끼리 해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매정하고 냉혹한 반응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줬을지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원래 (다함께 회원도 아닌) “교지편집장의 반성과 태도의 수정을 가장 중요한 요구”로 내세웠던 피해자의 태도가 바뀐 것은 이 때문이었습니다. 즉 다함께의 잘못된 대응이 이 사건을 ‘다함께 성폭력 사건’으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교지편집장이 야동을 보여 줄 때 옆에서 ‘방조’했다는 *** 동지는 원래 이 사건의 주된 책임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당시 신입생이었고 초기에는 사과의 뜻도 비췄었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이렇게 발전하면서 피해자와 충돌하는 주된 당사자가 됐습니다.

  

다함께 지도부가 대화를 통한 정치적 해결에 나서진 않으면서 오히려 법적 소송으로 나갈 것을 권했기 때문입니다. 다함께 지도부는 비겁하게도 대학 신입생이자 신입 회원인 *** 동지를 맨 앞에 세워서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화살을 다 받아 안게 했습니다.

  

*** 동지는 자신이 한 잘못보다 더 커다란 비난을 받게 된 것이 억울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송은 이 억울함을 푸는 방법이 될 수 없었습니다. 소송은 그 자체의 논리 때문에 서로간의 고발과 폭로를 더 부추겼습니다. 게다가 ‘피해자의 평소 행실’을 문제삼는 소송 내용은 매우 부적절했습니다. 대화는 더 어려워졌고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기만 했습니다.


  부적절한 대응 


대학 새내기 때 벌어진 이 일로 피해자는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것입니다. 이 엄청난 고통과 흘러간 시간을 누가 어떻게 되돌려줄 수 있겠습니까.


다시 한 번, 한때 다함께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잘못된 대응을 함께 하거나 침묵했던 것을 반성하며 고통을 겪은 동지들에게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다함께 지도부에게 이제라도 이 과정을 돌아보며 함께 책임지자고 동지적 입장에서 호소하고자 합니다.


물론 다함께도 지난 2년 동안 불명예스러운 추문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나 다함께 지도부는 이를 스스로 자초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책임을 인정하고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혹시라도 이제는 회원이 아니라며 *** 동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해서도 안 됩니다. 고통의 목소리를 듣고 진실을 보려해야 합니다. 그럴 때 다함께는 더 건강한 변혁조직이 될 수 있고 진정으로 명예도 회복될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이 사건의 출발점이 된 성희롱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것을 외면한 것을 사과해야 합니다. 교지편집장도 진정성있는 반성과 사과의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 점에서 당시 ‘방조’에 대해서 *** 동지가 돌아볼 생각이 있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다함께 지도부는 온갖 부적절한 대응을 하고 문제를 재판으로 몰아간 것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합니다. 이후에 벌어진 반작용과 심각한 사태 악화가 여기서 비롯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법원 판결문조차 처음의 성희롱은 문제였고, 이에 대한 피해자의 폭로는 정당했으며, 다함께의 회피, 피해자에 대한 매도 등은 문제였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동지가 올해 초 다함께에서 탈퇴한 후라도 소송을 취하하지 않은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번 재판 결과는 이것이 소송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왔음을 보여 줍니다. 따라서 관련 단체 등은 이 사건의 나머지 진상과 책임을 밝히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으면 합니다.


그래야 피해자와 이 사건에 관련된 동지들의 고통과 상처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과정이 진보진영 내에서 충분히 대화와 정치적 토론을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진실을 밝히는 게 아니라, 서로에 대한 비난과 ‘폭로’만 계속되면서 상처만 더 깊어지는 상황은 끝나야 합니다. 저도 이 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수없이 많은 상처와 고통을 감수해 온 피해자와 관련된 동지들에게 다시 한 번 고개숙여 반성과 사과의 뜻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이번 사건을 교훈삼아 어디서도 이런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변혁재장전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해 봅시다http://rreload.tistory.com/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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