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통찰력을 보여 온 박노자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서 시작된 전쟁에 대해서 분석하고 전망하는 글이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러시아 혁명사 강의>, <당신들의 대한민국>, <우승열패의 신화>, <나를 배반한 역사>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 푸틴주의란 무엇인가?
현재의 러시아를 "지역 강국" 정도로 간주한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말은 그리 틀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국에도 못미치는 그 경제력의 규모도 그렇지만, 소비에트 시대와 달리 러시아의 정치-경제적 제도도 세계에 어떤 미래 지향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제도의 매력 이외에는 "연성 권력"의 또 하나의 중요한 일부분은 바로 대중 문화의 호소력인데, 러시아의 대중 문화는 구소련 지역 이외에는 거의 소비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재 푸틴 정권이 벌이는 우크라이나 침략은 장기적으로 세계의 헤게모니 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 침략을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를 일단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한국을 포함한 외부자들에게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단 대력적으로나마 그 이데올로기의 개요를 분석적 방식으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근대의 주요 이념적 흐름들을 우리는 보통 1. 우파: 민족주의 2. 우파: 자유주의 3. 좌파 사상 등으로 나눕니다. 예컨대 한국으로 치면 박정희의 1970년대 "조국 근대화"나 복고주의 이념은 "1. 우파 민족주의"에 포함될 것이고, 김대중이나 노무현의 정치 노선은 "2. 우파: 자유주의"의 일부분이고, 심상정의 정의당은 "3. 좌파 사상" 중에서도 가장 "온건한" 우파 사민주의 정도일 겁니다. 그런 분류법으로 보면 제가 "푸틴주의"라고 명명하는 최근 러시아의 공식 이념들은 일단 "1. 우파 민족주의"에 들어갑니다.
푸틴은 미래의 평등 세계나 기후 정의, 남녀 평등 등의 좌파적 목표들을 지향하지 않으며, 그 사회 정책의 일부 (일률 과세, 가정 폭력의 비범죄화, 여호와의 증인 등 소수 종파 비법화/탄압 등)는 아예 "극우 반동"에 더 가까울 것입니다. 그는 "계급"에 대한 의식 자체가 거의 없으며, 정치의 주요 행우자 내지 단위로 오로지 "국가"와 "인민/민족" (narod)만을 언급합니다. 한국 국내의 일부 좌파 민족주의자들이 푸틴을 마치 "탈식민 영웅"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그는 엄연히 좌파와 아무 관계 없는 보수적 민족주의자입니다.
민족주의자라고 하면 그 다음에는 여러 가지 보다 세밀한 분류법들이 있습니다. 종족 위주의 민족주의 (히틀러 사상이나 한국의 이범석 내지 안호상의 일민주의)가 있는가 하면 종족이 아닌 국가 위주의 민족주의 (예컨대 무솔리니의 파시즘)가 있는데, 푸틴주의는 대체로 후자에 속합니다. 지금 우크라이나 침략을 지휘하는 푸틴의 국방부 장관 세르게이 쇼이구만 해도 종족적으로는 러시아인이 아닌 투바인인데, "국가에 충성하는" 이상 푸틴은 민족 성분에 신경쓰지 않습니다.
단, "국가에 해가 될 수 있는" 일부의 민족 정체성에 대해서는 푸틴주의는 부정의 태도를 취합니다. 지금 침략을 진행하는 러시아군의 장교 중에서는 사실 종족적 우크라이나인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그들이 러어를 사용하며 러시아적 정체성만 과시하면 문제 없지만, "동화"를 거부하며 우크라이나의 언어 내지 민족사 등에 "지나친" 애착을 보이면 바로 "충성 부족"으로 걸릴 수 있습니다.
이외에는 민족주의를 공격적 또한 방어적 변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위에서 언급한 한국의 좌파 민족주의는 대체로 미국의 지배력에 대한 '방어' 차원이 더 강하죠. 푸틴의 민족주의는 "조건부 공격적"이라고 보면 됩니다. 러시아의 매우 약한 경제력으로는 "세계 제패"와 같은 목표를 당연 내세울 수 없지만, 적어도 구소련 권역 및 동유럽에서는 "패권"을 획득하려 하는 게 푸틴 민족주의의 지정학적 본질이죠.
푸틴의 민족주의란 국가주의적 민족주의 (statist nationalism)라면 그 주요 내용이란 무엇일까요? 일단 역사적인 "국가 권력"에 대한 무한한 긍정부터지요. 푸틴은 그 잔혹성으로 악명 높았던 이반 외제 (1530-84)가 "자신의 아들까지 죽였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변명해주기도 하고, 그 이념가들이 스탈린을 "효율적인 기업 지배인 같은 사람"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하죠. "국가"의 주요 구성 요소가 바로 '군사력'인 만큼 푸틴의 민족주의에는 군사주의적 요소들은 대단히 진하죠.
"역사 수업"의 주요 내용은 "국난 극복사"와 "우리 나라 전쟁사, 우리 나라 명장"들이고, "전승의 날" (5월9일)에는 유치원생(!)까지 아이 군복을 입어 장난감 무기를 들고 행진하는 데는 오늘날 러시아죠. 또 하나의 구성 요소는, 한국 국방부 군종과 분들의 언어를 빌리자면 소위 "신앙력"입니다. 이슬람이나 불교가 전통적으로 지배적 위치에 있는 지방에서는 그 종교들을 지원하지만, 종족적 러시아인들이 사는 지역에서 같으면 러시아 정교회가 사실상의 "국교"로서의 위치를 다시 획득했습니다.
정교회와 군대가 이념적으로 유착돼 정교회 신부들이 그 성수(신성한 물)를 핵미사일에 뿌려 대량 살상 무기를 하나님의 이름으로 축복하는 것은 오늘날 러시아에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이죠. 아마도 군인들과 천사들이 그 벽화에서 함께 그려진 러시아군의 주요 성당 (glavnyi khram vooruzhennykh sil)이야말로 이 "국가, 군대, 정교회"의 삼위일체 (?)를 가장 압축적으로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군사주의와 종교주의 (clericalism)가 강한 국가주의적 민족주의라면 그 외부적 지향은 뭘까요? 러시아 군대의 전통적 적국은 거의 더 서쪽에 있고, 러시아 정교회가 카톨릭 교회와 오랫동안 대립해온 만큼 대외적으로 푸틴주의는 기본적으로 "반서방적"입니다. 러시아의 취약한 경제력을 가지고 스스로 세계 패권을 노릴 수 없지만, 이웃의 친미 국가들을 공격하는 등의 방식으로 미국의 세계 패권을 약화시키는 것은 푸틴주의의 공식적 목표입니다.
미국이 약해진 다음에는, 새로운 "다극 세계체제" 속에서 러시아가 그 발언권이 더 강화되리라고 예상을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러시아 지도부가 구상하는 "신세계"의 "큰 그림"은 러시아 손아래 있는 구소련 권역과 동유럽, 중국 패권이 확실한 동아시아, 인도 패권이 지배하는 남아시아, 이란과 터키,사우디 본위의 중동, 독일-프랑스 지도하의 유럽 등 여러 강국들의 "영향권"으로 구성된 세계 체제입니다.
그렇게 되면 주요 결정들을 독일과 러시아, 중국, 인도, 이란, 터키 등 주요 강국 지배자들이 "협의"하여 "합의"해서 내려야 할 거고, 그 각자 영향권 안에서는 그 패권 국가의 규정력이 절대적일 겁니다. 러시아 영향권의 구축에 우크라이나가 걸림돌이 됐기에 지금 그 걸림돌을 "제거"하는 셈이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푸틴주의에 대해 총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사회주의의 반대편에 "야만"이 있다면, 푸틴주의는 바로 그 야만을 대표하는 이데올로기 중의 하나라고 봅니다. 그 국가주의, 군사주의, 종교주의, 팽창주의 속에서는 계급적 정의나 약자, 환경, 기후에 대한 배려란 추호도 없죠. 푸틴주의가 지향하는 미래의 세계는 강국들이 약소국을 지휘, 통제하는 서열적 세계지, 평등의 세계는 절대 아닙니다.
그 세계에서는 예컨대 북한에 대한 중국의 패권도 당연시될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통일을 염원한다는 한국의 좌파 민족주의자들이 푸틴주의에 대해 호의적으로 본다는 게 자가당착이라고 봅니다. 푸틴주의는 분명 반미주의적이지만, 그 구상 중에서는 통일에 도움될 요소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그것도 그렇고 국가 권력의 독재적 행태와 대량 살인, 폭력을 미화하는 군국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자칭 "진보주의자"까지 옹호하면 문제가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 중-러, 불안한 준동맹
현재로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속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외부적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중국과의 외교, 무역 차원에서의 밀착입니다. 중국이 러시아에 친화적인 중립을 지키고, 러시아와의 무역 관계를 잘 유지하면, 러시아로서는 서방의 제재는 비록 아프긴 해도 적어도 이론적으로 당분간 감당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이와 같은 밀착 관계는 외부에서 보면 거의 "동맹"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한계 없는 협력"을 이야기하는 습근평 주석의 말은 대체로 그렇게 들리는데...사실, 이 "한계 없는 협력"이 얼마나 오래 갈는지 좀 두고 봐야 할 일입니다. 역사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경쟁 국면과 협력 국면들은 주기적으로 교차되어 왔고, 협력 국면들은 아주 오래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양쪽 지배층이 생각하는 "국익"이 충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습 주석과 푸틴의 "밀월"도 영구적이지 않을 것이고, 다극 세계 체제 속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협력과 갈등을 다 포함할 거라고, 저는 예상합니다.
이미 원나라 시절에 간헐적 접촉이 있었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본격적으로 육로를 통해 사절단을 종종 교환하게 된 것은 명나라 시절이죠. 그런데 청초에 접어들어, 러시아 세력들의 흑룡강 지역 침략/진출이 청과 (그 동맹국이 된 조선의) "반격"을 자극했습니다. 1649-89년간 알바진 전쟁(雅克萨战役, 조선 병력 파견을 두고 "나선 정벌"이라고 부르죠)은 결국 평화 조약으로 봉합되고, 러시아는 그 뒤로는 중국산 차와 비단 등의 무역으로 오랫동안 큰 이윤을 뽑을 수 있었지만, 영토 문제가 걸려 있기도 하고 서로에 대한 두려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청나라가 강했을 때에 러시아가 그냥 얌전히 상황 전개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청나라가 약화되자마자 바로 그 상황을 이용해 "영토 따먹기"에 들어갔죠. 제2차 아편 전쟁으로 청나라가 중요 위기에 빠지자 러시아는 그 기회를 타서 1858년 아이훈 조약 (瑷珲条约)과 1860년 북경 조약으로 원동 지역을 확보해 놓았습니다. 참고로, 모택동이나 등소평도 이 두 조약을 원칙상 "불평등 조약"으로 규정한 거죠.
이에 더하여 신강에서 야쿱벡 세력들이 봉기하여 분리, 독립을 선포하자, 러시아는 바로 침공해 1871-81년간 일리(伊犁) 지역을 군사 점령했어요. 당장의 전쟁을 원하지 않아 청나라로부터 돈 ("점령 비용")을 뜯고 그냥 갔지만...그 에피소드 이후로는 청나라 지배층 안에서는 "공로증" (러시아에 대한 공포)이 퍼지게 돼 황준헌 같은 대표적인 개혁파 관료가 김홍집 등에게 <조선책략> (1880년)에서 "러시아에 대한 방어의 우선적 급선무"를 이야기한 것도 그 여파입니다.
"공로증", 즉 루소포비아는 꼭 이성적 반응이야 아니지만, 사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러시아 제국의 행동 패턴은 좋게 보일 리가 없었어요. 협력 국면들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일본에 패한 청나라는 1896년에 러시아와의 동맹을 체결했지만, 러시아는 그 틈을 파서 1898년에 중국 파트너들에게 "旅大租地条约", 즉 여순과 대련 조차 조약 등을 강요했습니다. 나중에 그 요충지들을 러-일 전쟁 패전으로 일본에 빼앗겼지만....
좌우간, 중국의 입장에서는 러시아는 약해진 청나라의 영토를 가장 많이 탐내는 열강 중의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중국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폭력 역시, 러시아는 유럽이나 미국에 못지 않았죠. 의화단 봉기에 놀란 국경의 도시 블라고베첸스크에서는 1900년 7월에 아예 그 도시의 모든 중국인 인구, 즉 약 5-7천 명을 흑룡강에 집단 익살시키는 등(海兰泡惨案) 그 당시 구미권에서도 보기 드문 "집단 인종 청소"를 자행하기도 했죠. 청말이나 민초의 중국 지식인들은, 러시아처럼 인종주의적이긴 하지만 적어도 선진 기술이나 민주, 자유 사상이라도 접할 수 있는 미국을 종종 선택하게 되는 것은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1917년 혁명은 이 상황을 본격적으로 바꾼 듯한 인상을 처음 주었습니다. 레닌 정부는 중국과의 모든 불평등 조약을 공식적으로 포기했습니다 (단, 만주 철도 소유권 등은 현실적으로 포기되지 않았죠). 혁명에 대한 중국 신진 지식인들의 반응이 뜨거웠고, 그렇게 해서 중국 공산주의의 역사가 출발됐죠. 아마도 러-중 관계에 있어서는 가장 길고 가장 내용이 풍부한 "협력 국면"은 바로 1921년 창당부터 1960년쯤의 중-소 분쟁까지의 40년 동안의 중국 공산당과 신중국에 대한 소련의 "지원"이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러시아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도, 그 지원과 항일 항전에 있어서의 국민당 정부에 대한 소련의 포괄적 지원 등 역사가 있어서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문제는 "지원"과 함께 소련 당국의 "군림"과 "간섭"도 같이 왔다는 것입니다. 소련 당국들은 공산주의의 핵심인 국제주의를 종종 그냥 "모스크바에 대한 복종"으로 해석하는 등 "국제주의적 혁명가"라기보다는 일개의 "열강"으로서의 태도를 여전히 과시해 왔습니다.
국민당을 대일 전쟁에 있어서의 잠재적 우방으로 보는 스탈린의 자국 중심적 시각에 의해 1927년에 중국 공산당이 무리하게 국공 합작에 매달리다가 결국 장개석의 백색 테러로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 것은, 소련의 "지도"가 중국 공산주의 운동에 커다란 희생을 강요한 전형적 사건이었습니다. 거기에다 소련 당국은 제정 러시아의 "영토"에 대한 집착을 많이 계승했죠.
1933-4년에 소련이 신강에 군사 침입해 성세재의 친소 정권을 군사적으로 유지시키기도 하고 (苏联入侵新疆), 1950년에 중국과 조약을 맺었을 때에는 그 첨부 비밀 협정서에서는 만주와 신강을 소련의 "특수 이익 구역"으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결국에 소련의 제국주의적 민족주의가 중국 민족주의를 자극하게 된 것은 1960년 중-소 분쟁의 근원입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대소련 포위 전략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온 중국은, 1991년에 미국과 러시아가 연합해 중국을 포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방하기 위해, 그리고 무기 등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러시아 관계 건설에 적극 나섰죠. 1921-60년간의 "장기적 협력 기간" 다음으로 긴 중-러 협력 국면은 대체로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고, 1999년 미국의 유고 공습 이후 본격화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진행 중이죠.
중-러 양국은 서방의 헤게모니에 대한 원한, 미국 중심의 일극 패권 체제에 대한 전복의 의도, 그리고 국가 관료 자본주의 모델 등을 공유합니다. 거기에다 세계에서 가장 긴 육지 국경 중의 하나인 중-러 국경을 공유해, 사실 협력하지 않는다면 국경 수비에 천문학적 비용을 소모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렇게 해서 푸틴과 습근평의 밀착은 가능해졌지만, 이 밀착은 정말로 "무한"할까요?
글쎄, 양국의 공동의 적인 미국 중심의 일국 패권 체제가 존재하는 이상 아마도 양국의 협력이 긴밀할 겁니다. 그런데 미국이 본격적으로 약화돼 세계가 정말 다극 체제로 집입할 경우,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사실 중-러 사이에 잠재적인 갈등 요소들이 한 둘은 아닙니다. 중앙아시아에 대해 누가 패권을 행사할 것인가는 가장 큰 문제일 거고 (현재 "공동 지배" 형태로 봉합된 것임), 러시아와 인도, 그리고 월남 사이의 전략적 파트너쉽도 중국의 입장에서는 큰 문제입니다. 거기에다 중국의 군수 공업 현대화가 빨리 진행돼 러시아산 무기에 대한 수요도 앞으로 과거처럼 크지 않을 거고요.
다시 1970년대 중반 이후와 같은 "전면 갈등"은 아니겠지만, 사실 러시아가 새로운 강자가 된 중국이 아닌 미국과 유럽, 인도 등과 보다 긴밀한 관계를 맺어 "중국 견제"로 갈 것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먼 미래 시나리오죠. 단, 그렇게 하기 위해 러시아는 먼저 구소련 영토 수복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체적 내지 부분적 점령 등 포함해서)을 해야 할 셈이고, 그 수복의 과정에서 서방의 저항을 뜷기 위해 중국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합니다. 그러니 지금 중국을 그 '실지 회복" 프로젝트 차원에서 이용하고 있는 셈이죠.
열강 세계의 외교에 있어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반자도 없습니다. 서로 아주 복잡하고 갈등으로 가득찬 역사를 가진 중-러는, 지금 이익 타산이 맞아 준동멩 관계가 됐지만, 타산이 달라지면 그 관계도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겠죠. 그런 불확실성, 혹은 가변성을 염두에 두고 대한민국도 생존 전략을 구축해야 할 겁니다....
(기사 등록 20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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