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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반올림 10년의 변화, 그러나 변하지 않은 삼성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7. 11. 18.

이상수(반올림 상임활동가)



삼성 직업병 피해자인 한혜경 씨와 김시녀 어머님 



올 해 1120일은 반올림이 만들어진 지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을 위해 활동해온 반올림의 10, 변한 것이 많습니다.

 

황유미 님의 아버지 황상기 님이 처음 피해사실을 알려 온 후 10년 만에 삼성에서만 320분의 피해자들이 제보를 해오셨습니다. 그 중 118분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감추어져 있던 반도체 전자산업의 직업병 문제는 이렇게 참혹한 피해를 드러내며 우리사회에서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삼성직업병 피해제보 현황(2017105일 현재)


- 삼성전자 반도체/LCD 부문 피해자/사망자 : 236/80


- 삼성전자 피해자/사망자 : 263/95


- 삼성그룹 피해자/사망자 : 320/118



이 중 20분의 노동자가 직업병 피해를 인정받으셨습니다. 백혈병을 외에도 재생불량성빈혈, 비호지킨림프종, 유방암, 뇌종양, 폐암, 난소암, 불임, 다발성신경증, 다발성경화증 같은 질병들이 반도체 전자산업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정받은 것입니다.

 

하나하나가 길게는 10년 가까운 산재신청과 소송과정을 통해 얻어낸 결과입니다. 양심적인 직업병 연구와 증언을 통해, 법률지원을 통해, 책과 기사, 영화를 통해,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진 연대를 통해 많은 분들이 함께 이루어 낸 성과이기도 합니다.

 

이런 성과가 쌓여 마침내 대법원에서도 산재인정을 받았습니다. 질병과 업무의 인과관계에 대한 의학적/과학적 연구가 부족한 상황, ‘영업비밀을 핑계로 한 증거은폐 등에 대해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중요한 성과입니다. 반올림과 시민사회가 그 동안 외쳐온 목소리가 이제 대법 판례로 남았습니다.

 

이제 대법원 판례에 담겨있는 내용들이 산재보험제도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노동자에게 온전히 맡겨진 산재입증책임을 합리적으로 바꾸고, ‘위험에 대해 알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기업들에서도 변화를 찾을 수 있습니다. SK 하이닉스는 독립적인 기구의 권고대로 보상체계를 만들었고, 몇 명이 어떤 질환으로 보상받았는지 간헐적으로 공개해 왔습니다. LG 디스플레이 또한 폭 넓은 질환에 대한 보상체계를 만들고 독립적인 외부기관에 운영을 맡겼습니다.

 

비록 아직 어느 기업도 직업병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는 삼성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작업환경이 실제 얼마나 개선되었는지에 대해서도 검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뀌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삼성이 바뀌어야 합니다. 2년 전 자신들이 제안했던 조정위의 권고를 무시한 채 내멋대로 보상을 강행한 삼성. 반올림과 대화마저 단절한 채 여전히 직업병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고 있는 삼성. 반올림은 이런 삼성의 변화를 촉구하며 772(1116일 현재)째 삼성본관 앞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삼성은 정보은폐와 작업환경 관리 부실을 포함해서 잘못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고 직업병을 인정해야 합니다. 삼성 맘대로 피해자를 고르고 보상액을 맘대로 정하고 비밀을 조건으로 돈을 건네는 식의 제멋대로 보상이 아닌 배제 없고 투명한 보상을 실시해야 합니다. 약속한 재발방지대책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세 번째 겨울을 맞는 반올림의 농성장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추운 밤을 보내는 일이 없도록 대화에 나서기 바랍니다. 더 이상 죄를 쌓지 마십시오.

 


(기사 등록 2017.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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