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닭의 해를 맞아 – 조류독감

최태규(수의사)

 


2016년의 말미에는 유난히 닭에 대해 이야기 할 일이 많았다. 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닭에 관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한국에서는 ‘AI’(에이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AI는 조류를 뜻하는 Avian과 독감을 뜻하는 Influenza의 머리글자만 딴 말이다. 인공지능을 가리키는 AI와 헷갈린다는 이유로 영미권에서도 쓰지 않는 줄임말을 우리는 왜 쓰게 됐을까? 


조류독감이라는 말이 사람들에게 ‘조류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독감’이라는 뜻을 연상시킨다는 이유 때문이다. 100년 전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닭고기나 달걀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까 봐 축산업을 보호하겠다고 고심한 결과이다. 안타깝게도 공중보건을 책임져야 할 한국 정부는 이름을 고민하는 데에 너무 애쓴 나머지 질병의 전파는 막지 못하고 있다.


이번 겨울, 한국뿐 아니라 유럽 전역도 12월 터키를 시작으로 조류독감 살처분 현장이 되었다. 조류독감에 대한 대책은 세계 어느 나라도 자신 있게 내놓지 못한다. 그저 사후 살처분정책으로 질병에 대처할 뿐이다. 감염되지 않은 동물들을 얼마나 미리 죽이느냐에 따라 그 적극성이 조금 달라지는데, 한국은 빠르고 선제적인 예방적 살처분 정책으로 조류독감을 잘 막아온 나라로 평가 받아 왔다.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일단 반경 500m~3km(농림부장관이 경우 따라 바꿀 수 있으며 지금 조류독감은 반경 3km 이내 예방적 살처분 중이다.) 안에 들어있는 새는 다 죽여왔다는 뜻이다. 선진국에서는 반대여론 때문에 이렇게 잔혹한 정책을 쓰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최근에야 동물보호 운동가들의 반대가 언론에 등장하지만, 정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사람이 여럿 죽어나가도 무신경한 사회구조 탓이 크다.


질병 전문가들은 차단 방역의 실패를 말하며 백신 정책을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확산속도가 너무 빨라 살처분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고, 이쯤 되면 정부에서도 뭔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인 농담이지만 살처분을 안 하고 감염되도록 놔뒀으면 조류독감으로 3000만마리가 죽었겠냐는 자조도 나온다. 


2016년 중국의 H7N9 발생분포도 



백신 정책은 중국, 북한을 비롯한 조류독감 상재국에서 시행 중인데, 다양한 혈청형 때문에 백신의 효과가 있는지도 확신할 수는 없다. 한국에 유행하는 고병원성 조류독감의 혈청형은 H5N8과 H5N6이기 때문에 H5형에 대항하는 백신을 사용하면 얼추 교차방어가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며칠 전 중국에서 사람을 죽인 것은 H7형이었다. 지금 한국에 유행 중인 H5N6는 홍콩의 대백로(라는 야생조류)에서 검출된 것과 99% 일치한다. 


지금 방역당국은 백신정책을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겠지만, 백신정책을 쓰기 시작하면 조류독감 상재국을 자인하는 꼴이 되어 축산물무역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선뜻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백신정책을 쓰자고 주장하는 공무원은 눈에 띄지 않는다. 


6년 전 구제역 발생 때도 실컷 살처분을 하고 나서야 살처분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백신정책을 시작했는데, 백신의 부작용과 낮은 항체 생성률로 농가의 피해는 계속 되었다. 쉬쉬하고는 있지만 방역 당국이 인정하지 않는 구제역증상은 지금도 간헐적으로 보이고 있고, 한국이 다시 구제역 청정국으로 되돌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부분의 동물보호단체 등에서는 ‘공장식 축산의 폐기’와 ‘동물복지농장’을 해결책, 혹은 해결은 못해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장식축산의 밀집 사육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가능한 한 가장 좁은 공간에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축산물을 얻어내기 위해 가축을 쥐어짠다. 당연히 면역력도 떨어져서 질병이 침투하기 쉽고 밀집한 숙주들 사이를 바이러스는 신나게 헤집고 다닐 수 있다. 또한 바이러스뿐 아니라 세균, 곰팡이들에게 훌륭한 배양지가 된다. 


그래서 육계(치킨, 백숙 등에 쓰이는 고기용 닭)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항생제 비빔밥을 먹어야 한 달여를 성장해 고기가 될 수 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항생제에 죽지 않기 때문에 기댈 곳은 닭의 면역력밖에 없다. 그러나 배터리케이지가 전면금지된(대부분이 동물복지농장인) 독일에서도 이번 겨울에 조류독감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유럽에 H5N8이 유행하는 것은 공장식축산이 늘어서가 아니라 2014-2015년 동아시아에서 유행한 바이러스를 유라시아 대륙의 철새들이 빠르게 옮겼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중론이다. 


2016년 겨울 유럽, 조류독감 발생국



동물복지농장의 닭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더 많이 살아남을 수는 있지만, 감염되지 않거나 보균하지 않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작금의 사태에 대한 실마리가 되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 공장식축산의 폐기는 조류독감의 가금류 간 전파를 막는 데에 큰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공장식축산이 시급히 폐기되어야 하는 이유는 아래에 설명하겠다.


허무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백신을 하든 하지않든, 동물복지농장을 하든 공장식 축산을 하든, 차단방역 말고는 답이 없다. 바이러스의 농장유입을 막아야 하고, 일단 감염된 농장은 빨리 신고해서 서둘러 살처분해야 한다.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이유는 제때에 신고하지 않고 바이러스가 퍼져나갈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너무나 간단하다. 그러나 이렇게 간단한 일을 막아온 주범은 이 나라의 비과학적인 방역 정책과 무능한 관료제다.


이번에도 보상금을 적게 주려는 정부와 많이 타려는 농가 간에 신경전을 하는 동안 살처분은 시작도 못하고 며칠씩 지나가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는 동안 바이러스는 달걀 운송차를 타고, 사료 공급차를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같은 살처분이라도 감염 농장보다 예방적 살처분농장의 보상금이 더 크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가급적 신고를 안 하거나 늦추는 것이 당연했다. 게다가 각 지자체에서 방역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수의직 공무원은 아예 없거나 한두 명 밖에 없고, 축산 규모가 비슷한 일본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라 실무를 맡을 사람조차 부족하다. 


방역 정책 또한 방역총괄과, 방역관리과 두 군데 속한 10여명의 수의직공무원이 사실상 전담하는데 농수산식품부의 ‘축산정책국’에 속해 있다. 수의학적인 판단보다는 축산업의 이윤이 먼저 고려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2010년 구제역사태의 아비규환 속에서도 떼돈을 번 축산업자들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 후로 6년 간 방역정책의 반성이나 발전이 전혀 없었던 결과가 바로 오늘 나타난 것이다.


야생조류는 조류독감의 주요 전파원으로 추정되는데 야생조류의 폐사체 검사는 환경부 소관이라 환경과학원에서 검사해야 한다. 각 도마다 질병을 검사하는 연구시험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축의 질병만 검사하는 곳이라 야생동물은 검사할 수 없는 제도가 있다. 가금류와 야생  조류가 바이러스를 주고받으며 전파되는 조류독감은 절대로 막을 수 없는 기막힌 구조이다. 


야생조류가 원인이라며 천안시에서는 갈대밭에다 불을 질러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는데, 겨울 철새 중 갈대밭에 들어가서 사는 종이 몇 종이나 있는지, 하다못해 야생조류동호회에만 물어봤어도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어떤 질병을 갖고 오는지 모른 채 밀수입되는 야생동물들은 환경부에서 압수를 하더라도 기를 수 있는 시설이 없어서 자진 신고 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정책결정과 행정을 아무나 하고 있다는 뜻이다.


며칠 전 포천에서는 고양이가 조류독감에 감염되어 죽었다. 정부는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강조할 뿐 얼마나 낮은 확률로 우리가 감염될 수 있는지는 모르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다. 괜찮으니 가만히 있으라는 이야기가 얼마나 위험한 속삭임인지 이제 우리는 다 안다. 낮은 가능성이지만,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감염될 수도 있고, 사람에서 개에게 감염될 수도 있다. 돼지의 호흡기 상피세포에는 돼지, 조류, 사람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수용체가 있기 때문에, 가장 위험하고 가능성이 높은 경로는 조류->돼지->사람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숙주에게 침투하는 열쇠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더 많이 번성하는 능력이 있다. 이게 정말 무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능력이다. 1918년 스페인독감으로 5000만 명가량이 사망했다. 사람에게 높은 치사율을 보이는 바이러스가 높은 이환율까지 획득하게 된다면 영화에서나 볼 법한 역사적 대유행(pandemic)이 또 한 번 되풀이될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의 시점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는 게 바로 공장식 축산이다.


공장식 축산은 좁은 축사에 많게는 수십만의 바이러스 숙주를 몰아넣고 바이러스의 변이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닭에서 변이를 일으킨 바이러스가 돼지에서 또 한 번 변이를 일으키면 사람에게 폭발적으로 전염될 것은 과학적으로 자명한 일이다. 


사육 밀도를 낮추고 개체들의 면역력을 높이는 동물복지농장은 가축들이 살아있는 동안 가장 행복할 수 있게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의미는 그것을 기르고 먹는 사람의 건강, 아니 생존에 있다. 닭의 절규를 가벼이 여겨서가 아니라, 앞으로 이 조류독감이 수천만의 새가 아니라 수천만의 사람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심각하게 해야 한다.


수천만의 닭과 오리들을 생매장하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다. 매뉴얼에는 이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도록 안락사가 명시되어 있고 구체적 방법도 정해져 있다. 시간에 쫓기네, 인력이 부족하네 말할 필요가 없다. 언제나 정책의 문제는 예산이고, 재벌 총수와 같은 특정인에게 몰아주고 있는 예산을 빼서 공중보건 영역에 투입하면 된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매뉴얼이란 활주로에 떨어져 주인을 찾아 헤매는 개를 총으로 쏴 죽이고는 매뉴얼대로 했으니 도의적으로 개 값을 물어주는 정도다. 과정도 결과도 고통스럽다. 


동물복지를 도입하면 축산물의 가격이 상승할 거라는 핑계도 들린다. 그러나 생산자보다 중대형 중개인이 훨씬 큰 이윤을 가져가는 유통구조만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면 지금의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예컨대 농협과 같은 거대한 적폐를 청산한다면 정치인들의 정치자금은 좀 부족해질 수 있겠으나 수백만 1차산업종사자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닭의 해를 맞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는 여러 모로 기점에 섰다는 생각이 든다. 좁혀서 조류독감 얘기를 타고 내려가보면, 헌정을 유린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일은 농축산식품부 장관과 그의 정책에 따르는 중앙부처, 지자체 공무원들과 농협, 가축전염병예방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그들이 기반한 지역의 축산업자들, 유통업자들까지 연관 지을 수 있다. 


정부는 2010년 구제역사태 때에 3조의 수업료를 내고도 아무것도 배운 게 없어 보인다. 수업료 3조는 우리가 낸 세금이고, 배우지 않으리라 작정한 것은 방역이라는 책임을 방기한, 이 한심한 국가이다. 우리는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이참에 다시 세워야 한다. 한국의 방역은 위기와 호기를 동시에 지나는 중이다.


(기사 등록 20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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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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