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오바마와 박근혜가 부추기며 기다려 온 북한 4차 핵실험

전지윤


일부 사람들이 우려하고 경고해 왔듯이 결국 북한 정권이 4차 핵실험을 전격적으로 강행했다. 핵무기의 공포와 위험성을 아는 많은 사람들이 이를 비판하고 있다. 이것이 한반도 평화에 끼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높다. 핵 없는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규탄 대열에 끼어들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가장 앞장서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참 씁쓸한 일이다. 먼저 지난 75년간 132회의 핵실험(이 기간 동안 전세계 핵실험의 절반 차지)을 해 왔고 1만 개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는 미국 정부가 그렇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핵무기를 실전 사용했던 것도 미국 지배자들이었다. 남의 땅에서 탄저균 실험을 하다가 들통나도 뻔뻔하기만 한 미국 정부가, 자기 땅에서 핵실험을 한 북한 정부를 비난하면서 머리 속으로 뭐라고 합리화하고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다음으로 자격이 없는 것은 미국 지배자들과 손 잡고 한반도에 핵무기를 들여 왔었고, 수시로 한미합동 핵 선제공격 연습을 해 온 한국 지배자들이다. 아직 핵이 없었던 시절의 북한을 핵으로 위협한 것, 미국의 핵을 가져와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고, 북한이 스스로 핵을 개발하는 것만 문제다? 북한 정권이 납득할 것 같지는 않다.


보수언론들은 또다시 예측 불가능하고 비이성적인 김정은 정권에 대한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누군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허공을 향해 기관총을 쏘아댄다면 분명 그 사람은 예측 불가능하고 비이성적인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어떤 협박과 위협을 가했는지가 밝혀지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바로 이 앞 얘기들을 가려버리는 것이 지금 언론들이 하고 있는 일이다.


지난해에 벌어진 앞 얘기들은 무엇인가?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개정됐고 이어서 안보법제 통과로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한미일 군사공조 체제가 앞당겨졌고, 북한이 위험천만한 북침 전쟁문서라고 반발한 <작전계획 5015>가 수립됐다.


이에 기반해 대북 핵 선제공격을 위한 전쟁연습도 이뤄졌고, 연말에 미국은 유엔에서 북한 인권결의안들을 통과시키며 추가적 제재를 시작했다. 반역사적 위안부합의까지 이뤄지면서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전 통일부 장관 정세현이 말했듯이 북한이 여기에 자극받아 더 세게 저항하고 사고 쳐주기를 바라는 계산이 느껴질 정도였다. 오바마, 박근혜 정부의 이런 태도를 한 한반도 문제 전문가는 네오콘 수준으로의 후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두 정부는 북한이 곧 붕괴할 것 같으니 더 벼랑으로 밀며 참고 기다리자는 망상을 공유한 듯도 보였다.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의 이 같은 대북 압박·무시 정책이 펼쳐진 오바마, 이명박근혜 집권 8년 동안 북한의 총 4차례 핵실험중 3차례가 집중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2012년에 아예 북한 헌법에 핵보유가 명시되면서 불가역적과정이 이뤄진 것도 말이다.


특히 미국의 위선은 기막힐 정도다. 최근 ISIS와 똑같이 와하비즘을 신봉하는 사우디 왕가가, ISIS와 똑같이 46명을 무참히 참수·사살하는 짓을 저질렀지만 미국이 제재를 가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과 친한 동맹국이니까.


반면 북한 인권과 핵은 중국 포위의 빌미일 뿐이란 걸 이제는 삼척동자도 다 알 정도다. MD 구축, 한미일 동맹 완성, 아시아 회귀의 성공을 위한 화룡정점으로서 북한 4차 핵실험을 미국이 학수고대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결국 미국의 압박에 대한 북한 김정은 정권의 반응은 핵 실험 강행이었다. 청년 실업에 대한 박근혜 정권의 반응이 일반해고제 도입이었고, 파리 테러에 대한 프랑스 정권의 반응이 시리아 폭격이었고, 난민 사태에 대한 유럽 정권들의 반응의 국경 봉쇄였듯이 말이다.


이윤과 경쟁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보는 지배자들을 각자의 선택을 지극히 합리적이라고 볼 것이다. 즉 김정은 정권은 특별히 더 비이성적·비합리적인 게 아니라, 이 세계를 지배하는 다른 지배자들과 똑같이 비이성적·비합리적인 것이다. 물론 북한 정권은 비합리적 행동을 시작하고 주도하기보다는 주로 그것에 반응하는 위치에 서 왔다.


일부에서는 예전에는 먼저 미사일 실험을 하고, 예고하고 핵 실험을 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반년 동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을 몇 차례 실시했다.


그리고나서 핵실험은 한 달 전에 알 수 있고, ·미사일 발사 징후만 있으면 30분 전에 선제타격할 수 있다던 한미 당국을 겨냥해 조롱하듯이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다. 중국에 대해 쌓인 불만과 반발까지 담아서 말이다.


북한에서 시장 개혁 속에서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고, 노동당보다 장마당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도 핵실험의 국내정치적 배경을 추측하게 한다. 36년만에 개최되는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지배체제를 다지기 위한 축포도 필요했을 것이다.


핵무기 확보를 통해 재래식 군사력 증강의 부담을 덜고, 그 돈을 경제성장에 돌리겠다는 계산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지난 10년간 몇 차례나 실험을 하며 자원과 노력을 집중해 온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실험한 것이 수소폭탄이 아니라, 증폭핵분열탄이더라도 북한의 관련 기술과 능력이 더욱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다. 재앙을 향한 치킨 게임의 다음 단계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비이성적·비합리적이란 점에서는 똑같지만 [평화를 위협할 수 있는] 훨씬 더 막강한 힘과 영향력을 가진 세력에게 공이 넘어가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미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먼저 미국은 핵잠수함, 핵 폭격기, 항공모함 전단 등 전략무기들을 한반도로 전진배치하겠다고 나섰고 사드(THAAD) 배치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일본은 지금을 평화헌법 개정을 위해 하늘이 준 기회로 여기고 있다. 여기에 비해 백세인생과 최신 아이돌 노래들을 추가해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귀여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성기 방송은 군사적 긴장과 충돌 가능성을 급격히 높일 것이고, 핵개발론·전쟁 불사론 등 한국 지배자들의 호전적 목소리는 불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조선일보>북한의 최고 지도부나 핵·미사일 시설만을 조준해 정밀 타격하는 '서지컬 스트라이크'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미 지난해 세계 최대무기 수입국의 영광을 차지한 한국 정부는 군비증강에 더 박차를 가할 것 같다.


올 것이 왔다며 몰래 웃고 있을 것 같은 오바마와 아베는 이번 기회에 중국 포위를 위한 한미일 통합 MD 체계 구축과 사령부 건설을 노릴지 모른다. 한미일 군사동맹은 '위안부 합의'로 걸림돌을 제거하고, 북한 핵실험으로 날개를 단 형국이다. 연초부터 제2 항공모함 건조와 로켓군 창설을 선포한 중국도 군사적 반작용에 나설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서 한미일 동맹도 북한도 똑같이 문제라거나, 오히려 북한이 더 문제라는 식의 입장은 균형있는 태도가 아닐 것이다. 이런 태도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진정한 원인과 주된 위협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놓치는 것이다.


그것은 제국주의적 압박과 제재를 철저히 반대하지 못하게 만들어 더 큰 비극을 막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게 된다. 또 주류 정치세력들이 북한 핵실험 규탄을 명분으로 초당적 협력을 말하며 각종 야합을 추진하는 것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반면, 북한 핵실험을 반제국주의 저항의 수단으로 보거나, 뭔가 민족적 자부심을 느낄 정당한 행위라 보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 북한 민중들이 삼성의 국제적 수준의 기술력·경쟁력에 자부심을 느껴야 할 이유가 없듯이, 그 역도 마찬가지다. ‘힘이 곧 정의일 수는 없고 정의롭고 친환경적인 핵이란 것은 존재할 수가 없다.


전쟁 무기 개발에 10년을 투자해서 큰 성취를 이뤘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게 아니라 부끄러운 일이다. 한반도 민중들이 제국주의와 이윤 논리를 거부한 해방된 세상으로 나간다면 핵무기는 자산은커녕 처치곤란한 부담일 게 분명하지 않은가.


물론 진보좌파 진영은 이런 차이점을 계속 토론하면서도, 북한 핵실험을 이용해 한반도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평화를 파괴하려는 한미일 군사동맹 세력에 맞서 공동으로 투쟁해 나가야 한다.


또 북한 체제에 대한 상이한 관점을 핑계삼아서, 한국 사회의 진보와 평화를 위해 헌신해 온 사람들을 종북몰이하고 탄압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함께 맞서야 한다. 핵과 살상무기와 전쟁 위험이 사라지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는 목표를 잊지 않으면서.


 

총선에서도 진보좌파는 서로 차이를 인정하며 힘을 합쳐야 한다


한 달 전에 민주노총은 올해 4월 총선에 노동진보 선거연합 정당을 통해 공동 대응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진보좌파 진영이 노농빈 대중단체를 중심으로 총궐기 등에서 공동 투쟁을 건설하며, 그 성과를 총선으로 이어가자는 여러가지로 타당하고 반가운 제안이었다.


현실의 투쟁과 힘 관계가 더 우선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선거 결과나 의회 구성이 그것에 반작용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 박근혜 3년 동안 선거는 매번 기를 꺾고 힘만 빼는 순간이었다. 갈라진 진보정당들이 서로를 배척하면서, 민주당과 손을 잡기 위해 다투다가 다 같이 꾀죄죄한 결과만을 얻는 양상은 정말 보기 괴로웠다.


이변이 없는 이상 총선에서도 이런 양상은 더 크게 반복될 게 분명하다. 진보의 몫은 사라지고, 양당체제는 더 고착화되고, 새누리는 개헌 의석을 얻고,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하고, 반기문 바지 대통령과 황교안 실세총리로 우파 집권이 연장되고... 등의 막장 시나리오가 더 그럴듯하게 들린다. 진보당 해산은 이런 시나리오의 핵심적 일부였다는 말도.


통합정의당에서 연립정부를 향한 야권연대주장이 갈수록 커지는 것도 불길하다. 4년 전 통합진보당 초기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비극이 반복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런 목소리를 견제하겠다며 정의당으로 들어갔던 좌파들의 침묵은 더욱 안타깝다.


그런 좌파들은 정의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통합이 진보의 공간을 넓히며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현실적 길이라 했다. 하지만 현재 정의당은 진보의 공간 확장은 고사하고 진보당 해산의 공백도 메우지 못하고 있다. 그 공백 속에 기존 노동당, 녹색당뿐 아니라 민주통일정치포럼, 시민혁명당 등 새로운 진보정당들까지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만약 다른 대안이 없으니, 이번 총선에서 진보 지지자들의 표는 대부분 정의당에게 올 것이라고 본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정의당이 진보당 해산 과정에서 앞장서 싸웠다면, 진보당의 장점은 계승하면서 단점을 넘어설 대안을 보여 줬다면, 진보당 세력을 배제하지 않는 진보 통합을 추진했다면, 총궐기 등에서 투쟁에 헌신했다면 그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은 이뤄지지 않았고, 정의당이 기대한 것과는 다른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진보정당들의 등장과 민주노총의 제안 등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여선 안 된다. 정말 현실적 길을 중시한다면 민주노총 제안에 전농, 노동당, 옛 진보당 지지자 등이 환영하고 나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진보의 통합은 국가 탄압을 외면하거나 배제, 왕따를 통해서 선택지를 하나로 만든다고 이뤄질 순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진보의 분열만을 낳았다. 따라서 정말 정파적 이익보다, 전체 운동의 이익을 앞세운다면, 나만이 옳고 자격있다는 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면, 민주노총의 제안을 거부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그냥 예전 선거 때처럼 하자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사분오열과 아귀다툼 속에 진보가 공멸하던 일을 반복하자는 말인가? 총궐기가 보여줬듯이, 진보좌파가 서로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힘을 합친다면 분열을 벗어나며 힘을 키우고 외연을 넓힐 수 있다


선거, 의회 속에서 더 넓은 자리와 연단을 차지할 수 있다. 그것은 총선 이후 벌어질 (계급)투쟁이라는 더 중요하고 진정한 대결을 위한 쓸모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1월 초 민주노총 중집에서 의미있는 결정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위 글은 15일에 필자의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인데, 17일 민주노총 중집회의에서 민주노총 정치위원회가 제안한 이 방안은 격론 끝에 채택되지 않았다. 119일 중집수련회에서 이 문제를 다시 원점 재논의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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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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